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회사의 작동 원리, 성장과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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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회사의 작동 원리 – 성장과 투자에 대한 올바른 관점 가지기

[규모에 대한 몇 가지 관점]

거대한 기업들을 보면 마치 하나의 국가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세계 1, 2위의 매출 규모를 다투는 GM을 보자.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거의 숨이 막힐 정도다. 종업원 35만명, 일년 매출로 1,850억 달러를 팔아 대강 38억 달러를 순이익으로 남긴다. 이는 세계 12위이자, 아시아 4위의 경제대국 한국의 전체 수출 1,900억 달러와 비슷하고, 아프리카 모든 나라를 합한 규모보다 많다. 거의 국가급의 조직이고, 국가보다도 훨씬 효율적인 경제 공동체다. Fortune 500대 기업이란 바로 이런 거대기업이자 국가급 경제단위의 모임들이다.

그렇지만 자산규모나 매출규모는 그렇게 중요한 지표가 아니다. 자산이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 자산을 돌려서 만들어 내는 이익이 더욱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매출 역시 마찬가지다. 1억 매출을 올리는데 비용이 9천만원 들이는 것보다 5천만원 매출에 비용이 3천만원 들어가는 장사가 훨씬 잘 한 장사가 된다. 그래서 기업에 대한 유일하고도 진정한 평가는 그 회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 확보능력을 기준으로 한다.

이러한 기준으로 보면 GM은 규모로 1위지만, 주식으로 평가하는 기업의 가치로 보면 GE가 1위다. 무려 2,750 억 달러, 우리 돈으로는 물경 330 조원이다. 상장된 모든 한국 기업의 시장가치가 382조원 정도 되니 이 회사 하나가 한국기업 전체의 80%정도 되는 값을 가진 셈이다. 반면 이 회사를 하나 팔면 한국 기업 모두의 주인을 바꿀 수 있다. 게다가 순이익이 150억 달러다. 유사이래 가장 큰 수출을 달성했다고 자랑하는 한국의 2003년 무역수지 흑자 155억 달러와 비슷하다. 미래가치로 따져보면 4천만이 넘는 인구가 만들어내는 세계 경제규모 12위의 국가가 이 일개 기업의 가치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 가히 소름끼칠 정도의 규모다.

이토록 기업의 성장한계의 끝을 보는 초거대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길모퉁이 가게를 내고 장사하는 1인 기업도 있다. 규모는 작지만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부를 끌어 모으는 회사도 있고, 규모는 엄청나게 크지만 만성적자에 언제 도산할 지 모르는 회사들도 있다.

무엇을 의미할까.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것은 좋은 기업이라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기업의 규모는 생존 능력과도 별로 상관이 없다. 심지어 기업의 규모는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산 가치와도 별 상관이 없다. 어느 순간에 측정한 기업의 자산가치라고 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 회사를 접는다고 가정할 때 기계 값, 땅값을 합치고 빚을 제외한 나머지를 청산가치라고 한다. 이 청산가치라고 하는 것은 실체는 있을지 몰라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숫자의 환상이다. 회사가 망하거나 팔아치울 때 한번 쓰는 숫자이다. 아무리 비싸고 지금 유용한 기계가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한 순간에 쓸모없게 될 정도로 훨씬 싸고 뛰어난 기계가 등장하면 그 처분 가치는 ‘0’에 접근한다. 이렇게 언제나 변하고, 움직이는 것이 가치이기 때문에 회사의 가치는 언제나 새로 매겨지고, 새로 계산되어야 한다. 그것이 주가로 나타나고, 매수가격으로 나타난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 가격은 항상 변한다.

[성장과 투자와 안정의 시스템 적 구조]

그렇다고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 규모를 무시해서도 곤란하다. 규모를 키우는 것이 경영의 전부가 아닐지는 몰라도, 기업의 성장은 너무도 중요한 경영의 필수요소다. 왜 성장해야 하나? 그냥 지금도 잘 나가고 있고 이익도 많이 내는 회사가 왜 무리해서 규모를 키우려고 할까. 규모를 키우려면 반드시 투자를 해야 하고, 투자는 언제나 큰 위험과 같이 다닌다. 장난한 것이 아니라면 어떤 경우에도 투자위험이 작은 경우는 없다.

