손자, 편작, 노자

나빌레라의 이미지

삶은 전쟁이다. 사회는 전쟁터이고, 우리는 하루 하루 집에서 전쟁터로 출전하여 치열한 전투를 치루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살면서 때로는 내가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는것인지 되돌아 보기도 하고, 내가 과연 성공적인 삶을 사는 중인지 반추해 보기도 한다. 성공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삶이라는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춘추 시대에 오나라 손무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여러가지 깨달음을 정리하여 손자병법이라는 책을 썼다. 그리고 예로 부터 장수들은 병법에 대한 필독서로 손자병법을 공부했다. 장수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싶어 한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성공으로 이끌고 싶어한다. 우리의 삶은 전쟁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의 성공을 위해 한 번쯤 손자병법을 봐둘 필요가 있다.

손자병법은 병법서이긴 하지만 전략서나 전술서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철학서에 가까운 책이고, 전쟁이라는 것에 대한 본질과 전쟁에 임하는 장수와 병사의 태도에 대해 쓴 책이다. 그래서 손자병법에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싸움 방법보다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에 더 큰 내용의 중심을 두고 있다. 그리고 나서야 패배했을때의 방법에 대해서 서술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십육계 줄행랑'이란 말은 손자병법에서 전투에 졌을때 후퇴하는 것도 좋은 방책중 하나인 것으로 설명하는 부분에 나오는 말이 변형된 것이다.

손자병법에서 전쟁의 승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쟁에서 가장 훌륭한 승리는 적의 전력을 온전히 둔 상태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차선책은 적의 전력을 괴멸시켜 승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가장 나쁜것은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이다.

적의 전력을 온전히 둔 상태에서 승리하는 것. 바로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다.

편작은 중국 전국 시대에 뛰어난 의원이었다. 사람들은 삼국지에 나오는 화타와 함께 고대의 명의로 기억한다. 무당의 주술과 미신에 의존하여 병의 치료를 기대하던 시대에 임상요법으로 병을 다스린 시조격의 인물로 추앙받는다.

그보다 편작에 관련해서 유명한 삼 형제의 이야기가 있다. 편작에게는 두 형이 있는데, 큰 형은 사람들이 병의 증상을 느끼기도 전에 얼굴 빛만 보고 장차 병에 걸릴 것을 알아내 미리 병의 원인을 제거해 준다. 둘째 형은 사람들의 병세가 미미할 때 병을 알아채고 치료해 준다. 그리고 자신은 병세가 깊어 고통을 느낄 때 비로소 병을 알아보고 치료한다. 그래서 큰 형에게 치료받은 사람들은 아파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둘째 형에게 치료받은 사람들은 고통을 느끼기 전에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큰 고통을 피할 수 있었는지를 모른다. 그리고 자신에게 치료 받는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을 느낀 후에야 비로소 고통이 잦아드니 자신이 명의로 소문난 것이라고 편작이 말 하였다는 이야기이다.

편작은 그래서 자신의 큰 형이 가장 명의이고 그 다음이 둘째 형 그리고 자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편작의 큰 형은 기억하지 못하고 편작만 기억한다.

노자는 너무도 유명한 도가사상의 창시자이다. 정확히는 도가사상의 근본이 되는 도덕경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는 실존했는지 조차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도덕경의 저자를 노자라는 이름으로 부른다고 했을 때 그의 사상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발전되어 전해져 오고 있는 위대한 철학자이다.

도가사상의 핵심을 두 가지 꼽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도'와 '무위자연'을 꼽을 것이다.

도덕경의 첫 머리는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으로 시작한다. 도를 도라고 부르면 그것은 도가 아니고, 이름을 아무리 얘기한다고 해서 그게 실질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름이라는 것은 사물에 명칭을 부여하는 것외에 그 이름으로 하여금 사물의 의미를 우리의 의식 속에서 고정시켜 버린다. 도라는 것은 의미가 고정될 수도 없고, 실질을 말로 설명할 수도 없다.

도는 천지의 시작이자 모든것을 낳는 어머니이다. 그리고 그 모든것을 소멸하게 하는 원인이자 결과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존재에 대해 초연하면서 무관심하다. 그 모든것의 시작이자 끝이면서도 관여하지 않는다. 허무적멸!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사라져 버린 사람은 다시 무엇을 두려워 하거나 고통스럽지 않다. 반대로 아직 존재하지 않는, 즉 태어나지 않은 사람도 겪어보지 않은 무엇을 두려워 하거나 고통스러워 할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을 겪을 '나'라는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위자연이다.

손자는 전쟁에 있어 전투(싸움)이 벌어지기 전에 이기는 것이 가장 훌륭한 승리라고 말했다. 편작은 병이 생기기도 전에 병을 치료하는 자신의 큰 형이 가장 명의라고 말했다. 노자는 고통과 두려움을 겪을 나라는 존재 자체가 없는 무위자연을 말했다.

