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tter, 잭 돌시, 멋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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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누구냐면 도널드 트럼프와 폭스 뉴스, 그리고 온갖 종류의 거친 그의 추종자들입니다. 얘네들 총기들고 미시간 의회 쳐들어오고 진짜 집에서 살인 계획 공모하고 폭탄 제조하는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아래에 맥락을 추가하겠습니다만, 트위터가 도널드 트럼프 트윗에 "팩트 체크"라는 레이블을 달았습니다. 그것도 사실 페이스북과 비교하기만 해도 트위터가 레이블을 단 것부터 상당히 영웅적인 첫 걸음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랬더니 잭을 공격한 것도 아니고, 그 해당 팀을 공격한 것도 아니고, 전혀 다른 팀에서 일하는 직급 낮은 매니저의 트윗을 읽고 어쩌고 하면서 폭스 뉴스에서 그 매니저를 공격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저도 폭스 뉴스 안 보고 트럼프는 블락했고 해서 정확한 디테일까진 모르겠습니다만.

거기에 대응해서 잭 돌시가 올린 트윗이 저겁니다. 자기가 책임자니까 우리 직원들은 건드리지 말고 자기한테 오라는 얘기죠. 그리고 니가 그래도 나는 계속 하겠다는 얘기도 있고요.

페이스북이 훨씬 더 크고 강합니다. 트럼프는 아마 페이스북 없이 재선되기 힘들 겁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습니다. upper management에 공화당 인물들을 채용하고 상당히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거대 IT 회사들도 트럼프와 공화당에 대놓고 대들고 있지 못하고요. 그만큼 대통령과 공화당, 그 지지자들과 맞선다는 건 상당히 큰 압박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잭 돌시와 트위터가 그저 두렵지 않아서, 잃을 게 없는 처지라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잭도 그다지 잠자리가 편치 않을 겁니다.

한국은 고용주나 상사, 지도교수 등이 자주 (늘이 아니라면) 자기가 책임을 지는 대신 부하 직원이나 학생에게 미룹니다. 심지어 자기가 일일이 뒤에서 지시하는 일도 상대방에겐 어느 순간에도 "아, 그건 학생이 주도한 거고 나는 몰랐는데, 미안하다. 앞으로 관리를 더 잘 하겠다"고 하며 발뺌할 준비를 합니다.

잭 돌시는 그러지 않았죠.

2. 이 사건은 여러 가지로 우스운데,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은 freedom of speech를 해치는, 헌법에 반하는 일이라고 "발광"을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그 미국 헌법에서 말하는 freedom of speech는 국가에 대한 것입니다. 즉 국가가 사인의 발화할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는 거죠.

트위터는 그냥 사기업입니다. 트위터는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견을 낸 것도 사실 아니고 워싱튼포스트, 가디언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견해를 인용해둔 링크를 걸었습니다. 이걸 대통령이 공격하는 건 언론 자유에 대한 너무나도 교과서적인 침해죠.

트럼프는 곧 트위터를 견제할 executive order에 사인하겠다고 하는데, 첫째, 그게 EO 수준에서 될 리는 만무하고, 둘째, 법률 검토를 내부적으로나마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리 봐도 위헌이죠. 근데, 뭐 우크라이나 건도 그렇고 위헌적인 짓을 한두번 한 게 아닌데 공화당이 계속 덮어줬습니다. 이번에는 미치 맥코넬 같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무슨 되도 않는 궤변으로 트럼프의 위헌 행위를 옹호할지 궁금합니다.

3. 관련이 있는 사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비록 트위터가 정치 광고를 안 올리기로 결정했다거나--페이스북은 검열없이 올리는데, 누가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담아 정치 광고를 주로 하겠습니까? 트럼프죠--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트럼프의 계정 자체를 정지시키거나 하진 못했죠.

