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고민이 있습니다.

kernelbomb의 이미지

4년간의 컴터 공부를 졸업하고 작년 1월에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를

했습니다. 서버 엔진쪽으로 한다고 해서 입사를 하고 반년간은

엔진 서포트 프로그램을 주로 작성하다 두어달 전에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할 수 없이 SI를 하나 맡아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저번주부터 시작한 검수과정에서 나타 났습니다.

그동안 기획 및 영업팀에서 어떻게 발주자에게 영업을 했는지

모르지만 프로젝트 시작부터 이상하게 진행 되었습니다.

어떠한 요구사항도 없었고,

SE에서 발주자가 해야 하는 일들이 거의 없이 이러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해서 제가 기능 요구를 스스로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번주에 1차 검수를 하러 갔는데, 이넘의 발주자가 우왕자왕

하더니 1월 2일날 다시 와서 하라고 하더군요. 머 할 수 없이

다시 와서 테스트를 완벽하게 끝내고 오늘 검수를 하러 갔는데

이번에는 여러 참관자와 실제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될 사람들이

회의실에 와 있더군요. 문제는 이놈의 발주자가 시연을 마치고

한마디씩 나불대는 참관자들의 말에 혹해서 기능 요구사항에도

없던 얘기를 해대면서 이 기능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검수를

패스시키지 않는다고 똥탕을 피우더군요. 후후...

더 심각한 것은 참관자 중에 한 사람이 이런거 뭣하러 만들었냐고

하면서 개발자인 제가 들었을 때 정말 열받는 말들을 하더군요.

그자리에서 몇마디 쏴주고 싶었지만, 실장님도 가만히 계시고

해서 참았습니다. 사실 실장님이 한마디 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ㅜㅜ;

하지만 집에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제가 실수를 하거나

잘 못을 해서 그런 소릴 들었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요구사항

하나 얘기하지도 않은 발주자측에서 제가 밤새 만들어 갖고 온

프로그램에 대해서 그딴 식으로 말을 한 것을 참아야 하는가

입니다. 분명 중간중간 제가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기능을 발주자에게 설명 드렸습니다.

지금 심정으론 내일 출근 하자마자 사장님께 상황을 얘기하고

그냥 참으라는 식으로 얘기하면 사표 쓰고, 직접 전화해 사과를 받아 내고

싶은 심정이고, 기획 및 영업팀에서 영업을 어떻게 했는지

그쪽 사람들이 그렇게 저에게 함부로 할 수 있는지도 따지고 싶습니다.

이런 회사를 제가 계속 다녀야 하는지 의문도 들고...

개발자라고 특권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꿀리고 들어가는 회사 임원들의 모습을 봤을 때, 제가 저런

사람들을 믿고 회사에 계속 붙어 있어냐 될지 의문도 들고

항상 윗 사람들이 얘기하는 "우리 회사는 영업에서도

페어 플레이만 한다!"는 말과도 너무 다르게 행동하는 것

같기도 하고...(페어 플레이 영업을 했다면 처음부터 꿀리고

들어가지도 않겠죠?)

아뭍은 현재 이직을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발주자가 왕이라지만, 이건.. 정말...

아~ 너무 흥분한 상태에서 글을 썼더니 두서가 없는거 같네요.

저같은 경험 하신분 조언 좀 부탁 드립니다. 정말 오늘 하루

자존심 구겨질 대로 구겨지네요. 아까 그사람이 한 말 생각 할 수록

절 열받게 하는군요.

maddie의 이미지

참으세요...이쪽바닥 다 그렇찮습니까..

제가 보기엔 그쪽 클라이언트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쪽에서 우왕좌왕하는 상태에서 프로젝트에 들어갔다는 거 자체가 그회사의 기획자와 PM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FM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의 현실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기획자나 중간에서 발주처와 소통하는 직책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알것 같더군요.

노인네들 대책이 없습니다. 그냥 저렇게 살다가 비참하게 돼지겠지하고 생각하시고 그냥 쌩까세요. 그게 속편합니다.

힘없는자의 슬픔

nangchang의 이미지

음.. SI 쪽에 경험이 없으셔서 많이 황당하셨나 봅니다

제가 SI쪽에만 있어서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지만...

이 바닥이 원래 그렇더군요.

'갑' 한마디면 '을'은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하죠.

