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개발만 잘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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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관련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제가 미국 금융그룹(제이피뭐체~라 카는 세계서 제일 큰)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사실을 알면 '뭐, 사람들 대할일도 별로 없고 컴퓨터만 잡고 프로그램 잘 짜면 되는일이니 저렇게 오랫동안 미국회사에서 일을 하지~' 하고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그런말 여러번 들었고요.

물론 어느정도는 맞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이곳에 오기전에 거의 10년을 살았던 시카고에는 교회 교우들중에 저랑 비슷하게 미국회사에 취직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사람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일단 출신학교가 저와같이 지방대가 아니고 서울/연/고대 아무리 빠져도 서강대/한양대 이런곳 출신들이고 미국에서 대학원 석사나 심지어 박사도 마친 후, 당시에는 그 지역에서 (한인들 사이에) 유명한 모토로라같은데 많이들 다녔지요. (참고로 당시에 시카고 교외 샴버그라는데에 큰 모토로라 본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토로라라는 회사가 물론 자꾸 사업에 실패해서 이기도 하지만, 회사가 자꾸 쪼그라 들면서 제일 먼저 쳐 내는 인력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한국출신 엔지니어들이었습니다. 하나 둘 짤려서 어떤이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어떤이는 다른곳에 재취업은 못하고 전혀 다른일 (주로 자영업) 을 하게 되는이들이 많았습니다.

프로그램만 잘 짜면 되는일이라면 그들이 레이오프 당하지는 않았을겁니다.

출신학교가 밀려서 모임에 나가도 괜히 주눅이 들고 그랬었는데, 모토로라 다니던 사람들이 짤렸다는 소식을 듣고는 속으로는 고소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별 수 없었지요.

결국 시기만 좀 더 늦춰져서 닥친것일뿐, 미국 금융 공기업들이 긴축을 할때 역시 감원대상은 저같이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사람, 적극적이 못한 사람, 이런 사람들이 제일 우선순위에 들어갔고 저도 짤렸습니다. 쪽 팔리니까 교회사람들에게는 말을 못하고...

피가 바싹바싹 마르는 절망속에서 재취업 준비를 했고 성에 차지는 않지만 다행히 실업급여 받기 시작한지 석달이 채 안될때쯤 자바 개발자로 콜센터 운영하는 회사에 일단 취직이 되었습니다. 그러기까지 인터뷰도 수도 없이 보았지요. 전화인터뷰, 대면인터뷰, 그룹인터뷰, 토론인텨뷰, 뭐 그딴거 - 물론 다 '영어로다가' ~~ 쏼라쏼라 ~~. ^^

한번은 같은 동양인이니까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베트남출신 헤드헌터 아주머니가 저를 잘 보셨는지, 당시엔 개발직으로 인기가 있었던 월그린 (미 약국체인) 의 시스템부서에 자바 개발자로 세번씩이나 서로 다른 부서에 주선을 해 주셔서 인터뷰를 보았는데, 죄송하게도 세번 모두 낙방헸습니다.

스스로 월매나 쪼매해 지던지.. 쪽팔리고 그 아주매에 미안하기도 하고...
네번째 다시 월그린 어데 자리 났으니 가 보자고 하는걸, 죄송하다고, 제가 이 회사랑은 안 맞는것 같고 제 실력도 형편없나 보다고 사양했습니다. 맞는 얘기였습니다. 칠판에 막 그려가면서 물어보고 토론하고 그런식으로 인터뷰를 하던, 그들의 실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넘사벽이었습니다. 씨브이에스, 월그린 이딴데 개발자 연봉 짱이라고 들었습니다.

뭐, 그러던 중 엉뚱하게 다른데 취업을 한거고요.

그곳을 징검다리 삼아 다시 금융업 전산쪽으로 돌아오는데 거의 1년이 걸렸고, 그렇게 취업한곳이 잘나가는 회사로 자꾸 바뀌는 바람에 여직껏 살아있습니다.

