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시렌의 이미지

며칠전에 학교도서관에서 대여할 책들을 고르다가 한 책에 눈이 가더군요.제목은 다들 아시는 '걸리버 여행기'였습니다.하지만 별 느낌을 주지 못하던 책제목에 자꾸 눈이 가게 만든 것은 책의 두께였습니다.흔히들 걸리버 여행기라고 하면 소인국과 거인국을 여행하는 걸리버의 기상천외한 여행기 정도의 '동화'정도로 인식을 하고 있고 그에 따라 책의 두께도 그렇게 두껍지 않다는게 대게 사람들의 생각이죠.하지만 제가 본 책은 보통 책의 약 2/3~3/4정도의 크기에 두께가 무려 574페이지 였습니다.전 왠 '동화'책이 이렇게 두꺼운지 의아해하면서 책을 빌렸죠.

이 책은 상당히 자세한 '해설'이 책의 뒤에 붙어있습니다.거기다가 책의 중요한 문장들에는 페이지의 밑에 따로 주석까지 마련이 되어있죠.그 문장이 뜻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에 대해서 아주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있죠.거기다가 책의 해설부분은 무려 20페이지가 넘어서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상당히 큰 도움을 줍니다.동화책에 왠 20페이지 이상의 해설이냐구요?

책의 해설에 보면 소 제목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걸리버의 비극적 자각여행'이라고 되어있습니다.우선 이 작품을 보면 걸리버가 여행하는 나라들이 흔히들 알고 있는 소인국,거인국 뿐만 아니라 휘넘국(馬人國)이라던지 아님 이상한 이름(라퓨타를 포함한...)의 4곳까지 포함이 되어있습니다.특히 소인국과 거인국이 작품의 초중반이고 기타 나라들이 중후반들이죠.이 작품을 꿰뚫고 있는 한가지 주제를 말하자면 인간의 본성에 대한 걸리버의 자각입니다.각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겪으면서 생각하면서 그 나라의 '이성'을 가진 존재들과 교류를 하면서 서서히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깨닫는 것이죠.한마디로 말해서 세상 경험이 없는 순진한 젊은 여행자 걸리버가 마치 만화경을 들여다보듯 기이한 여행을 하게 되면서, 인간의 본성을 서서히 깨달아 간다는 내용의 작품이라는거죠.

거기다가 이 작품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풍자적 요소가 드러납니다.이것은 이 책의 저자인 조나단 스위프트가 살았던 시대 즉 영국의 앤여왕이 다스리던 어거스틴 시대의 정치상황,당시의 철학,과학적 사상들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상당히 그리고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걸리버의 기상천외한 여행만이 이 작품의 전체가 아니라는거죠.

시중에 걸리버 여행기가 많은 출판사에 의해서 출판이 되었습니다만.전 '미x사'에서 나온 걸리버 여행기를 읽었습니다.이 책이 스위프트 전공자의 번역과 해설, 상세한 각주를 달고 재출간된 최신 완역판이고 책에 일러스트들이 책의 가치를 한층 더 높여주기 때문이죠.다른 출판사의 책들도 많지만 이 책이 가장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의 해설을 보면 상당히 이 작품에 대해서 공을 들여서 해설을 하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역자가 스위프트 전공자라는 것도 한 몫을 거두고 있구요.작품을 다 읽은 후 해설을 찬찬히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알 수가 있었습니다.작품에 달렸었던 각주와 함께말이죠.

이 책을 읽고나서 우리나라에 흔히들 '동화'로만 알고 있는 작품들 중에서 걸리버 여행기처럼 사실은 동화가 아닌...어떤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 여러개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꼭 무거운 주제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읽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법한 주제를 가진 '동화'이거나요...내일은 다시 학교 도서관에 가서 다른 작품들을 찾아봐야겠습니다.걸리버 여행기와 같은 '뜻밖의 수확'을 거둘지도 모르니깐요.^^

Mins의 이미지

무시무시한 그림 동화 이던가요.. 그게 생각나네요. ^^;
실제로 읽어본적은 없지만, 인터넷에서 관련된 내용을 접하기가 쉬워서...

과거에 실제로 이러한 동화에 사회 비판적 코드들을 집어넣은게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모 스포츠 신문에 연재중으로 알고 있는 양영순? 의 천일야화에 빠져서, 천일야화 책을 읽어볼려고 생각중입니다. (이거 분량이 상당히 많더군요...)

nanosec의 이미지

저는 "어린왕자" 라는 책을 너무 쉽게 일찍 접하게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었습니다.

어린왕자를 처음 읽은것이 초등학교때 였었는데, 나중에 고등학교때 다시 읽고는, 10번이 넘게 다시 읽었고 요즘도 가끔 생각나면 읽곤 합니다.

"어린왕자".. 쉽게, 편하게 접하는 유명한 책이지만, 초등학교때 읽기에는 너무 어려운 책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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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mlet

redflag80의 이미지

아마 yahoo.com의 yahoo랑 관계 있다고 얼핏 들은거 같은데..

이 책 중학교때 읽었었는데 엄청 충격이었죠.. 지금은 대학교 졸업반입니다.

더 아시는 분 코멘트 달아 주세요

codebank의 이미지

미야자끼 하야오감독이 만든 천공의 섬 라퓨타라는 만화영화를보고 어렸을적에
읽었던 걸리버 여행이만 있는게 아니란 사실을 알았죠.
그래서 시간이 되면 모든 여행기가 담겨있는 걸리버여행기를 구해서 읽어보자고
마음도 먹었지만 아직도 못읽고 있네요. :oops:
책을 많이 사지는 않지만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꼭사서 소장을 하는 버릇이 있어서
아마 조만간에 책꽂이에서 걸리버 여행기를 볼날이 올것 같은 느낌입니다.
siren99님이 추천하신 '미x사' 책으로 할지 다른 책으로 할지는 서점에서 판단을
내리기로하고...

