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다녔던 직장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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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은 백수인 2개월경력차의 웹프로그래머 였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중소업체에 게임프로그래머로 들어가서, 2개월간 웹프로그래밍만 하다가 때려치고 이직을 했었죠.

거기서 얻은 교훈은 많았습니다.

저는 최저임금 시급 6,470원일때, 월급100만원(이마저도 식대가 10만원 붙어서 100만원이라고 하더군요.)에 하루 7시간씩만 일하기로(업무량은 7시간만에 못하는 양이지만.)했습니다.

저는 처음 들어갔을 때, 처음잡은 프로젝트에서 메인프로그래머가 되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거기 회사는 신입이 메인프로그래머가 되고, 경력진은 서브로 도움만 주거나, 외부에 파견만 나가있는게 기본적이었습니다.
이 현상을 지들은 '교육'이라는 으리으리한 이름으로 떠받치는 것 같더군요.

1월 11일에 처음으로 들어간 그 회사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특이했습니다.
회사는 대학교 내부에 있었으며, 제가 생각한 개발 회사랑은 모습이 다르게 오히려 짱구는 못말려에 나오는 상사같은 이미지였거든요.

1월 11일에는 눈치보다가 제때 퇴근을 못하고 42분정도 더 있다가 퇴근했었습니다.
첫날은 만들던 솔루션을 경험테스팅만 이빠이 시키더군요. 호환성 테스트도 겸한다고 개인폰에 개인데이터로 그런짓을 시키더군요.(와이파이가 있는건 한참 나중에 알려주더라구요.)

이 회사는 나름 복지라고 첫달 월급이 나오기 전까지는 법인카드로 밥을 사주는 복지가 있어서, 첫달은 그래도 그럭저럭 버틸만 했습니다.

지옥도가 펼쳐진건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한 1월 18일부터였습니다.
기획자이자, 디자이너이자, PM은 저한테 화면정의서만 던져주고, 기능에 대한 것은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가서, 물어보면 처음 몇번은 알려주다가 나중에는 "XX님(XX는 이름이고, 이 회사는 서로 님을 붙이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저 바쁜거 안보이세요?"라고 하면서 안알려주더군요.
처음에는 마감 내로 될 것 같았는데, 갈 수록 일이 늘어나더라구요.

월요일 아침과 대표가 심심할 때 마다 랜덤하게 발생하는 전체회의 이벤트는 마감에 쫓기는 제 뺨을 후려치더군요.
그래도 초반 1주일정도는 정시인 5시에 퇴근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계속해서 만들었던걸(1월 18일 이전에 eBook도 만들었었습니다.)문제가 있다면서 추가적으로 수정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나중에는 그 때 기획자한테 차근차근얘기하면서, 미리 발생할 문제인 이미지를 한번에 로딩시켜서 초기에 굉장히 느릴 것이라는 걸 수정하라더군요. 퍼포먼스는 없지만, 확실하게 최적화된 eBook시스템도 한개 더 만들어서 보여줫더니, 그걸 빠꾸했었으면서, 지금은 또 최적화를 하라더군요.
플래시없이, CSS와 Jquery만으로 거의 요구사항들을 다 넣기 위해서, 억지로 만들어 낸 것을 문제가 있다면서 다시만들라고 한것은 겨우겨우 논파로 무마하는데 성공했지만, 그 논파하는동안 시간은 또 짧아졌습니다.

더 웃긴건 처음 틀 만들 때는 도움을 주지도 않던, 경력 프로그래머들이 "이거 이런식으로 만들면, 힘들거에요."라면서 거의 완성되가고 있을 때, 태클을 걸더군요.
물어보지 않는 것은 안알려준다는 것을 참 간절하게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온 투자자들을 맞이한답시고, 마감이 빠듯한 프로그래머들만 전부 접대에 투입하고, 기획자랑 PM, 디자이너는 투입 안시키더군요. 그 때, 그 회사에 같이들어온 친구녀석에게 "가서, 가위좀 가져와."라고 했더니, 한 꼰대녀석이 "뭐? 가서 가위를 가져와? 쟤가 니보다 먼저들어왔는데, 그게 선배한테 할 말이냐? 그리고 너도 말이야, 가서 가위를 가져오라고 한다고 가지러가냐."라면서 저한테 역정을 냅니다.