잘못된 투자는 현재까지 벌어놓은 돈을 헛되게 날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돈을 더 벌어보겠다고 그 힘든 경영을 통해 애써 벌어놓은 돈을 써서 자산을 구입하는 것이 투자라는 행위다. 만약 그 자산이 돈벌이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고 판명되는 경우 기업은 삼중의 손실을 입는다. 하나는 돈을 날린 것이요, 다른 하나는 그 부실 자산을 처분하기 위한 손실이고, 마지막 하나는 그 돈을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기회이익을 포기한 손실이다. 그래서 투자결정은 세심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감으로 혹은 경험으로 함부로 질러 넣을 의사결정이 아니다. 잘못하면 일터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고, 모든 종업원들을 실직자로 만들 수 있다.

그래도 기업은 성장하려고 하고, 기업가는 성장을 꿈꾼다. 여기에는 경영의 역학과도 같은 두 가지 법칙이 있다.

첫번째 법칙은 기업자체가 성장하지 않으면 퇴보하게 되어있다는 시스템적 운명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의 경제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그 동력으로 하는 시스템이다. 현재의 100원은 미래의 100원보다 언제나 높게 평가된다는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현재 사용을 포기하는 대가로 이자를 취한다. 이 기대가 무너지면 이 경제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자가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경제는 언제나 평균비용을 상승시킨다. 게다가 복리로 계산된다. 매년 인건비는 올라가고, 재료비가 올라간다. 따라서 원가가 올라가고 제품가격을 밀어올린다. 기업이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래서 평균 인플레이션 비율 만큼 퇴보하는 것과 같다. 실질적인 역 성장이고 시들어가다가 망하는 정확한 코스다. 그래서 기업은 성장을 해야만 산다.

그러나 가격이 언제까지고 하염없이 올라갈 수는 없다. 팽팽한 균형이 그 이동을 제한한다. 바로 경쟁이다. 경쟁은 무엇인가. 소비자 주머니에서 자신의 상품을 사라고 설득할 수 있는 돈의 최대치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이 한계는 소비자가 매년 더욱 돈을 많이 벌어주거나 벌 것 같다고 자신의 신용을 믿을 때 조금 커진다. 학생은 용돈의 한계고, 직장인은 지출의 한계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 구애경쟁은 항상 몇 안 되는 공급자만을 남긴다.

이 경쟁시스템은 낭비와 비효율을 없앤다. 비용을 끌어내리고 언제나 이 원가를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성장자체를 막지 못한다. 방법만 바뀔 뿐이다. 처음에는 양을 키워 단위 당 원가를 낮춘다. 양이 꽉 차면 품질로 성장을 꿈꾼다. 품질도 비슷해지면 가치로 성장을 몰아간다. 어쨌든 벌어야 하는 돈은 커진다. 이 경쟁에서 뒤지는 기업은 가차없이 도태된다. 그 기업이 가진 유용한 자산은 성장하는 회사로 흡수된다. 마치 비료와 같다. 위대한 자연의 대 순환은 기업 생태계라고 해서 예외를 만들지 않는다.

두 번째 법칙은 기업 자신이 보유한 성장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전문경영인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실적을 내고 싶어하고, 그 실적을 이루는 수단으로 성장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전문경영인의 운명이다. 개인기업은 태생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무한책임으로 감당해야 할 투자가 부담스럽다. 게다가 개인재산 이라서 상속에 따른 세금부담도 크다. 즉 영속적으로 나아가기가 대단히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개인기업은 운과 실력이 출중하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성장과는 거리가 있다.

주식회사는 다르다. 주주가 있고, 경영자가 있다. 주주는 투자 전문가다. 그래서 회사 안에서는 원래 할 일이 없다. 주주총회 때나 얼굴 비치면 되는 사람이다. 그러나 돈이 되는 일이면 귀신같이 달려든다. 그래서 투자자금 모집이 쉽고 성장이 쉽다. 반면 경영자는 주주의 재산을 키우고자 투입된 전문 특공대다.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막강한 지위를 누리는 대신 실적이 나쁘면 언제라도 교체된다. 대주주가 경영자를 겸업하는 형태는 회사 초기에 발견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초기에는 대주주가 창업자이고 그 업종에 밝기 때문에 경영을 잘 꾸려나간다. 그만한 능력이 있었으니 회사가 성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업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 선수에게 맡기는 것이 더욱 이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전문경영인 시대가 온다.

