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익명 사용자의 이미지

아무리 조용한 게시판이지만 한 번쯤은 얘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일의 내용은 어느 정도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가급적이면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충격적인 부분의 하나는 가해자의 연령입니다. 가해자란 방을 운영한 사람 외에 나름 거액을 내고 관람을 한 사람까지 의미합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004091200001

위 기사 시점에 경찰이 검거한 피의자는 221명인데 그 가운데 10대가 무려 65명입니다. 10대의 대부분은 추정컨대 방을 조직하고 운영한 쪽일 겁니다.

이게 KBS가 보도한 18세 미국 유학 남학생의 가해 내용입니다.
http://mn.kbs.co.kr/news/view.do?ncd=4421658

한둘도 아니고 220명 가량 잡았는데 무려 65명입니다. 객관적이 되어 보자면, 관람자보다 운영자 쪽을 먼저 들춰 내서 잡기 시작했는데 그쪽에 10대 비율이 높았으며, 아마 전수를 다 까발려 보면 65대 221 정도로 비율이 높진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글쎄요. 10대가 관람을 적게 했다면 그건 그야말로 그네가 20, 30대에 비해 돈이 적어서일 수도 있겠죠.

2. 또 하나 충격적인 부분은 적극적으로 수십만원에서 백만원 이상을 내고 관람을 한 사람들의 수입니다. 어느 단체가 6개월간 n번방류의 방에 접속한 사람 수를 단순 합산해서 26만이라고들 흔히 얘기되고 있더군요. 그러다 보니 또 일부는 그게 과장되었다는 데 목소리를 집중합니다.

사건이 그토록 끔찍한데 어떻게 그 26만 얘기에만 그렇게 핏대를 세우고 "중립 기어" 운운하는지 솔직히 말이 안 나옵니다만... 현재로선 적어도 만 단위로 세어야 하고, 얼마인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정도가 맞을 겁니다.

메이저 언론이 활동가를 인용해서 보도한 내용들을 보면--이 경우는 데스크를 거치므로 언론의 목소리로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방은 동시 접속자 수가 3만이라고 합니다. 경찰은 1만 운운하는데, 박근혜 반대 집회 시위 군중 추산할 때 보면 경찰은 특히 발표하기 직전에 추산 능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중복된 수도 있을 테고, 빠진 방들도 있겠죠. 그리고 입장료가 수십만인데 소위 n빵 해서 계정 공유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3만명보다는 많다는 게 확실해 보이는데, 이것조차도 적은 수는 아닙니다.

3. 미성년 가해자가 많다는 건 여러 가지를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여성주의 진영에서는 한국의 경우 미성년 가해자에 의한 범죄가 약하게 처벌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귀담아 들을 부분도 있습니다. 그게 뭐냐하면, n번방 사건은 이미 몇 만은 되어 보이는 가해자 전체를 악마화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failing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예컨대 10대들이 그런 신념, 예컨대 특정한 약자는 인간 미만이며 내 이익을 위해 착취할 수도 있으며 여성은 동등한 인간이기 이전에 성적 수단으로서 착취될 수 있다는 식의 신념을 갖고 심지어 행동으로 옮길 때까지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안 된다"는 신호를 충분히, 설득력있게 주지 못했다는 것이겠죠.

여성주의자는 그 대안을 종종 미성년 가해자 처벌 강화에서 찾습니다. 그게 반드시 해법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57361

그리고 그게 해법은 아닐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저의 남성으로서의 privilege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도대체 누가, 무엇이 이 십대 가해자들을 제지했어야 했고 어떻게 실패하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그러니까 지금 26만이 과장된 수자라고 떠드는 건 한참 맥락에서 벗어난 일입니다. 여성주의자들이 그 얘기를 그대로 받아 26만 전수 조사하라고 청원을 올리고 있기도 합니다만, 예컨대, 26만이 아니라 5만이었다면, 이 사건의 성격이 얼마나 달라집니까?

