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a Geek

권순선의 이미지

지난 일주일 동안 오라일리에서 최근 출간된 "Just A Geek"이라는 책을 틈틈히 읽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어느 geek의 이야기인데, 저자는 Wil Wheaton(이하 Wil)으로 어렸을 때 스타트렉에 잠깐 출연한 적이 있는 영화배우입니다. 스타트렉(Star Trek)은 유명한 공상과학물로 매우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TV 시리즈물로 방영되어 영화로도 여러 편의 에피소드가 출시되었고 아직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스타트렉 팬은 아닙니다.)

책의 내용은 Wil이 포틀랜드에서 열리는 오라일리 오픈소스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Wil이 포틀랜드에 가는 것은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것 외에 포틀랜드에 있는 초대형 서점(아마도 세계 최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Powel's에서 자기자신이 쓴 책 "Dancing Barefoot"의 저자 사인회를 열기 위한 목적도 있었는데 서점 측에서 마련한 책이 재고까지 몽땅 팔리면서 작가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멋지게 시작합니다.

그러나 Wil은 여기까지 도달하기 위해 한때 유명했던 배우로서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오랫동안 끊임없이 고민해야만 했습니다. 스타트렉은 워낙에 유명한 시리즈물이라 여기에 출연하는 것은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보증수표나 다름없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데 Wil은 배우로서 자신의 이미지가 스타트렉으로 고정되는 것을 두려워해 결국 자진해서 스타트렉에 출연하는 것을 그만두게 됩니다. 책에서는 자신의 이러한 결정이 어린 시절의 치기어린 행동이었다는 후회와 스타트렉에 출연하던 시절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묻어납니다. 스타트렉을 그만둔 이후 배우로서의 그의 삶은 그다지 순탄치 못했고 Wil은 가족을 먹여 살릴 만큼의 안정적인 경제 기반을 잡지 못한채 이런저런 단역과 가끔 있는 스타트렉 전시회를 전전하며 스타트렉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갑니다.

책에서는 그의 이러한 심리가 "prove to everyone that quitting star treak wasn't a mistake"라는 강박관념으로 계속해서 표현됩니다. 비록 스타트렉을 그만두었지만 나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만인에게 증명하고싶어 하는 것이죠. Wil은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스타트렉을 그만두었으나 스타트렉 이후 그의 존재를 각인시킬 만한 작품에 출연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고 계속해서 오디션에서 떨어지며, 스타트렉 관련 전시회에서조차 점점 비중이 낮아져 더이상 전시회 참가 초청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책에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과 이를 받아들이는 Wil의 속마음이 아주 솔직하고 담백하게 잘 기술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가족들과의 여행 직전, Wil에게 오디션 응시 요청 전화가 걸려 옵니다. 당장 출연작이 없어 수입이 없었던 Wil은 아내와 아이들만 여행에 보내놓고 혼자서 집에 남아 오디션 준비를 하고, 여행까지 포기하고 응시했던 오디션은 막상 나가 보니 이미 다른 사람이 내정되어 있어 역할을 따내지도 못하고 연습해간 장면들은 거의 보여줄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 거죠.

이쯤에서 왜 제목이 "Just A Geek"인지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Wil은 배우이면서 동시에 블로거이기도 합니다. (http://www.wilwheaton.net) 책에서는 그가 어떻게 자기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운영하게 되었는지, "computer geek"로서의 여러가지 면모들이 군데군데 나와 있습니다. 처음 Yahoo의 geocities에서 조그맣게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며칠 사이에 html과 php를 배워서 스스로 웹사이트를 제작하고 movable type을 사용해서 블로그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들이 군데군데 양념처럼 잘 스며들어 있습니다. 다른 스타트렉 출연자들과 함께 출연료 절반을 기부하기로 하고 Weakest Link라는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는 그 돈을 EFF(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에 기부하기도 합니다. Wil 자신은 현재 리눅스 사용자이고 심지어 책의 맨 뒷편에 이 책을 쓰는데 사용한 도구로 OpenOffice와 KWrite, vim 등을 사용했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이쯤되면 왜 이 책의 제목이 "Just A Geek"인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은 전체적으로 읽기 편하고 표현이나 구성/흐름이 상당히 자연스러우며, Wil이 어떻게 "professional actor"에서 "just a geek"로, 다시 "professional writer"로서 자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지를 놀랄만큼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솔직하고 정직하게 쓰는 글이 얼마나 큰 감동과 힘을 지니게 하는지를 이 책은 잘 증명하고 있습니다.

댓글

권순선의 이미지

이 책의 저자인 wil wheaton이 원래 맨 처음 냈던 책은 dancing barefoot이었습니다. dancing barefoot도 오래전부터 갖고 싶었는데 책값 때문에 엄두를 못내다가 오늘 인터파크에서 질러 버렸습니다.

14.95불인데 yes24에서는 4만원 정도여서 한참동안 포기하고 있다가 우연히 인터파크에서 15000원 정도에 파는 것을 찾아내곤 바로 주문했습니다. 기대되는군요...

지리즈의 이미지

축복받은 것입니다.

There is no spoon. Neo from the Matrix 1999.

There is no spoon. Neo from the Matrix 1999.

jjoplin의 이미지

스타트랙 (Star Trek: The Next Generation)에서 웨슬리라는 청년(소년?)으로 나왔던 친구입니다.
스타트랙 팬의 한사람으로 반가운 마음이 드는군요 ^^;

제 아바타에 있는 여인네도 스타트랙의 다른 시리즈에서 '트팔'이라고 불리는 벌칸종족의 여인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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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oldly go where no one has gone be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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