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의 글쓰기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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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페북에서 팔로우 하는 과학자와 공학자 몇분이 계십니다.

'과학과 사람들' 이 하는 '과학하고 앉아있네' 팟케스트 를 통해 알게 된 분들인데, 이분들 공통점이 글을 정말 잘 쓴다는겁니다. 그 수준이 프로페셔널이라 할 수 있지요 - 이미 이분들은 각자 책을 수권 ~ 십수권 씩, 자기 전공분야와 관련이 있거나 없거나 써서 세상에 내 놓은 분들이니까요.

그런 수준이다 보니 페북에 글쓰는 수준도 경지에 올랐다고 할까?
무엇보다도, 페북이라는곳이 다른이들과 소통하는 장소이기도 해서 그렇겠지만, 제가 이분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글을 한줄 쓰더라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표나지 않게 배어있다고 해야하나, 설령 반대의견이나 약간의 설전이 있을때에도 예의를 갖추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글을 쓰는겁니다. 물론 항상 많이 배우게 됩니다.

우리가 아무렇게나 감정을 섞어서 쓰는 단어들은 어느분이 지적하신, 하대하는 말이거나 상대방을 아예 모욕하는 용도로나 쓰이는 말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제가 따르는 위의 과학자/공학자 분들은 웬만해서는 누구를 지칭해서 쓰지 않습니다. 만약 쓰게 된다면, 우리가 보편적으로 비판하는 대상이 되는, 불합리하고 심지어 불법의 소지가 있는 어떤 사람들을 뭉뚱그려 그 대상으로 할뿐이지요.

최근에 몇차례 글을 쓰신 Stephen 님에 대해, 위에서 언급한 제가 팔로우 하는 분들의 분위기를 느껴서 반가와 하던중이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저를 비롯한 이 곳의 다른 분들 글쓰는 수준은 뭐 대충 퉁 쳐서 그렇게 스플렌디드 하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몇몇 예외되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 굳이 핑계를 대자면 공돌이의 특징이지요. 이공계를 나온 사람이 인문계열 나온 사람보다 대체로 글쓰기 실력이 좀 딸립니다. 그러나 자기를 계속 갈고 닦은 분들은 글쓰는 수준이 상당히 높은게 사실입니다.

신문도 많이 읽고 교양, 사상서 혹은 문학작품을 많이 접한것이 그 분들 글 잘쓰게 된 비결이라면 비결인것 같습니다. 또한 여느 토론에서도 상대방으로부터 배우는 자세를 가지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정확한 표현으로 객관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보게 됩니다.

글은 그 사람의 생각과 교육정도 / 스스로 연마한 정도를 잘 나타내 줍니다.
그리고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 또한 아닙니다. 자기가 지금보다 많이 부족했던 시절에 자신이 써 놓은 글을 보면 부끄러워 지는 적이 있습니다. 지금 또한 내가 여기저기 써 놓은 글에 대해 몇년이 지난 다음 부끄러워 질 수 있습니다.

결론은, 공부는 (글쓰기 또는 프로그래밍, 뭐가 되었던지간에) 죽을때까지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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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책을 세 권 출간했지만, 책을 여러 권 내 놓은 것과 타인에 대한 배려있는 글쓰기를 하는 것은 별개 같아요. 일단 저부터도 잘 못하는 것이거든요. :)

이공계 나온 사람들은 설명하는 글을 많이 씁니다. 본인의 생각을 주장하는 글보다는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을 설명하는 글을 많이 씁니다. 설명하는 글에는 주장이 필요 없습니다. 지식을 증명하는 사실을 쓰면 되니까요. 그리고 보통 그런 글을 많이 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공계 나온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주장하는 글을 쓸 때는 조금 문체가 거칠거나 표현이 예의 바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고 하지요. 공돌이들도 다독, 다작, 다상량 중 부족함없이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분야가 설명하는 글에 치우쳐 있을 뿐이지요.

설명하는 글과 주장하는 글에서 오는 표현의 차이와 진짜 타인에 대해 배려없는 글은 티가납니다. 즉, 타인에 대해 배려없는 글은 공부의 차이가 아니라 글쓴이의 인격의 차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부하기에 앞서 인격을 수양해야지요. 인격 수양도 공부의 일종이기는 합니다.

전 개인적인 의견으로 공돌이들에게 부족한 글쓰기 실력은 정말 기술적인 요소라고 봅니다. 뭐냐하면 문법, 맞춤법, 주술 호응, 적절한 조사 사용, 번역투 문장 쓰지 않기, 일본어식 문장 쓰지 않기, 시제, 태의 적절한 사용, 문장 길게 쓰지 않기 등과 같은 것들입니다. 공돌이 들이 주로 쓰는 설명하는 글을 쓸 때에도 이런 기술적인 글쓰기 실력은 꼭 필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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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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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고맙습니다.
글에 인격이 나타난다는것을 막연하게 '갈고 닦는다'는 식으로 표현했나 봅니다.
역시 책을 출간한 사람의 생각과 글은 확실히 다르다는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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