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와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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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학교 컴공과를 졸업했습니다. 스스로 프로그래밍 속도가 느리다는 생각에 방황을 많이 했죠. 그래도 나중엔 잘 되겠지. 반복해서 하면 잘하겠지 했습니다.
중소기업에서 jsp,ibatis,spring을 이용하여 게시판을 짜라고 하였습니다.
java 프로그래머 뽑는다 그래서 들어갔는데 다 생소한 기술이어서,
돈 주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따라 갔는데 그 강의도 조악해서 게시판 입출력은 되나 중요한 페이징이 내용에 빠져 있었습니다.
사수는 그게 게시판 짜는데 제일 어렵다고 귀뜸하더군요.
일단 팀장님이 첫 미션을 파일첨부를 추가하라 그래서..
열심히 짰습니다. 파일명이 중복될 시에 처리를 해줘야 했고, 파일 개수를 지정해 주면 그 수만큼 업로드 할 수 있게 짜라 해서 고생 많았습니다.
막힌대는 다른 회사다니는 친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jquery 부분이어서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해냈습니다.
(아직 페이징은 안 했음)
팀장님이 세미나를 하라 그래 열심히 설명을 했더니..
강의 들으면서 한 2주에 걸쳐 짰는데 보통 개발자가 반나절이면 다 짤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뒤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기한은 일주일.
네이버 카페 게시판과 디자인까지 완벽히 똑같고 동일한 기능을 하는 게시판을 짜라고 하였습니다.
소스보기를 해보았습니다. css부분 디자인 부분은 숨겨져 있었습니다.
일단 DB지식도 부족해서 검색기능 같은 건 지금은 어려우니.. 어떻게 해서든 페이징이라도 생각해보자.
가장 최신의 JSP책을 사서 게시판 소스를 보았습니다. 답변 다는 쪽의 게시물 번호 구조가 엉망이었고, 페이징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의욕이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사수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주간 휴가를 갔습니다.
'페이징만이라도 어떻게 방법을 생각해내보자.'
'난 개발이 적성에 안 맞나? 왜 빠른 기한내에 알려주지도 않는 것을 알아서 공부해내야하지?'
진짜 갈등 끝에 사표를 썼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자살충동에 시달렸습니다. 동생이 살인하면 지옥간다는 성경구절 찾아줘서 지옥갈까봐 무서워서 자살도 못했습니다.
교수님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 쪽은 10%안에 들지 못하면 못 살아남아."

가볍게 보던 그저 게시판인데...
그냥 책한권보면 따라 짜면 그냥 익혀지는 건 줄 알았는데..
데브피아 게시글에 게시판은 반나절이면 다 짠다는 글이 있었는데 저는 믿어지지 않았고 그 딴 내용을 왜 써서

그 후에도 여러 회사를 다녀보며 한계에 부딪힐 때 그만 뒀습니다.
(한 곳은 매출 1500억의 회사였는데 입사해서 입사교육 때 나눠준 책자를 오전 내내 공부하고 오후에 요약해서 발표하라 그랬는데 전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서 뛰쳐나왔습니다.
그 뒤 한곳은 MFC 프로그래밍이었습니다. MFC가 처음이어서 기본 틀대로 사용하는 법도 못 배웠는데 멀티칼럼 콤보박스를 구현하라 그래서 웹에도 없고, 책에도 안나와 또 관뒀습니다.)
마지막으로 관둔 곳이 펌웨어 회사였네요. 선임을 잘 만나 모르는 건 물어서 배우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제가 모르는 건 선임도 몰라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한 3년동안 버텼으면 자신감이 생겼을텐데..
8개월동안 일한다음에 회사가 어려워져 권고사직을 받았습니다.
일하면서 느꼈던 건 컴퓨터 쪽 서적은 참 엉망이어서 책으로 공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C언어계의 명저 C primer plus를 보다가 구조체 부분에서 멤버변수들은 수정할 때 a.b 이런식으로 .을 찍어서 접근해야한다는 내용은 꼭 필요한 내용임에도 포함 안 되었습니다.
실무에서 안 겪었으면 전 그 책만 마스터하고 C를 다 안다 생각했을 것입니다.
알고리즘 책을 보기전에 보면 좋다는 programming pearls도 2챕터에서 막혔습니다.

참 많은 한계에 부딪힙니다.
자신을 탓해보고 깊은 좌절감에 빠져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공부를 못하냐구요? 책만 똑바로 쓰였으면 노력해서 충분히 이겨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이론도 그 과정과정을 상세히 풀어 놓기만 하면 어려운 것이 없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행정직 공무원을 하기로 하고 벌써 8개월이 지났네요.
전 여러분을 존경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저런 과정들을 다 이겨내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요즘 상처가 아물었는지 재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롭고 어렵게 공부하고 질문을 하면 면박을 받는 좌절 가득한 그곳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방법이 있으니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테니까요.
여러분을 존경합니다.

goforit의 이미지

> MFC가 처음이어서 기본 틀대로 사용하는 법도 못 배웠는데 멀티칼럼 콤보박스를 구현하라 그래서 웹에도 없고, 책에도 안나와 또 관뒀습니다.)

저도 처음 알바로 구한 직업이 MFC로 어린이 박물관에 들어가는 프로그램 만드는 것인데, 사무실에서 2주가 지나도 성과가 안보이니 집에 가라고 하더군요.

