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매미..
집근처 산기슭에서 한마리 잡았는데
어린시절 시골에서 보던 놈보다 훨씬 작다.
찾아보니..
어릴 때 잡았던 건 매미중 제일 덩치가 큰 '말매미'이고
이건 아마 '참매미' 같다.. 아님말구..
..
어쩌다가 맨손으로 잡히냐.. 나보다 더 어리버리한 놈이구나..
한여름 뜨거운 태양의 양기 가득 받으며..
참한 암매미 꼬셔서 어떻게 해보려고
악에 바쳐 세레나데를 불러제키다가 정신줄을 놓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그래도 걱정마라..
철없던 시절에 그랬던거 처럼.. 머리, 날개, 다리, 꼬리를
아무 생각없이 야발야발 뜯으며 가지고 놀기에는
너무 지나친 사회화로 겁쟁이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
진짜인지는 모르겠는데..
내 저장장치 제일 첫머리 부근에 기록된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뭔짓을 해도 이쁘게 봐줄 수 있을 만한.. 한 대여섯살 쯤 나이였을거다.
그때도 햇빛 가득한 한여름 오후쯤..
집옆, 녹음우거진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가지에 붙어서 온동네를 시끄럽게 하던
매미 한마리를 발견하고는..
낮잠자고 있던 아버지한테.. 아니.. 아빠한테
달려가 잡아달라고 떼를 썼었다.
..
..
아버지한테 살갑게 다가갔던 적이.. 언제가 마지막이였던가..
가끔 시골 갈 때마다.. 그냥 형식적 인사.. 뻔한 안부.. 의도적 외면..
중학교 졸업 이후로 두눈 마주 보면서 진지하게 얘기했던 적이
있었던가?
언제부턴가..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은.. 그냥 예예 그러면서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척 하는게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사실은 잔소리로만 생각하면서.
그래야만 잔소리가 일찍 끝난다고 여기면서.
점점 왜소해지는 풍채가 눈에 밟힌다..
..
..
누구나 그랬듯이..
그때는 떼를 쓰면 모든게 해결됐다..
귀찮았겠지만.. 마지못해 아빠는.. 뻣뻣한 소꼬리털 하나를 뽑아서
동그랗게 올가미를 만들어 긴 막대기에 매단 후..
Y 자로 벌어진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에 가볍게 올라가셨다..
기다란 다리를 양가지에 벌려 디디고
한손으로 나무가지 잡고 한손으로 매미채 들고..
농사일로 단련된 구릿빛 근육의 커다란 팔둑이 불룩거린다.. 멋있다..
가지를 밟고 있는 굵은 장딴지도 꿈틀거린다..
아빠의 임무완수를 터럭만치도 의심치 않으면서도..
고만고만한 삼형제가
나무 아래서 침을 꼴깍 삼키며 쳐다본다..
목이 아프다.. 그래도 참아야한다.
..
잠깐 동안의 정적감..
매미의 외마디 자지러지는 비명소리..
햇빛에 반짝이는 맑은 오줌줄기 한가닥을
내 머리 위로 뿌려대며 반항을 해보지만..
결국 올가미에 걸려 파르르 떤다.
만세를 부르며 좋아하는 꼬맹이들..
..
..
그시절..
당신은.. 우리들의 슈퍼맨이었습니다...
영원한 슈퍼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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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필같네요..저는
수필같네요..저는 지금 중학생이라..:-)
님이 그만큼
커버려서 작게 보이는게 아닐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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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n + trac + my project --> succ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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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t init
git add .
git commit -am "project in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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