Joe라는 전직 공화당원이자 방송인을 트럼프가 싫어하는 모양이고, Joe가 자기 staff을 전에 살해했다는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https://www.nytimes.com/2020/05/26/us/politics/klausutis-letter-jack-dorsey.html

그러자 그 살해당했다는 staff의 당시 남편이 Jack Dorsey에게 정중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편지를 썼더군요. 트럼프의 그 트윗은 지워달라고요.

https://www.nytimes.com/2020/05/26/business/letter-to-twitter-ceo.html

트위터는 트럼프의 트윗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무슨 마음의 변화가 있었던 건지 얼마 지나니까 "Fact Check"이라는 레이블을 트럼프의 트윗 두 개에 붙였더군요.

워싱튼포스트 팩트 체킹 팀은 트럼프가 "false or misleading claims"를 취임 이후 몇 개나 하는지 세고 있었던데, 제가 최근 본 수치가 16000개가 넘었습니다.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거짓말을 합니다. 그냥, 입을 열면 거짓말인 것 같고 애초에 자기가 하는 말이 거짓인지 참인지 신경도 안 쓰는 것처럼 보입니다.

4. 저도 주가가 거의 되돌아 온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입사할 때 받은 주식은 더 올랐고, 2월에 피크에서 장기로 보고 샀던 주식은 한때 수십 퍼센트 폭락했다가 다시 되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경제가 잘 되고 있다는 신호는 아니죠. 3천만 넘는 사람들이 실업을 신고했습니다--실업하면 얻는 베네핏이 있습니다.

흔히들 락다운이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잘못 생각하시더군요. 그보다는 판데믹 자체의 영향입니다. 락다운을 일찍 한 주나 늦게 한 주, 그리고 안 한 주의 경제 활동을 이전 대비 비교해 보면 양상이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냥 락다운이 되든 말든 사람들이 나갔다가 바이러스를 업어오는 게 두려워서 안 가가고 있는 거죠.

해결책은 락다운을 무작정 푸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처럼 신뢰할 수 있는 정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있어서, 밖에 나갔을 때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려주고, 어디까지 경제 활동을 해도 되는지 선을 그어주는 게 중요하죠. 동시에 문제의 크기를 최대한 작게 통제해 주는 것도 중요하고요. 미국은 되는 게 없고 너무 늦게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연방 정부의 책임이 크고요.

그러니까 설령 트럼프가 경제를 잘해 왔어도--사실 경제는 오바마 행정부 내내 상승 일로였습니다만--그 성과가 판데믹 대응 한 번 잘못 한 걸로 날아갔고, 그 대응 책임의 상당히 큰 부분은 트럼프 몫이죠.

아직도 트럼프는 마스크를 안 쓰고 조 바이든이 마스크 썼다고 조롱합니다. 그런데 지금 다수설은 침방울 통한 대인 전파가 주 감염 경로고, 무증상 감염 비율이 높으므로, 각자 아프다고 가정하고 천 마스크라도 쓰면 전파 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거죠.

cogniti3의 이미지

한국 뉴스 기사 봤습니다. 남의 나라 일이라 뭐라 말하긴 그런데,
트위터측도 이해가 되고, 트럼프의 말 중 우편투표는 부정선거의 우려가 있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습니다. 그런데 트위터측에 아쉬운게,,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팩트 체크라는 것을 달은건지 아니면 트위터의 직권으로 사람이 팩트 체크라는 것을 달은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트위터의 직권으로 팩트 체크라는 것을 달았다면 그것 또한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 생각합니다. 차라리 사람 계정으로 댓글을 달았으면 나았겠죠.
트럼프의 행위에 사실 여부를 떠나서, 옮고 그름을 떠나서 최고권력자인 대통령 상대로 트위터가 그런 행위를 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용기가 있었다고 봅니다.
트럼프의 언행이 거침없다는 것은 언론을 통하여 익히 알고 있는데, 제가 전후 사정도 모르고, 남의 나라 일이라 아는게 없어서 뭐라 할 말이 없네요.

