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하나 쓰거나 외국 책 번역하면 살림살이 얼만큼 나아질까요

dl3zp3의 이미지

프로그래밍 분야도 그렇고 다른 학문 분야도 그렇고 깊이 들어가다보면 읽을 만한 게 다 영어로 되었더군요. 요번에 하스켈 책을 번역하신 분이 있던데... 우리나라에 아직 번역이 안된 책을 번역하면 투자해야 할 시간은 어느정도이고 그로 인한 수입은 어느정도 나올까요?
번역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책 하나 써낸다면?

warpdory의 이미지

잘 찾아 보시면 예전 컴퓨터 책에 제 이름이 몇개 들어간 게 있습니다. 번역한 것도 있고, 1저자, 2저자에 들어간 것도 있는데...

............ 별로 나아진 것 없습니다.
한 15 ~ 6 년전쯤에 책한권 내고 오히려 적자나서 출판사에서 저에게 돈 내놓으라고 난리쳐서 싸운 적은 있죠. (흑 5천부 찍었는데, 500 권도 안 팔린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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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
http://akpil.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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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

dl3zp3의 이미지

출판사가 좀 인성교육이 안된 출판사군요 덜덜덜

creativeidler의 이미지

번역은 봉사활동입니다. 책 한 권 해봤자 2~300만원? 드는 노력은 천만원급이죠-_- 전 지금 1년 째 번역 중인 책도 있답니다-_-a

책 쓰는 것도 한국이 마켓이라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출판시장을 꿰뚫는 직관이 있다면 모를까, 아니면 돈 되기는 힘듭니다.

경제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오히려 해가 된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 시간에 다른 뭘 해도 번역보다는 많이 법니다. 전 지금 번역하는 거 끝나면 앞으로 두 번 다시 번역은 안할 생각입니다.

winner의 이미지

creativeidler님도 전에 그 이야기 하셨잖아요. Head Rush Ajax.
자신의 이름값이 필요하다면 한두권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어디까지나 투자개념으로...

creativeidler의 이미지

네, 약간 유명해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긴 하더군요. 하지만 사실 제가 뭔가를 잘해서 유명해진 건 아니니까 약간 허명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그렇게 달갑지는 않더군요. 그보다는 오히려 자바서비스넷에서 미친 듯이 싸우면서 얻은 악명이 조금 더 제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는-_-a

그리고, 사실 이름값을 원한다면 블로그 활동 열심히 하는 게 투자 대비 효과도 크고, 좀더 뿌듯한 것 같습니다. 자기 컨텐츠를 쌓으면서 유명해지는 게 아무래도 남의 컨텐츠로 유명해지는 것보다는 좀더 기분이 좋죠. 부산물로 애드센스 수익도-_-a

winner의 이미지

ㅋㅋ.
까칠하신 성격.

kyagrd의 이미지

예 제가 말씀하신 그 하스켈 책을 번역자 중 한 사람인데요, warpdory님 말씀처럼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는 것보다는 관련 분야 학생/개발자/연구자 공동체를 위한 봉사활동이라는 측면이 강합니다. 번역자의 경험이나 책의 유명도 또 기타 시장이나 출판사 사정에 따라보통 한쪽당 오천원에서 많게는 만원 가까이 받습니다. 책의 저자일 경우 한권 팔릴 때마다 받는 인세와는 다르기 때문에 책이 많이 팔린다고 생활에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원서의 저작권을 가진 해외 출판사에 내는 로열티 때문에 웬만큼 유명한 책이 아니면 본전 찾기도 힘들 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문서적 출판시장은 상당히 좁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죠. 이런 전문서적이나 고전 번역 같은 건 국가적인 투자가 필요한 일인데 토목사업 말고 이런 쪽에도 출판사나 번역가에 대한 세금 혜택을 비롯한 체계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텐데 현실이 그렇지가 못하죠.