*
본론으로 돌아가서요.

미국인들도 아는사람은 아는 모양입니다.
한국출신 개발자가 일은 정말 엄청 열심히 하고, 잘하는데 의사소통은 원활하지 않고 시킨일만 잘하지 창의적이지도, 리더쉽이 있지도 못하다는것을요. 물론 언어때문입니다.

(또 누군가께서 '일반화오류'를 한다고 하시겄네요.)
정정 - 제가 볼때는 언어때문입니다.

다행히 처음 세명의 메니저들는 저를 잘 이해하고 '보살펴' 주기까지 하려 한것 같습니다.
일단 얘가 잘 버티나 프로젝트 회의 '최전선' 에 초기에 집어넣더군요.
아니, 시카고에서 거의 10 년을 미국직장에서 일을 했는데도 꿀먹은 벙어리요,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라니! 바로 빼더군요.

그리고는 잘 할 수 있는일을 맡기더라고요, 다행히도.

하여 6-7 년을 혼자서도 잘 하는 일을 아주 열심히 해서 그 방면에는 거의 도사가 되었고, 이 쪽 서버 (호스트와 피씨 연결해서 외부와 통신하게 해 주는 - 온갖 잡것 - 티씨피 아아피 에스에스에취 퍼티, 자바, 펄 스크립팅, 아트킥스, 윈도우즈 스케줄링 뭐 이런 너저분한거) 에 문제 생기면 운영부는 바로 저에게 전화를 걸 정도니까요.

그런데 그 패턴이 최근에 깨졌습니다.

개발자가 개발만 해서 되는게 아니라는거,
큰 그림을 보고, 통찰력을 가지고 프로젝트의 목표와 접근방법 등을 제시하고 사람들을 설득하여 끌고 나가는 능력이 어느순간엔가 생겨난것 같습니다.

하여 요즘은 어엄청 바쁩니다. (이러다가 출세하는거 아닌가? ㅋㅋㅋ 또 짤리지나 마라!)
(오늘은 휴가날짜가 너무 많이 남아서 일주일에 하루쓱 계속 쓸라고 도서관에서 이딴글 쓴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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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한국에서 아직(?) 직장을 다녀서 외국 직장 생활은 모르지만 맘에 많이 와 닿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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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언어장벽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일반적인 한국 교육 과정에서 창의력이나 리더십을 기를 기회가 적은 것도 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리더십을 관리자의 지시 사항을 군말이 안나오게 수행하는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토론이나 대화 기술을 연습할 기회가 적은 것 같습니다.

* 포럼 주제와 무관한 신변잡기를 반복해서 올리지 맙시다.
* 질문 게시판 만이라도 익명 글쓰기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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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게 일하면 개인 스스로는 편하겠지만... 그런 인력을 부리는 회사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결과적으로 조직에서 내쳐지지 않기 위해서 어느정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필요한 거겠죠 :D

-----새벽녘의 흡혈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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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로서 일해보면서 느낀점이라면 의사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개발일이야 문서 뒤적거리면서 노가다하면 된다지만 의사소통 안되면 엄한 삽질만 하게 되더군요.
개인이야 되면 그만이고 안되면 그만이지만 회사는 시키는 것을 요구한 시간 내에 정확하게 해내야 되는데, 의사소통 문제로 삽질하다 보면 이걸 지키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사이 남들은 더 빨리가고.

Written By the Black Knight of Destr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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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무엇이 되었건간에 개발자와 유저그룹, 개발자와 관리자, 개발자와 개발자, 심지어는 프로젝트 관리팀내 사람들간에도 의사소통은 아주 중요합니다.

어떤경우에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모여 회의를 하고와서도 자기들끼리 (상대팀 개발그룹과 프로젝트 메니지먼트 그룹) 서로 이해한게 다른 경우를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일할때도 답답한거 못 참는 성격에 목소리도 큰데, (사실은 딱 내 일은 아니니까 갸들이 서로 알아서 할일인데) 예전에는 용기가 안나고 말도 어눌해서 과묵하게 관망하며 머릿속에서는 '저게 아닌데..' 했었지만, 요즘은 바로 치고 나갑니다.

