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제일 불쌍한 한국교육의 세속화
위키백과에 따르면, 세속화란, 종교적 가치와 제도가 매우 동일시되던 사회가 비종교적 가치와 세속적 제도로 변화하는 과정을 일컫습니다.
이슬람 사회는 지난 세기에 세속화에 실패했습니다. 그들 중에서 수니파와 시아파가 나타나서 각각 종교의 말씀을 얼마나 더 잘 실천하느냐 하는 방향으로 역사가 기울어졌습니다. 그 반대편에는 서구사회와 타협을 통해 중간지대를 만든 지역들도 있었고요. 거기에는 이슬람의 자력 근대화를 돕기는커녕 착취를 했던 서구사회의 잘못이 가장 크지요. 자고로 두 개의 집단이 만나서 충돌이 일어나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정치적 목적을 위해 테러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그 충돌이 과격할수록 양쪽에서 모두 극단주의자들이 득세하기 마련이고, 현재의 이슬람은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서구사회와 관계가 좋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같은 국가는 어느 정도 세속화가 진행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고 바뀔 수 있지요. 유럽도 사회의 한쪽 편에서 종교원리주의 극우가 득실거리기는 마찬가지고요.
우리 사회는 종교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세속화가 상당 부분 진척되었습니다. 어떤 종교집단도 이 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진짜 세속화는 이것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죠. 종교집단과 비슷한 광신이 판을 치는 곳이 있는데 그게 교육시장입니다. 수많은 인생들이 누가 점수를 더 잘 받느냐, 문제의 유형은 어떠냐, 하는 식의 획일화된 틀로 수렴되고 있지요. 개개인의 능력차는 존재할 수 있고, 그것들 중 특정 조합을 점수화할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만, 광대한 삶의 터전을 통해서 그 차이를 스스로 터득하게 하지 못하고, 수능시험이라는 획일화된 틀로 개개인의 활동을 극단적으로 수렴시킴으로써 개개인의 활동의 자유를 제약하고 수많은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개개인이 가진 능력의 조합이라는 것도 언제까지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최고의 조합이 나타나는 시기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수능이라는 틀로 개개인을 수렴시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며, 타파되어야 할 악습입니다. 다만, 그것을 타파한다는 것은 수능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 매달리도록 하는 우리 사회의 세속화되지 못한 상태가 됩니다.
한국교육을 세속화한다는 것은 무엇이 될까요? 입시 당시의 점수와 개개인의 능력이 매우 동일시되던 사회가 그렇지 않은 가치와 세속적 제도로 변화하는 과정을 정도 되겠습니다. 이러한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입시 결과로 개개인의 삶을 좌지우지하도록 하는 시스템 내지는, 우리 사회가 오로지 그럴 뿐이라고 사기를 침으로써 입시열풍을 조장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하겠지요. 이전의 쓰레드인 "세계에서 제일 불쌍한 고등학생"에서 많은 분들이 의견을 줬습니다.
어떤 교육집단도 이 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육집단에는 대학과 공익, 사설입시업체가 있습니다. 대학은 다들 알듯이 상위권 대학이 있을 것이고, 공익, 사설업체는 EBS, 메가스터디, 비타에듀 같은 업체들이 있죠. 이 교육집단들이 사회를 어떻게 좌지우지하나요? 일단 좋은 대학에 가고보자고 입시열풍을 빚어냅니다. 그 입시열풍을 이용해서 돈을 법니다. 입시업체는 학생과 학부모의 웅담을 빼먹구요, 대학은 등록금으로 학생을 착취하죠. 저마다가 저마다의 권위가 있어서 이 사회를 좌지우지하며 입시열풍을 끊임없이 유지하지요.
이를 세속화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일단 우리 사회를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문화와 관련지어 보자면, 우리 사회의 연줄 문화가 있습니다. 연줄 문화는 곧 유교적 학력지상주의와 맞물려 끼리끼리만 놀면서 학벌을 형성합니다. 이런 학벌이 인사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그것이 알려지면서 좋은 대학에 가자는 심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문화적 요소들이 각 대학의 학생들을 끼리끼리 놀게 만들면서 하위권 대학은 하위권 대학의 시궁창을, 상위권 대학은 상위권 대학만의 이너서클을 만들어서 폐쇄된 세계를 형성하면서 학부생간에 교류가 이뤄지기 어렵게 합니다. 이는 몇 가지 제도를 추가하면 쉽게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직까지는 이 부분이 그닥 부각되진 않은 걸로 보입니다.
