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재미없는 농담에는 결코 웃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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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농담에는 결코 웃을 수 없다.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고

더 이상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이하 HGG)’를 읽지 않고 덮어버리기로 결심했다. 이 책에 대한 수많은 찬사 때문에 지나친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도중에 덮는 이런 참담한 기분, ‘다빈치 코드’ 이후 참 오랜 만이다.

다음은 황경신씨가 네이버에 올린 HGG 추천평이다.
http://wrd.naver.com/rd.nhn?tb=todaybook&id=1150270345&navertc=6

"컴퓨터나 로봇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세계의 끝이라거나 말하는 소, 돌고래나 레스토랑 같은 건 나에게 익숙한 설정이다. 낯선 것과 익숙한 것이 뒤섞여 있는 것만큼 강렬한 유혹은 없다. 첫 번째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난 이 책에 완전히 흡입되었고, 읽으면 읽을수록 아직 읽지 않은 이야기들이 몹시 궁금해졌고, 그러면서도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복잡해질 테니, 그저 '이 사람은 알려진 우주에서 가장 뛰어난 상상력의 소유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만 알려드린다."

낯선 것과 익숙한 것이 뒤섞여 있는 것만큼 부자연스러운 것도 없다. 이렇게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고 복잡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책은 왜 그리 두꺼운지... (1권에서 5권까지 한데 묶여있는 합본을 구입한 터라 그 두께는 누워서 배고 자기 딱 알맞으니 유닉스 파워 툴, 시스템 관리의 핵심, 인터넷 방화벽 구축하기에 못지않구나.) 우주에서 가장 뛰어난 상상력의 소유자가 쓴 글치고는 너무나 조잡하고 유치하다.

“그의 상상력은 참 말도 안 되게 말이 된다. 미리 경고하지만,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 그것이 논리적으로 도무지 납득 안 되는 것, 그것으로부터 상징도 은유도 심지어 교훈조차도 찾을 수 없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책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답할 수 없다. 알려진 우주에 존재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거대한 칠판 위에 마음대로 나열하는 숫자들의 공통점을 추출하는 일만큼 어렵다. 다만 내 경우에는,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 속에 마음껏 내팽개쳐진 채 논리도 상징도 은유도 교훈도 생각하지 않고, 철저하게 진지하지 못한 자세로 깔깔거리다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늪에 빠져버리는 것이 즐겁다.”

나 역시 책이라면 ‘진지한 의미’ 따위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의무론에는 반대한다. 하지만 이 책이 추구하는 바가 철저히 ‘재미’에만 있다면 적어도 웃기기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은 ‘얘들이 왜 이러고 있지?’라는 물음뿐이었다.
게다가 이 책을 좋아할 만한 사람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다니... 책을 읽고나서 나처럼 후회하고 있는 독자들을 면피하려는 무책임한 평론이 아닐 수 없다.

‘우주적 상상력’과 ‘날카로운 풍자’가 신선한 웃음을 선물한다는데 대체 어떤 부분이 우주적인 상상력이고 날카로운 풍자란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구를 지배해왔던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쥐였다니... 인간은 쥐보다도 못한 존재라는 촌철살인의 풍자가 신선하고 놀라운가? 외계의 머나먼 행성에서 인조인간과 대화하는 매트리스(Matrix가 아니라 잠잘 때 드러눕는 ‘매트리스’)가 그렇게 재미있는가? 우주를 파괴하려는 음모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 크리킷(영국, 호주 등에서 인기 있는 야구와 비슷한 운동경기)이라니 작가는 영국 크리킷 협회를 비꼬기라도 하는 것인가?
과학적 근거나 인류의 운명, 미래의 비전 같은 SF 소설의 무거운 외피를 벗어 던진 코믹 SF 소설이라니 부족한 사건의 개연성과 등장 인물의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은 그렇다 쳐도 곳곳에 묻어있는 억지로 웃음을 유발하려는 어색함은 정말 참을 수 없단 말이다.

무엇보다 작가와 공유할 수 없는 문화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삶과 문명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농담 삼아 비틀어 제기 했다고는 하지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국에서만 통할 수 있는 ‘영국식’ 농담을 즐길 수 있어야 하겠지. 작가도 서문에 그렇게 고백하지 않는가? ‘포트 프리펙트’라는 주인공 이름을 보고서도 미국인들은 웃지 않았다고...

댓글

hey의 이미지

전 참 좋아하는 책인데요. 무엇보다 작가가 뻔뻔하지 않습니까? ^_^

May the F/OSS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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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the F/OSS be with you..