그리고 입사 3주째가 되서야 처음으로 웹프로그래머팀 팀장을 봤습니다.
더 웃긴건 그 팀장님도 그 때 처음으로 자기가 팀장인 것과 팀원이 있다는걸 알게되었다는 겁니다.
(이 팀장님은 성격도 좋고 나름 잘 알려주는데, 교회권유가 너무 심한게 굉장한 흠이었습니다. 저랑 알고지낸지 3일만에 회사험담을 늘어놓을정도로 친해졌었습니다.)

해외 투자자들을 접대하고, 계속 개발을 하다가 계속 짧아지는 작업시간과 늘어나는 잡업무때문에 마감 하루전엔 2월16일에는 11시까지 일을 하다가 집에 새벽 1시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그때 마침 다니던 학교에서 "게임회사에서 사람구한다."라는 말을 들어서 새벽3시까지 졸면서 자소서를 쓰고, 6시에 다시 출근했습니다.(회사에 가는데 대략 2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대망의 2월 16일에는 또다른 문제들이 계속 터져서, PM이 저를 갈구더군요. 자기가 생각한데로가 아니라면서.(분명히 이양반 몇 번을 물어봤는데, 바쁘다고 안알려줬습니다. 적어도 기능기획서 한 장이라도 넘겼더라면 이런일은 없었겠죠.)
처음에는 단일이미지만 업로드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자기가 생각한건 다중이미지였다던가, 팝업창 형식으로 이미지가 보이는걸 원했다가 페이지형식으로 바꿨다가, 재건축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개처럼 일하면서, Admin페이지가 있고, 반응형이면서, 모바일에서는 모바일에서 따로 작동하고, 유튜브와 연동이 되면서, 게시판에는 다중이미지를 업로드할 수 있는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Admin페이지를 포함하여, 페이지는 대략 50페이지정도 되었고, 시간이 빠듯해서 JSP로 만들었지만, MVP패턴은 거의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대략 5주만에 2차업데이트까지 끝내고, 탈진상태가 되었었습니다.
거의 다 완성했더니, PM은 자기가 마음에 안든다면서 padding값과 margin값을 계속 바꾸기를 요청하면서 하루종일 개발당시에는 바쁘다던 양반이 제 옆에서 계속 값을 일일히 조정하면서 50페이지를 종일 바꾸는 작업을 거의 계속 하다가, 전에 자소서를 썻던 회사에서 저를 채용하겠다는 말을 해서, 3월 7일을 끝으로 그 회사를 뜨게되었습니다.

더 웃긴건 자기측 실수로 사직서랑 기밀서약서를 못썼는데, 그걸 팩스로 해서 보내겠다니까, 굳이 2시간되는 거리를 와서 쓰고가라더군요.(쓰러 가서 차비도 못받았습니다.)

그 회사에서 받은 월급...
2월 15일이 원래 첫 월급 받아야했던 날인데, 망할놈의 대표가 깜빡 잊은 상태로 해외출장가는 바람에(대표는 거의 해외출장만 갔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출장을 핑계로 해외여행을 즐긴 것 같습니다.) 2월 17일에나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마저도 663,420원이었습니다.

3월 15일에도 깜빡했다면서 3월 16일에 915,900원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줘야했을 3월달 급여를 4월 14일에 정상적인 시간에 146,940원 주더군요.

저도 그 회사에서 참을만큼 참았고, 최저임금도 못받은게 서러워서, 고용노동부에 찔렀습니다.
그랬더니, 그 회사에서 대표가 "우리가 이렇게 헤여지기로 했냐."라면서 화를내고, 경영이사가 "너 그런식으로 살다가는 그런식으로 간다."라고 말해서, "지금 협박하는겁니까?"라고 했더니, "뭐? 협박? 하! 인생의 선배로서 충고하는거다!"라면서 역정을 냈었습니다.

막상 노동청에 와서도 "이 친구가 일 제대로 못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작업하고 있다."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만든 그 홈페이지, 아직까지도 외관상 바뀐게 전혀 없습니다.
지금 7월 27일인데, 4월달 말에 노동청에서 싸웠던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전혀 바뀐게 없었습니다.
어드민페이지도 제가 만들었던, 그대로더군요.

