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욕해 주세요...

sadrove의 이미지

전 오늘..
그동안 제가 믿어왔던 올바름을 깨고 말았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미워 울고 싶습니다...
부디 절 욕해주세요.. 그래야 제 마음이 좀 편안할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본래 12월부터 하기로한 알바가 그쪽회사(A회사라고 하겠습니다.) 일정이 지연되어서..
1월부터 시작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서 일하기로 했던 저는 알겠다고.. 기다리겠다고 했고요..
하지만, 돈이 급했던 저는 12월 한달만 일할 곳을 찾았고...
우여곡절끝에 급기야.. 오늘 B회사에 첫 출근을 했습니다..
1월 1~2째주까지 일하기로한 단기알바였습니다..
평소 맡은일엔 책임을 져야한다고 믿었던 저이기에..
B회사 면접 볼때 A회사 얘기를 했고..
만일 B회사 프로젝트가 끝나기전에 A회사에 가야한다면 어쩌겠냐고 했죠..
전 당연히.. 하던일은 끝내야 되니까.. 그때가서 A회사와 조율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오늘 첫 출근하자마자 A회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일정이 앞당겨져서 담주 월요일부터 출근해 달라고...
전 갈등에 빠졌습니다..
왜냐면 A회사는 근무조건(5일근무제)도 좋았고 B회사보다 급여도 1.5배가 많았거든요..
결국 전 A회사를 택했습니다..
첫 출근이고, 아직 본격적인 일을 하지 않았으니.. 그나마 지금 나가면..
회사에 피해도 적을꺼라 생각했고요...
방금 B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죄송하단말을 몇번씩이나 하고..
나왔습니다...
B회사의 이사님은 참 좋은 분이셨습니다.. 프로젝트 일정이 많이 delay되서 다급하신데도...
저에게 크게 무어라하지 않으셨습니다..
처음엔 좀 기분 상해하셨지만 뭐 어쩌겠냐고.. 더 좋은데 있으면 가야지..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웃으시며 악수까지 청하셨습니다..
당연히 하루 일당은 안 받겠다고 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너무 죄송하고..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그깟 돈 몇푼 때문에.. 잘 대해셨던 분을 배신하고 다른곳으로 가다니...
시작한 일은 책임을 져야한다던 굳은 소신을 돈 몇푼에 팔았습니다..
가난이 죄라고 탓하기엔.. 전 너무 비겁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회생활을 이따위로 하면 안되겠지요...
절 욕해주세요... 따끔한 충고도 좋습니다..
제자신이 조금이라도 덜 부끄럽도록.. 절 욕해주세요..
오늘은 술한잔 해야겠네요...ㅠ.ㅡ...

ps. B회사 이사님이 이글을 보실지 모르겠지만.. 보신다면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앞으론 이렇게 살지 않겠습니다.

jachin의 이미지

이미 미리 B회사에 A회사에 대한 얘기를 하셨던 중이었는데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사님들께서도 이미 이해해주셨을거에요.

욕은 커녕 스스로 약속을 지키려 하신 것에 대해 대견스럽게 생각합니다.

전 제가 맡은 책임도 안 지려고 하는걸요... -_-;;;

maindb의 이미지

:shock:
뭐가 욕먹을 행동을 하셨다는 것인지요?

자세한 내용빼고,

회사를 알아보던중 여러곳에 면접을 넣었는데 그 중에 한곳에 들어가게되었다.
그런데, 첫 출근날에 다른 회사에서도 나오라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그 회사는 돈도 많이주고 모든 환경이 지금 이 회사보다 더 좋다.
그래서 다시 그쪽으로 다니기로 결심하고 빠빠이~ 하고 튀었다.

......... 가 아니지 않습니까?
납득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고 기본에 반하지 않는 사과와
이해가 오고갔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활하는 월급쟁이가
지극히 정상적으로 하셔야할 행동을 하신것입니다. :wink:

galien의 이미지

힘내세요

codebank의 이미지

제가 예전에 직업을 구할 때 꼭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더군요.
한쪽은 돈을 많이주고 다른 한쪽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회사로...

결국 돈보다 하고싶은 일을 따라다니다 지금에 이르렀지만 별로 후회는
없습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하나의 신념만은 꼭지켜야지"라는 생각은 좋습니다만
환경에 적응해야하는게 사람입니다.
그 신념이 목숨과도 바꿀만한 것이라면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지 않고 남들이
이해할 정도라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각오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략은 바꿀 수 없지만 전술은 항상 상황에 따라서 바뀌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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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

ㅡ,.ㅡ;;의 이미지

아니 이런 나~~~쁜.. ㅡ,.ㅡ;;
이런 왕싸가지..ㅡ,.ㅡ;;
라고 할사람 별로 없을것 같네요..
사실저는 첨에 다른쪽에서 월급을 훨씬많이 줄테니 오라..
다른조건도 좋고.. 그래도 기존회사한번몸담은이상 신의를 저버릴순 없다면서 거절했죠ㅡ,.ㅡ;;
그런데... 회사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되지않아 회사에 당했죠..ㅎㅎ

더구나 위와같은경우는 미리 회사에 사정을 이야기했고
계약서를 쓰기전까지는 책임을 느낄필요가 없을듯합니다.

회사들이 구두로 사람을 잡아두고 계약서를 미루어두었다가
일이 여의치 않으면 없었던일로 해버리는 얌체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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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ko의 이미지

인간적으로는 B 회사의 이사님께 죄송한 생각이 들겠지만요,
뭐 잘못한 거 없습니다.
힘 내세요. 사회생활이 다 그렇죠.

OoOoOo의 이미지

오..

B회사의 이사님 정말 좋은 사람이군요.