GunSmoke의 이미지

사실 저 네이버 추천평 때문에 서평을 써 봤습니다. 아무리 추천평이라지만 이쁘게만 포장하려는것 같아서... 이 책을 읽고 이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정도로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大逆戰

大逆戰

s_jeho의 이미지

라고 말해도 전혀 신빙성은 없지만..ㅋ;;

아주 단적인 예입니다만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고 웃는사람이 있고, 유치하게 뭐하는짓이냐고 하는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일본쪽에 가면 아주 어이없는 상황설정으로 웃기는 만화들이 제법있지요(마사루라던가, 크로마티라던가..;;)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만 친구놈들은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할지 모르겠다며 비난하더군요

확실히 독자서평이 왠지 판에 박힌듯하긴하지만 책을 읽고 충분히 재밌을사람이 50이고 그렇지 않을사람이 50이라면
재미없다는 서평을 올려서 "재밌을사람 50"의 구매의욕을 떨굴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음.. 그렇지 않은사람 50 은 속았다! 라는 느낌을 가질수도 있겠지만..

그냥 사람은 모두 다르다라는 전제로 봐주시면 어떨까요~

(화면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좋았지만 이해는 안가더라는...)

GunSmoke의 이미지

출판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재미없다는 서평을 올려서는 안되겠지요.
구매의욕을 떨구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평은 백이면 백 다 재미있고 정말 좋은 책이라는 세간의 평 말고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데서 시작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명제에 전제를 두고 있죠.

사실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이 서평을 썼습니다. '다른 사람은 다 재미있게 읽었다'는 책을 저는 재미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것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혹시라도 어떤 분이 제 의견에 동의하신다면 아… 내가 지금 이 시점(3번째 책 중간쯤입니다.)에서 책을 덮더라도 후회할 일은 없겠구나 안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칭찬하는데 자기에겐 맘에 안 들어서 화가 난다라기 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재미있다고 느끼는 부분을 왜 나는 찾을 수 없는 것일까? 내가 지금 이 책을 덮음으로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하는 불필요한 걱정을 해야한다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글쎄요.
독자로서는 이런 서평도 있다는 것을 염두해두고 책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요?

大逆戰

大逆戰

카二리의 이미지

5권이 따로 따로 있는걸 봤는대 정말 책 보는 내내 입이 웃느라 찢어져 있었던듯 -_-;
hey님 말대로 작가가 정말 뻔뻔한거 같다는 느낌이였죠 -_-;
제가 여태까지 본 모든 책중에 가장 뻔뻔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양의 거짓말을 마치 사실인양 해대는 책일듯 -_-;

그리고 이 책에서 비꼬는 상대는 크리켓 협회뿐만이 아니죠 -_- 오히려 안 비꼬는 상대를 찾기가 힘들다는 -_-;

새 생각 :)

nomoreid의 이미지


전 극장가서 보고 DVD도 사버렸습니다. 영화판은 강추 입니다. 미국에서도 1위 했으니까요.

확실히 비쥬얼이 붙으니 재미가 있네요.

책은... 저도 2권째에서 덮어버렸습니다.

Never Ending 삽질.

Never Ending 삽질.

snu21의 이미지

책은 보지도 않았구요.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재미있게 소개 되어 있길래.
여자친구랑 dvd 같이 보다 욕 바가지로 먹었습니다.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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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를 마음대로 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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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를 마음대로 할때까지

82953193의 이미지

有?中文的?,我是?一???女孩那看到???站的,可以互相了解一下?.^_^

dasomoli의 이미지

전 극장가서 봤는데 재밌던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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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아바타 따라하지 마세요!!
dasomoli = DasomOLI = Dasom + DOLI = 다솜돌이
다솜 = 사랑하옴의 옛 고어.
Developer! ubuntu-ko! 다솜돌이 정석



dasomoli의 블로그(http://dasomol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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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end의 이미지

좀 많이 돌려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나 꽤 동떨어진 관점에서 하는 개그 등등이 영국식 개그인 것 같습니다.
3~5권은 정말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지만, 1~2권은 그나마 볼만 했습니다.

소설은 몰라도 영화가 재미없었다면 그 동네 사람들의 개그 감각이 잘 이해가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와 소설의 차이는 소설 상도와 드라마 상도의 차이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 제가 두번다시 최인호 소설을 읽으면 성을 갈아치울 겁니다

Prentice의 이미지

원서의 경우 얼마전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고등학교때쯤 읽었던 번역서의 경우 읽다 말았습니다.

초등학교때 TV판이라거나 외전(?)은 재밌게 봤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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