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미련한' 네트워크 관리자를 위한 조그마한 위로

네트워크 프린팅을 읽고 나서 강컴 독자 서평에 쓴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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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구입하고자 하는 분들이 주의해야할 점 두 가지를 일러둔다.
먼저 이 책은 주로 버클리 스풀러를 -lpr과 LPRng- 활용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출판 시기가 꽤 지난 만큼 이제는 Xnix 계열의 표준프린팅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CUPS(Common UNIX Printing System)에 대해서는 소개하고 있지 않다.
또한 겉표지, 소개글, 목차를 보아도 이 책은 linux, unix 뿐만 아니라 MS Windows, 매킨토시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운영체제에서의 네트워크 프린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표방하고 있으나 책을 읽고난 후 실제 이 책이 Xnix 중심의 중앙 집중 관리 프린터 서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깨닫게 되었다. 내 운영체제에서 프린터를 어떻게 잡는지에 대해서 알고싶다면 인터넷에 있는 문서들을 직접 찾아서 연구해보기 바란다.

oreilly이기 때문에 이렇게 독창적인 주제로 -누구나 알고 있을 것 같지만 그 원리는 결코 간단하지 않은 '프린팅'같은 주제- 책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놀란 것은 단순히 특이한 주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치지 않았다.
1장 '소개, 구조, 역사'에서는 '인쇄와 출판에 대한 간략한 역사'라는 제목의 절이 있다. 여기에서는 Xnix 환경에서 프린팅 시스템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소개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인쇄/출판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으며 이것이 인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얘기하고 있었다.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목판인쇄술-금속활자-컴퓨터 프린팅으로 바뀌어가는 인쇄/출판의 역사가 재미있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것은 기술 습득만을 강요하는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oreilly 책 대부분이 이처럼 본질적인 내용까지 강조하다보니 책을 읽기에 산만해지고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아무리 그렇다쳐도 이런 책을 또 어디에서 볼 수 있겠는가?
네트워크 관리자의 프린팅 솔루션으로서 이 책의 핵심은 11장 'LDAP를 사용한 중앙집중식 환경설정'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실제 11장 서문에 저자가 이 장의 내용을 친구들에게 소개했을 때 '대체 LDAP가 프린팅과 무슨 연관이 있지?'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OpenLDAP를 활용해서 프린터를 관리한다는 발상은 충분히 시도해 볼만할 것이다. 아니,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네트워크 프린팅이 절실히 요구되는 곳에서는 필수적인 관리 테크닉이 아닐 수 없다.

네트워크 관리자는 항상 시간과 업무에 쫒긴다.
본문에 네트워크 프린터의 전면 패널과 스위치를 누르는 동작을 반복해서 네트워크 주소를 설정하는 작업을 500대에 대해서 '미련하게'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부트서버를 활용해서 '현명하게' 자동화할 것인지 묻는 내용이 있었다. 같은 작업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미련하게' 관리하는 컴퓨터들이 있는 나 같은 관리자들을 위해 이 책이 조그마한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