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네팔 여행을 준비하며..

권순선의 이미지

침낭, 스포츠 타월, 슬리퍼, 스틱, 헤드랜턴, 물병, 모자, 핫팩, 바지, 우모복, 자켓 등등.. 내일 떠나는 여행을 위해 가지고 가야할 물건들입니다. 꼭 필요한 물건들만 챙긴다고 했는데도 분량이 상당합니다.

이번 여행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면 지난 8월 22일에 원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9월 말에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어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고자 하는 행선지는 네팔입니다. 대략 3주 정도의 일정으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납니다. 목적지는 에베레스트 산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칼라 파타르라는 에베레스트 산 건너편에 위치한 언덕(?)입니다. 언덕이라고 하지만 높이가 해발 5500미터(!)가 조금 넘는.. 굉장히 험하고 힘든 곳입니다.

개인적으로 네팔은, 아니 히말라야 트레킹은 2007년 12월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처음 갔던 곳은 해발 3200미터 정도 지점에 있는.. 안나푸르나 산군을 조망하는 푼힐이란 곳이었습니다. 트레킹을 좀 하시는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푼힐 코스는 히말라야 트레킹 중에서는 가장 쉽고 간단한 코스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가려는 코스는 EBC(Everest Base Camp) 코스라고도 하는데 푼힐 코스보다는 훨씬 어렵고 힘든 코스이고요.

이곳으로 가기로 한 이유는.. 푼힐에서의 기억이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때도 9년간 다녔던 첫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하기 전에 다녀왔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굉장히 힘들고 어려웠지만 돌이켜 생각해 볼때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뭔가 설명하긴 어렵지만 굉장히 많은 것을 내려놓고 또 많은 것을 얻어올 수 있었던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푼힐에 다녀온 후 곧바로 새로 출근하기 시작한 직장에서는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좋은 정기를 얻어와서인지 굉장히 즐겁게, 열심히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또 가는 것입니다. 안나푸르나를 앞에 둔 푼힐에서 그랬듯이 에베레스트를 앞에 둔 칼라 파타르에서 다시한번 더욱 많은 것을 내려놓고 또 더욱 많은 것을 얻어올 수 있으리라는.. 그리하여 새로 시작하게 될 직장에서 이전보다 훨씬 더 즐겁게 또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커다란 희망과 욕심이 있기 때문에 갑니다.

그래서 퇴직이 확정되자마자 곧바로 네팔행 비행기표도 사고 등산용품도 하나둘씩 사다 나르며 내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막상 떠나는 전날이 되니 이 무슨 조화인지 짐싸기도 귀찮고, 이게 잘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가서 고생할 생각 하니 가기 싫은 마음도 생깁니다. 내일 떠나는데 마음이 싱숭생숭하니 그렇습니다.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야 할 가족들, 특히 아무것도 모르고 곤히 자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취소할까 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그래도 꼭 떠나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이렇게 마음이 약해질 줄 알고 스스로 다른 마음을 먹지 않도록 주위의 친구/지인들에게 퇴직하면 네팔에 간다고, 에베레스트 산을 보고 온다고, 해발 5500미터를 찍고 오겠다고 동네방네 떠벌려 놓았기 때문에 쪽팔리지 않으려면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

동행은 없고 가이드는 물론 포터도 없이 오롯이 혼자 다녀오는 것이 애초 계획이었습니다만 생각보다 무겁고 큰 짐들을 보니 포터는 어떻게든 찾아서 도움을 받는게 좋겠다고 마음이 약해지며 벌써 타협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건 중요한건 진짜로 떠나는 것, 목적지인 칼라 파타르까지 잘 다녀오는 것인데 부디 이번 여행이 별 탈 없이 무사히 잘 진행되기를 빌어 주실 수 있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무사히 다녀오고 다녀와서 열심히, 후회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익명 사용자의 이미지

아무쪼록 잘 다녀오시고
새로운 직장에서도 좋은 성과 많이 거두시기 바라겠습니다!!

pstreeBlu의 이미지

새로운 도전을 위한 열정 정말 보기 좋습니다..

몸 건강이 잘 다녀오세요 -- 균일..

yskim의 이미지

여행전의 설레임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에 복잡한 심경이시네요.
그렇지만, 본인과 가족을 위해 자기 충전의 기회를 잘 살리셔서 즐거운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집 나가면 고생이지만, 고생한 만큼 보람도 크시리라 생각됩니다.
무사히 잘 다녀오세요. 여행자들도 많이 만나시고요... 부럽습니다. ^^;

rgbi3307의 이미지

무엇보다 어려운 결정을 하셨는듯 합니다.
저도 몇년전에 직장생활 가정생활 모두가 힘들어 훌쩍 혼자서 여행(국내)을 떠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심기일전의 기회는 되었지만, 다시 돌아와보니 여전히 직장생활 및 가정생활을 열심히 해야 겠더군요.
물론, 저와 권순선님의 상황은 다른듯 하지만,
가정과 부양가족이 있는 상황에서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을 결정하신 것이 참 힘드셨을텐데...
저 또한 요즘 여러가지로 고민하고 있습니다만,
암튼 하고자 하는 일들이 잘되길 바랄게요~
항상 건강 챙기시길...

From:
*알지비 (메일: rgbi3307(at)nate.com)
*커널연구회(http://www.kernel.bz/) 내용물들을 만들고 있음.
*((공부해서 남을 주려면 남보다 더많이 연구해야함.))

cleansugar의 이미지

와! 힘든 산행을 하시는 군요.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일텐데 용기가 부럽습니다.

