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심오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글쎄요.

전혀 쓸모가 없진 않겠지요.

초등학교 수학에서는 2+x=5 대신 2+□=5 또는 2+(가)=5 처럼 문제를 냅니다.
그러니 아주 간단한 수준에서는 이런 사소한 차이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지수를 나타낼 때는 영문자 x를 사용하는 게 관습이라는 걸 배우는 건 나중 일이지요. 어차피 뭘 쓰나 상관없다는 걸 배우는 것도 나중 일이고요.
그런데 사실 이차방정식 정도만 되어도 미지수를 뭘로 나타내느냐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그 밑에 깔린 대수 법칙들이 더 중요하지요.

프로그래밍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아주 간단하고 짤막한 코드에서는 그게 영어 기반인지 한국어 기반인지가 나름대로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뿐이지요.
진짜 중요한 것은(그리고 프로그래밍 교육을 통해서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1) 주어진 문제에 대한 일반적인 풀이를 스스로 생각해 내고
2) 그 풀이를 명확하고 빈틈 없게 (프로그래밍 언어로) 서술하며
3) 자기 풀이(프로그램)을 검토하고, 뭔가 의도대로 되지 않을 때 원인을 파악하는 능력.

그런 능력을 함양하는 어려움에 비교하면, 각종 프로그래밍 언어의 몇 안 되는 영문 키워드가 그렇게 큰 걸림돌이 되리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사실 한국어 키워드 및 한국어 어순을 반영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드는 건 적잖은 연구와 개발 노력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어느정도 진척된 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그보다는 영어를 못 읽는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좋은 한국어 교본/매뉴얼/레퍼런스 등을 만드는 게 더 절박하게 필요한 일 아닐까요.
물론 독해보다 번역이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거 알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워낙 힘들고 어려운 일인 탓에 거의 아무도 시도를 안 하고, 그냥 혼자 영어공부해서 혼자 읽는 걸로 만족하는 실정이지요.
그래도 ozon1000님께서 뜻이 있다면 한 번 해보실 만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