박사과정에 진학할 계획이 있거나 막 박사과정에 진학한 대학원생이라면 전공 기초과목 교재나 혹은 참고서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꼭 번역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기초과목 교재나 참고서를 추천하는 이유는 기술적으로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상태에서 번역을 해야 최소한의 번역의 질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신의 연구분야에 같은 학회에 가는 어느 정도 연구 성과도 있고 또 강의도 잘하는 교수가 쓴 책 중에 아직 우리말로 소개된 자료가 부족한 책이 이상적입니다. 저희가 번역한 "Programming in Haskell"이라는 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습니다. 책을 번역하면서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영문으로 본인의 분야에 대해 설명하는 글쓰기를 하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좋은 방법이 저는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분야에서 호평받는 교과서를 집필할 정도면 글을 잘 쓰고 설명을 잘 하는 연구자이자 강사입니다. 이런 사람이 쓴 문장을 하나하나 보면서 우리말로 옮겨 보는 것은 그냥 일반적인 영어공부가 아니라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글쓰기 요령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서 저자의 스타일을 답습하면서 습득하게 됩니다. 책을 번역하면서 제 개인적으로도 글쓰기에 좀더 자신이 붙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책을 중간쯤 번역하고 난 다음부터 지도교수님으로부터도 요즘 영어로 글쓰는 게 좀 늘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Programming in Haskell의 저자인 그라함 허튼 교수님이 쓰는 문장의 스타일이나 표현을 저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초과목 교재라도 번역하면서 꼼꼼히 보게 되면 새로 배우는 것 아니 알고 있었지만 더 분명하게 개념이 잡히는 그런 것도 있고요, 또 원서에서 참고문헌으로 인용한 논문들은 그 분야를 공부한다면 한번쯤 읽어 보아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목록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또 그런 교과서의 저자들은 큰 학회의 위원회 구성원인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번역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번역 진척 상황이나 출판 상황에 대해 서신을 교환하고, 또 학회에서 그런 분들과 만날 기회가 되었을 때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건넬 수 있다는 것도 보이지 않는 큰 소득입니다.

대학원생이라면 여력만 된다면 번역에 꼭 한번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설령 출판이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예전보다 확실히 영문으로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한 글을 쓰는 것에 자신감이 붙는다는 것만 해도 손해보지 않는 장사입니다. 그리고 만약 출판이 된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학위논문보다 훨씬 의미있는 일을 대학원에 있는 동안 하는 것입니다. 책으로 출판될 정도로 업적도 훌륭하고 구성도 깔끔하고 주제도 꽤 넓은 분야에 영향력을 미치는 학위논문을 쓰지 않는 이상,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학위 논문을 보고 도움을 받겠습니까? 업적이 뛰어난 학자들 중에서 학위 논문부터 대단한 사람도 물론 있지만, 많은 경우 박사논문과는 조금 다른 주제를 졸업 후에 연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평범한 학자나 학계에 남지 않는 경우는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하지만 나름 정성을 쏟아 번역된 책이 출판된다면 책이 아무리 안나가도 백명 단위로, 무난하게 나가면 천명 단위로, 장기적으로도 잘 나가면 만명 단위의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셈입니다.

@ 2쇄 나오게 책 좀 많이 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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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s nothing so practical as a good theory. - Kurt Lewin
"하스켈로 배우는 프로그래밍" http://pl.pusan.ac.kr/~hask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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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s nothing so practical as a good theory. - Kurt Lewin
"하스켈로 배우는 프로그래밍" http://pl.pusan.ac.kr/~haskell/

dl3zp3의 이미지

번역을 하려면 한국어도 잘해야 되나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같은 걸 제대로 하려면 막 머리가 아파오고 굉장히 어려운데 어느정도는 감수해야하는걸까요?

warpdory의 이미지

당연히 한국말을 잘해야 번역도 잘 합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약간 부수적인 것이고, 한국말로 잘 표현하는 것이(흔히 직역/의역 이라고 하는 것이죠.) 우선인데, 외국어를 단어뜻 그대로 번역할 경우에 흔히 말하는 '번역체'가 됩니다. 상당히 읽기 껄끄럽습니다. - '되어지다.' 같은 수동태를 남발한다든가 하는 것들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됩니다.

예를 들어서 'Can you login kldp.org ?' 라는 것을 'kldp 에 로그인되냐 ?' 정도로 번역한다면 무난하다고 볼 수 있지만, 'kldp 에 로그인되어지냐 ?' 라고 번역한다면 ... 상당히 이상합니다. 그런데, 저런 표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한국말로 바꾸는 것에 충실해서 남들이 알아보기 힘든 고유의 언어영역을 구축하는 것도 꽤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책이 안 팔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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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
http://akpil.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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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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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lsa의 이미지

사실 번역을 위해서는 한국어 실력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도 한동안 번역을 많이 했었는데요, 벌이도 그냥 그렇고 힘은 들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살림살이를 위해서라면 컴터 관련 전문서적 보다는 좀 더 말초적(?)이고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책을 골라서 번역하시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각 분야별로 대부분 임자가 정해져 들어오는 경우가 많지만요.