한국사회의 제도와 관련지어 보자면, 국가의 정책이 상위 대학 중심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데 그 액수의 차이가 심하다는 것이 있고, 기타 정책들도 상위 대학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이것이 대학별 교육기회의 차이를 만들어내겠지요. 수능시험을 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는 부분입니다만, 대내적으로 대학이 교육시스템의 "구색"을 맞추고, 대외적으로 "홍보"를 하고 "평판관리"를 하려면 "인맥"과 "돈"이 중요한데, 국가의 대학 지원정책이 상위권 대학에게 유리하게 맞춰져 있으니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택도 그 쪽으로 치우치겠죠. 이게 대학이 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뒷받침하는 국가의 정책입니다.
공익, 사설 입시업체가 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뒷받침하는 국가의 정책이라면 단연 수능제도입니다. 이 수능제도가 가지는 막대한 영향력은 대학의 전형의 상당 부분을 수능제도로 단일화하면서 이들 업체의 영향력이 강화된 감이 없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단일화 자체가 문제냐? 연줄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그나마 공정하다고 평가받는 것이 수능제도입니다. 누구든 실력만 있다면 좋은 대학에 가서 신분상승을 꿈꿀 수 있도록 하는 제도였지요. 그러던 것이 이 사회의 상류층의 네트워크와 학벌 네트워크가 서서히 분리되면서 수능만 잘 봐서는 신분상승을 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입니다만.
여기에 대해서 조금 다른 시각으로는, 우리 한국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지난 세기 유럽의 역사에서는 어떤 사람이 지식에 접근하는 경로가 무척 다양했습니다. 물론 현재 한국도 다양하다면 다양합니다만, "스스로의 체계를 이룬"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각자의 분야에 파묻힌 채, 그것을 일반화할 수 있는 언어를 갖지 못한 채 그냥 파묻히는 것이 우리 사회가 아닌가 합니다. 그 결과로 학생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수능점수나 대학의 입시전형 같은 얄팍한 관점에 속박당하는 거고요.
이렇게 해서 "한국교육의 세속화"를 위해 한국사회의 문화와, 제도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대략적인 그림을 다 그렸습니다. 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의견 있으면 더 주세요.
지금 교육이 돈과 연계되어 지나치게 세속적이라서
지금 교육이 돈과 연계되어 지나치게 세속적이라서 문제가 되는 거 아닌가요?
현재는 돈을 얼마냐 바르느냐에 따라 학생의 능력을 초월해 진학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을 세속화시킨다니 사용하신 어휘가 이상하군요.
교육 기관은 성스러운 종교기관이어야 됩니다.
교육자가 장사꾼이 되면 망합니다.
재벌 2세가 재벌이 될 확률과
금메달리스트 2세가 금메달을 딸 확률이 비슷해지도록
자유오픈소스 대안화폐를 씁시다.
아이디의 아이디어 무한도전
http://blog.aaidee.com
귀태닷컴
http://www.gwitae.com
이상하긴 하지요.
이는 세속화의 의미를 어디에 초점을 맞추냐가 문제입니다.
돈을 버는 것에 국한되는 세속적 가치라면 말이 이상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특정 집단의 가치관에 경도되지 않고 스스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알게 된다는 면에서의 세속적 가치라면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뭔가 -_-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대학은 교육기관이기 동시에 연구기관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국립대 교수 중에 논문 안쓴다고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죠.
기초 학문을 비롯하여 여러 연구를 하죠. 이것은 제 생각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리라 봅니다.
따라서 연구성과가 많이 나온 대학에 집중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할 말은 많지만,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앞서 말한 자기가 공부하는 학문에 대해 스스로의 체계를 이룬 사람이 없다고 하셨는데,
자신의 스스로 정의 내린 아닌 위키백과에 세속화에 대한 정의를 이용하셔서 글쓰졌군요.
우리나라 교육 열풍을 논하고, 종교화를 논하자면.. 우리나라의 유교문화와 더불어 역사 그리고 너무나 논할 것이 많네요.
저도 짧은 리플쓰다 보니, 리플이 두서가 없군요.
지식.
솔직히 저기서 제가 쓴 지식이라는 단어는 학문으로서의 지식만을 이르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