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엔드 임베디드.. 개발자 진로 고민입니다.

cfcmanson의 이미지

안녕하세요, 전자회사에서 약 9년간 BSP업무를 했던 개발자입니다.

그 기간동안 결혼도 하고, 어린이집 다니는 아기도 있습니다.

그 기간에 깊이있는 공부를 하며 업무를 즐겼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임베디드의 방대함과 깊이에 압도돼서 그날그날 이슈를 처리하는것에 급급한 삶을 살았던것 같습니다.

그나마 회사에서 생산적인 일을 했던건 F2FS 파일시스템 분석을 해서 파일명으로 파일 실제 데이터가 저장된 곳까지 찾아가는거 정도까지 정리했던거네요.. 그 외에는 이슈분석인데.. 주도적으로 큰이슈를 해결했던건 거의 없고, 포팅업무가 많았던것 같습니다. Bootloader수정이나 부팅속도 관련 기법적용, lpddr mr수정이나.. sdcc쪽 코드보는거랑 mipi to dp 칩 살려본 정도 인것 같습니다.

그러다 2020년에 만난 팀에서 사람들에 적응도 안되고 번아웃이 와 1년간 휴직을 했고, 21년에는 사업본부가 없어지며 전배를 가게 되었습니다.

휴직 기간 뭐라도 만들어보고싶어 유니티와 포톤 볼트(P2P방식 네트워크엔진), Azure playfab multiplayer(docker를 이용한 서버. 게임방 관리 및 아이템박스 생성 등의 역할)를 사용해 fps게임을 6개월간 만들기도 했는데, 게임성의 문제로 뒤늦게야 액티브 스킬을 추가하는 결정을 했고 그 작업을 하다보니 휴직 기간이 지났네요..

복직하니 전배를 가야했고, 자기 소개 문서에 도커를 쓰고 게임을 만든걸 어필해서인지 운좋게(?) 계열사의 통신회사에 새로 생기는 웹쪽 개발부서로 갈수있게 되었습니다.

스프링부트와 vue.js를 사용하는 곳인데 si계열사 밑에서 일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가고나서 개발을 하다보니 웹개발에 영 흥미가 가질않고 다시 임베디드 쪽을 보고있습니다..

주변에서는 모두 기껏 옮겨놓고 이제와서야.. 라는 반응이고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합니다.

여기서 검색하다보니 여의도자바님 글을 자주 보았는데, 대선배님께서도 옮기시는걸 보면 역시 백엔드가 대세인가 싶다가도 글을 정독하다보면 분야를 옮기는게 어렵긴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열살 아래 선배한테 쓴소리들은것도 너무 힘들었는데, 아들뻘한테 얘기들으시는건 진짜..

최근에는 AustinKim님의 아래 책을 발견했는데, 그동안 OS내부 구조를 봐야하는데.. 하고 생각만 하다가 이 분은 12년동안 저렇게 전문성을 쌓으셨구나.. 하면서 존경심이 들고, 이해하기 쉽게 제가 알고싶던 내용을 적어주신것이 너무 흥미로워 열심히 보고 있는데.. 책을 보면서 다시 임베디드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디버깅을 통해 배우는 리눅스 커널의 구조와 원리

임베디드 시장이 작아지면서, 전문성 없는 사람들은 다시 들어가기 어려운 시장으로 변해가는것 같은데, 연봉을 낮춰도 임베디드를 다시 할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열심히 할텐데.. 하면서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모르겠네요..

주변 선배분들꺼 문의드렸을때는 웹쪽 이왕 옮긴거 거기서 적응 완료하는게 제일 나을거라고 하시는데.. 적응 못하는 못난 개발자는 못난 고민을 하고있습니다.

사실 지금 회사에 사람들과 업무에 너무 적응이 안돼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고 임베디드로 가야지 확신이 들면 퇴사하고 라즈베리파이로 블루투스나 다른 만져보지 않은 디바이스 살리는것 좀 해보면서 이직 준비할까 싶기도 합니다. 그것도 안되면 아예 포기하고 도배학원을 다닐까 싶기도 합니다.