그러더니 "우리회사 여직원이 너 성희롱으로 신고한다더라."라면서 이제는 없던 일도 만들더군요.
그리고 그 신고, 현재까지 안왔습니다.
만약, 신고까지 해서 재판으로 갔다면, 저는 무고죄로 역고소까지 했을거에요.

대표이사대신 경영이사가 왔었는데, 얼마나 인성이 나쁜지, 노동감독관한테도 화를 내고, 저한테 최소한의 예의도 안지키더군요.

그리고, 거기서 약 30만원정도 되는 야근수당과 최저임금을 받아냈습니다. 만약 제가 그 때 성격이 좀 더 날카로웠으면, 고용계약서 미작성까지 제대로 찔러가지고 벌금까지 물게했을텐데, 심약했던 저는 그러지 못했었죠.

마지막까지 나가면서 이사는 "다음번에는 경찰서에서 보자 XX아."라면서 저한테 인사를 하면서 발걸음을 쿵쿵거리면서 나가더군요.
저는 경찰서에서 봤으면, 전화통화 녹음했던걸 그대로 제출해서 협박죄까지 추가해줄 생각이었습니다.

아는 형한테 물어보니까, 그 회사에서 저를 성희롱으로 고소하면, 재판관이 보기에는 '보복성 허위고소'로 판단하고 저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저는 무고죄로 역고소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그러더군요.

이게 제가 다녔던 첫 회사의 이야기입니다. 꽤 오래된 일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다니는 내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던 감정만은 기억나네요.

지금은 그 회사에서 다녔던게 트라우마가 되서, 항우울제를 먹고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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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론은 뭐죠? 이 글을 읽은 사람이 어떤 답을 했으면 하나요?

저는 글을 읽다가
그러면 노동부에 신고하셔요
라고 답을 달려다가 보니 이미 신고하셔서 처리까지 하셨던데...

꽤 긴 글을 쓰셨는데 글 쓴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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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회사는 퇴사 후에도 후유증을 남긴다는 것입니다.

세벌의 이미지

항우울제... 이상한 회사 다니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잘 극복하시고 담엔 좋은 회사에 잘 다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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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을 물어보는 글이 아니라 위로와 공감을 원하는 글이죠. 이 긴 글에 꼭 의도를 물어 보셨어야 하는지.

백연구원의 이미지

면접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면접은 회사가 구직자를 판단하기 위한 자리뿐만 아니라,
구직자도 회사를 평가해야 하는 자리기 때문입니다.

힘내서 좋은 직장 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소곤소곤

vagabond20의 이미지

어떤 페북 지인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과 청년실업에 대해 글을 썼더군요.
저와 같은 기성세대 (60년대 태생, 80년대 대학을 졸업한 50대) 들이 보통 생각하기를 '아니 중소기업들은 사람이 없어 난리라는데 왜 젊은이들은 그 좁다란 문을 통해 대기업에만 들어가려고 저러고 있나? 그냥 중소기업 취직해도 먹고 살잖아!' 한다고요.

그런데 실상을 알고 나면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겁니다.
자그마한 회사에 들어가서 개발자로 일을 시작했는데, 일단 급여가 작습니다.
그것도 제때에 나오는 회사는 좋은 '중소기업' 에 속하고, 그렇지 않은곳도 많다는군요.
그리고, 회사 오너의 가족, 친척들까지 와서 회사업무를 방해하거나 소위 '갑질' 을 하기 일쑤라고 하더군요. '내 형이 사장인데 말야, 너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이거 하나 못 들어줘?'

심지어는 그냥 갑질을 지나서 폭행을 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로 얼마전에는 뉴스에도 보도가 나갔지요?

이게 왜 그런가 하면 - 나라가 후져서 그런겁니다. 한마디로 '후진국' 기업문화에 정체되어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지요. 엄격한 규율이 있어야 하고, 오너들이 도덕적이어야 하며 경영과 소유가 분리되는게 상식인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승자독식 방식으로 대기업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도 한몫을 단단히 하지요.
뭐 하나 괜찮은거 개발해 놓으면 갑-을 관계를 내세워 뺏어가고는 그 값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중소기업 소속 개발자들은 진짜 뭐 빠지게 일하고 혜택은 대기업쪽이 다 가져가는게 비일비재할겁니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좀 희망을 가져볼까요?

여의도자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