말(영어)을 좀 한다고 '자랑질'하는게 아니고, 20년을 (미국에서) 살다보니 이제서야 성격대로 우매한 '민중을 깨우치겠노라'는 정의감으로 마구 떠들어 재낍니다. 어떤때는 문법도 안맞고 그러는데 (미국사람들도 뭐 그렇게 말하는거) 비스무리하게 막 부연설명하면서 지껄이면 알아듣더군요.

그리고 나면, 그 다음부터 저를 찾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겁니다. 이놈의 인기 ^^.
대면회의, 전화컨퍼런스, 화상회의는 사실 짧은시간동안 이루어지고, 또하나의 소통과정은 이메일 작성능력입니다. 이건 일종의 훈련도 필요한데요 - 저는 운이 좋게도 여의도 시절에 법대출신 직속상사로부터 호된 훈련을 받아 문서작성, 기안 요령을 습득한게 여기와서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언어만 한국어에서 영어로 바뀐거지 요령은 똑같습니다.

구구절절 평문으로 단락도 없이 쓰면 십중팔구 상대방이 대충 읽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중요부분을 놓치게끔 만드는거지요.

구조적으로, 체계화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확' 이해할 수 있게 요약한 내용을 앞에 먼저 보이고 칸을 뗀 후, 차츰 밑에서 부연하고 설명하되 시스템에서 스크린상 텍스트를 카피하여 적절하게 붙여서 설명을 곁들인다면, 상대방의 실무자들이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불필요한 추가설명을 덜을 수 있습니다.

*
또 얘기가 옆으로...
(다시 돌아와서)

아시겠지만 의사소통이 회사입장에서 보면 결국은 비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의사소통이 잘 이루이지지 않아서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올린 시스템이 장애가 나서 떨어지거나 하는 상황들은 추가개발기간과 추가인원, 등 추가비용을 요하게되고 회사에서는 이런거 당연히 가장 피하고 싶어하지요.

그래서 누군가 어떤회의에서 논의되고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에게 문제점이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들이 발견되어 바로 지적을 하고 수정하게 한다면 그것은 회사전체에 커다란 이익이 되는것이지요.

교과서적인 이야기인데, 이런 상황이 실제로 발생합니다.

여기서 중요한것은 제가 생각할때 세가지입니다.
첫째 - 제대로 깊이있게 파악하고 있어라.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둘째 - 파악한것과 사람들이 얘기하는/이해하는 내용이 다르면 용감하게 떠들어라, 단 잘 알아듣게 (상대방 수준에 맞추어서)
셋째 - 이메일에 공을 들여라.

여의도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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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느낌 주는 글을 본 것 같습니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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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봤습니다 JP모건(모간)이군요. 유서 깊은 금융회사지요.

채권 선물 옵션 주식 그외 현물 자산 투자. 등등을 하는

금융권 탑 엔지니어... 실력이 그만큼 좋다는 의미기도 하구요

저도 나중에 나이먹고 그정도 위치에 올라가야 할텐데요..

루비를 공부하고 사랑하는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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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공학글쓰기라는 전공과목이 있는데 수강하길 잘 했군요.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과목입니다 :)
(예, 논문, 단락쓰기, 이메일, 예의있게 쓰기, 안내문 등등)

나빌레라의 이미지

외국에서 일하거나 외국인들과 일 할 때 본인이 개발 실력이 아무리 좋더라도 운이 좋지 않으면 본인의 개발 실력은 딱 영어 실력만큼만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운이 좋다는 것은 굳이 다른 사람과 회의나 의사소통을 하지 않아도 내 일을 혼자 진행하고 결과가 보이는 그런 독립적 프로젝트를 혼자 진행하는 경우 쯤 될것 같습니다.