전문경영인은 자신이 적합한 선수라는 것을 보여야 한다. 유일하고도 결정적인 기준은 실적이다. 누구에게 보여야 할까? 자신에게 경영을 위탁한 주주다. 소비자가 생사여탈권을 가진 것이 아니다. 주주는 정말 가까운 주먹이다. 주주는 목표하는 투자수익이 나지 않으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이다. 전통적인 문제는 무엇이 정당한 실적이냐는 것이다. 매출액인가, 시장점유율인가, 당기 순이익인가, 아니면 주가인가.

쉬워보여도 주주입장에서 보면 의외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이 성장하는 것은 분명히 좋은 소식이다. 경영을 잘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 인정 받는 중이고 곧 좋은 수익이 날 것이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성장게임은 거의 반드시 증설 투자를 불러오고 현재의 수익을 희생시킬 수 밖에 없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10년 간 계속 성장하겠다고 하면 주주가 먹어야 할 몫을 상당부분 재투자해야만 한다. 게다가 투자 직후에는 건설비 이외에도 비용지출의 차원이 틀려진다. 규모가 덩치만 크다고 해서 규모가 아니다. 재료비도 더 많이 들고, 비용도 하염없이 커진다. 여기에 신규설비에 익숙해지느라 생산성도 저조하고 감가상각 부담 때문에 경영상태가 악화되기 마련이다.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니다. 장기투자에는 유리할 지 몰라도 단기투자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주주이익을 희생하는 모습이 현재 망가져 있는 일본기업의 모습이고, 불과 몇 년 전의 한국기업 모습이다.

주주는 이런 성장 일변도의 경영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 규모가 커지면 경영자를 바꾼다. 누구로 바꾸는가? 크게 펼치기 좋아하는 경영자가 이미 벌여놓은 규모를 수습하고 제대로 챙길 수 있는 관리형 경영자를 투입한다. 즉 이익위주의 경영으로 모드전환을 꾀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이렇게 회사를 키워준 공로가 있는 경영자를 바꾸자는 데 다른 주주들이 합의해 줄까? 당근이다. 돈 있는 자들은 돈에 관한 한 독사처럼 냉정하고 합리적이다. 가차없이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주주가 합리적이라면 성장 다음에는 안정적인 경영자를 보낸다.

경영자 선수교체를 해야 하는 다른 요인도 있다. 산업의 주기다. 호황과 불황은 계절과 같다. 반드시 교차하면서 나타난다. 기업은 호황에 많이 팔고, 많이 팔리니 다투어 증설에 들어가고, 많은 투자를 한다. 경쟁은 이 투자를 다툰다. 산업전반이 규모의 경쟁으로 돌입한다. 영업과 생산부문의 전성시대다. 살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모자란다. 엄청나게 만들고 엄청나게 팔아댄다. 능력이 모자라면 공급 능력을 키운다. 모든 마케팅 지표는 도매상이 확보하고 싶은 사재기까지 겹쳐서 30%이상 장미빛으로 나타난다. 이 전망은 다시 증설을 불러온다. 원재료가 모자라고 값이 올라간다. 이 시장을 보고 연쇄적인 투자가 벌어진다. 언제까지 가는가? 이제 물건이 남아도니 제발 그만 만들라는 신호가 올 때 까지다.

