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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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리눅스 설치 때문에 돌아다니다가 흘러 들어와서 포럼을 알게 된 대학생입니다. 도움 되는 글들을 찾아보던 중 현업 종사자 분들에게 조언을 받고 싶어 용기를 내서 글을 올려봅니다.

스물다섯.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주니어(3학년) 대학생입니다. 고등학교 때 프로그래밍에 꽂힌 뒤 내 미래는 미국에 있구나 싶어 부모님을 설득해 홀로 미국에 온 지 이제 4년차가 되어가네요.

학교 수업은 별 어려움 없이 따라가고 있지만, 슬슬 취업이 눈앞에 다가오기 시작하니 학점 빼곤 실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니 걱정이 되네요.

조만간 인턴 쪽을 알아보면서 실무 쪽 경험을 쌓아보려 합니다만, 도대체 제가 뭘 내세워야 할 지 모르겠네요. C/C++로 입문, 고등학교 때부터 정보 쪽을 공부해서 자료구조/알고리즘 쪽은 나름대로 자신은 있습니다만, 실무 쪽에선 필요할지도 의문입니다. 학원에서 중고등학생들 알고리즘과 자료구조 시간제 강사 경험이 있지만 취업에 도움이 되긴 할런지... 아, SQL은 나름대로 관심도 있는데다 학교 수업으로 들은 적도 있어서 조금 다룰 수 있습니다.

취미삼아 이것저것 건드리면서 파이썬이나 자바, 리눅스, html5, php같은 건 기초적인 수준은 다룰 수 있지만 아무래도 제대로 활용할 일이 없다시피 해서 고만고만한 수준입니다. 그쪽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혀지겠지요... 일단 현 Univ로 편입하기 전에 CC단계에서 Computer Science 전공으로 AS-Degree를 받아두긴 했는데, 유학생 입장에선 취업에 별 도움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지금 영주권 절차를 밟고 있고(하필 트럼프 타이밍이랑 겹쳐서...흑), 학생인턴 쪽은 비교적 써먹을 데가 있을지 싶어서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어 실력은...유창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영어 들으면 못알아 듣는 말도 많고, 말할 때 버벅이고... 하지만 부끄러움이 없어서 그냥 못알아들어도 못알아듣는대로 막 던지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입니다. 제가 유학생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더군요.

휴... 말해 놓고 보니 그간 시간을 너무 흥청망청 쓰고 정작 이룬 건 없어 보이네요... DB도 DB지만 모바일이나 웹 등 이것저것 흥미 가는대로 마구 들쑤시다 보니 정작 겉핥기만 하고 깊게 판 게 없어 뭘 잘한다고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다음 학기에 인턴을 알아보려 하는데 영어야 그렇다 쳐도 실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다 보니 무엇을 먼저 공부해야 할지도 막막하네요. 일단은 학생인턴을 잘 뽑지 않는다는 DB쪽보단 모바일이나 웹 쪽으로 인턴을 구해볼까 합니다. 다음 학기까지 약 4개월~7개월 정도. 그동안 무엇을 공부해야 할 지 현업 종사자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굳이 공부해야 할 부분이 아니더라도, 뭔가 조언을 해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주변에 현업 종사자 분들이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네요.

gurugio의 이미지

저같은게 조언할 입장은 아니지만..
제가 보기에 모든게 막연한건 대학때 다 그런거 아닌가 싶은데요.
좋은 지역에서 유학하면서 영어도 적당히 되시고 학위도 받고 영주권도 받고 더 바랄게 없는 조건인거 같은데요.
뭐가 고민이신지 글만 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학생이고 아직 실무를 잘 모른다는건 당연한거고, 이것저것하면서 재밌는걸 찾기만 하면 될것 같습니다.
학교공부 열심히 해서 이론적으로 잘 갖춰지고,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흥미가 있는 상태정도면
신입으로 취업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것 같은데 아닌가요?
미국이라고해서 신입한테 경력을 요구하지는 않을것 같은데요.

막연히 뭔가 하고싶은데 뭘해야할지 모르겠고 불안하기만하다면 요즘 유행하는것부터 해보세요.
어쨌든 불안하고 막연한건 대학생때 당연한 것 같습니다.

foxholic의 이미지

답변 감사합니다.

실무 관련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너무 먼 나라 이야기 같아서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맞긴 한가. 너무 남들보다 뒤쳐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불안했었는데, gurugio님 답변을 보고 마음이 좀 놓이네요. 당장은 마음을 좀 편히 갖고 흥미가 가거나 요즘 유행하는 것들 위주로 많이 경험해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삐약삐약

vagabond20의 이미지

gurugio 님 말씀대로 대학생때 미래에 대해 불안하고 막연한것은 당연한것 맞습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미래에 벌어질 많은 '좋은 일들' 때문에 설레일 수 도 있고요.
*
대학 막 졸업한 신입 개발자들에게 실무에 대해 많은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가르치면서, 프로젝트에 투입시키면서 해당 직원이 얼마나 잘 해 나가나 보기 시작합니다. 엄청 어려운 일을 시키지도 않습니다. 물론 이것 저것 시켜보니까 다 잘 하면 난이도있는 것을 하나씩 던져줄겁니다.