이게 E-mail을 읽고 쓰는 것과는 또 약간 다른 문제 입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읽고 쓰는 능력에 특화되어 있고, E-mail은 이해 안되면 여러번 읽을 수 있고 안되면 번역기의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면에서 좀 더 쉬운 의사소통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회의 혹은 어떤 이슈에 대해 토론을 하는 상황입니다.
다른 엔지니어들은 쏼라쏼라 뭐라 떠드는데, 나는 1/10 정도만 알아들으니 내잘못이 아닌데 덤태기를 쓰기도 하고, 보통은 회의나 토론의 흐름 자체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쉽게 말해 "재들이 뭔 소리를 지껄이는지 아예 모르겠어" 상황인거죠.

그러면 딱 알아들은 만큼만 제게 도움이 되는거죠. (길게보면 딱 그만큼만 실력이 느는겁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설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들이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이 받아들이는 저의 실력은 딱 저의 영어 실력만큼인거죠.

하아.. 답답한 마음에 글을 쓰긴 했지만...
저도 영어 공부 더 열심히 해야 할텐데 말이죠.. 영어는 참 어렵고 힘들어요. (귀찮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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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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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직장생활 초창기 (시카고의 한 금융공기업 재직시절)가 딱 그랬습니다.
회의때 뭐라뭐라고 지껄이는데 관심있는 부분만 겨우, 정말 겨우 알아들었고 틀린이야기를 해도 금방 반박을 못할정도로 의사소통이 어려웠습니다. 그게 한 10 년 지속된거 같군요.

그러니 해마다 매니저와 리뷰때에 지적을 받았습니다.
'일은 잘 하는데, 의사소통 노력 요망' 이라는 평가가 반복되고, 회의때나 문제 생겼을때 '스피크 아웃' 하라고 재촉하더군요.

하여 한번은 아침회의때 벼르고 벼르다가 제딴엔 의견을 얘기한다고 발언을 했습니다, '영어로다가'.
말이 어눌하니 장황해지고 문법에도 맞지 않아지고 (영어는 길게 말하려면 한국말과 어순을 거의 반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뭔말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했는지 잘 생각하며 다음 말들 가져다 붙여 늘어놓아야 하지요) ...

진땀을 흘리며 겨우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자, 당시의 절친이었던 마이크 아저씨가 "지루해서 죽는줄 알았다!" 하고 정곡을 찌르더군요.

그리고 그 이듬해였나, 회사 구조조정때 강제명퇴를 당하지요.

그나마 (명성이 좀 있는 금융기관에서) 8 년여를 잘 버틴게 경력이 되어 우여곡절끝에 지금 다니는 직장에 들어온거고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때에 비하면 말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하는데, 냉정하게 평가하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한국말처럼 영어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듯 구사하는게 꿈이고, 언젠가는 영어로 책을 내서 문화차이, 인종차이, 인류사, 그리고 우주로 향한 지구인의 열정에 대해,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은데... 꿈으로 끝나겠지요.

(뭔 얘기가 삼천포로 또 빠지네요.)
이메일을 활용한다는것은, 한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는 맥락으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대학교육받은 미국 네이티브들이라고 문서나 이메일을 모두 다 잘 작성하지 않습니다. 일종의 그것은 기술이라고 봅니다. '자랑질' 을 하자면, 제가 작성한 문서나 이메일을 저의 보스가 말하기를 다른 직원들에게 그리고 자기 상사에게 보여주며 '아주 좋은 예' 라고 칭찬한다고 (나가지 말라는 뜻으로 저는 받아들였슴) 하대요.

그리고 지금보스가 30대 초반, 제가 50대 초반 나이이고, '떠오르는 태양 (라이징 썬)' 이라고 불릴만큼 능력있고 열심인 친구인데, 이 친구가 사람을 다루는게 자꾸 진보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2 년전 조직개편때 이 친구 밑으로 들어간건데 그 이전 세분의 제 메니저들은 저를 독립적으로 일을 하게끔 나름대로 보호해 주려고 노력했던것으로 압니다. 운이 좋은거지요.

