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겹결에 풀스택디벨로퍼

응원해 주시는 말씀 고맙습니다.
*
제 아들 (자바 개발자) 이 그러더군요.
'아빠는 겁이 너무 많아요. 아빠처럼 노력이라도 하는 사람은 절대 내치지 않아요.'
하면서 자기가 입사해서 초기에 얼마나 대충 대충했는지 말하면서 그래도 벌써 3 년 넘게 잘 다니고 있다고...

살아남는다는 의미가 여러가지가 있을겁니다만, 15 년전에 직장에서 짤려본적이 있어서 그 트라우마가 심한것같습니다. 그 악몽이 되살아나는것 같은데, 친분이 있는 이 직장의 다른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갑작스럽게 그런일 혹은 직급강등 같은것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말 리뷰때 PIP (Performance Improvement Plan) 을 부여하면 위험신호라고 하더군요. 그 과정을 통해서 살아남으면 괜찮은데, 그걸 통과하지 못하면 해고라고. 하지만 웬만해서는 직원에게 PIP 를 주지 않는다고.

그러나 제 입장에서는 만약 그 플랜에 들어가라고 하면, 전에 속해있던 부서로 돌아가거나 말씀하신대로 회사를 옮기는것도 생각중입니다.

더 열심히 해서 살아남아야지요. 이일이 재미도 있고 오기도 생깁니다. 제 앞에 무슨일이 벌어지든 중요한것은 어제보다 오늘, 지난주보다 이번주에 제가 아는것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것이고 결국은 full stack 개발자가 되고야 말것이라는 각오가 생긴다는겁니다.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부러울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30 년 넘게 C를 했다고는 하나, 실력도 변변치 않아서 (전에 일하던) 부서에서 거의 '도사' 수준의 5 년 선배직원에게 큰소리로 핀잔을 들으면서 일했으니까요.
항상 생각은 있었습니다. 나는 도대체 언제나 저사람 수준까지 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퇴근하고 집에 오면 지치니까, 하고 있는 C를 더 잘하기위해서 혹은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자 컴퓨터앞에 앉는게 정말 싫은데다 뻑하면 늦은밤 혹은 새벽에 (주로 시간대가 다른 유럽쪽) 서포트 콜이 오고 그거 해결하느라 날밤을 샐때도 참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렇게 날밤을 새면서 일할때가 사람들이 저를 찾는, 그래도 뭔가 내가 잘 하는 분야가 있고 나름대로 자부심 또는 보람 같은것을 느끼며 살고 있던 때였네요, 지금 헤메고 있는 현실에 비교하면은요.

늘 생각은, 앞으로 그래도 10 년은 일해야 은퇴다운 은퇴를 이곳에서 '정식' 으로 할 수 있고, 그러려면 하고있던 C 로는 어렵겠다 생각이 들던차에 아주 우연히 지금 부서로 와서 전문분야를 전향하고 있는겁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다보니 (핑계입니다, 사실) 요즘 기술 따라가는게 쉽지않고, 매니지먼트는 팀내의 모든 개발자가 동등한 수준으로 일을 해서 목표하는 바를 목표하는 시간에 맞추길 원하는게 당연한것이고 거기에 템포를 못 맞추면 개인적으로도 주눅이 들것이고 팀에도 마이너스가 되는게 보일테고... 노력만이 저를 이곳에 계속 붙어있게 할것입니다. 일단 기회가 주어진것은 좋은일인거 맞습니다. 적응하는것은 본인 노력에 달린것이고요.

저 역시 퇴근후 독학으로 요즘 기술을 연습하고 배워보려고 시도는 많이 햇습니다. 책도 많이 사고 인스톨하고 시작은 하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한가지 알게된것은, 어느 리크루터나 해당 회사 하이어링 매니저도 해보지 않은것을 배우면서 하겠다고 하면 뽑아주지 않을거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 보지도 않은것을 이력서에 써 놓고 해 봤다고 하는것은 스스로도 양심에 찔리고, 무엇보다도 기술인터뷰때 통과가 안됩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독학을 하되, 실전과 유사하게 프로젝트를 몇개 해보면서 실력을 키우고 이력서에 사실대로 쓰는겁니다. 그리고 기술 인터뷰를 통과하면 나이랑 상관없이 전문분야 전향이 이직을 통해서 가능하리라 봅니다. 이게 쉬운게 아니라는것은 저의 10 년 넘는 도전과정이 잘 말 해 주는것 같습니다. 책에 나온대로 끝까지 다 컴퓨터앞에서 해보지 못하는 나의 게으름과 타성에 젖어있고 안주하려는 생각... 넌덜머리가 나고 자책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렇다고 사회성이 강해서 매니지먼트에 합류하는데 적극적이지도 못하고, 나는 그냥 평생 엔지니어로 지내다가 은퇴할때 되면 은퇴하는게 그나마 잘 산거겠구나 하고 살고 있습니다.

쓰다보니 혼자 넋두리한게 되었네요.
gurugio 님도 힘 내시고, 몸과 마음이 고단해도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 하시고자 하는 전향대상 새로운 전문분야의 책이나 과정을 끝까지, 반복해서 해 보십시오. (저는 그렇게까지는 못했지만요.) 그 분야 프로젝트도 몇개 해 보시고 이력서에 올려 다시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가장 말로는 하기 쉽고, 실천은 어려운 - 이 바닥에서는 노력하는 사람 못 당합니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