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때 겪게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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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로 입문해서 임베디드, 클라이언트 pc에서 GUI 프로그래밍, 유닉스 환경에서 서버 프로그램 등등 프로젝트에 따라 이것저것 경험하면서 10년 넘게 생활해 보고 나면 이젠 웬만한 새로운 환경에서의 개발도 별로 부담스럽지 않게 됩니다.

이 세상 모든 프로그램 언어를 다 해본건 아니지만, 서너 종류의 언어를 다루고 나면 사실 프로그램 언어라는게 영어나 일어와 같은 자연언어로 학습하는게 아니고 결국 '문제해결의 도구'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걸 깨닫게 되고 전혀 경험이 없는 프로그램 언어로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혀도 그리 큰 두려움이 생기진 않게 됩니다.

그러나 SM이나 전산실의 개발그룹 같이 오랫동안 한 종류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조직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조금 다르더군요.

제랄드 와인버거의 '프로그래밍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보면 사회적 고착화에 대한 이야기 나옵니다.

일단 어떤 프로그래밍 조직이나 개인이 한 언어만 사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언어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합니다. 기존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계속 이득을 얻기 때문이죠.
가령 조언이 필요할 경우 조언해 줄 사람을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라이브러리나 서브루틴이 필요하다면 그 또한 쉽게 찾게 될 가능성이 크죠. 개발일정도 많이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에 더 많이 할당이 될 터이고 익숙한 코드를 처리할 때 오류가 더 적기 때문에 개발절차도 기존 언어에 더 적합하도록 이루어지겟죠.

그런데 늘 이런 좋은 상황이 계속되는건 아니죠.
어쩔 수 없이 조직에서 기존에 전혀 다루어보지 못한 언어와 환경에서 개발해야할 일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그 조직은 특정 개발언어와 환경에 고착화가 된 상태라 그 일을 맡을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그 조직의 관리자가 제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런데 그 개발요구에 필요한 언어와 환경도 제가 경험해 본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개발요구 기능이 그리 복잡한 것도 아니라서 프로그래밍 개발에 경험이 있다면 검색과 개인학습을 통해 그리 오래걸리지 않고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속한 팀에서 해야할 일이 있고 그것도 기한이 있는 일들이므로 맡은 본업 외의 일까지 해줄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할 수 있는 일들이긴 한데, 지금 제가 속한 팀에서의 일정문제로 어렵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어쩔 수 없죠.. 그쪽에서 부탁하는 요청이 제가 맡은 일도 아닌데 선의로 개발해 주고나면 나중에 그 유지보수는 또 누가 떠안겠습니까.

암튼..
그렇게 그 관리자 분의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고 나서 며칠이 지났습니다.
어느날 그 조직에 속한 sm업체 직원이 제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일전에 제게 요청이 들어온 그 개발건을 맡은 사람인데 경험이 없이 하다보니 문제에 부딪혀서 제게 연락한 것이더군요.
이런... 이건 뭥미...

내가 그 분야를 잘 알고 있다는게 아니고, 내게 맡겨지면 충분히 할 수 있다라는 의미였는데 아마도 그 관리자분은 내가 그 분야에 정통한 개발자로 생각해서 어려움에 봉착하면 내게 조언을 구하라고 한 모양입니다..-_-;;
아... 내가 말을 잘못했구나...
근데 왜 사람들은 '그것을 할 수 있다.'와 '그것을 잘 알고 있다.'를 구분하지 못하는걸까..

여기서 제가 얻은 교훈 하나..
어떤 도움요청이나 요구사항이 있을 때 그 요청을 거절해야 하면 제가 아무리 그 일을 해낼 자신감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굳이 표현할 필요는 없다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이러저러한 상황때문에 하기가 힘들고 어쩌구...'라는 사족은 전혀 쓸데 없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능력이 안되든 상황이 안되든 결론은 못하는 것이므로 그냥 '할 수 없습니다.'라고 확실한 의사전달을 해야 나중에 당혹스러운 일에 말려들지 않게 된다는 것이지요.

개발자 여러분...
자신이 맡은 일 외의 일에 대해 너무 자신감을 드러내진 맙시다.

jwstyle의 이미지

맞습니다.

10년 정도 넘으면 "할 수 없습니다" 라는 말을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것같습니다.

어떤 일에나 "할 수 있습니다"는 뭐든지 할 수 있을것 같은 사회 초년병들이 쓰는 말이라는걸 알게되는데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구요.

아울러 이 바닥에서 10년이 넘었는데, 뭐든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는 사람들은 신뢰하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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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Do It

winner의 이미지

터줏대감이라고 할까. 환경에 고착화된 사람이 그 환경에서 1인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히 어느쪽이 원인이고, 결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다양한 환경에 적응가능한 사람이 등장하면 보통은 그 사람이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예 못하면 생각을 안 하는데 다양한 능력이 있으니 관리자라던가 그런 사람은 아쉬운 거죠. 저 사람이 동일한 시간에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을 다 발휘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이죠.
관리자들은 비행기 태우면서 당신이라면 가능하지 않느냐고 하면서 줏어 먹을려고 하는 경우도 있고요. ^_^.

red10won의 이미지

새로운 버전이 나올때마다 마이그레이션은 무리지만
어느정도 포팅이나 마이그레이션은 해야된다고 봅니다.

vb 6.x pb 6.x delphi 4.x 쓰는곳 아직있습니다.
윈7에서 잘돌아갈지 장담못하죠 어느정도 sm이라고 배째라 식이 아니라

마이그레이션은 필요 하다고 봅니다 ㅎ

creativeidler의 이미지

전 그런 경우 "아 그거 별 거 아니지만 내가 그거 신경써줄 시간은 없습니다."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