세월이 한참 지나 생각해보니 횡재를 노리는 중소 기업에 알바가 착취당한 격이었습니다. 그 때의 초짜의 저에게 능력 밖의 일이었고, 했다면 몇 천만원의 외주를 편의점 알바 비용으로 갈음하는 경우가 됐을 것입니다.

사실도 저도 그 때 배운 것이 있어서 (상용 프로그램은 정말 어렵다는 것!, 그리고 나는 갈길이 멀다!) 어떻게 보면 서로에게 Win-Win 라고도 생각됩니다.

그 후로도 자신감을 얻기까지는 우여 곡절의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bus710의 이미지

컴공 나왔다고 다 개발자, 엔지니어 되진 않더라구요. 그것이 명문대 였을지라도.
오히려 제 주변에는 컴공 나와서 일찌감치 다른 길 간 사람들이 다른 직업으로 자리 잡고 (최소한 제가 보기엔) 잘 살고 있습니다.
저요? 저도 처음 kldp 가입하고 글 열심히 보며 들나들 때는 제가 마치 앞으로 대단한 개발자라도 될 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 길은 제 길이 아니었네요. 지금은 조금 다른 길로 가고 있습니다.. 완전히 벗어나진 않았지만요.
제게 남은 교훈은, 막연한 꿈과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달랐더라...하는 겁니다.

life is only one time

neocoin의 이미지

아마 적성에 맞지 않는거 같습니다.

m의 이미지

'보통 개발자가 반나절이면 다 짤 수 있는' 것이 게시판인데 한국에 (공개) 게시판이 몇개나 됩니까. 개소리죠.
유사한 사례로 간단한 쇼핑몰 일주일이면 만든다 이딴소리 하는사람은 그냥 문외한이니 무시하시면 됩니다. 실제 쇼핑몰 개발업체 사장 만나보면 '대학 교수가 와도 못만든다'라고 합니다. 들어가는 파일이 만단위인거 꿈에도 모르니 헛소리가 나오는거죠. 그들이 말하는 이른바 화면을 날로 그려내는 적성이면 그런 적성 없는게 낫습니다.

Sdsf3qUr의 이미지

게시판만이 아니고 뭐든지 '좋게' 만들려면 기술, 비용, 시간 엄청 들어 갑니다.

좋은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도 잘 만들기 힘든 것이 게시판이기도 합니다.

pchero의 이미지

굳이 최고가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요?

너무 자신을 채찍질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용기를 주고,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결국 문제는 단순한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게 있는데, 너무 힘이 듭니다. -> 맞나요?

하지만 이것과 글쓴님이 하시는 선택과는 별개의 문제겠죠.

- 힘들어도 하겠다.
-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
- Something else?

무엇을 선택하시건,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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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왼쪽이 저입니다 :)

emptynote의 이미지

저두 지금 게시판 만들고 있는 중인데요.

반나절 이라는 말에 욱합니다.

스팸글 막는거 쉽지 않지요.

회원의 등급 체제는 다양한 조직을 다루어 봐야 유연성과 확장성 있게 설계할 수 있지요.

MyBatis 는 자바 DTO(or VO) 로 매핑 설정을 할 수 있는데,

DB 명명 규칙과 자바 명명 규칙은 다르기에 이것에 대한 기준도 마련하지 않으면 일관성을 지켜 주기 어렵지요.

보안은 쉽나요.

sql injection 과 악의적인 script 막을려면 신경 바싹 써야지요.

한순간 방심하면 뚫리는 거지요.

첨부 파일은 또 어떠한가요? 업로드/다운로드할때 파일명에 대해서 브라우저마다 모두 처리하는 방법이 다르기때문에 문자셋 바싹 신경써야 합니다.

게시판에는 DB + 보안 + 네트워크 모두 걸쳐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 시험 정말로 어렵다는거 알고 있기에 그래도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혹시 나중에 여유가 되시면 www.sinnori.pe.kr 에 놀러 오세요.

아마도 공무원 시험에 붙으실때즘이면 저두 게시판은 허접해도 만들어 놓았을 거니 이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 눈치 채셨겠지만 베타 테스터(?) 요청드리는겁니다. ㅠ.ㅠ

nomail의 이미지

명문대 컴공 배경이면 무얼 하셔도 잘하실 것 같습니다만..
반대로 학벌 때문에 차별 받는 경우도 많다보니 그 부분은 참 부럽네요.
취미로 간단한 게임부터 시작해보시면 흥미 유발도 되고 실력향상에도 좋습니다.
재도전 하시는 일도 부디 잘 되시길..

tomahawk28의 이미지

반나절 만에 만드는 게시판은 그 정도의 품질을 갖추고 있기 마련입니다.

작성자님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셨다기보다, 저쪽에서 말도 안되는 기대를 가졌던 것 같네요
평소 해보고 싶던 걸 실험(?)해 본다는 생각으로 짧은 걸 프로그래밍 하는 습관을 가지면 개인적 부담감 더는데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두꺼운 책은 좀 부담되지 않으세요?
전 언어기초는 해당 언어 사이트 Tutorial로 다지고, 나머지 프로젝트 할때는 항상 인터넷을 cookbook, Best practice 삼아서
프로그래밍 하는게 좋더라구요, 물론 Reference가 많은 언어 얘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