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를 옮기고 고민이 있습니다.

vagabond20의 이미지

(오타수정)
지금 제 고민을 털어놓을곳이 이곳이 유일합니다.
너무 개인적인 일을 투덜댄다고 나무라셔도 할말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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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분들은 아시겠지만 9월초에 부서를 옮겨와서 일하고 있습니다.

30년여 해 오던 금융분야 C 개발자의 길을 접고 빅데이타 개발자의 길을 가고 싶어서 지금의 부서 (일종의 기획/총괄본부 IT 부서 - 데이타베이스팀과 UI 개발팀이 같은 매니저 아래 있슴) 에 와서 두달넘게 데이타베이스팀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랑 직급이 같은) 시니어개발자들이 두명정도 있지만 실제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젊은사람 둘입니다. 모든 인스톨이나 개발관련 일정등, 심지어 시스어드민 역할까지 모두 그 두사람이 도맡아 하고 있고 나머지 인원은 틀에 정해진 일상적인, 개발이라기보다는 데이타 모델링, 데이타베이스 테이블 업데이트, 사용자부서 요청에 의한 신규 테이블 등록 등의 일을 하고 있으며 그것을 개발일이라고 부르는데, 저는 아직도 어색합니다. 개발일은 프로그래밍 언어로 요구사양에 맞게 코딩하고 테스트하는것이라는 저의 고정관념과 좀 다르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팀원들의 저에 대한 경계심 혹은 저 혼자만의 생각에서 비롯된것같습니다.

시스템접근에 필요한 변경이나 등록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계속 잘 안되고 있었고, 그 와중에 기존의 (인도출신) 개발자 몇몇이 저에게 질책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그걸 아직도 모르냐는 식, 자기는 분명히 가르쳐 줬는데 왜 하라는대로 하지 않냐, 뭐 이런 식인데 (인도출신 개발자들 특유의 행동중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국인 개발자들은 좀체로 그런 직접적인 지적은 하지 않습니다), 정작 그 일을 하려 시스템접근이나 특정 툴을 쓰려면 막혀있거나 권한이 없거나, 누군가 사용자 계정을 lock 걸어놔서 그냥 앉아서 바보가 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이들이 나를 환영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달을 보내면서, 매니저가 약속한 앵귤러와 파이썬등을 사용하는 UI 팀으로의 배속은 계속 미루어지고 있는 상황에, 새로 들어오는 팀원은 두분야 (지금의 데이타베이스 관련일과 UI 개발관련일) 다 하도록 해야하니 먼저 데이타베이스쪽일을 배우라고 했고요. 좀 실망스러웠지만, 조직이라는데가 자기가 하고싶은일만 하는곳은 아니니 그냥 더 기다려볼까 하던차에 ~

이곳에 오기 훨씬 전부터 가고싶었던 금융분야 개발부서의 옛 동료가 자기네 사람뽑는다고 올 생각없냐고 연락이 온거에요. 혹시 지금 부서가 정말 마음에 안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그 친구와 이메일을 주고받고 이력서를 보냈지요.

그런데 제가 큰 실수를 해 버렸습니다.

Lync 채팅의 화면공유가 켜져 있는것을 깜빡하고 그친구와 주고받은 이메일 제목과 채팅창 내용이 조금전 멘토로 저와 얘기를 주고받던 (인도인 여성) 개발자에게 보여진겁니다. 얼른 공유버튼을 껐지만 그 개발자가 보았을 확률이 상당히 큽니다. 그리고 그 말이 팀전체에 돌았을 정황을 근래에 알게되었습니다.

스크럼마스터에게 그 개발자가 스크럼미팅 말미에 개인적으로 할 얘기가 있다고 하고 미팅이 끝난적이 있는데, 그 후 더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불친절하게 대하는게 느껴졌습니다. 거기에다가 그 금융부서로의 이동은 타진단계에서 막히고 말아 무산되었고요. 그래서 그 후로는 주어진일이나 열심히 하고 시니어 엔지니어 역할을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 괜찮을거야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모든게 밝혀진것도 아니고, 제가 스스로 실토할 성격의 일도 아닌것 같고 - 아예 회사를 그만두는게 아닌 이상 타부서로의 이동은 자기 적성에 맞게 혹은 개인의 진로개척을 위해 오히려 전체 그룹차원에서는 장려하는게 이 회사의 방침이라 뭐 죄지은것같은 생각을 할 필요 없다고 스스로 위로합니다만...

