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언어로서 C는 어떤가요?

글쎄요...

초심자한테 프로그래밍을 가르칠 때 가장 난감한 부분을 꼽는다면, 이런 말을 해야 할 때가 있지요.

"지금 당장은 이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 줄 수 없지만 일단 이대로 따라 치세요."

가르치는 사람한테나 배우는 사람한테나 어려운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 안 좋은 점은, 배우는 사람이 똑똑하고 적극적일수록 그런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거죠.

제 경험상, C언어를 첫 언어로 가르칠 때는 파이썬에 비해 그런 말을 해야 할 때가 더 많았습니다.

대체 stdio.h가 뭐길래 매번 #include를 써 줘야 하는지,
함수라는 게 뭔지 아직 설명할 타이밍이 아닌데 main 함수는 꼭 정의해야 하는가 하면,
printf/scanf는 어떻고요.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참 많지만, 일단 하나 들자면 scanf는 포인터를 받아야 하는데 보통 포인터보다 간단한 입출력을 먼저 배우거든요.

그에 비하면 파이썬 같은 스크립트 언어가 가지는 이점이 명확하지요.
당장 가르칠 내용만 강조할 수 있는 작은 예제를 만들기도 쉽고, 인터프리터에 한 줄씩 쳐 가며 따라하기도 쉽습니다. 입출력 인터페이스도 간단하고 대부분의 경우 그냥 알아서 잘 동작하지요. 특히 print.

장기적인 관점에서야 C언어를 알아 두면 쓸모가 많겠지만 어차피 평생 언어 하나만 쓸 것도 아니고, 언어 하나에 익숙해지고 나면 다른 언어 배우기 쉬워지는 것도 있으니 꼭 처음부터 C언어에 헤딩할 필요는 없겠지 싶습니다. 사실 제 첫 프로그래밍 언어는 자바스크립트였는데요. 얼마 안 가서 VB로, 그 다음엔 C언어로 옮겨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