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베디드 분야에 관심 있는 대학생입니다. 고민 좀 들어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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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항상 눈팅만 하다가 고민이 생겨서 글을 남깁니다.

현재 전자공학과 3학년입니다.
임베디드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 C언어를 공부하고 있고
"임베디드 OS 개발 프로젝트"라는 책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임베디드에서 어느 분야로 진로를 선택할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공부를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면 정할 예정입니다. 아직 지식과 능력이 부족하고
식견이 짧기 때문에, 어느 분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제 고민은 2학기에 수강해야 할 과목 중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강의 계획서에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과목이 임베디드 분야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몰라서 이렇게 질문을 드립니다.

- 전자회로(2)
FET의 구조와 연산증폭기의 구조를 간략히 배우고 이해하고 응용하는 회로를 분석하며 주파수 응답에서 어떻게 해석한다. 필터회로, 전력증폭기 또한 학습한다.

- 제어공학(2)
주파수 응답과 시간 응답에서 각각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들을 배우고 컴퓨터를 활용하여 시스템을 제어하는 시뮬레이션을 한다. 시간 응답에서 제어하는 방법은 Root Locus, 주파수 응답에서는 Nyquist Criterion 와 State space 방법을 이용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방법을 배웁니다. 시뮬레이션에 활용할 프로그램은 matlab과 simulink입니다.

- 반도체 공학(2)
FET의 근본적인 구조를 학습하고, FET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서 공부한다. 이전 학기에 배운 PN접합에대해서 심화학습하고 더 나아가, 활용된 BJT, LED 등을 배운다.

위 과목 중에서 포기해도 좋은 과목들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유가 안되서 최소 한 과목은 포기해야할 것 같습니다. 활동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시간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 3학년 1학기때 위 과목들의 선이수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반도체 쪽으로 진출할 생각은 없지만,
제가 사용하고 있는 전자부품들의 근본적인 원리를 공부하는게 흥미가 있어서 반도체공학(2)는 수강하고자 합니다만, 들을 수 없다면 포기할 생각입니다.

물론, 4학년 2학기에 들을 수 있다면 듣겠지만, 저희 학교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학기중에 강소기업 혹은 중견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현장실습 프로그램입니다.
만약 여건이 된다면, 임베디드 분야 회사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싶기 때문에 4학년 2학기때에는 다른 수업은 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

위 과목 중에서 포기해도 좋은 과목들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빌레라의 이미지

셋 중 하나를 안 해야 한다면 제어공학을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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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물고기퓨어의 이미지

제가 공부하고 있는 책의 저자께서 답변을 달아주셔서 기쁘네요.
한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지금은 버려도, 나중에 제어공학을 수강하는게 임베디드 시스템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나요?

나빌레라의 이미지

어느 분야에서 돈을 벌지에 따라 다를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책의 저자 소개에 보면 알겠지만, 저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돈 벌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서 SSD 펌웨어 만들었죠.
그러다보니까, 전자회로와 반도체 공학 지식 필요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로 갈 수 있는 회사들 중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회사들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글쓴님께서 어떤 회사에서 돈을 벌고 싶은지 아니면 어느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고 싶은지에 따라 결정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물론 가장 추천하는 것은 학교 커리컬럼에 있는 전공은 '전부다' 수강하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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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라스코니의 이미지

전자공학 전공하고 임베디드 계통에서 일하고 있는 경험자로서 말씀드리자면 (일전에 배우던 내용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가정하에)
1) 전자회로
임베디드 S/W에 크게 도움이 안됩니다. 임베디드 H/W에도 크게 관련은 없습니다. 임베디드는 디지털 적인 요소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2) 제어공학
디지털 필터 쪽은 괜찮습니다.

3) 반도체 공학
이후에 반도체 전공할 것 아니면 가장 필요없는 과목입니다. 저는 수업 내내 왜 이 과목이 전자공학 교육 커리큘럼에 있는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차라리 물리학과와 가깝습니다.

물고기퓨어의 이미지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1학기때 위 강의들을 수강하면서 느꼈던 점과 똑같아서 놀랍네요.
말씀해주신 의견을 참고하여 결정하겠습니다.
진심 어린 충고 감사합니다.

bushi의 이미지

전자회로는 버리지 마세요.
어느 날 갑자기 하고 싶은 게 불현듯 생기거나,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정보도 없는 블랙박스를 받았을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파고 들어야할 지 대강의 계획이라도 세울 수 있게 도와주고,
남이 해 놓은 것을 검토하거나 디버깅 할 때 도움 됩니다.
예를 들어, 3박4일 동안 디버깅을 했는데도 도대체 왜 드라이버에서 조작한 대로 h/w 가 동작하지 않는지 알 길이 없다가,
설마하며 회로도에 있는 부품의 데이타시트를 다운로드해서 검토하는 와중에,
트랜지스터 다리 연결이 좀 이상하다 싶어 h/w 팀(혹은 '갑'의 직원)에게 문의했더니,
"CAD 에 부품을 등록할 때 트랜지스터 BCE 심볼을 잘못 등록했다. 미안하다." 답변의 받는 식이죠.

반도체공학 이라는게 아마 solid-state electronic devices, 소위 고체전자공학이라 짐작되는데,
임베디드 분야의 현실에는 정말 동떨어지긴했지만, 이걸 이수하지 않으면 어디가서 전자공학 전공이라고 말하는게 사기에 가깝습니다.
물리학과에서 전자공학과가 분리되어 나오는 지점들 중의 한 곳이자, 고전물리에서 벗어나 손바닥 위, 혹은 호주머니 속에 실존하는 양자물리를 뼈저리게 실감하는 과목이죠.

제어공학, 예를 들어 https://ko.wikipedia.org/wiki/PID_%EC%A0%9C%EC%96%B4%EA%B8%B0 같은, 좀 피부에 와닿게 예를 들면, 비행 드론의 자세 제어에 잘 쓰이는 것들이 임베디드 분야와 거리가 멀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저런 것들이 기계 "제어" 분야에 국한된 것도 아닙니다.
요새 임베디드 쪽의 뜨거운 감자인 TSN(time sensitive networking)의 뼈대인 PTP 에도 쓰입니다.클라이언트 머신의 clock frequency를 서버 머신의 clock frequency와 동조시키는 예측 제어를 위해서요.

어쩔 수 없이 버려야한다면, 제어 공학을 버리세요.
일단 남이 해 놓은 것 따라가는 정도 수준에선 제어 공학이 필요없습니다.

물고기퓨어의 이미지

예시를 들고, 경험하였던 에피소드를 이용해 조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진짜 피부에 와닿게 조언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위 분의 말씀과 같이 반도체 공학은 저의 진로에 쓸모없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전자공학도 출신으로써 반도체 공학을 이수하지 않는 다는 사실은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자공학 학부 수준에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되는 학문이기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집니다. 현대물리학에도 어느정도 관심이 있고요.

제어공학(1)을 1학기 때 수업을 듣고, 저는 제어공학이 저의 진로에 큰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언을 듣고 보니 학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학부 수준에서는 남이 해 놓은 것을 따라가는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제어공학을 포기하려고 합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제어 관련해서 자세히 많이 나오더군요. 덕분에 수강을 하지 않아도, 나중에 따라가는데 문제가 없을거라고 판단됩니다.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