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폐인시절

권순선의 이미지

이곳 kldp에서 폐인이란 말은 geek과 같은 뜻으로 통용되는데요... 저의 폐인시절은 1996년 5~6월경이 아마 절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때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2개의 ppp 접속 번호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기숙사에 방마다 전화가 있었는데 구내전화는 공짜라... 이걸 14.4 kbps짜리 모뎀에 연결해서 공짜로 인터넷을 즐겼습니다. 2회선밖에 되지 않으니 접속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렸고... 일단 접속하고 나서는 접속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터미널을 하나 띄워서 학교에서 제공하던 계정 서버에 로긴하여 일정 시간마다 엔터키가 입력되도록 해 두곤 했습니다. ^^

이때는 리눅스에서 seyon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했었구요... 넷스케이프로 웹서핑을 참 많이 했었는데... X Window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은 모두 찾아서 설치해보고 지우고 하는 일을 밤낮없이 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그때 cair.kaist.ac.kr 서버에서 x 미러 디렉토리가 있었는데 거기를 몽땅 다운받아서 모두 컴파일하여 사용해 보고 마음에 드는 것만 남겨 두던 일입니다. 무엇무엇을 하는 프로그램을 원했던 것이 아니라 X Window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은 한번 모두 써봐야겠다... 라는 것이 목적이었지요.

rpm/deb이 보편화되면서 업데이트가 좀더 편리해지고 난 후에는 좋아하던 프로그램이 버전업되면 그걸 써보는 게 낙이었습니다. 학교 다닐때도 그랬고... 이후 회사에 들어와서도, 그리고 이후 결혼하고 나서도 꽤 오랫동안 폐인(?) 생활을 계속했었는데 http://goodhyun.com/814 를 보니 문득 예전의 제모습이 생각나서 오랜만에 몇 자 적어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꽤 많은 분들의 지금 현재 모습일것 같기도 하고요. :-)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가장 폐인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다른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

댓글

gurugio의 이미지


2001년에 3월에 제대하자마자 복학해서 한학기를 다니면서
군대머리가 안깨이는 것에 절망을 했습니다.
여름에 휴학하고 빈둥거리다가 어셈블리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면서
프로그래밍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2001년 후반기~2002년 월드컵 직전까지가 제 절정의 폐인 시기였던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우스울정도로 작은 몇줄의 코드가
그렇게 어렵고 신기해서 코딩하다가 순간 졸다가 퍼뜩 깨어서 다시 코딩하고 그랬었습니다.

그때 만든 코드가 아직도 어셈러브 게시판에 있는데
TCPL 연습문제 풀어논거랑 어셈블리 함수들입니다.
지금보면 그때 왜 그렇게 심각했었나 이거하나 못했었나 자괴감이 들면서
저를 몹시 괴롭히기도 하는 코드입지요.
그러고보니 요즘은 제가 참 자만했다는 생각도 드네요.

흐~~ 그때 찐 살들이 아직도 절 괴롭힙니다.
여러가지로 생각하기도 싫으면서 웃기는 기억들입니다.

저 만화를 보니 저도 그당시 잠깐 만났던 분이 생각나네요.
저녁한번 먹자고 약속해놓고 2달을 코딩에 신경쓰다가
문득 생각나서 2달만에 전화해서 낼 저녁먹자고 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지요.
그때는 그게 2달전인지도 모르고 그냥 얼마전이라고만 생각났었는데요
참 변태스러워 보였을것 같습니다.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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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것은 단 한 사람. 오직 하나님의 사람뿐이다.
개인 홈페이지가 생겼습니다 http://caoskernel.org
어셈러브를 개편중입니다 http://www.asmlove.co.kr

sheep의 이미지

정확하게는 언제인지 잘 모르겠지만...

2000-2005년 사이에...

방안에 쳐박혀서 지낼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리눅스 프로그램있는데로 내려서 컴파일 해볼 때였네요...

일주일내내 그렇게 지내다가...

어쩌다 어머니가 오시면 면박 받기 일쑤였습니다...

제대로 씻지도 않고 지냈으니까요...

따로 나가 살았던때가 아니라...

부모님께서 주중에 일하시는 곳에서 묶으셨기 때문에...

자연히 주중에는 혼자...

그때 리눅스 실력이 좀 늘었지요...

그 실력을 바탕으로 취직에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그짓을 직장에서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그 때 프로그래밍을 더 열심히 했으면하는 약간의 후회가 있습니다...

뭐 지금도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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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Buenos Aires, Argentina
No sere feliz pero tengo computadora.... jaja
닥치고 Ubuntu!!!!!
To Serve My Lord Jesus
blog: http://sehoonpark.com.ar (블로그 주소 바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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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http://sehoonpark.com.ar
http://me2day.net/sheep

seaofmagic의 이미지

다른 분들의 최고의순간은 언제였지요? 전 지금입니다. ;) 농담이구요.ㅋ

처음에는 고등학교 때, 아파트 단지 앞에서 나눠주던 터보리눅스 씨디를 받아서 한 번 "깔아보겠다"고 호기롭게 몇 일을 소비했는데...괜히 잘 돌아가던 윈도우 지워서 수행평가도 제출 못 하구요.ㅋㅋ

아예 외부와의 접촉을 하지 않으면서까지 매달렸던 적이 6년전, 신입생으로 동아리 합숙 중에 콘솔에서 mp3 들어보겠다고 두어달을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던 때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여서 그랬는지 오히려 다른 것들을 잔뜩 알게 되었죠. 정말 그 때는 컴파일 돌려놓고 나오는 메시지들을 보느라고 몇시간을 꼬박 앉아있기도 했었어요.