일단 물건이 남는다는 신호가 오면 시장의 반응은 갑자기 코미디에서 공포영화로 바뀌는 수준이다. 이 신호는 갑자기 온다. 사재기해 놓은 재고 거품이 꺼지기 때문이다. 무려 2개월 이상의 재고가 거래선에 쌓여있다고 보면 딱 맞다. 그래서 어제까지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던 사람들이 사라진다. 모든 지표는 공급과잉을 가리킨다. 정말 갑자기 물건이 남는다. 물건은 팔리지 않고, 증설한 공급시설은 놀게 된다. 그래서 경영 부담은 극적으로 커진다. 신나게 벌여놓은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스런 시기다. 공장을 놀리든가, 종업원을 해고하던가, 아니면 회사를 팔아치우든가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드디어 칼질이 시작된다. 규모를 줄이기 어렵다는 현실은 다이어트와 정말 똑 같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고, 배고픔에 익숙해져야 큰 몸집을 유지할 수 있다.

불황이 감지되고 이익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드디어 주주들이 화를 내기 시작한다. 그 동안에 신나게 벌인 경영자에게 죄를 묻는다. 소위 방만한 경영이라는 죄목으로 처단한다. 영업 혹은 생산형 사장은 물러가고 기획 관리형 사장이 경영자로 투입된다. 부실을 색출하고, 부조리를 들어내고, 불요불급한 경비는 동결되거나 없애버린다. 대량의 해고가 감행되고 모든 투자는 엄격하게 감시된다. 이때의 경영 모토는 안정성장과 이익중심의 경영이다.

경영자는 이제 성장이 아니라 이익으로 평가 받는다. 이렇게 평가기준은 갑자기 바뀐다. 주주는 이런 사이클에 놀랍도록 반응한다. 궁금하시면 삼성 계열사의 사장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일삼아 쳐다보기 바란다. 성장이 필요할 때 쓰는 선수가 사장으로 가면, 반드시 다음은 안정을 다루는 전문가가 투입된다. 결코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사장을 보면 그 회사가 어떤 사이클에 위치해 있으며 향후 정책기조와 타이밍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경영 컨설턴트들이 수익위주 경영, 주주중심 경영, 리엔지니어링이니 등등 무슨 첨단경영 기법이나 지배적인 트렌드처럼 떠들고 다니지만 사실 내용은 크게 볼만한 것이 없다. 그 시대 환경에 적합한 경영 방식은 컨설턴트가 아니라 그 엄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승자의 기록들이 이야기 해주기 때문이다. 컨설턴트의 일이란 그 승자들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제는 그 잘난 유전자를 다른 기업에 강제로 이식해봐야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지만.

어쨌든 기업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나, 경영을 꿈꾸는 사람이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업 활동의 본질을 통찰하는 노력이다. 이 통찰을 통해 어렵게 터득한 철학과 확신 없이 어떻게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남들에게 뒤지기 싫어서 첨단 경영기법이라고 채택한들 시대를 읽지 못하고 환경을 다스리지 못하는 경영자라면 무슨 뾰족한 실적을 낼 수 있을까.

[새롭게 등장한 회사의 작동원리에 관한 잡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계산이 빨라져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기업행동의 변화 경향이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보기술로 인해 복잡성을 실시간으로 다루는 일들이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것이 위험을 기회로 인식하는 거래의 등장이다. 헤징(Hedging)과 선물(future), 옵션(Option) 등 잘 봐줘야 고등학교 미적분학 수준의 금융기법에서 태어난 이 새로운 지식산업은 불황과 호황을 역으로 이용하게 한다. 위험을 다루는 기법이 폭발적으로 보급하면서 기업은 오히려 불황기에 싸진 기업을 수집하러 다닌다. 기업을 사서 깨끗하게 포장하고, 호황에 내다 판다. 정말 엄청나게 남긴다.

무슨 의미인가? 주주의 행동방식이 달라졌고, 주주의 질적인 구성마저 과거와는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현실이다. 새로운 경영환경의 등장이고 경영자는 아주 새로운 성격의 주인을 모셔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위험을 즐기는 투자형태는 80년대 후반부터 등장했고 지금은 알게 모르게 전세계 기업 경영의 절반이상을 지배해온 완전히 다른 원리다. 정말 쉬워 보이지만 이런 종류의 생소한 결정은 정말 어렵다. 지금도 깨어있다는 경영자조차 피하고 싶거나 난센스라고 여긴다. 언제 망가질지 모르는 회사나 초기 사업 모델에 돈을 투입한다는 의사결정이 과연 가당한일인가? 누구 돈을 말아먹을 일 있나? 그러나 위험 관리기법은 이 모험을 오히려 일반 투자보다 더욱 안전하다고 보장한다. 실제로도 안전하다.