Stephen Kyoungwon Kim@Google의 이미지

미국은 오레곤 주를 포함 5개 주가 우편 투표를 하고 있습니다. 오레곤은 20년 이상 우편 투표로만 하고 있어요. 부재자 투표를 하고 있는 주는 20개가 넘는데, appeal court의 최근 판례는 부재자 투표인 경우 이유도 필요 없고 굳이 부재할 필요도 없습니다. 따라서 사실상 원격 투표가 허용되는 거죠. 문제가 아예 없기는 어렵겠습니다. 이를테면, 등록을 한 이후 투표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누군가가 메일을 받아 투표하는 게 가능하죠. 한데 지금은 판데믹이고 미국은 방역이 개판입니다. 글자 그대로 투표 하러 나가려면 누군가의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자기 목숨 아니면 집안에 있는 나이든 부모님의 목숨일 수도 있고요. 혹은 일터에 있는 나이든 동료의 목숨일 수도, 혹은 그 동료의 메디컬 컨디션이 있는 자식의 목숨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병원에서 죽은 사람 수가 269명으로 집계되는데 미국은 그것만도 10만이 넘었습니다.

트럼프는 그런 마이너한 문젤 얘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더 웃기는 건 백악관 대변인도 10년 사이에 11번 부재자 투표를 했으며 트럼프도 메일로 투표를 했어요.

여기서 문제가 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는 광의의 의미라기보다 미국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인데, 그건 사인의 국가에 대한 자유입니다. 반대로 미국 대통령이 사기업이 발언한 것에 대해 직접 행정 명령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교과서적인 위헌입니다.

트위터의 직권으로 전담 팀이 수동으로 해당 레이블을 달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트위터 역시 공론 공간에서 자유롭게 발언한 것이죠. 트윗을 삭제한 것조차 아닙니다. 대통령이 더 강자고요. 어떻게 억압일 수가 있나요?

설령 트윗을 지웠다 해도 트위터가 현행법을 검토할 대로 검토하고 정해놓은 약관에 트위터는 트윗을 지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게 싫다면 트위터를 안 쓰면 된다는 게 미국 현행 법체계의 판단이겠죠. 따라서 지웠어도 여전히 표현의 자유 침해는 아닙니다.

물론 넓게 보면 삼성, 엘지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 훼손이 없다 해도 발언권이 저랑 같진 않죠. 결과적으로 장자연 씨의 목소리가 충분히 들리지 못했던 것처럼 제 목소리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만약 이게 단순히 트위터 대 사인이었다면 얘기가 달랐겠죠. 하지만 이건 그런 사건이 아니고요.

워싱턴포스트가 집계한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후 3.5년 동안 한 거짓말도 1만 6천개가 넘습니다. 수준이 너무 말도 안 되고요. 사실 플랫폼은 그런 정보가 범람하지 않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습니다. 예컨대 아동 포르노가 페이스북을 통해 유퉁되도록 페이스북이 가만 놔둘까요? 최근에는 코비드 관련 잘못된 정보의 유통을 대부분의 SNS가 개입, 삭제하고 있습니다. 이게 언론 자유의 억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트럼프의 언행은 거침없는 게 아니예요. 악의적인 거짓말을 숨쉬듯이 하는 거죠. 심지어 헌법에 반해서 탄핵을 당할 짓도 공화당이 덮어주니까 주저없이 합니다.

그리고 트럼프도 트위터도 이해가 된다는 식의 발언을 지금 미국의 유색 인종 시민 다수는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트럼프 때문에 안 죽어도 될 사람이 수만 단위로 더 죽었고 지금도 죽고 있어요. 그건 병원 집계 기준이라서 실제로 죽은 사람은 몇 배 더 될 가능성이 있고 파우치 박사를 인용해도 확실히 언더 카운트 되고 있습니다. 유일한 희망은 11월에 공화당과 트럼프를 선거로 쫓아내는 건데, 참여율이 높을수록 일반적으로 민주당이 유리합니다. 그래서 지금 공화당이 선거를 최대한 못 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거고요. 그 일부로 투표를 메일로 하면 "사기"라는 건데, 사실 여러 주에서 문제 없이 하고 있는데다 지금 상황은 투표하러 나왔다 몇 천명이나 몇 만명이 더 죽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한국이야 일부가 마스크도 안 쓰고 모여 놀러 다니지만 미국은 이 동네에도 해수욕장 주 정부가 다 막아놔서 주차도 못 하는데 주택가에 차 세우고 들어가서 노는 사람들 부지기수고 경찰이 잡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투표장에 길게 장시간 줄서면 마스크도 안 쓰고 거리 유지 안 하고 떠들어 재끼는 사람들 부지기수로 많을 겁니다.