그런데 이친구가 보기에, 그러면 안된다는거지요.
처음엔 제 전 상사들처럼 저를 독립적인 일에 국한시켜서 프로젝트나 태스크를 부여 하더군요.
그러다가 점차로 사람을 대하고 외부 회사들 (비자카드, 마스터 카드, 엑스페리안 주로 이딴데)과 프로젝트 관련 회의를 참석하게, 나중엔 리드하게 마구 밀어부치더라구요.

제일 무서워하는게 '전화회의' 였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하던게 지금은 일주일 내내 하루 한두차례 전화, 화상 대면회의를 하게 맹글더군요.

결과는요?

이친구가 보아하니 시키면 할거 같으니까 시킨게 맞더라고요.

처음엔 좌충우돌, 스트레스 만빵으로 받고 눈이 충혈되고 머리가 뽀개질것처럼 아프고 힘들었는데, 이젠 '에이~ C8 또 회의네~' 하고 해뿐집니다. 그만큼 말이 늘게 되고, 이젠 '언어의 유희' 비슷한 수준? 말 뉘앙스의 차이를 간파하고자 노력하고, 기관과 기관간의 미묘한 정치적관계까지 염두하며 조심해서 말할 정도까지 가는중인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의 각종 프로젝트에 저를 제 메니저가 아닌 그룹총괄 프로젝트 메니지먼트 부서에서 잡아넣기 시작합니다.

제가 아내에게 맨날 그랬거든요 - 에이 이놈의 영어, 쫌만 기다려봐봐... 50대에 대성한다는게 바로 그걸거야... 방언이 터지듯 말을 잘하게 되고, 시끄럽게 잘난체하고 떠들어대는 성격이 이제 나타날거야!

글쎄요, 이러다가도 어느날 아침 갑자기 나가라고 할지도 모르는게 미국에서의 직장 생활일겁니다.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 할뿐.

나빌레라님 답글 고맙습니다.

여의도자바

나빌레라의 이미지

제가 지금 여의도자바님의 초창기 10년을 시작하는 정도에 있는 것 같습니다.

"회의때 뭐라뭐라고 지껄이는데 관심있는 부분만 겨우, 정말 겨우 알아들었고 틀린이야기를 해도 금방 반박을 못할정도로 의사소통이 어려웠습니다. 그게 한 10 년 지속된거 같군요."

이 문장을 읽고 좌절했습니다...
지금 같은 상태가 10년이나 더 가야 한다니....털썩...

아직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며 살지 않고 있는데, 시간이 갈 수록 (늙을 수록) 최선을 다 하지 않으면 처자식 먹여살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ㅠㅠ

아.. 이놈의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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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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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본드님, 글 잘 읽었습니다. 본인 노력으로 그렇게 성과를 이루신 분들 참 존경합니다.

그런데 전에 제 글에 댓글 다신 내용 보니 좀 오해가 있는것 같아 다시 댓글 달았는데요, 보시고 댓글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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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gabond20의 이미지

죄송합니다.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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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경우는 저의 노력으로 성과를 이루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순전히 운이 좋았던것입니다. 존경의 대상도 못됩니다.

'노력' 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항상 부끄럽습니다.
이것도 해야 하는데, 저것도 해야 하는데 하며 새벽에 짐에서 운동 후 샤워를 할때면 마음을 먹다가도 막상 하루일을 마치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파김치가 되어 아무것도 하기 싫은 요즘입니다.
그나마 출근해서 '간신히' 사람구실, 직원구실 하는게 다행일 정도겠지요.

쓴 글을 보시면 알겠지만 나이만 먹었지 (자타가 인정하는) 소인배 올시다.

원하신다면 글을 지우겠습니다.

여의도자바

brucewang의 이미지

진심 담긴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제 댓글 지우거나 혹은 내용 삭제를 하겠습니다.
잠시 글자만을 통해 오해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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