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경영진은 믿을만한 사람을 만나기가 참 어렵구나..

횟수로 7년을 다닌 회사가 있습니다. 연구소 직원으로써는 입사번호가 1번입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이사진들.

주식도 있습니다. 2% 정도 됩니다. 일반직원으로써는 2등입니다.
사장님이 49% 가지고 있고 투자자가 30% 정도 가지고 있으니 지분으로 따져도 이사진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사진은 이사진이라 나름 높은 연봉에 각종 혜택을 받아가며 일을 했지만 전 팀장이 되었지만 직급은 대리에 불과했습니다. 진급 속도는 대기업보다 느리고 책임은 팀장이지만 권한은 일반 사원급이었지요.

사장님이 사고쳐논 프로젝트, 국책..
연구소장이 사고쳐논 프로젝트, 국책..
부소장이 사고쳐논 프로젝트, 국책..

저를 비롯한 밑에 친구들이 정말 개고생해가며 뒷막음을 다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대기업에 큰소리 쳐가며 납품도 할 수 있었지요.

투자도 받았었습니다. 투자 받은 돈 전부가 사장님의 취미 생활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취미가.. 기구 만드는 겁니다. IT 업체인데 직원들 연봉도 제대로 못 주면서 피규어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걸 겨우 뜯어 말렸습니다.

마지막해에 받은 연봉이 겨우 2300 입니다. 창립맴버에 팀장에 7년간 일했는데.. 임베디드 플랫폼 엔지니어 였습니다.

결국 버티다 못해 사직서를 내고 나왔습니다.

퇴직금? 두달 후에 돈 들어올 게 있는데 그 때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나왔습니다.

연락이 안 오더군요.

연락을 해도 통화가 안되더군요.

겨우 통화를 했습니다.

"미안하다 사정이 안좋다. 기다려달라"

제 팀원이었던 동생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일주일전에 3억 정도 투자를 받았답니다..

알고보니.. 증자가 아니라 경영진 보유 주식 판매였습니다. 회사 한번 살려보자며 월급 밀려가며 남아있던 동생들 얼굴이 떠 오릅니다.

연구소장이 5월에 그만둔다고 합니다. 부소장이 6월에 그만둔다고 합니다. 밑에는 생떼같은 동생들이 있는데 자기들 투자금만 회수해서 직원들 버리고 빠진답니다. 소장 나이가 겨우 38 입니다. 부소장 나이가 겨우 37 입니다.

회사는 페이퍼 컴퍼니로 남아서 투자를 진행한 회사에서 영업용으로 사용할 것 같습니다.

제 밑에 있던 친구는 다시 제 밑으로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제 동생인데.. 제가 챙겨야지요.

다른팀(부소장, 연구소장)에 있던 동생들은 이직 하기로 어렵습니다. 개발자로 이직 할 수 있는 경험과 실력을 키울 수 없는 구조의 팀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AS 만 했습니다.

참 답답한 경영진들입니다. 나이도 어린 인간들이 왜 이리 세상을 잘못 배웠는지.. 사업이란게 결국 사람장사인데....

4월 1일날 노동청에 신고 들어갑니다. 쥐꼬리 만한 퇴직금이지만 사정을 봐줄 이유가 없습니다.

7년간 고생하면서 참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이렇게만 안하면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