라스코니의 이미지

이직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고 하더라도 현 직장을 퇴사하고 준비하는 것은 비추입니다.
당장 새 직장이 잡힌다는 보장도 없고, 초조하게 준비하는 동안 이도 저도 아닌 타 직종이 좋아 보여 옮기게 될 수도 있고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차근히 현 직종에서 적응하는 도중에 병행에서 관심있는 직종 공부도 하시고 전직도 알아 보시기 바랍니다.

cfcmanson의 이미지

넵. 말씀 감사드립니다.
악순환이 제일 무서운거 같습니다.
쿠크다스 멘탈이라 궁지에 몰렸다싶으면 패를 던져버리는 편이라 멘탈잡기가 쉽지않네요.. ㅠㅠ

irongate의 이미지

임베디드하다가 웹쪽으로 전환이라 정말 180도로 다른 분야로 이직하셨네요.적응이 정말 쉽지 않겠네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임베디드, 커널, 네트웍 분야의 개발자 분들이 웹 개발을 쉽게(???) 보거나, 약간 재미로 보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저도 그렇구요.
저도 frotend 스킬이 너무 없어서, 주말에 독학으로 vue.js 좀 다루다가 포기 했습니다. 공개 소스도 많고, 템플릿도 많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역시나 많은 지식과 시간을 녹여 넣어야 되더군요.
예를 들면 이런거죠: https://github.com/jiho-dev/spider. 결국 흐지부지...
직접적으로 회사 업무와 관련 없으면 조금만 복잡하면 포기하게 되더군요.

흥미 없어도 장수하는 개발자가 되기 위한 무기를 하나 더 마련한다 생각하고 버티고, 배우세요. 월급 주면서 배울 기회 주는데, 어렵다고 포기하면 안됩니다. 독학으로는 도저히 불가능(?) 합니다.
그러면서 천천히 앞으로의 진로도 고민하시고, 정말 임베디드 시장에서 애들 대학 보낼수 있는지도 고민해보세요.
그리고 현재 계신 부서에서 업무 성과가 나올때쯤, 다시 돌아 보세요. 그래도 임베디드를 하고 싶은가...

cfcmanson의 이미지

조언 감사드립니다. 써주신 내용보니 이쪽 분야에 매진하는 선택지에 대해 생각이 많이 생겼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불경한 마음을 갖고 있는것 같습니다. 튜토리얼식의 진행해놓고서 그런 마음을 가졌다니 부끄럽네요..
마지막 두 말씀은 의미가 크네요..
임베디드로 가서 제가 오래 버틸수 있을지..
업무성과가 올라올때.. 다시 생각하면 그때도 지금과 같은 생각일지..
두가지 주제로 열심히 생각해봐야할것 같습니다.
아닐 확률도 꽤 높을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돈받고 공부하는데 포기하면 안된다는 말씀.. 보고서 너무 맞는 말씀이라 진짜 포기하면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명언입니다...

vagabond20의 이미지

(영광스럽게) cfcmanson 님께서 저를 언급하셨네요 :)

저에게 매일 오는 이메일과 전화들 거의 모두 리쿠르터들입니다. 그 내용은 전부 풀스택디벨로퍼 구인!
즉 지금 하시는 일이 취업시장에서는 (최소한 미국에서는) 가장 잘 팔리는 분야같습니다.
그러니 cfcmanson 님도 월급받으며 배우는 편이 훨씬 나은거라고 저 역시 생각합니다.

저도 '전배' 하기전에 혼자서 앵귤러 잡고 낑낑거리며 전체 30+ 챕터 중에 아주 기초적인 처음 열 챕터만 반복해서 해 보다가 어렵고 복잡해서 거의 포기했었는데, 지금 이 팀에 와서 머리 쌩쌩 돌아가는 젋은 사람들과 경쟁하다시피 일을 하다보니 조금씩 나아지는것을 느낍니다.

물론 아직 멀었고, '흥미' 는 생기지 않지만 '오기' 는 생깁디다. (내가 요걸 못한다구? 하면서)
매니저와의 싸움, 나이많은 (그래서 자기들보다 월급 많이 받는) 늙은 개발자를 밟고 올라서려는 (매니저와) 같은 국가 출신 개발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속에서 매일 매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평균 3 일이상은 새벽에 일어나서 진도 따라가려고 노력하다보니 서서히 그들하고 비슷한 속도까지 가는 듯 합니다.

