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위의 삼국지

나빌레라의 이미지

언젠가 부터 중고등 학생들의 필수 독서 도서목록에 항상 삼국지가 올라갔다. 그리고 전 국민의 필독서니 뭐니 해서 여전히 삼국지는 서점에서 많이 팔리는 책 중 하나이다. 덕분에 이문열 같은 사람이 돈을 벌고 사회적 발언권이 커지면서 본인은 눈꼴사나운 꼴을 더 많이 보고 듣게 되어 우리나라에서 삼국지, 정확히는 삼국지연의가 인기 많은 것이 그다지 유쾌하지 만은 않다. 지금이야 이렇게 분명하게 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니 더 이상은 누가 이문열 삼국지나 김홍신 삼국지 따위의 책을 던져 놓아도 거들떠도 안보겠지만 나도 판단능력이 부족한 어린 시절에는 무비판적으로 삼국지를 읽었다. 그것도 꽤 여러 번에 걸쳐 여러 버전의 삼국지를 읽었다. 그래서 나는 삼국지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웬만한 사람들 보다는 삼국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 하곤 한다.

얼마 전에 적벽대전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그로인해 요즘 다시 삼국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는 것 같다. 뭐든 비유하거나 같다 붙이기를 좋아하는 본인이기에 인터넷 뉴스기사로 적벽대전에 대한 기사를 읽던 중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한 책상에서 세 개의 운영체제를 사용한다. 윈도우, 리눅스, 맥오에스. 이렇게 세 개의 운영체제를 각각 세 대의 본체, 정확하게는 두 대의 데스크탑형 본체와 한 대의 노트북(맥북)에 돌리고 있다. 그리고 이 세 대를 시너지(synergy)라는 프로그램으로 묶어 마우스와 키보드를 공유하여 별 불편함 없이 마치 듀얼 모니터(내 경우에는 트리플 모니터)를 쓰듯 사용하고 있다.

세 개의 운영체제를 절대적으로 본인의 관점에서 삼국지에 나오는 세 개의 세력에 비유해 보자면, 윈도우는 조조의 위나라 같다. 다른 두개에 비해 뭐 하나 꿀리는 것 없이 모든 것이 참 잘 갖추어져 있다. 사용자들도 가장 많고 프로그램도 가장 많다. 물론 힘도 가장 세다. 하지만 정사 삼국지가 아닌 삼국지연의를 읽었을 때 나도 모르게 위나라가 혹은 조조가 별 이유 없이 얄미운 것처럼 윈도우도 참 여러 분야에서 갖가지 이유로 싫어했었다.

그리고 리눅스는 유비의 촉나라 같다. 삼국지연의를 기준으로 봤을 때 리눅스는 촉나라처럼 혹은 유비처럼 뭔가 2% 부족하면서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유비가 제갈량을 얻었듯 오픈소스라는 커다란 지원군을 얻으면서 크게 성장했다. 어쩌면 제갈량이 유비를 선택했듯이 오픈소스가 리눅스를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그렇게도 유비와 촉나라를 좋아했던 것처럼 본인은 리눅스를 좋아한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삼국지에서 유비와 촉나라에 끌렸던 건 다분히 나관중의 시각에 낚여서인 것이고 리눅스에 끌리는 건 내 선택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맥오에스는 손권의 오나라 같다. 앞서 두 운영체제에 비해서 그다지 뛰어나거나 편하거나 대단히 훌륭한 점은 맥오에스를 두 달 남짓 사용해본 본인의 입장에서는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다. 다만 뭔가 매니악한 측면의 감성을 자극한다고나 할까. BSD 커널을 사용해서 그런지 운영체제 전반에서 느껴지는 유닉스 스러움과 함께 MS에서 나온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각종 상용 프로그램과 오픈소스 프로그램이 산재해 있는 어플 환경. 삼국지연의에서의 손권, 손책, 오나라를 단적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잠시 주저하게 되는 것처럼 맥오에스를 사용해본 느낌을 당장 말하라고 하면 늘 잠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가 삼국지라고 접하는 이문열 삼국지, 김홍신 삼국지 모두 사실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가 원작이다. 삼국지연의는 진수의 정사 삼국지를 바탕으로 쓴 허구적 소설이다. 즉 실제 역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삼국지연의의 허구성과 나관중의 구라를 알게 되고 유비와 조조를 어느 정도 편견이 제거된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처럼 이제는 리눅스와 윈도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전처럼 무조건 윈도우는 나쁘고 리눅스는 좋아요. 가 아닌 이러이러한 점은 윈도우가 낫고 이러이러한 점은 리눅스가 우위에 있다. 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삼국지를 읽을 때 오나라에 대해서는 언제나 신경을 크게 쓰지 못하는 것처럼 여전히 맥오에스에 대해서는 크게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냥 겉에 보이는 기능을 사용만 할 뿐. 리눅스처럼 그렇게 깊고 자세하게 파고들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아직도 어떤 이들은 적벽대전이 위나라랑 촉나라랑 혹은 조조랑 유비랑 싸운 것 인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만큼 오나라에 대해서는 본인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관심이 부족하다. 또 그렇다고 오나라에 대한 관심 부족, 맥오에스에 대한 관심 부족이 크게 불만스럽지도 않다.

지금 내 책상에는 제일 왼쪽의 19인치 LCD 모니터에 윈도우가 전면의 19 인치 LCD 모니터에 리눅스가 가장 오른쪽의 맥북에 맥오에스가 돌아가고 있다. 가운데 리눅스를 두고 양 옆의 윈도우와 맥오에스가 적벽대전을 일으키진 않겠지. 하는 이상한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댓글

onion의 이미지

좀더 객관적인 시점을 가질 수 있게된건..
나빌옹이 천재고수라서 그래요..(울먹)

-----새벽녘의 흡혈양파-----

-----새벽녘의 흡혈양파-----

나빌레라의 이미지

양파옹에 비하면 저는 그저 극강 하수 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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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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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tomahawk28의 이미지

역시 다양한걸 많이 써보시는군요..
옛날 음향편집(?) 한다고 겁도없이 맥을 썻다가 어떻게 쓰는지도 몰라
헤매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나저나.. 적벽대전은 참.. 볼만한 영화가 못되던것 같았어요 -_-a


Can't stop watching this;;

appler의 이미지

삼국지..를 유비로 시작해서

조조로 끝을 본 저로서는.....

조금 아쉬운..ㅎㅎ

우리나라도 삼국지 같은 역사서에 내용이 조금은 희극적인 책들이 나오면 좋겠어염;;


laziness, impatience, hubris

不恥下問 - 진정으로 대화를 원하면 겸손하게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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