계속 연락하세요.

차후라도 도움이 된다면, 도움을 드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wink:

redbaron의 이미지

sadrove wrote:
전 오늘..
그동안 제가 믿어왔던 올바름을 깨고 말았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미워 울고 싶습니다...
부디 절 욕해주세요.. 그래야 제 마음이 좀 편안할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본래 12월부터 하기로한 알바가 그쪽회사(A회사라고 하겠습니다.) 일정이 지연되어서..
1월부터 시작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서 일하기로 했던 저는 알겠다고.. 기다리겠다고 했고요..
하지만, 돈이 급했던 저는 12월 한달만 일할 곳을 찾았고...
우여곡절끝에 급기야.. 오늘 B회사에 첫 출근을 했습니다..
1월 1~2째주까지 일하기로한 단기알바였습니다..
평소 맡은일엔 책임을 져야한다고 믿었던 저이기에..
B회사 면접 볼때 A회사 얘기를 했고..
만일 B회사 프로젝트가 끝나기전에 A회사에 가야한다면 어쩌겠냐고 했죠..
전 당연히.. 하던일은 끝내야 되니까.. 그때가서 A회사와 조율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오늘 첫 출근하자마자 A회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일정이 앞당겨져서 담주 월요일부터 출근해 달라고...
전 갈등에 빠졌습니다..
왜냐면 A회사는 근무조건(5일근무제)도 좋았고 B회사보다 급여도 1.5배가 많았거든요..
결국 전 A회사를 택했습니다..
첫 출근이고, 아직 본격적인 일을 하지 않았으니.. 그나마 지금 나가면..
회사에 피해도 적을꺼라 생각했고요...
방금 B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죄송하단말을 몇번씩이나 하고..
나왔습니다...
B회사의 이사님은 참 좋은 분이셨습니다.. 프로젝트 일정이 많이 delay되서 다급하신데도...
저에게 크게 무어라하지 않으셨습니다..
처음엔 좀 기분 상해하셨지만 뭐 어쩌겠냐고.. 더 좋은데 있으면 가야지..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웃으시며 악수까지 청하셨습니다..
당연히 하루 일당은 안 받겠다고 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너무 죄송하고..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그깟 돈 몇푼 때문에.. 잘 대해셨던 분을 배신하고 다른곳으로 가다니...
시작한 일은 책임을 져야한다던 굳은 소신을 돈 몇푼에 팔았습니다..
가난이 죄라고 탓하기엔.. 전 너무 비겁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회생활을 이따위로 하면 안되겠지요...
절 욕해주세요... 따끔한 충고도 좋습니다..
제자신이 조금이라도 덜 부끄럽도록.. 절 욕해주세요..
오늘은 술한잔 해야겠네요...ㅠ.ㅡ...

ps. B회사 이사님이 이글을 보실지 모르겠지만.. 보신다면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앞으론 이렇게 살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gilchris의 이미지

redbaron 님 말씀처럼 저 역시 부럽습니다.

여기에서 sadrove님의 반만이라도 따라가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곳은 공익에게 정신적 압박을 엄청나게 주는 군요. (요즘 힘들어서 괜한 소리 덧붙였습니다.)


--------------------------------------------------------------------------------
새로운 세상으로...

mach의 이미지

sadrove wrote:

...
그동안 제가 믿어왔던 올바름을 깨고 말았습니다..
...

잘 했다고는 않겠습니다.
개인적으로 , 제 나름대로 룰이 있습니다.
"All or Not"
"일단 하면 하고, 아니면 아예... 말고."
제 나름의 주관으로 볼때, sadrove님이 잘한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좋은 느낌이 드는 것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씨를 가진 사람일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위 한줄입니다.
자신의 가치판단을 확실히 지키며 사는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 P.S. --------------
지식은 오픈해서 검증받아야 산지식이된다고 동네 아저씨가 그러더라.

whiterock의 이미지

최근에 읽고 있는 책에서 Win-Win 이 아니면 안하는 것보다 못하다 라는 내용을 본 기억이 나네요.
양쪽다 만족을 해야지 한쪽이 손해를 보는 거래는 차후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뭐 그런 얘기로 그럴 바에 거래를 하지 않고, 다음에 서로 만족하게 될때 거래를 한다는 내용인데.
이 글을 쓰신 분의 상황과도 연관되는 거 같네요. 그 이사분 한테는 신뢰감을 주셨으니 훗날 다시 보게 되면 좋은 인연이 될 수 도 있겠네요 : )

흐음...

앙마의 이미지

Quote:

잘 했다고는 않겠습니다.
개인적으로 , 제 나름대로 룰이 있습니다.
"All or Not"
"일단 하면 하고, 아니면 아예... 말고."
제 나름의 주관으로 볼때, sadrove님이 잘한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좋은 느낌이 드는 것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씨를 가진 사람일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위 한줄입니다.
자신의 가치판단을 확실히 지키며 사는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잘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잘못했다고도 볼 수 없지요.
잘잘못을 따질수 없는 문제 같습니다. 자신의 주관으로 타인의 행동을 판단하는것은 의미가 없을뿐더러 위험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Quote:

제 나름의 주관으로 볼때, sadrove님이 잘한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님의 가치판단에 대해서 뭐라 할 입장은 못 되지만 위 문장이 없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처음 글 쓰신분이 더욱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autography

인간에게는 자신의 운명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sadrove의 이미지

의견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오늘 A회사에 가서 업무 설명을 듣고 왔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마음도 안정되었고...
오늘 가본 A회사의 인상은 정말 좋으네요...
PM님도 잘 대해주셨고....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지금의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참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앞으론 좀 더 신중하게 인생을 살아야 겠습니다.. :w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