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 Morton에게 배운 Linux 커널의 또다른 모습

http://kldp.org/node/83487 에 썼듯이, 오늘 저희 회사에서 Andrew Morton(이하 akpm)씨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오늘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후 호텔에 모셔다 드리고 저도 집에 왔지요. 아침 10시경부터 거의 저녁 7시 30분까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의 질문에 끊임없이 답변을 해야 하는 꽤나 피곤한 일정이었는데 얼굴한번 찡그리지 않고 모든 질문에 성의있게 대답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한자리에서 계속 이야기했던 것은 아니었고 점심식사, 강연, 강연후 질문/답변, 저녁식사 등으로 일정이 각각 나뉘어져 있었고 중간중간 비는 시간도 꽤 있었지요.)

akpm은 Linux 커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오랫동안 보아온 사람으로서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전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몇가지를 돌이켜 보면...

- 리눅스 커널은 여러 subsystem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subsystem(예: usb, ide 등등...)들은 개별적으로 메인테이너가 있는데 그중 제때 응답을 않는 사람도 꽤 된다. 버그리포트를 해도 그냥 묻혀버리는 경우도 많다. 물론 제때제때 응답을 하는 사람도 많다.

- lkml에는 가끔 정말로 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신경쓸 필요 없다. lkml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 사람들은 그냥 무시한다.

- 커널의 어떤 부분에 대해 개발자들이 의견차가 있어 싸우다가 어떤 사람이 자기 구현을 좀 도와달라고 나(akpm)에게 메일을 보낸 적이 있는데 나도 잘 모르는 분야라 그냥 가만히 있는 수밖에 없었다.

- 내가 현재 속한 구글의 부서는 OS와 시스템 SW를 다루는데 팀원들의 나이가 많다. 그러나 우리 부서 건물 밖에 나가 보면 다른 직원들은 모두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 (어리다는 뜻)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들은 부분은... '리눅스 커널에 대해서 잘 알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답변으로

- 나는 리눅스 커널을 처음 다루기 시작했을 때 버그를 고치면서 커널에 대해 가장 많이 배웠다. 어떤 버그냐에 상관없이 누군가 메일링 리스트에 버그를 보고하면 무조건 재현해 보고 무조건 고치려고 달려들었다. 리눅스 커널 소스코드의 어딘가를 고치는 일은 정말로 많은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리눅스 커널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여러분들도 그냥 소스만 보지 말고 알려진 버그를 고치는 일을 통해서 스스로 뭔가 고쳐 보기 바란다. 리눅스 커널에 대해 훨씬 빠르게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너무너무 아쉽지만 이제 내일 아침이면 akpm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http://kldp.org/node/83487 에도 썼듯이 내일 아침에는 허태준님을 비롯한 국내의 몇몇 커널 관련 개발자 분들과 조촐하게 조찬미팅을 가질 예정입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lkml에서 활동하시는 커널 개발자가 있으시다면 부담갖지 마시고 저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