5. 이전에 홍대에서 어느 남성 누드 모델이 휴게실 탁자에 누워 있는 사진을 찍어 워마드에 공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는 피해자가 자살했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잘못 하고 있었으면 알려주세요. 최근에 그 가해자가 징역 10개월형 선고를 2심에서 확정받았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손해배상소송이 별도로 진행 중이었고,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1억 배상을 요구했는데 법원은 2차 가해는 워마드 등 다수의 소행인데 가해자 혼자의 책임은 아니라는 취지로 2천 5백만원 배상을 결정했습니다.

제가 이 얘기를 왜 하느냐면, 그 당시에 그토록 충격적인 사실의 결론이 사실 이 정도로 끝났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물론 부분적로는 그런 사건들을 처벌하는 법 규정이 필요한 것보다 약했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죠. 한데, 이런 사건들의 피해자 대부분은 여태 여성이었습니다. 가해자 대부분은 남성이었구요. 그래서 법 규정이 약하다면 그건 여성이 손해를 보고 있었던 부분이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리고 저는 아무리 관련 기사들을 봐도 도저히 이 n번방 사건이, 이를테면 저 위에 제가 인용한 18세 한국 남성의 죄질이 당시 워마드에 누드 사진을 뿌려 버린 사람의 죄질보다 낮다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인간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가해자 수를 대충 추산한 내용이 와전된 것을 두고 왈가왈부할 때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6. n번방 피해자를 낮춰 보려는 시도도 있더군요. 이를테면 무슨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고 "행실이 나쁜 여성"이라는 얘기요.

놀랍게도 엠네스티는 물론이고 성매수가 합법이거나 불법인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 소위 "창녀"는 대체로 피해자로 보고 처벌하지 않습니다. 대충 두 갈래가 있는데, 하나는 성매매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경우이고 노르웨이나 스웨덴이 여기 속합니다. 한국도 거기 속하려고 하고요. 이런 나라라고 성매매가 사실상 없진 않고 역사적으로 있어 온 성매매를 어떻게 개선하고 없애나갈까 고민하는 와중에 방법론으로 금지주의를 채택합니다.

이를테면 이석원님은 제가 신뢰하는 스웨덴통인데 이런 글을 썼습니다.
http://www.weeklyseoul.net/news/articleView.html?idxno=51204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쪽은 음지로 보내지 말고 차라리 합법화 해서 국가가 관리함으로써 소위 성노동자의 지위도 향상시키자는 쪽입니다.

어느 쪽도 소위 성노동자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성매매가 불법인 경우 포주와 구매자, 그 둘 가운데 하나 혹은 양쪽을 처벌합니다.

우리가 뭐라고 생각하든 "전체적으로" 성을 판매하는 여성은 피해자 입장으로 보는 시선이 일반적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설령 n번방 사건의 피해자들 행실이 좋지 않았다고 해보죠. 데이팅 앱에서 조건 만남을 하고 돈을 받았다고 해봅시다--여기도 전문가들은 흔히 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경제적으로 어렵다거나 등의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것도 빼놓죠.

그런데... 그 성매수에 과연 n번방 촬영 내용 같이 끔직한 것에 대한 동의가 얼마나 들어 있었을까요?

소위 "창녀"도 얼마든지 강간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그 커뮤니티에 남성이 31명 있는데 그 가운데 30명과 자발적으로 잤던 여성이 가령 있다 쳐도 무슨 이유로든 31번째 남성과 잘 것인지 말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 여성의 자유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나랑 안 자준다는 이유로 강제로 성관계를 맺는다면 그건 강간이죠. 30명과 거리낌없이 잤던 여성이라는 사실은 이게 강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줘서는 안 됩니다.

불행하게도 드물지 않게 n번방 사건을 두고 26만명, 피해 여성의 행실 운운을 하는 사람이 눈에 안 띄일 만큼 적지는 않습니다.