투자회사는 엄청난 돈을 얻기를 원하지만 투자 정보가 부족한 투자자를 끌어 모아 돈을 모은다. 돈은 없지만 지식은 있는 전문가들이 복잡한 금융 기법으로 이 돈들을 무장시켜 정교하게 선정된 기업들에게 쏜다. 투자한 기업들이 몇 개 망가져도 다른 쪽에서 손실을 보전할 수 있게 설계한다. 이런 설계과정을 이공계 사람들이 기분 나쁘게도 소위 금융공학이라고 부른다.

사실 원리는 별거 아니다. 국채와 같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지만 수익률은 형편없는 투자를 왼쪽 끝에 놓고, 창업 투자와 같이 가장 불안하지만 수 백배의 엄청난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를 오른쪽 끝에 놓는다. 이 투자 대상들을 한 군데 섞어놓고 목표로 하는 평균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오른쪽 왼쪽으로 다이얼을 돌리는 행위라고 보면 정확하다. 왼쪽으로 돌릴수록 수익률은 적지만 안정적이고, 오른 쪽으로 돌릴수록 수익률이 극적으로 커지지만 위험도 동시에 커진다. 이 선수들의 임무는 어떻게 이 위험을 낮추면서도 수익률을 높이느냐는 모순된 목표의 달성이다.

금융공학이 아무리 화려한 기법으로 치장해도 엔트로피 자체를 낮추지는 못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리 중에 이런 불합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게임이다. 그것도 불공정한 게임이다. 압도적인 판돈 차이를 통해 상대방을 거덜 내거나, 선수끼리 짜고 치는 정보력이나 기동력 차이를 이용해서 시간차 이득을 취하는 강자의 방법이다. 이 방법의 극단적인 현신은 국제 투기자본으로 전 세계 금융 네트워크를 휩쓸어가면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

그런데 보통은 이렇게 노골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 보다 온건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쓴다. 이 분야 선수들은 자기가 투자한 회사의 경영자체를 보육하는 입장으로 게임을 왜곡시킨다. 이 방법은 가장 수익성이 큰 분야의 투자 위험을 극적으로 낮추는 조작이다. 거의 환상적인 투자 수익률을 구가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조성한 셈이다. 신생회사나 새로 인수한 회사에 돈 대주고, 경영자 대주고, 업계에 필요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면서 기본만 해도 도저히 망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준다. 이 회사가 제대로 상장이라도 하면 거의 몇 백배이상의 수익까지 가능하게 되니 그들이 투자한 기업들의 50%가 망가져도 하나만 건지면 평균적으로 커다란 수익률이 가능해진다. 참고로 기업이 자기자본 수익률이 10% 이상이만 대충 성공이라고 한다.

이 방법은 미국의 10년 호황을 이끈 벤처투자의 전형이다. 싸가지 있어 보이는 기술이나 새로운 사업모델이 나오면 개인이건 엔젤이건 기관투자가를 가리지 않고 돈을 넣고 싶어한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창업단계에 투자하는 일 만큼 투자수익이 큰 행위는 없다. 주식의 경우투자 단계가 넘어갈수록 수익률은 기하급수로 감소한다. 가장 작은 수익률은 상장된 주식이다. 창립 발기인으로 겨우 몇 천만 원 참여하고, 이 기업을 망하게만 하지 않으면 불과 몇 년에 수백% 이상의 수익은 기본적으로 보장된다.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 사업모델도 중요하지 않다. 이런 것들은 딱 3년 뒤에 가치가 없어지거나 사라질 것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가다. 사장이다. 내 돈을 지키고 키울 정도의 사람이면 된다. 망하지 않을 정도의 기개와 신용만 있으면 된다. 미국 최고의 투자자들의 철칙도 완전히 같다. 결국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