두달이 지난 후에야 모든 툴 사용과 시스템접근이 가능해져서 그나마 다행이라 이제부터 제대로 문서보면서 이곳 개발자들이 해 놓은거 보면서 데이타베이스 테이블 신규 생성이나 갱신, 그에 따른 등록, 테스트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가 어찌 해야 할까요?
(물론 답은 정해져 있을겁니다. 이 회사를 스스로 떠날 생각은 전혀 없고요.)
여기 오시는 개발자분들의 의견이나 충고, 조언을 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하이오에서

irongate의 이미지

우선 매우 불편한 상황에 계신듯 한데, 위로를 드립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해서 본인이 선택해서 부서 전배를 했는데, 환영인사가 좀 거친듯 하네요.

저도 최근에 거의 모험에 가까운 선택을 했는데, 다행이 무사히 적응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이어서 무사히 정착했습니다. 그래서 1년 몇개월이 순식간에 지나갔네요.

네,답은 정해저 있네요.
멘토(또는 매니저)와 대화를 하는 것이 답 일듯 합니다. 제 추측에는 다른 팀원들이 특별한 감정있다기 보다는 새로 온 사람을 팀원으로 받아 들이기 위한 (유기적,물리적,화학적,정신적으로) 결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저항감 아닐까 생각 합니다.

저 역시 이직하면서 가장 우려 되었던 부분입니다. 구체적으로 표면에 들어나지는 않지만 기존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적당히 방해하고 배척하고 저항하면 사실 안착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런 저항감을 없애려면, 나는 무장하지 않았고, 여러분들과 잘 지내고 싶고, 팀에 공헌하고 싶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이 최선일듯 합니다.

그리고 커피/선물 등 물량 공세를 하는건 어떨까요??? 허용 되는 범위내에서 뇌물은 저항감을 없애는 최고의 방법 아닐까요? 저녁 식사도 좋고...

vagabond20의 이미지

네, 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마음먹기에 달린것같습니다.
팀에 공헌하는 모습이 팀원들에게 보여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땡땡이꾼은 아니군!' 하는 인식을 하게 되면 문제가 없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것은 기본이고요.

시간내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의도자바

세벌의 이미지

kldp에서 낯익은 닉네임이라 어느 분인가 보니
https://kldp.org/node/163674
글 쓰신 분이군요.
일하다 보면 어려운 일도 있겠지만 님께서 이겨내고 더 커 갈 거라 믿습니다.
잘 될 거예요 :)

vagabond20의 이미지

사람 사는데 어디나 다 거기서 거기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진심을 담아 일하고 사람 대하다보면 잘 될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과정속에 있다보니 마음이 편하지 않은것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의도자바

나빌레라의 이미지

저보다 사회경험이 훨씬 많은 분이라 제가 조언하는게 맞나 싶지만 그냥 제가 미국에서 회사 생활하는 방식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라서 사실 가능한 것이긴 합니다. 저는 회사 생활하면서 인간 관계에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이에 인간적 친밀함이 있으면 좋지만 꼭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싫어하든 배척하든 따돌리든 어쩌든간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어떻게 신경쓰지 않을 수 있냐고 하시겠지만 그냥 사람들하고 대화를 안하면 되더라구요.

딱 업무에 필요한 이메일만 주고 받지, 개인적인 대화는 거의 안합니다. 제가 질문할 일이 있을 때는 이메일로 보내고, 누가 저한테 뭘 물어보면 듣고 대화 하는게 아니라 그냥 "send me email" 이럽니다.

사람들이 뭘 어쩌건 내가 안짤리면 되는거고, 내 고과를 결정하는 사람(매니저)에게 무능력하지 않다는 것만 보이면 됩니다.

저는 이렇게 회사 생활하고 있는데, vagabond20님 상황이라면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댓글 달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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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vagabond20의 이미지

네, 바로 나빌레라님이 말씀하신게 (제가 보아 온) 보통 미국인 직장인들의 자세이고, 가장 합리적인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하고 땡땡이 치지 않고 성실하게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그만이고 계속 월급받으면 그만입니다. 맺고 끊는다고 하지요. 디스크릿하게 '0 아니면 1' 하는 식으로 생각하려 하다가도 소심한 성격에 이런글도 올려서 여러분들 얘기를 듣고 위로를 받고 싶었나 봅니다.

일부러 시간 내서 댓글 달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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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을 하는것은 나이나 경험과 상관없다는것을 여기 미국에서 직장생활하면서 많이 느꼈습니다.

여의도자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