마음 편히 가지시고

몸 건강히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재벌 2세가 재벌이 될 확률과
금메달리스트 2세가 금메달을 딸 확률이 비슷해지도록
자유오픈소스 대안화폐를 씁시다.

아이디의 아이디어 무한도전
http://blog.aaidee.com

귀태닷컴
http://www.gwitae.com

pchero의 이미지

히말라야 트래킹...!
언제들어도 정말 가슴 설레는 말입니다.

하시는 고민, 걱정같은 모든 안 좋은 것들은 차분히 내려놓고 여행내내 좋은것만 보고 오시길 바라겠습니다.

나마스테. :)

---------------------------------
제일 왼쪽이 저입니다 :)

이광우의 이미지

새롭게 시작을 하시는 군요..
애들 얼굴 보고 있으면 발검음 떼기가 힘들죠.. 출장도 힘들어요..
좋은 여행 되시길 기원합니다.. 건강하게 다녀오세요~ ^^

Be Creative For Fun!!

gurugio의 이미지

즐거운 시간 되시고 건강하게 돌아오시길 기도하겠습니다!

soungno의 이미지

그럼 nfoge 는 누가 끌고 갈련지??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습니다.
그동안 kldp 눈팅 만으로 권순선 님의 지식과 철학에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NHN 가신다고 했을때도 또 NHN에 Nforge 도입 하셨을 때도.
국내 오픈소스 환경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권순선 님의 노고에 조용히 감사해왔습니다.
부디 새로운 곳에 가시더라도 국내 힘든 오픈소스 환경 및 공유하는 개발의 즐거움을 위해 계속 좋은 모습으로 뵙기를 기대 하겠습니다.
항상 행운이 같이 하시기를...

잘 가야지.

sisuc의 이미지

정상에 올라

좋은 인증 사진 한장찍어서 올려주시면 가슴이 뻥 뚫릴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몸 조심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파이팅!

위대한 한글

나빌레라의 이미지

정상에서 멋진 사진 한 방 찍어서 보여주세요..^^

전 눈으로나마 보고 느끼겠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네팔 여행 한 번 해보고 싶어요...

----------------------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세벌의 이미지

삼성, NHN, 이번에는 어디로? 여행에서 많은 것을 얻으시고 새로운 직장에서 멋진 일을 많이 이루어 내시길...

unipro의 이미지

"굉장히 많은 것을 내려놓고 또 많은 것을 얻어올 수 있었던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이 많이 부럽습니다.
이번 여행 후에 그곳의 맑은 기운을 조금 나눠주세요.

내 블로그: http://unipro.tistory.com

empty2fill의 이미지

여행에 대한 좋은 구절이 있어서 인용해 봅니다.

"아주 낯선 곳을 여행해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 낯섦이 사라질 때까지 끈덕지게 그 여행지에 머물러 본 적이 있는지? 여행지가 더 이상 나에게 낯설지 않게 될때, 우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가 떠나왔던 바로 그곳이 오히려 낯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여행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이 떠나왔던 그곳으로 다시 되돌아갈 시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돌아올 때, 우리는 이미 자신의 삶과 터전을 낯선 무엇으로 성찰해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모든 여행이 지닌 참다운 가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강신주 지음]

그리고 다시 돌아오실 때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조선의↗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낮선 이여→"

농담입니다. 여행 잘 다녀오세요~

——
———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 Chaplin, Charlie -

cleansugar의 이미지

[선플] 정말 좋은 구절이네요.

재벌 2세가 재벌이 될 확률과
금메달리스트 2세가 금메달을 딸 확률이 비슷해지도록
자유오픈소스 대안화폐를 씁시다.

아이디의 아이디어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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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사용자의 이미지

결국 참다운 성찰은 돌아와서 할 수 있다는 거내요..

익명 사용자의 이미지

군대를 마치고 네팔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 그저 중국 실크로드나 따라가 볼 생각으로 떠났는데
꽤 여러 나라를 갔습니다. 떠나기 전에 실크로드가 무대인 무협지 용사팔황을 보고 떠난 기억이 있습니다.
김용의 소설 청향비의 무대, 향비 아버지 집이라는 곳도 들렀죠. 예정에도 없는 만남이 여행 중에 있습니다.
그렇게 친구들을 만나 버스타고 네팔에 갔고, 네팔에서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가게 됩니다.
나중에 안나푸르나는 혼자 가긴 했습니다만 베이스켐프 찍고 떨다가 턴만 했습니다. 한국 특수부대 행군속도 시속 6km,
북한 특수부대 속도 시속 8km. 북한 특수부대와 행군속도를 맞추기 위해 빨리빨리를 외치다 갈래길만 만나면 몽땅
잘못된 길로 들어가서 한국 보병 4km도 못 맞춘 기억이 있네요.

에베레스트는 한달간 다녀왔는데, 좋은 선생님 만나 잘 먹고, 잘 자고, 잘 걷다으면서 좋은 얘기 듣다가 왔습니다.

어쨌거나 내 머리 속의 '네이버는 권순선, 다음은 윤석찬'도 끝이군요.

권순선의 이미지

스마트폰이라 짧게 씁니다. 트레킹 잘 다녀왔고요.. 목적지였던 해발 5540미터 칼라 파타르에도 성공적으로 올라가서 에베레스트산을 눈으로 직접 보고 왔습니다. 평생 잊지못할 시간이었죠. :-)

세벌의 이미지

살아 오셨군요... 험한 길이었을텐데... 그러면 새로운 직장은 어디로?

권순선의 이미지

일정과 사진을 http://goo.gl/UqYpe 에 정리했으니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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