왜 그럴까? 기업의 창업 시스템을 통찰할 수 있다면 싱거울 정도로 당연한 원리다. 불행하게도 거의 99%가 넘는 사람들이 창업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람보다 사업계획서에 주목해서 투자를 망친다. 회사는 태어나서 너무도 많은 변화를 겪는다. 특히 2~5년 사이에 모든 것이 바뀌는 변화를 반드시 겪게 된다. 처음에 시작했던 것 중 같은 모양으로 남을 것은 거의 없다. 사람도, 종자돈도, 기술도 처음 의도대로 살아남아서 돈을 벌어 줄 확률은 정말 작다. 그만큼 경쟁은 엄혹하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장이다. 그가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기술을 독촉하고, 불사전의 노력으로 돈을 끌어 대면서 회사를 살려나가는 필사적인 경쟁 능력 이외에 기댈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생존의 대가는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다. 1년이 지나면 시장을 읽게 되고, 2년이 지나면 고정 거래선이 생기고, 3년이 지나면 영업권이라고 주장할 만한 것이 자리를 잡아간다. 기업의 자산은 꾸준하게 늘어가고, 미래가 보여서 증설하겠다고 돈을 모집하면 장외 주식의 가치는 순식간에 몇 배로 뛴다.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신호를 보여주면 이제 회사의 가치는 수직 상승을 시작한다. 이익이 커간다는 경향을 보여주면 갑자기 이자율이 낮아지고 돈 댈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불과 몇 번의 유무상 증자를 통해 거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운이 좋아 상장이라도 하게 되면 최초에 투자한 돈은 최소 수십 배의 보상을 받게 된다. 5 천만원짜리로 시작한 회사가 시가 총액 수십억에서 수백억짜리 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그 정도가 아니라도 살아만 남아준다면 그래서 회사를 팔 수 있을 정도로만 자산을 만들 수 있다면 최소 몇 배는 받고 원하는 회사에게 넘겨줄 수 있다. 그래도 투자 수익율은 몇 백%로 나타난다. 그래서 사장이 신뢰할 만하고 능력이 있다면 이 투자는 의외로 위험이 크지 않는 정기예금과 같은 장기투자다.

발 빠른 주주들은 이 사실을 몇 년 전부터 배워 왔다. 이처럼 회사자체를 상품으로 인식하는 투자철학은 겨우 IMF 환란 이후 등장한 현상이다. 투자자를 속이는 불량 기업가 때문에 선량한 기업가들이 돈 만지기 어려운 시절이지만 이 투자형태는 대단한 파괴력을 가진 미래의 현실이다. 아직은 수익보다 위험이 더 크다고 생각하여 돈을 안 넣고 있을 뿐이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주주들의 이해와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다른 회사를 집어 삼키는 육식성 기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물었지만 IMF 이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어느날 갑자기 회사의 주인이 바뀐다. 경영자는 새 주인이 임명하는 구조조정 전문 선수다. 그러면 옛날 주주들은 무엇을 했는가? 경영권 빼앗겼다고 대성통곡하고 있을까? 글쎄… 그럴것 같지는 않다. 아마 남국의 어느 여행지에서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불어난 돈을 세고 있을 확률이 더 크다. 대주주들의 선택 중에서 배당이익보다 주식 매각 수익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경영자 자신의 운명도 바뀌고 있다. 그들은, 그리고 미래의 우리들은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변화된 시스템에서 필요한 능력과 포지셔닝은 의외로 단순하다. 결국 지금 좋은 회사와 곧 망가질 것 같은 회사의 투자 선호도 차이는 크지 않아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좋으면 더 잘될 것 같아서 비싸도 사고, 많이 떨어지면 싼 맛에 리노베이션 차익을 노리고 산다.

중요한 것은 그 회사가 미래에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의 기대감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기대를 만들어갈 수 없는 회사는 죽어갈 회사다. 쉼 없이 바뀌는 주주의 기대 속도보다 빨라야 살아 남는다는 것은 법칙에 가깝다. 그래서 요즘 기업들은 극단적으로 유연한 체계를 갖추려고 한다. 경직된 명령체계보다 기업의 미래 가치를 만들기 위한 자발적인 네트워킹을 외친다. 그 자발성은 회사의 비전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종업원에게 주식도 주고 그들도 주인 된 책임을 다하라고 몰아간다.

