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인간, 그리고 유비쿼터스 컴퓨팅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옮깁니다.

유비쿼터스와 모바일 인터페이스라는 세미나를 듣고 왔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에 대한 관점이 참 여러가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 몇 가지는 시간을 두고 정리하기로 하고.. 가장 큰 주제를 한 번 써본다.

지금 나에게 컴퓨터는 모든 행동의 시작점이다. 그럼 컴퓨터는 무엇일까? 많은 용도로 이용을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도 했다. 정작 컴퓨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기회가 별로 없던 것 같다. 오히려 작동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이것이 어떤 물건이지?"라고 궁금해하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수십 년 안에, Computer, computing 이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밥은 먹었어?"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밥"을 먹었냐고 묻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단어 Computer가 지금 갖는 기계(Device)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사라질 것이다.

인간은 컴퓨터의 사용자이다. 사용자가 도구에 습관화되는 것은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일단 "사용"한다는 것에 주목해보자.

인간은 많은 것을 이용해왔다. 자연에 존재하는 형태를 그대로 이용하다가, 재료를 창조해내서 사용하기까지 이르렀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인공물 뿐이다. 컴퓨터 역시 이런 인공물 중에 하나일 뿐이다. 다만 인류가 언어와 건축을 수천년 간 학습해왔던 것에 비해, 컴퓨터를 비롯한 최근의 IT(Information Technology)는 너무나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사용하기 낯선 물건인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인간이 컴퓨터를 익숙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좀더 좋은 성능, 화려한 효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컴퓨터는 예측 가능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보니, 잘 조절하는 법에만 집중하지, 어떻게 이용을 해야 할 지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사실은 그 점이 가장 큰 문제인데 말이다.

단순히 시작 메뉴가 아래에 있어야 하는지 위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HCI는 Human-Computer Interface가 되기도 하고, Human-Computer Interaction이 되기도 한다. Interface를 보는 것은 이미 어떤 형태의 Interaction을 의도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Interaction은 역시 특정 Job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 Job을 컴퓨터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가?

Ubiquitous Computing은 그런 관점을 가져야 한다. 기술의 진보로 컴퓨터를 물건에 내장시킬 만큼 작아지고 저렴해져서, 그럼 어떻게 써볼까 하는 단순히 기술적인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는 신기한 결과를 낼 지는 모르지만 생활의 변혁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것 있으면 좋겠다"라는 아이디어와 실제 아이템들은 많이 나왔지만, 대부분 현실에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가? 그에 대한 관찰이 더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