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하나의 매듭 : 태터툴즈 1.1.2

inureyes의 이미지

잡담 하나.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이 때가 되면 긴장감이 든다. 만든 것을 내놓고 판단을 기다리는 일은 굉장히 부담스럽다.

이번 판올림만큼 부침이 심한 판올림도 없었다. 원래 1월중에 나왔어야 할 1.1.1.1이 몇가지 사정들이 겹쳐서 계속 밀렸다. (다들 죄송) 결국 1.1.2와 요건이 겹쳐지고 말았다. 개인적으로는 TNF의 하는 일들을 정리하고 다음을 내다보는 시간이었던 동시에, 다 접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던 시간이기도 했다.

*

가장 근본적인 철학의 부분이었다. 태터툴즈를 계속 만들어서 과연 '컨텐츠는 생산자에게 완전히 귀속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회의가 들었다. 개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공부를 즐기면서 생각을 업으로 살던 사람이 이건 아닌것 같다고 바로잡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사회와, 그 첨단을 달린다는 IT 업계는 개싸움판이었다. 엎치락뒤치락. 뭐가 그렇게 먹고 살기 바쁜 사회인 것일까. 사람은 먹기 위해 사는가? 그렇다. 우습지만 그런것 같다. 당장 자신도 내일 밥이 없다면 밥찾아 삼만리를 떠날테니까.

TNF 는 태터툴즈가 개인에게 컨텐츠를 돌려주고 그로 인해 민주적인 힘을 웹 위에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대표로써 밖을 상대하며 겪어야 했던 여러가지 일들은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코드와 제작자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일" 이라는 것이 어떻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나름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을 희생하고 있는데, '목표의 실현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라는 가장 근본적인 부분에서 회의가 오게 되면 사람이 괴로워진다. 모든게 돈이다. 돈돈돈. 자유롭고 민주적이라는 웹도 결국 금전에 의해 좌우된다. 웹 위에서의 개인이 정말로 자유를 찾을 수 있겠는가?

*

대답은 굉장히 간단했다. 연구실에서 운영체제로 리눅스를 쓰고 있다. 돈돈돈 세상이라면 상식적으로는 나오지 않았어야 할 운영체제를 매일 쓰고 있으면서, 꿈을 현실로 끌어내리는 것이 망상일 뿐이라고만 자책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시간낭비인지 깨닫는데 왜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다.

믿고 있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움직여야 했다. 코드 한 줄은 세상을 바꾸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코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고, 그걸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모두가 정당한 권리를 가지는 웹'을 원한다면 그러한 일을 대신 이루어줄 코드를 만들고, 그렇게 권리를 찾을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바꾸고 싶다고 믿으면 그 사람부터 먼저 "Power of one"을 믿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제 한가지를 확실히 안다. "현실은 항상 좌절스럽다." 거기서 좌절하면 끝이고, 좌절하지 않으면 보통은 실패하겠지만 가끔은 무엇인가를 변하게 할지도 모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 대한 수많은 답들이 있다. 답을 얻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고민하다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답들도 천차만별이다. 이제 20대의 중후반이다. 아직 답을 구하지 못했다. 1년 후, 2년 후, 5년 후, 10년 후에 무엇이 될 것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계획은 서 있지만 그런 계획이 '삶의 목표' 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건방진 것이다. 20대에 자신이 무엇이 될 것인지 결정한다는 행위는. 목표는 가질 수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는.

*

전공인 물리학과 물리학 연구를 좋아한다. 그리고 1년이 살짝 못 되는 사이에 태터툴즈와 TNF의 많은 분들도 그만큼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일단 가기로 했다.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는 결과가 말해주는 것이다. 가보지도 않은 길을 예단해서 뭐하리. 대나무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되고 싶다. 눈을 보지 못하고 지나간 겨울동안 대나무에 마디가 하나 생긴 기분이다.

잊지말자.
미래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꿈이다.

댓글

떵꺼리의 이미지

가수 박진영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제 tv에서 그러더군요.
정확하진 않지만
"(미국,세계시장 진출)두렵다. 하지만 진정한 용기란 두려워하면서도 도전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던 것 같군요.
알에서 새가 되기위해서는 알껍질을 깨고 나와야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되네요.
오늘 하루도 열씨미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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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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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ia

antz의 이미지

웹의 또다른 전성기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눈부신 서비스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서비스들이 고도화되면서, 사용자들은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가 많아졌습니다.
한편으로는 너무들 잘 만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모두 사용할 수 없고, 모두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사용자로서도 이런 마음이 생기는데 직접서비스를 만드시는 분들의 마음은 더 복잡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할 말 특별히 없고요. 힘내세요~ :-)

---


Jabber: lum0320@jabb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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