나중에 딴소리 하는 '갑' 때문에 미리미리 사용자 면담해서 범위를 결정짓고,

회의록 등을 남겨서 확인 받아서 나중에 딴소리 못하게 증거를 남겨야 하구요.

(그래도 딴소리 하면서 빡빡 우기는 경우도 있긴하다더군요..-_-)

다 만든 후엔 컴퓨터 같은 거 쓰기 싫어하는 실사용자들 때문에 별소리 다 듣고

말도 안되는거 트집 잡는거 볼때도 있습니다.

납품후에 유지보수라는 명목으로 요구 사항이 마구 쏟아지기도 하구요

(완전히 갈아 엎은 적도 있습니다-_-)

쩝.. 아무튼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jachin의 이미지

확실히 개발자와 사용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으면 나중에 딴소리 듣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PM이 확실히 요구하는 기능과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부분을 선을 그어 미리 프리젠테이션으로 상대방의

요구를 확정해 놓지 않는다면 같이 프로젝트를 참여하는 사람도 너무나 힘들게 되죠.

(그런 의미에서 프로젝트 계획을 잘하시는 분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_-a 거의 노가다와 그림실력을 발휘하시니...)

너무 낙담하시고 일을 포기하시진 마세요. 잠시동안의 어려움을 겪고 나시면, 거기에 상응하는 댓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_-a 힘내세요.

mastercho의 이미지

요구사항도 받지 않은 프로젝트를 진행한거 자체가 잘못된거 같네요

소프트웨어 공학 책 한권 보셨으면 그런 프로젝트는 절대 진행 하지 않았을텐데......

한마디로 요구사항이 쉽게 변경 되는 프로젝트나 제대로 분석이 안된 프로젝트라면 100% 실패 한다는게 이바닥의 정설입니다.

일단 요구사항을 직접 파악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요구사항부터 제대로 파악해 달라고 요청해야 하는게 아닐런지요?

설마 그것도 거부하는 상사가 있는 곳이라면 당장 때려치는게 좋을 듯 싶네요

그런것도 모르는 회사의 비전이라는게 있을수 있을턱이 없습니다.

그래도 회사를 다니실거라면
요구사항을 받은 분에게 소프트웨어 공학책 한권 선물해 주세요

아무나 PM이나 관리자 되는지 것 참.....

승자는 자기보다 우월한 사람을 보면 존경심을 갖고 그로부터 배울 점을 찾지만 패자는 자기보다 우월한 사람을 만나면 질투심을 갖고 어디 구멍난 곳이 없는지 찾는다.
- 하비스

ssik425의 이미지

ㅠ.ㅠ

개발자들의 궁극적 비전은 ?

saxboy의 이미지

억울하시다면 '갑'이 되실 수 있는 회사에 가시거나 하청을 받지 않을만한 회사로 옮기세요. 그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Quote:
소프트웨어 공학 책 한권 보셨으면 그런 프로젝트는 절대 진행 하지 않았을텐데......

흐... SE 로 박사받은 사람이라도 아마 어쩔 수 없이 진행했을걸요.

Quote:
아무나 PM이나 관리자 되는지 것 참.....

아무나 PM이나 관리자하는 것도 맞습니다.

Quote:
페어 플레이 영업을 했다면 처음부터 꿀리고 들어가지도 않겠죠?

말이야 페어플레이지만, 먹고살기 바쁜 하청업체에서 혼자 페어플레이를 해봐야 생활비 보태주시는 위대한 '갑'에게 대들 용기 별로 없을걸요. 만년과장이 부장이 틀린 말 했다고 조목조목 따져대는 것 보신 적 없겠지요. :(

별로 이상하게 시작된 프로젝트도 아니고, 지금 겪으신 일이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 이정도 일로 이직하시려고 생각하신다면 아마 가실만한 업체가 몇군데 없을 것 같군요. 억울하신 심정이야 백번 이해가 되지만...

KLDP에도 '갑'이 되시는 분들이 꽤 여럿 계실텐데, 그 분들은 이렇게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 뿐입니다.

matrix의 이미지

모두 다 이해가 가는 일입니다. 이해라기 보다는 경험을 했던 일이죠.
그래도 인간적인 모멸감은 받지 않으셨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일단 PM과 영업팀의 문제군요. 대단히 능력이 없는 집단이라고 보여집니다. 일반 개발자로서 책임을 지고 개발을 완료하려는 자세는 아주 좋아보입니다만 이 정도선에서 나서시지 않는게 좋을 듯합니다.