cogniti3의 이미지

최고권력자가... 트위터 폐쇄할 수 있다고..... 무섭네요.
이런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거겠죠.
트럼프, 트위터 경고장에 그러면 '폐쇄' 으름장
https://news.v.daum.net/v/20200528123708596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jick의 이미지

트위터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트럼프 같은 미치광이가 대통령이 될 걸 예상하지 못했으니, 일단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기는 합니다...만, 대통령의 트위터에 주석 한 줄 단 것이 그렇게 칭송받을 일인지는 좀 의심스럽긴 합니다.

지난 4년 동안 "트위터가 사회갈등을 부추긴다"라는 기사만 모아도 한 트럭 나올 것 같은데, 그동안 뭐하다가 이제 와서?

Stephen Kyoungwon Kim@Google의 이미지

기본적으로는 하신 말씀에 공감합니다. 트위터가 잘한 건 아마 정치 광고를 싣지 않겠다고 얘기한 정도겠죠.

그런데 사실 페이스북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화당 인물들 채용하고 립 서비스 하고 광고 실어주진 않더라도 다른 회사들도 순응적인 행보를 해온 것은 사실 같습니다. 그나마 이제 겨우 주석 달기 시작했는데, 첫 걸음이라는 의미에서 저는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긴 합니다. 비판보다 응원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고요.

단지 제가 인상을 깊게 받았던 건 그 주석을 단 부분이 아니라 실제로 위험 부담이 큰 데도 불구하고 우리 직원은 여기서 빼라, 내가 책임자다, 라고 얘기한 부분이었습니다. 폭스 뉴스가 말단 관리자 하나 융단 폭격하고 트럼프까지 자기 트윗에서 그 직원의 핸들을 언급한 상황에서 CEO가 당연히 해야할 일도 맞는데, 한국에서는 안 그런 상사가 너무 많아서요.

나빌레라의 이미지

한국이나 미국이나 책임지지 않는 상사는 많습니다.

Quote:

한국은 고용주나 상사, 지도교수 등이 자주 (늘이 아니라면) 자기가 책임을 지는 대신 부하 직원이나 학생에게 미룹니다. 심지어 자기가 일일이 뒤에서 지시하는 일도 상대방에겐 어느 순간에도 "아, 그건 학생이 주도한 거고 나는 몰랐는데, 미안하다. 앞으로 관리를 더 잘 하겠다"고 하며 발뺌할 준비를 합니다.

한국이라 그런게 아니라, 그런 사람이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도 많아요. 저런 고용주나, 상사, 지도교수요..

또한,

Quote:

CEO가 당연히 해야할 일도 맞는데, 한국에서는 안 그런 상사가 너무 많아서요.

한국에도 책임지는 상사들 많습니다. 미국에도 안 책임지는 상사들 엄청 많고요...

Stephen님이 쓰는 글은 전체적으로 공감하는 내용이 많습니다만,
유독 한국에 대해서는 편견이 좀 있는것 같아서 감히 댓글 달았습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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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Stephen Kyoungwon Kim@Google의 이미지

말씀대로 제가 한국에서 나고 10년 빼고 나머지는 다 한국에서 보낸 만큼 한국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이 봐 와서 똑같은 문제도 한국에선 보였고 다른 나라에서는 안 보이는 경우도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나 제 주변의 경험만 갖고 일반화까지 가는 건 논리적인 비약이긴 하지만, 영향을 받지 않았을 수는 없고요.

세상에 책임 안 지는 상사가 많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더 큰 회사들도 감히 대놓고 대들지는 못하는 거 같은데, 트위터 같이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 CEO가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앞에 나서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이는 게 멋있어 보였다, 정도로 표현하는 게 좋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