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 중에 꾸었던 무서운 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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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정말 무서운 꿈을 꾸었습니다. 그 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꿈을 통해 생각난 말을 전하고자 글을 씁니다.

무서운 꿈 이야기 wrote:

저는 꿈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기술능력을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대학교를 졸업했고, 사람들의 평가는 낮았으며, 저 스스로도 절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제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있는 기술에 대해 글을 쓰면 누군가 그 글을 읽고 스스로 잘난 체하며 오히려 절 깔볼 것이라 생각하고 기술을 알리길 꺼려했습니다.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누군가 필요로 하더라도 구현한 후 태도가 바뀌어 홀대할까봐 일부러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나의 기술을 가지고 자신이 연구한 것처럼 보고하여 득세할까봐, 또는 내가 이뤄놓은 일을 가지고 자신의 업적으로 치부할까봐 일부러 일하지 않았습니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일만 하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만족을 위하여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신의 기술을 전부 쏟아서 자신만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연구하는 데에 온 힘을 쏟습니다. 그러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글을 읽습니다. '나의 아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꿈 속의 저는 고심해봅니다. 자신의 성장을 돌이켜 봅니다.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큰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남에게 인정받지 못한 삶을 살았더라도 후회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자신의 아들에게 이 기술을 전부 물려주고, 현재 자신의 수준에 이르렀을 때에는 기술의 한계에 부딛히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저는 태어나지도 않은 아들을 위해 노력합니다. 나 스스로 만들기 바랬지만, 만들 수 없었던 시스템을 후대에선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기 시작합니다. 읽을 때 잘못 번역하여 어렵게 읽어야만 했던 책들을 다시 편찬해서 책도 내기 시작합니다. 기존 출판사에서는 이미 번역하여 판매한 책에 대한 계약이라 기존 번역자의 이름을 빌려 새로 편찬을 하여 원고를 보내주었습니다. 번역하지 않았던 책들에 대해서도 번역을 해두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번역자의 책을 위해 일부러 외국 출판사에게 저작권 계약까지 하지 꺼려했지만, 가까스로 원 출판사에 메일을 통해 번역서적 출판에 대한 부탁을 하여 새로운 번역 서적도 내었습니다. 전체 시스템 내용 중 책에서 기술하지 않았던 내용이 있는 부분에 대한 책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저서였지만, 인터넷에 내용을 공개하고, 많은 사람들이 검색하여 읽기 시작하면서 책도 조금씩 팔리기 시작했고, 새로운 지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점점 넓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저변을 확대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운 좋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습니다. 없는 살림에 말도 안되는 연구를 하느라 끼니 걱정을 하며 살았지만, 지혜로운 아내 덕분에 아이는 밥도 굶지 않고 점점 자라났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게 된 무렵, 저는 그동안의 연구를 뒤로 하고 죽었습니다.
꿈 속에선 죽어도 아이의 미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아내와 함께 살면서도 스스로 공부를 즐겨해서 다행스럽게 제가 번역했던 책들과 연구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지식을 쌓았습니다. 그렇지만 성적은 좋지 못하여 마찬가지로 좋은 대학교엔 들어가지 못했고, 자신의 능력을 자신감 삼아 노력했습니다.
마침내 저의 연구를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저와 함께 연구를 같이 해왔던 사람들이 시스템을 구현하여 내놓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를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으며, 그 연구를 유지하기 위해 대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았습니다. 연구의 성과가 눈에 띄던 시점이라 지원 받기는 쉬웠으며, 새로운 시스템의 완성과 함께 연구의 산실은 대기업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저의 아들은 묵묵히 시스템을 구축했고, 완성 후 주변 사람들에게 사용하길 권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알았는지 기존 시스템을 갖추고 있던 대기업에선 저의 아들에게 산업기술 누출혐의로 제소했고, 어의없는 누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대기업에 자신의 연구와 저의 연구에 대해 알려주었고, 그것으로 제소를 풀어달라 부탁했습니다만 대기업에선 경쟁사에 기술이 넘어갈 것을 우려해 기술의 사용과 개선조차 하지 못하도록 못 박는 계약까지 강제로 맺으려 했습니다. 아들은 제소와 함께, 많은 압력이 들어와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되자, 기술을 포기하고 아내와 함께 인적없는 곳으로 가서 사람과의 소통을 끊고 살다 죽게됩니다.