일이 벌어졌다. 일을 한다. 일이 터졌다. 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일이라는 것은 어떤 사건이다. 전쟁에 있어 일은 전투를 하는 것이고, 적군과 싸워 적군을 죽이는 것이다. 병이 걸려 일이 터졌다는 것은 병세가 깊어 졌다는 뜻이다. 인생에 있어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삶의 사건 앞에서 고뇌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다.

손자, 편작, 노자. 이 세 명의 위대한 선생님들은 서로 다르긴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서 예방하는 것. 준비하는 것. 원인을 만들지 않는 것을 가장 좋은것으로 말한다. 즉, 일이 터지기 전에 그 일이 아예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을 최상으로 삼고, 일이 터진 다음에야 수습하는 것은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손자병법에는 삼십육계 출행랑이 나오고, 편작은 둘째 형보다 자신을 낮게 평가하고, 노자는 삶을 고통으로 간단히 정의해 버린다.

사람들이 편작의 큰 형을 기억하지 못 하고 편작만 기억하듯이 사람들은 언제나 일이 터진 다음에서야 그 일을 바로잡기위해 정력과 시간과 비용 등 많은 자원을 사용한다. 애초에 일이 터지지 않도록 하였으면 사라지지 않을 자원이었으나 사람들은 그렇게 아껴지는 자원은 생각하지 못한다.

고대 중국의 세 선각자들이 우리 민족의 속담 하나를 듣는다면 바로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손뼉을 치며 좋아 할 지도 모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손자, 편작, 노자 이 분들은 손자 병법을 통해서, 큰 형의 예를 통해서, 도덕경을 통해서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정비해 두어야 한다고 수 천년 전 부터 줄기차게 그 당시의 사람들 그리고 후손들에게 말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일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서로간에 상처 줄 만한 말과 행동을 아무런 숙고없이 내 뱉고 행동한다. 그리고서 관계가 틀어지거나 관계에 흠집이 간 이후에야 후회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수습하려 더 많은 말과 행동을 하며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소모한다.

삶에서 성공하기 위해,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원할한 인간관계를 위해 우리는 손자와 편작과 노자가 주는 교훈을 언제나 생각해 봐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일이 터지기 전에 정확히는 일이 터진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그것을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삶을 보다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댓글

keizie의 이미지

노스모크에 적절한 페이지가 이미 있지요. 훌륭한프로그래머의딜레마, 훌륭한경제정책가의딜레마 두 페이지입니다.

소 잃기 전에는 외양간을 고치자는 말이 씨알이 안 먹히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설사 어떻게든 고쳤다 해도 그게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gurugio의 이미지


그렇게 일이 터지기 전에 미리 해결할 수 있다면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저는 즐겁겠지요.
어떤 마찰도 생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물흐르듯이 살수 있겠구요
제 주위 사람들도 저에게 편안함을 느끼겠지요.

편작의 형들도 최소한 주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었을 것 같습니다.

도덕경은 도가도 비상도 한마디로 끝나지요 뭐..
도덕경이 도가도 비상도라고 말하는 순간 도덕경은 '도'가 빠져서 덕경이 되는거 아니겠어요? ;-)
노자도 책써서 이름을 남겼는데 설마 그렇게 살면 인정받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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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것은 단 한 사람. 오직 하나님의 사람뿐이다.
http://www.asmlove.co.kr

GunSmoke의 이미지

참 글을 잘 쓰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大逆戰

大逆戰

rubenz의 이미지

소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치자..
이말이 현실에는 더욱 맞는듯...

paeksj98의 이미지

이런 글을 보면 매번..다짐은 하는데....
ㅠㅠ

winner의 이미지

삼십육계는 손자병법과 크게 연관성은 없을 겁니다.

나빌레라의 이미지

검색해서 찾아봐야 할 일이겠지만,
제가 알기로 삼십육계는 강태공(맞나?)의 육도삼략에 나온 말로 알고 있습니다.
손자병법에서는 육도삼략의 내용을 차용해서 서술한 부분이 많습니다.
거기에 나온 말인데
사람들이 손자병법에 있는 말로 오해 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본문에서도 '손자병법있는 말을 변형한 것이다' 라고 쓴겁니다.
원문 텍스트가 육도삼략이긴 하지만 손자병법에도 있는 글귀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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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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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redbaron의 이미지

36계와 육도, 삼략, 손자병법은 모두 별도의 책입니다.

육도,삼략,36계 같은 경우는 C의 stdio.h 같은 것이라서 대부분의 병법서들은 여기에 있는 내용들이 포함 안 될 수 없습니다.

기본적인 군대의 편제, 훈련법, 전술,전략,전후의 정치, 치세에 대한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손자는 이를 경험을 녹여 하나의 철학(병가)으로 승화시킨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http://redag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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