모처럼 좋은 정보를 얻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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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

cjh의 이미지

같은 미야자키 감독의 나우시카는 오딧세이 이야기에 나오는 공주 이름이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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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펙토 페트로눔

saxboy의 이미지

걸리버 여행기 뿐 아니라, 어린 시절에 "동화"로 읽은 대부분의 책들은 원작들로 다시 한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흔히 고전이라고 이름붙은 책들을 그럭저럭 좋아하는 편인데, "동화"들과는 완전히 딴판인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ps. 누가 뭐래도 걸리버 여행기의 압권은 "야후"입니다. 걸리버여행기의 엔딩은 야후를 자각한 걸리버가 참회하며 일생을 마치는 것으로 되어 있지요. 스위프트의 글들이 이렇게 우스우면서 시니컬한 놈들이 많다고 하길래 다른 것들도 한번 구해 읽어보고 싶은데, 역시 꼬부랑글씨들은 독하게 마음을 먹지 않으면 일부러 읽게 되지 않더군요. :oops: 그럼에도 불구하고 - 언젠가 앨리스와 오헨리 단편 몇 개를 원서로 읽어본 적이 있는데 - 원문의 감동은 번역본이 살릴 수 없습니다.

차리서의 이미지

cjh wrote:
같은 미야자키 감독의 나우시카는 오딧세이 이야기에 나오는 공주 이름이더군요 -_-

역시 같은 미야자키 감독의 '紅の豚'에 나오는 비행정 정비사인 피오 피콜로와 무슨 피콜로(손녀 딸 이름은 생각이 나는데 할아버지 이름은 영 안 떠오르는군요. 이것도 성차별일까요?)는 드래곤볼에 나오는 나메크 별 사람 이름이더군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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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자유마저 돈으로 사야하나보다.
사줄테니 제발 팔기나 해다오. 아직 내가 "사겠다"고 말하는 동안에 말이다!

purple의 이미지

저는 걸리버 여행기를 중학교 때쯤인가 읽었습니다. 무슨 세계 문학전집이었는데요, 번역의 출처는 모르겠지만 전문이 번역된 거였죠. 지금 번역된 책과 비교하면 주석과 해설이 없을 뿐 번역은 괜찮았던 걸로 기억합니다.(그 나이 때 읽는데도 어려움이 없었으니까요.)

출판계에서 일하고 있는 아는 이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의외로 70년대에 출판된 책 중에서 괜찮은 게 많다고 합니다. 하긴 그때야 저작권 보호도 없던 시절이니 마음껏 세계 명작을 번역할 수 있었겠죠.

동화로만 알다가 요즘 다시 읽고 그 진가를 알게 된 것 중 최근 것은 서유기가 있습니다. 서유기도 완전 번역본이 몇개 요즘 나온 것 같던데 읽어 볼만 하더군요.

kall의 이미지

예전에 서유기를 꽤 두꺼운 5권 짜리로 읽은 기억이 나는군요

어디서 출판 했는지는 모르겠고..

동화나 만화에서 보던 손오공과는 달리,
거의 전령에 가까운 역할밖에 못하는 손오공을 보면서 의외의 충격을 받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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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이길 수 있는자는
무슨짓이든 할수있다..
즉..무서운 넘이란 말이지 ^-_-^
나? 아직 멀었지 ㅠㅠ

warpdory의 이미지

그런 게 많죠.
흔히 아는 삼총사 얘기도 ... (달타냥 .. 까지 끼면 사총사..)
실제로는 엄청난 정치적 음모와 ... 현존하는 성인물 이상가는 노출 수위(심심하면 침대장면에다가 겁탈장면 나옵니다. 예를 들어서 프랑스 왕을 총사대(이 총사대의 대표적인 인물들이 삼총사죠.)가 호위하고 지방 순시를 나가는데, 가는 곳마다 왕의 마음에 드는 여자를 잡아다가 바친다든가... ) 에다가 아침드라마를 능가하는 꼬아서비틀기(A 와 사귀던 B 라는 여인이 A 의 친구인 C 와 눈이 맞아서 도망갔는데, 도망가보니 A 와 원수집안인 D 집안과 가까운 곳이고 그로 인해서 B 는 C 를 버리고 D 에게 넘어가고 이 사실을 알게된 C 는 다시 A 와 의기투합하여 D 를 몰아내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바다건너 영국의 E 라는 공작이 끼어들고, 또 그 공작은 B 여인의 뒤를 봐주던 F 라는 귀부인과 불륜 관계인데, 사실은 F 와 A 는 또 과거의 연인이며 F 는 현재 프랑스 왕비인데, 결혼하기 전에 영국에서 공부할 때 E 공작과 잠깐 그렇고 그런 사이였고... 어쩌구 저쩌구 .... .. 등등... 근데, 이걸 어떻게 기억하고 있던 거지 ?) ... 거기에 약간의 양념처럼 들어간 사나이의 의리 .. 뭐 이런 거죠.
어렸을 때 읽었던 삼총사와 ... 대학와서 읽었던 삼총사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저런 이유로 해서 삼총사 간에 균열이 생겼구나.. 라는 게 어렸을 때 읽었던 내용에선 다 빠져있으니.. 무조건 나쁜놈 .. 인데, 나중에 읽은 것에서는 그 내용이 저렇게 .. 아침드라마 수준으로 나오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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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