꿈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의 꿈 이야기를 듣고 많은 분들은 '남 좋은 일 하다 죽었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꿈을 꾸고 무서웠던 점은 아이가 자기 스스로 기술을 익혀 기술을 구현하고 사용할 능력을 갖추었어도, 자본의 힘이 강제하여 기술의 이익을 누릴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꿈 이야기니 이런 비약은 있을 수 없지요. 하다못해 대기업에 스카웃 되어 없는 살림에 힘들었던 어머니를 잘 모시고 좋은 여자 만나 아이들 많이 낳고 잘 살았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의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들은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쉽게 받을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아이들은 자본의 압력으로 인해 포기해야 할 것들이 없을까요?
이미 무서운 상황은 주변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리포트 한 장에 얼마, 질문 답변 비용에 얼마, 휴대폰으로 검색 한 번 하는데 얼마...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울 수록 비용은 점점 비싸지는 무서운 사회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꿈 속의 일이었지만, 새삼 자유소프트웨어를 개발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같이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자유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보전해 나가길 바랍니다.

댓글

powersys의 이미지

무서운 꿈 이야기라 해서 귀신 나오는 줄 알았더니만.. 그게아니군요..

사실저도 어제 무서운꿈을 꾸었는데.. 좀비가 나왔었죠..ㅠㅠ;;

그런데..위에내용이 정말 꿈이야기 인가요? 자신이 평소 생각하던 내용이아니구요?

전 누가 내얘기를 써놨지.. 생각했는데.ㅎ

jachin의 이미지

왜인지 모르지만 저도 저 내용을 알고 있는 듯한 데자뷰를 느끼면서도,
꿈에서 상심했던 감정이 주욱 이어져서 무척 뒤숭숭합니다.
이 복잡한 감정을 글로 표현하기엔 아직 제 문장력이 좋지가 않아서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꿈이어도 직접 당해보니 정말 화나고 분합니다.
====
하나는 전부, 전부는 하나

bus710의 이미지

.

비단 소프트웨어 업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수 많은 "협회"를 빙자한 뇌물 수수 단체가 판 치는게 익스큐즈 되어 있지 않던가요?
그나마 소프트웨어 협회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ㅠ.ㅠ

어차피 치킨집이라면
어서 다들 치킨 대학으로 오세요~

아차, 치킨 협회를 만나면 어떡하지?;;

akudoku.net 나는 이것만은 확신하니, 믿고 나아간다.

life is only one time

jachin의 이미지

치킨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치킨집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네요.

저로서는 38선만 없을 뿐,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는 분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해도 노동의 보상을 못 받는 사람과
큰 일 하지 않고도 미래가 보장된 계층으로 말이죠.

이런 사회환경이라면 화폐 경제의 붕괴가 일어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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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전부, 전부는 하나

bus710의 이미지

굳이 대한민국에 연연할 필요 있나요?

한동안 이래저래 책을 들춰보면서 느낀 점은,

자신 있으면 다른 나라에 가서 열심히 살아 보는 것도 좋다는 겁니다.

치킨 대학 나와서 유럽, 미주 대륙과 호주에도 양념 치킨을 보급해 보는 건 어떨까요....+_+

양념 치킨 = 동양의 신비.

akudoku.net 나는 이것만은 확신하니, 믿고 나아간다.

life is only one time

jachin의 이미지

전에 한 번 전화해서 주문했을 뿐인데, 전화받자마자 반갑게 이름을 불러주며 무엇을 주문할지 물었다는 고객 감동 서비스 말이로군요.

동양의 신비 중 하나죠. 치킨집일 뿐인데, 고객관리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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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전부, 전부는 하나

gurugio의 이미지


제가 내세를 믿는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역사에서 과연 인간의 이상대로 실현된 때가
한순간이라도 있을까요.
역사에서 전쟁이 없는 순간이 없었다는 이야기도 들은것 같습니다.

세상이 부조리로 가득차있다고 보고 있으면서도
이게 원래의 세상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 꿈과 생각만은 세상을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그 결과가 어찌되었든 세상 밖의 가치를 찾으려고 합니다.
부조리한 세상의 가치만을 얻고자 한다면 저도 부조리의 한 부분이 될것 같으니
게임의 법칙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인데...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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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기며 사랑하면 더 행복해집니다.
몸에 좋은 칼슘이 듬뿍담긴 OS 프로젝트 - 칼슘OS http://caoskernel.org

jachin의 이미지

모두들 게임의 법칙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들 '깍두기'가 되고 싶어할 뿐입니다.
게임의 법칙은 바뀌든 말든 상관없지 않을까요?

저도 꿈과는 달리
지금은 자유소프트웨어를 위시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으니,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것이란 생각은 안합니다.
적어도 제가 눈 뜨고 있는 한 말이죠.
====
하나는 전부, 전부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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