대학 다닐때는 전공서적을 많이 확실하게 읽고 이해 해 두는게 나중에 뭘 하든 도움이 될겁니다.
그리고 굳이 컴퓨터에 관한것 말고라도, 컴퓨터 관련한 스킬을 나중에 이런데도 쓰면 좋겠다 싶은거 있으면 (예를 들어 순수과학, 천체물리학 이나 경제, 사회학 등) 조금 곁다리로 봐두는것도 괜찮을것 같고, 흔히들 '공돌이' 들이 인문학쪽에 많이 부족하다는것을 스스로도 사회에 나와서 느끼는데, 영미, 혹은 서양 문학 작품을 영어로 읽어두는것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생활하며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보기에는 님의 걱정 내지 조언요구는 보기에 따라서는 - 가진자의 여유 ? - 로 보일 수 도 있겠군요.

그런데 - 막상 졸업 즈음에서 취업을 할때 의외의 복병이 나타날 수 도 있을겁니다.
우선 영주권을 확실하게 받게된다면 뭘 해도 결국 풀릴겁니다. 어렵게 (저의 20년전 경우처럼) H-1B 비자같은거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많은 회사들이 이제 영주권 스폰서나 H-1B 비자 스폰서를 안 서려고 합니다. 아예 뽑을때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를 뽑으려는게 경향입니다.

첫째도 둘째도, 세월이 흘러도 - 문제될것은 역시 '영어' 입니다.
이정도면 되겠지 한 수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는게 영어 입니다.
뾰족한 왕도도 없어보입니다, 제 경험으로는요. 여기 (미국) 에서 나고 (영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누구나 겪게 되는 고충이요 과정입니다.

미리 좌절할 필요는 없고요 - 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공부에 대해서 혹은 사적인 일로 대화를 많이 나누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한지 모르겠으나 맥도날드나 슈퍼마켓 같은데서 말을 많이 하는 아르바이트 같은거 하는것도 좋겠군요.

인턴을 언급하셨는데, 굳이 컴퓨터일 하는 인턴을 미리 해 보는거 물론 좋은 면도 있지만 어차피 비슷한 일 회사에 들어가면 주구 장창 - 어쩌면 평생 할겁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몇자 적었습니다.
건승을 빕니다.

여의도자바

foxholic의 이미지

답변 감사합니다.

미국 h-1비자도 요즘은 STEM이고 뭐고 취업하기 쉽지 않다는 소릴 듣고 과감하게 그간 벌어둔 돈을 모아서 영주권 절차를 밟는 중입니다. 요즘 트럼프 당선된거 보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네요. 1년간 패스트푸드점에서 최저시급 받고 일하는 쪽이긴 하지만 그것도 영어적인 의미에서 많은 경험이 될 것 같고요. 아주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라 미국인 친구 사귀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하다보면 조금이라도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턴은 취업 전에 실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번 감이라도 잡고 싶어서 계획중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인턴이라도 경험해 보는 쪽이 좀 더 대비하기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나중에 취업할때 스펙으로서 도움되는 부분도 있고요.

역시 영어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되네요. 미국 온지 4년이나 되었는데 워낙 기초가 부실해서 아직도 영어가 어렵기만 합니다. 좀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군요...

삐약삐약

ybjeon01의 이미지

그간 벌어둔 돈으로 영주권 절차를 어떻게 밟는 중인지 알 수 있을까요? 저도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취업하는 걸 계획 중이라 궁금하네요.

joone의 이미지

개발자의 꿈을 위해 고등학교 때 미국에 갈 결심을 하셨다니.. 대단하군요.
사실 개발자를 꿈꾸셨다면 지금쯤 뭔가 혼자 만드는 소프트웨어가 있어야합니다.
물론, 신분 문제 때문에 취업도해야겠지요.
신입개발자에 요구하는 것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우선 프로그래밍 언어를 잘해야겠죠. C/C++, 자바스크립트 등 뭔가 잘하는 언어가 하나 있어야 합니다. 취업을 위해서는 코딩 인터뷰를 통과해야 합니다. 토익 시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200~300개 정도 기출 문제를 풀어보세요. 그리고 github에 만들어본 프로그램을 올려야 합니다.

신입 개발자에게는 프로그래밍 언어 기본 개념들 그리고 leetcode에서 easy 정도를 물어보는데, 막힘 없이 코딩을 해야 하고 설명도 잘해야합니다(영어 중요).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한 만든 과제 프로젝트가 업무와 연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건 좀 운도 좀 작용하죠. linkedin에서 회사들이 어떤 스펙의 개발자를 뽑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시고 관심가는 분야에 일종의 경험을 좀 쌓아야합니다. 한국 회사도 알아보세요. LG에서 인턴하고 취업해서 미국 회사로 옮긴 분도 봤어요.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