7. 우리가 정말 반성할 게 하나도 없고 몇 만은 될 n번방 가해자들이 하나 같이 우리와는 이종의 악마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뭐가 잘못 됐길래 겨우 220명 잡았는데 그 중에 10대가 65명이나 되고 죄질도 읽는 것마다 저리 끔찍한지, 도대체 브레이크가 어디서 고장났는지, 생각하면 좀 괴롭습니다. 딸 가진 어머니들은 과연 자기 딸을 한국에서 키우는 게 맘이 편할까요? 100이면 100, 다 불편하지야 않겠습니다만 상당수는 걱정을 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emptynote의 이미지

우리 사회가 충분하게 경고를 안한것이 아니라 막돼 먹은 인간들이 귀담아 듣지 않는거지요.

멈추게 해서 감사하다고 말 했듯이 나쁜 짓인지 알면서도 계속 하는 놈들한테

도대체 어떻게 말귀 알아 듣게 충분하게 경고를 줄 수 있나요.

방법이 있다면 제시 부탁드립니다.

cogniti3의 이미지

님께서는 왜 저를 계속 괴롭혔나요? 나쁜 짓인 줄 몰랐나요?
https://kldp.org/node/160107
쓰레기 소식 알릴 필요 없다, 바퀴벌레처럼 기어 나온다
제가 얘기했잖아요. 수수방관하면 안 된다고.. 오픈소스 nimf 방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수방관했기 때문에 님께서 멈추지 않은거죠. 그러지 말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emptynote님께서 계속 저를 괴롭히는게 가능했을까요?
물론, 제가 돈이 없어서 소송을 하지 못한 것이 큰 이유일 수 있겠네요. libhwp 사건도 소송하지 않았으니 이번에도 소송하지 않을거라 생각할터니, 사람 우습게 보고 괴롭힌것 아닐까요? 사회적인 제재, 법률적인 제재가 없으면 그렇게 됩니다. 텔레그램 n번방의 경우, 참관자들 대다수가 수수방관했습니다. 또한, 경찰에 잡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한 일이 계속될 수 있었겠죠.

cogniti3의 이미지

저분은 타 사이트에서는 점잖게 행동하더군요. kldp 에서만 악성행위를 하신 것 같은데, 저는 그 이유를 kldp 측에서 저런 사람들에 대한 제재가 없어서 악성행위를 계속했다고 생각합니다. kldp 도 타 사이트처럼 악성행위자를 제재한다면 그런 악성행위를 반복하지 않겠죠. 또한 kldp 이용객들이 악성행위를 인지하면 악성행위자에게 그러지 말라고 제재를 해야 자정작용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kldp 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kldp 가 문제냐? 그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텔레그램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xtiinhs의 이미지

off-topic: https://kldp.org/comment/634080#comment-634080

KLDP에는 현재 제재를 하고 싶어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cogniti3의 이미지

오픈소스 n번방의 사례를 보아 방법을 요약하면,(예시입니다)

1. 수수방관하지 말고, 악성행위자(emptynote)에게 악성행위를 중단/중지하라고 사람들이 요청한다.

2. kldp 측에서 이용약관을 만들어 악성행위자에 대한 제재 방침을 정한다.

3. 해당 국가/수사기관에 민/형사 고소/고발한다.

4. 형량이 낮으면 재발 우려가 있으니 형량을 높인다.

cogniti3의 이미지

5.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언제, 어디서, 누구(실명)한테, 어떠한 일을 당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여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년간 오픈소스라는 족쇄가 채워져서, 오픈소스 노예였습니다. 오픈소스 자세/정신 이걸로 비난/욕을 먹으며 여러 악성행위에 시달렸었고, 오픈소스 세계에서 자살하여(https://kldp.org/node/162077), 자유/오픈소스 세계 사람들이 저를 욕하고 비난할 명분이 사라져 그후 더이상의 비난/욕/악성행위는 반복되지 않았습니다.
아이템이 '성'이냐, '오픈소스 정신'이냐 그 차이일 뿐, '텔레그램 n번방'이랑 '오픈소스 n번방(nimf)'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면 안 되겠습니다.

jick의 이미지

이게 그 유명한 "첫댓글의 중요성"인가요... 아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