=-=-=-=-=-=-=-=-=
http://youl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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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라의 이미지

금전적 이득은 거의 없습니다. 투입된 시간으로 따지면 오히려 엄청난 손해죠.

다만 약간 유명해 진다는 것과,
경력에 포함된다는 것,

그리고 가장 큰건 자기 만족이죠.

몇 달전에 출간한 제 책도 출판사에서 천오백권 정도를 1쇄로 찍었는데,
아직도 서점엔 천권 정도 나갔다고 해서
출판사 사장님께 살짝 죄송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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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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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GunSmoke의 이미지

에이... 뭘 그정도 가지구 그러세요.

이번에 나오는 책인데요.

http://www.acornpub.co.kr/blog/338

역자 소개를 보시면 제가 에이콘에 얼만큼 타격을 입혔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Quote:
아는 분만 사시는 극소장판이 된 우리 책 초보 시스템 관리자를 위한 크노픽스를 저술하신 실력파 리눅스 시스템 관리자 신재훈님,

大逆戰

大逆戰

나빌레라의 이미지

신재훈님이 GunSmoke님이었군요!

저는 그럼에도 다음책 쓸 생각을 하고 있으니,

책쓰는 것(번역 포함)도 중독인가봐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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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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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FIFO의 이미지

영어로 된 책(얇은 책입니다만)을 반쯤 읽다가 마침 번역서 만드는 회사 사람이랑 만날 기회가 있어서
이거 번역하겠다 그랬더니 돈도 제가 부른거 절반, 시간도 절반을 부르더군요. 그래서 못했습니다.
David Chappell의 Understanding ActiveX and OLE 였습니다.
(정작 그때 얼마 불렀는지 기억은 정확치 않네요. 오래 돼서...)
결국 다른 번역자를 써서 - 그러나 출판 시점은 꽤 늦었습니다 - 나중에 책이 나오더군요.
처음 번역하시는 분이면 당장 돈은 별로 안될거라 생각되네요. 몇건 해야 좀 돈이 올라갈듯.

withtw의 이미지

다른 분야는 몰라도 프로그래밍 책은 번역 안해주는게
차라리 사회에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본인이 직접 쓰던가요.
여태껏 번역서에 당한 기억이 너무 많아서요.

indigoray의 이미지

뒤늦은 답글입니다만...
저 역시 프로그래밍 관련 번역서에 많이 데어서 공감은 갑니다만, 그래도 그나마 어떤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도 같고, 또 번역한 분들도 나름 돈벌이 되는 것도 아닌데 애쓴것 같아서,차마 하지 마라고는 못하겠네요.

옛날에는 원서 구하기가 어려워 뭔가 의심스러우면서도 그냥 봤는데, 요즘에는 구글링하면 왠만한 책은 다 원서를 구할 수가 있으니...(음.. 번역서 샀으니 저자에게 로얄티는 지불한 것으로 치고 있습니다) 요즘엔 항상 의심스런 문장이 나오면 원서를 확인하면서 읽습니다. 번역의 수준이 정말 욕나오고 이럴거면 내질 말지 싶은 그런 책도 가끔 나오죠. (흠...그 유명한 디자인 패턴 Gof책.. 차라리 그냥 둬서 다른 실력자가 번역했었으면 싶은 책 중 하나죠...)

우리나라의 IT번역 출판은 시장 자체가 성립이 안되기 때문에, 전문번역가가 존재할 수 없고, 아마추어들이 취미로, 혹은 다른 효과를 노리고, 또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번역하는 상황이라..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mirheekl의 이미지

자신의 이름을 직접 걸고 번역하시는 분들의 책은 대개 번역이 괜찮더군요.

문제는 실제 번역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유명인은 이름만 빌려준 경우가.. 이게 사실 문제입니다. 번역서에서 왈도체가 나오는 이유의 대부분이 이것때문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하청에 재하청을 주고 그 과정에서 번역과 관련된 소양이 떨어지는 사람들까지 번역에 동원되는 일이 생기니까 질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지요. 돈도 못 받고 하는 경우까지 있으니 말입니다. SI에서도 재하청을 주는 것이 재앙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듯이 번역서도 비슷한 상황인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비전공자도 재미삼아 볼 수 있는 일부 입문단계의 서적 말고는 역서가 아예 없는 편이 좋다 생각합니다. 어차피 익숙해져야 할 영어라면 처음 전문서적을 접할 때부터 빨리 익숙해지는 편이 좋을테니 말이지요. 하지만 뭐 이거야 말 그대로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고.. 역서가 꼭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거니까요. 다만 왈도체로 쓰여진 역서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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