지금은 어찌어찌 하다보니 PCB 아트웍하면서...모니터 바라보고 있는 건 똑같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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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Bette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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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Better Life.

angpang27의 이미지

2003년도... 젠투에 매료되어서.

모든 생필품들을 회사 서랍에 갖다놓고서.(출퇴근시간이 너무 낭비였다고 판단.)

2달동안 회사-> 회사식당 -> 회사응접실(수면).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마다할정도였으니 대단했져..

고통이 지천에 있다한들 어이해 멈출수있더냐

eunjea의 이미지

저도 학교 다닐때가 가장 페인처럼 지냈던 것 같네요.

학교가 워낙 넓었고 그 안에 기숙사에서 살았기 때문에 몇일 동안 씻지도 않고
눈뜨면 그냥 강의실이나 전산실 갔다가 도서관 갔다가 기숙사방에 돌아와서
또 컴퓨터 가지고 놀고 그랬습니다.

처음 2~3년은 기숙사내에서는 인터넷 연결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전산실에서
소스 다운 받은걸 디스켓으로 가져와 컴파일 해보곤 했었죠. 유즈넷, 이메일도 다 미리
받아서 보고 포스팅도 나중에...

그중에서도 가장 폐인이 되었던 시기는 한국에 가지 않았던 방학때.
학교와 기숙사가 유령의 집처럼 비어 버리던 그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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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jea

"If it's newsworthy, it gets on air, whether it's Bush or Bin Laden."
Al Jazeera

M.W.Park의 이미지

여친에게 차인 후에, 연속 100일간의 음주모드가 떠오르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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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의 취미는 끝없는, 끝없는 인내다. 1973 法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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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의 취미는 끝없는, 끝없는 인내다. 1973 法頂

anfl의 이미지


지금입니다.

물론 옛날에도 있었습니다. 자주 3박 4일을 세우곤했었죠.
그런데 기억된 과거가 매트릭스속 과거임을 깨닫고
지금은 항상 현재만을 살아가고자 노력합니다.
때문에 지금이다라고 말씀드리는게 맞을것 같습니다.

지금 장난 아니게 폐인이죠.
모처에서 하는 강의를 준비기간 딱 1주일 할애받고 교재 만들고 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 강의인데 교재의 반도 못만들었네요. ㅡ_ㅡ;;;
예제도 만들어야 하는데 처음 사용해보는 최신 아키텍쳐라
걸리는 부분없이 한방에 넘어가기를 바랄뿐입니다.

이게 끝나면 바로 집필 활동 들어가야 합니다.
1년전에 책 쓰준다고 약속했었는데 헐헐헐~ 벌써 1년이 지났네요.
잘쓰보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그동안 무척 힘들었었는데 이젠
마음 비우고 읽는 사람만 생각해서 쓸렵니다.

이 일들과 동시에 특허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RTOS를 하나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해야하고,
그와 동시에 JTAG 디버거를 개발해야하며,
그것과 동시에 아주 잘 만든 PPT를 만들어야 하며,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조율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내일은 모처에 미팅이 또 있네요.

차포 다 때면 지금 당장은 교재와 예제만 만들면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소 살것 같네요.

아무래도 오늘밤을 세우고 내일 미팅에 나갈듯.

PS. 과거에 가장 폐인 스러웠던때는 대학교 4학년때였습니다.
그해 책을 두권 쓰고, 매일 밤을 세워야하는 8개월짜리 프로젝트 하나와,
용돈 벌이용 프로젝트 하나와 학교 텀프로젝트를 했으며,
강의를 두탕 뛰고, 서로 다른 프로젝트로 두개의 공모전에 출전했고,
F 학점을 매우기 위해 여름, 겨울 계절학기 모두 나갔었네요.

그전에도 폐인스러웠는데 그때는 정말 폐인스러웠었죠.


권순선의 이미지

요즘 애가 감기에 걸려서 주말에는 거의 바깥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데... 오늘은 낮잠을 좀 잤더니 밤이 되어도 잠이 안 와서 이러고 있네요. 아주 오랜만에 예전 폐인시절로 살짝 되돌아간 듯한 느낌입니다. 밤낮은 바뀌어 있고, 몸은 피곤한데 잠은 안오고, 생각은 온통 한곳에만 집중되어 있고...

권순선의 이미지

딱 일주일 지났는데 크게 달라지진 않았네요. 폐인까지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달콤한 낮잠을 즐겼습니다. 그래도 피로와 긴장감은 여전하네요. ;;;

reduck96의 이미지

아마도 즐기고 있는것 같습니다. 10년 넘게...

서버실 청소부

자룡의 이미지

"이곳 kldp에서 폐인이란 말은 geek과 같은 뜻으로 통용되는데요.."

이것때문에 곤란한적이 있었죠.
그냥 폐인일 뿐인데 geek 으로 바라보는 눈빛들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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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평화가 함께 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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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평화가 함께 하기를... ^^;

pinebud의 이미지

대학을 졸업하고 6개월정도 백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팜 기계를 하나 샀는데요. 기계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어플리케이션 개발은 처음이었는데 팜에서 제공하는 API들이나 UI 컴포넌트들이 편했기 때문에 잠시동안 열심히 빠져있었습니다. 요즘은 팜 기계를 보기가 힘들어서 좀 섭섭합니다.

A rose is a rose is a 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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