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다 읽어서 더 아쉬운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호흡에 다 읽어버리고 싶은 책이 있는 반면, 너무 재미있어 조금씩 아끼면서 읽고 싶은 책도 있다. 이 책은 전형적인 후자의 책이다. 웹 사이트에 투고한 기사들을 편집한 구성 때문이라고 원인을 단정 짓기는 너무 야박하다. 붉은 취침등 아래에서 간신히 잠든 애들을 확인하고 책을 덮을 때마다 ‘아, 그래도 아직 이만큼 남았네.’ 그 느낌을 감히 새벽에 초소에서 근무를 끝내고 돌아온 신병이 관물대에 숨겨놓은 건빵을 몇 개 집어 먹고 남은 건빵 봉지를 보며 느끼는 만족감에 비교하고 싶다.
Mac을 개발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가 어떤 공헌을 했는지, Steve Jobs가 얼마나 돌아이인지, 직접 읽어보면 알 수 있을 테니 여기서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대신 이 책을 선물해주신 형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형님은 이 책에 대해 google talk로 설명하시다 감회에 젖어 애플IIe 에뮬레이터를 받고 30년 만에 다시 애플 베이직 프로그래밍을 해봤다고 하셨다. 이제 책을 읽고 나니 아마 형님은 Donn Denman이 자기가 개발한 MacBasic을 Bill Gates가 송두리째 묻어버려 괴로워하는 얘기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하다. 이 부분을 인용하자면
Gates는 Apple을 재정적으로 압박했고 그 점을 철저히 이용했는데 그의 무자비한 사업 수완을 잘 보여준 사례다. Gates는 Donn이 개발한 Basic이 MS Basic보다 앞서 있다는 사실을 알고 AppleSoft 계약을 갱신하는데 동의하는 조건으로 Apple이 MacBasic을 포기하기를 요구했다. 그런 다음 Gates는 MacBasic을 Apple로부터 1달러라는 가격으로 사서 묻어버렸다.
특히 소프트웨어가 실패하는 얘기를 우울해서 싫어하는 형님이 Donn Denman의 이런 비참한 처지를 어떻게 바라봤을지, 희미하게나마 공감해본다.
PS. 이젠 완전히 자기 회사 제품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바뀐 J씨의 블로그에 흥미를 잃었는데, 지은이 Andy가 운영하는 www.folklore.org를 둘러보니 훨씬 더 재미있고 시니컬한 웹 사이트를 발견한 것 같아 매우 기쁘다. 한동안 여기 포스팅 된 글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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