이 행동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어디일까? 이름을 무엇이라고 붙이든 모든 활동은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작업이다. 그것이 가장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에 돈 될만한 자산을 어떻게 하든 만들어 내고자 한다. 우리는 그것들을 기업의 핵심역량이라고 부른다. 소위 돈 버는 엔진이다. 그것도 남들보다 탁월하게 잘 벌게 하는 엔진이다. 이 역량을 확보한 회사의 가치는 천정으로 올라간다. 작거나 크거나 그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도대체 얼마정도의 돈을 벌어줄 엔진인가가 중요하다. 그것이 야후였고, 아마존이었고, 다음이었다.

[마무리]

이번 글을 통해 무척 많은 이야기를 했다. 반복해서 이야기 하지만 무슨 무슨 경영 기법, 멋있어 보이는 경영 용어들에 빠져버리면 약도 없다. 본질과 현상을 통찰하지 못하면 단순 감기에 폐결핵 치료 처방을 받아 쥐고 울게 된다. 현상은 본질의 반영이다. 본질은 흐름이고, 그 흐름 하나 하나를 겹치게 만드는 주기와 패턴들이다. 어리석은 자는 이 패턴을 분해한다. 어지러운 텍스트 이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간다. 1등이 90%를 걷어가고, 10%를 놓고 열명이 싸우는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

지혜로운 자는 이 패턴의 매크로적 흐름에서 창발적인 패턴을 만들거나 발견해낸다. 무엇일까? 바로 기회(Opportunty)를 보는 안목이자, 운을 읽어내는 감각이다. 먼저 가야하기 때문에 길을 개척하게 되고, 황금을 제일 먼저 챙기고, 뒤에는 지뢰를 뿌려대면서 전진한다. 장기와 단기, 최악과 최선, 범위와 집중 사이에서 해답을 찾아낸다.

그것을 경영(Management)이라고 한다. 삶과 뭐가 다른가?

웃는 남자의 이미지

좋은 글이네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제 팜에다가 클리핑해두었습니다.

낼 아침 지하철에서 곰곰히 읽어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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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left after Nirvana.

jachin의 이미지

오~ 그냥 지나쳐서 읽기엔 너무 좋은 내용인것 같은데요?

저도 클리핑... >_<

Viz의 이미지

위 글에서 저자는 현대 자본주위 체제가 무엇인지, 경영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설명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무슨 말을 하는지 통 이해가 안되요. :oops:

주제가 여러가지여서 그런 것일까요... 기업의 가치는 어떻게 정해지는가를 말하는 건지... 기업은 왜 성장해야 하는 것인지... 요즘의 자본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마지막에는 뭐가 경영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끝내는 것 같은데... 각각의 이야기가 잘 이어지지 않는듯하고... 결론이 무언지 도대체 알 수 없는게 저의 독해 능력이 떨어지는 건가요? -_-

뭐, 이 글의 내용과는 별로 관계없지만 '경영'이라던지 '경제'의 문제에 관심이 있으면 이런 자극(!)적인 글들...(신문 경제면 기사나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컬럼이 그렇죠) 보다는 경제 서적 같은 걸 보라는 선배의 충고가 기억나네요.

ps. 개인적으로 경영학 입문으로는 피터 드러커를 추천합니다. 에센셜 드러커를 읽어보세요. 드러커 형님의 영어는 쉽기로 유명해서 원서로 읽으셔도 무리가 없을듯.

My Passion for the Vision!

kall의 이미지

http://bbs.kldp.org/viewtopic.php?t=24008
에 이어붙이는게 더 나을듯 하네요...그글이 거의 서문격인 글이라...

연재글은 내용을 퍼오기 보단 링크로 따라가서 전체를 � ㅎㅜㅀ어볼 수 있어야 되는데..
떨렁 한편만 있으면...^^;;

그나저나 제목이 또 바뀌었군요...이공계인을 위한 경영산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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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이길 수 있는자는
무슨짓이든 할수있다..
즉..무서운 넘이란 말이지 ^-_-^
나? 아직 멀었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