책임자는 어쨌든 사장이하 PM급이 하니깐요.
이 정도로 그만두기는 그렇고..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세요.
아..
현실적으로 PM이나 관리자는 아무나 나이가 적당하면 합니다.
이 사람들 잘못만나면 엄청난 고생입니다...

능력이 안되면 책임자급을 고사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설계,코딩하고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 자리를 맡는듯 하더군요.
참으로 한심한 군상들이죠..

사장님에게 이야기하기보단 그냥 자신의 위치와 역활을 확인시키고 뒤로 한발짝 물러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좋은 경험하셨습니다.. 다반사로 있는 일입니다.

How do you define Real?

rainblow의 이미지

억울하시다면 '갑'이 되실 수 있는 회사에 가시거나 하청을 받지 않을만한 회사로 옮기세요. 그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맞습니다. 갑이될수 있는 회사로 가는게 최선의 방법입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어느회사나 비슷할겁니다.

아무나 PM이나 관리자하는 것도 맞습니다. => 이것도 정말 맞는 말이네요.. 보통은 시간이 지나면 자기도 모르게 PM이나 관리자가 되어있죠.. 페어 플레이 영업을 했다면 처음부터 꿀리고 들어가지도 않겠죠? 어떤게 페어플레이 영업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페이플레이 영업을 했더라도 갑에게서 모든 돈을 받아서 그 어음이 다 현금화 되었고, 그업체랑 다시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선 이후에, 그렇더라도 그 바닥에서 평판 나빠질것 감수하지 않고서는 갑이 해달래는대로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습니다. 특별히 할일이 있어서가 아니더라도 위대한 '갑'의 팀장이 호출을 한다면 한밤중에라도 IDC에 불려가야 하고, 명절이라도 IDC에서 기계소리 들으며 선잠 자야 하는경우가 다반사 입니다. KLDP에도 '갑'이 되시는 분들이 꽤 여럿 계실텐데, 그 분들은 이렇게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 뿐입니다. => 정말 입니다. '갑'의 위치에 계신 분들 스스로 돌이켜 보십시오, 대부분의 을이나 병의 위치에서 개발하고 계신분들의 의지를 꺽는건 주로 이런식의 불평등한 SOFA식 영업관행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warpdory의 이미지

팔자에도 없는 아르바이트 개발자를 몇년 해 봤습니다.
PM 도 얼결에 조금 해 봤고요.

제가 개발자나 PM 으로 일할 때는 무조건 녹음기 들고 들어가서 회의할 때 전부 다 녹음했었습니다. 그리고, 요구 사항은 귀찮더라도 전부 문서화 시켰었고요. 하다못해 숫자 입력창 색깔까지 모두 문서화 시켰었죠.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나중엔 그게 편하더군요. 물론, 도스시절 때니깐 UI 쪽이야 별로 신경쓸 게 없지만, 사실, UI 가 꽤 골치 아팠었죠. 80 x 25 내에서 다 해결을 해야 하니까요.

갑 .. 이 되는 게 제일 속 편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녹음기나 mp3 녹음기라도 들고 들어가세요. 그리고 그걸 문서화 시키면 됩니다.

프로그래밍 시간보다 문서화 시간이 더 길어지겠지만 ... 그게 차라리 속 편합니다. 나중에 뜯어 고치는 것 보다는 말이죠.

유지보수에 대한 건 .. 짜증나죠.
예전에 1990 년대 초반에 클리퍼라는 언어로 업무용 프로그램(자재관리, 판매관리, 비디오 가게 관리 이런 거...) 짜서 팔아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대학 등록금은 어찌 어찌 해결이 됐었는데.. 이게 1999 년에 문제가 되더군요. Y2K 어쩌구 어쩌구 한참 떠들 때 ... 몇군데서 연락이 오더군요. Y2K 해결해 달라고요. 프로그램 작성할 때부터 년도를 4자리로 해뒀었으니깐 상관은 없는데.. 더 큰 문제는 윈도용으로 만들어 달라더군요. 그것도 ... 추가 비용도 없이. 그래서 난 프로그래밍에 손 뗐고, 7,8 년이 지난 프로그램 소스도 없다. 딴 사람 구해서 해라... 했더니 욕 나오고 그러더군요. 것참... 그냥 무시하고 있으니깐 몇번 연락오구선 잠잠해지긴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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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