소위 어자일 (Agile) 이라 해서 왜 그거 있잖습니까? (다른 개발자분들은 어떤지...)
2주 마다 스크럼 회차가 시작하고 그 2주안에 과연 몇개의 지라 (Jira) 카드 / 테스크를 완료해서 '납품' 하는가를 속도 (velocity) 계산해서 계속 평가하지요. 그게 또 연말이 되면 개발자들 목줄을 잡을테고 말입니다.
지금 제가 하는걸 봐서는 딱 경계선에 있을것같습니다. 짤리느냐 계속 다니느냐의 경계선 :(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어보려다가 리쿠르터들의 자바 풀스텍디벨로퍼 조건을 보니 (최소 3년, 시니어 풀스텍디벨로퍼는 8년 이상) 이제 겨우 1년 반 조금넘었으니 아직 아니다 싶어서 실력이 더 쌓일때까지 이직은 미뤄두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가 연봉이나 조건이 괜찮은 회사인것은 맞고,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것이 어쩌면 더 나을것같다는 생각도 하고요.

제 얘기만 했네요. (나이들면 말이 많아집니다.)

어쨌거나 지금 계신곳에서 실력을 더 쌓으시고 별로인거 같아도 이게 오랬동안 직장생활하기에는 괜찮다는 생각을 하신다면 열심히 하시길 권합니다. 예전에 하던일에 대한 미련 혹은 되돌아가려는 유혹, 상당할겁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쪽 분야가 '대세' 인것 같습니다.

여의도자바

cfcmanson의 이미지

여의도자바님 생생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제가 웹 분야를 계속 공부한다면 여의도자바님이 생활하시는 모습을 롤모델삼아 지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최근 약 한달간 계속 자존감이 바닥이라 얼마전 상사분들에게 면담을 받았습니다. 여러 상사분들이 있는데, 제안받은것이
1. 다른 부서로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이동을 신청 (사실 통신사라 대부분 개발 관리 역할인 것 같습니다. 유니티 개발 경험이 있는 인원을 뽑는 곳도 있던데 이쪽에 된다고 해도 개발이 재미는 있을것 같지만 커리어 파편화가 더 심해질 것 같아 좋은 길이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2. 백엔드쪽 일을 주로 하였는데 프론트엔드를 해보는건 어떨지
3. 직무 이동자들 대상 백엔드쪽 교육이 약 2달 정도 있는데 받아보는건 어떨지 (하필이면 기간이 프로젝트 종료 직후라 바쁜 시기에 장기간 교육을 받는것이 좀 걸립니다. 하지만 현재 타의로 개발에서 제외되어 테스트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다른 사람에게 크게 영향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 교육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얘기를 했는데, 상사분들의 의견이 일치해야해서 가능할지는 잘모르겠습니다.

답글 달아주신 내용을 보고 정신차려서 변화 없이 업무를 계속하거나 프론트엔드를 배워서 업무를 진행한다가 제일 좋은 길일것 같아보이긴 합니다. ^^;

dontdieych의 이미지

지나가던 사람 입니다.

글을 잘 쓰시네요.

결정 하신 일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cfcmanson의 이미지

^^; 말씀 감사드립니다~~
두서없이 썼는데 의외의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네요..ㅎㅎ;;
계속 생각은 왔다갔다하기는 하는데.. 조금 가닥을 잡아가는것 같기도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asiawide의 이미지

재직중인 회사에서 임베디드 개발자 찾고 있는데 혹시 관심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구인공고 포스팅은 신경쓰지 마시고 임베디드개발, 시스템 QA 자동화 이런쪽 업무이고요.
아래 링크의 주소로 영문 (국문도 상관은 없고요..) 이력서하고 경력 소개서 같은거
보내주시면 개발팀으로 넘어올것입니다.

https://furiosa.notion.site/Software-System-Software-Engineer-61fa2819167b45d5bee2aa60032f8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