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의 씁쓸한 개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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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티맥스에 대한 글이 워낙 많아서 글 쓰기 망설였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분들과 공감대를 느끼며 힘을 얻고자 용기 내어 씁니다.

예, 저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자 중 한 사람으로서 티맥스 이벤트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티맥스 개발자분들,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운영체제, 브라우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는데 윗선에서 통보하는 개발일정 맞추느라 고생하신게 눈에 선했습니다. 오픈소스 라이센스 등의 법적인 문제는 차치 하고서라도 4-5년 안에 저것들을 모두 만들었다는 점에서 개발자분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셨는지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오픈소스를 사용한 부분은 명확히 밝히고 라이센스를 따라야겠지요.)

하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이벤트를 보는 내내 씁쓸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왜 남의 일 가지고 내 기분이 씁쓸한 거지?" 라는 질문에 대해 제 스스로 대답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결론은, "이건 남의 일이 아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니면 이렇게 정리해도 될 것 같습니다.

* 성숙하지 않은 소프트웨어 개발환경

실시간 중계를 보니 중간에 티맥스 오에스 개발 에피소드를 말씀하시더군요.

"얼마 전에 오에스 개발 도중 아키텍처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아케텍처 설계에 능한 개발자를 긴급 투입하여 문제를 훌륭히 고쳐냈습니다." - 발표내용 중 일부 -(기억을 더듬어 쓴 거라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아키텍처 문제를 발견했는데 개발자 누구누구를 "긴급" 투입하여 해결했다는 이야기에서 전 가슴이 탁 막혔습니다. 단순한 코딩에 문제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정말로 사람들이 말하는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았다면, "긴급"히 아키텍처를 뜯어 고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아키텍처 설계자 모두 모여서 아키텍처 리뷰를 통해 신중히 수정방향을 정했어야 하겠죠.

게다가 아키텍처 수준의 문제는 소프트웨어 개발 한 지 몇 년이 지난 다음에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아키텍처 설계 단계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오류를 찾았어야 할 것입니다.

올 11월에 배타버전 공개할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테스트 팀에서 열심히 regression test 를 진행하며 숨어있는 버그를 잡아야 할 시기인데, 테스트 잘 하고 계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MS 개발자인 Eric Lippert의 지난 6월 22일자 블로그를 보면 성숙한 소프트웨어 개발프로세스가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stackoverflow.com서 누군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왜 C#은 C++처럼 non-member function을 지원하지 않는거죠?"

http://stackoverflow.com/questions/1024171/why-c-is-not-allowing-non-member-functions-like-c/1027853#1027853

그에 대한 대답은 이랬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 기능을 디자인한 적도 없고, 스펙을 만들지도 않았으며, 구현, 테스트, 문서작업 하여 제공(ship)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능 한 가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 여섯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해요. 그것들 모두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 돈이 들죠. 어떤 기능이라도 값싸게 만들어 내지는 못합니다. 저희는 주어진 제한시간과 한정된 노력, 제한된 예산 안에서, 저희 사용자들에게 최대한 이익이 되는 기능만을 제공한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합니다.

because no one ever designed, specified, implemented, tested, documented and shipped that feature. All six of those things are necessary to make a feature happen. All of them cost huge amounts of time, effort and money. Features are not cheap, and we try very hard to make sure that we are only shipping those features which give the best possible benefits to our users given our constrained time, effort and money budgets."

http://blogs.msdn.com/ericlippert/archive/2009/06/22/why-doesn-t-c-implement-top-level-methods.aspx

제가 주목한 점은 질문이 아니라 그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non-member function 이라고 간단히 언급하는 기능 하나를 만들지 않은 이유가 여섯 단계 절차를 거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환경, 이것이 성숙한 개발문화 아닐까요?

우리 개발자들이 이혼당하지 않고 정시에 출퇴근하며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는 성숙한 개발문화가 어서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ps.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lugi의 이미지

직접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발표장에서 나온 말 중에서 개발자분 중 이혼한 분도 계시다는 말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추측건데, 바뻐서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것이 이유이겠지요. 이말을 듣는 순간,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갈길이 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이런 말은 자랑스럽게 한다면 말입니다. 이렇게 개발자와 개발자의 가정을 혹사시키면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자의든 타의든 업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는 분들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심지어 개발일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몇년간의 고된 개발 일정을 거치고 나면 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더 못하시는 경우를 주위에서 너무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발자들이 떠나게 되면, 신규 개발자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남은 개발자들에게 업무가 더욱 가중되며, 남은 개발자들 또한 업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게 됩니다. 바쁜 일정에 밤을 지새우고, 주말없이 일하는 방식의 개발이 주는 부작용은 이것만이 아니지만.. 모두 다 잘아실테니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겠지요.

하루빨리 월화수목금금금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조가 사라지고,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통해서 개발이 진행되는 문화가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이땅에서 토종 OS 소프트웨어가 자리잡기는 영영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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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이라도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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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이라도 전진한다.

klenui의 이미지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조리있게 잘 적어주신것 같습니다..

magingax의 이미지

대체 정체가 뭡니까?
진짜 뭔가 OS 가 나온건가요 ?
아님 대국민 사기인가요 ?
국내 회사를 마냥 깍아내리고 싶진않지만. OS 란게 무슨 개집도 아니고. 4~5년만에 만들었다는것도 의구심이 들고.
거기다 win api 하고 호환이 됀다는등..
누구 이 물건에 대해 감잡으신분..

LISP 사용자모임
http://cafe.naver.com/lisper
방송기술 개발업체
http://playhouseinc.co.kr

feanor의 이미지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려보면, 뭔가 OS가 나온 것 맞고, 완전히 대국민 사기는 아니고, Windows API 호환도 되는 듯 합니다. 그리고 5년이면 OS 만들 수 있죠. OS가 개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일해저터널같은 물건도 아닙니다.

ironiris의 이미지

이해가 안가는군요. 왜 과중한 업무로 이혼까지 당해야 하는지...
세상에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이 본인과 가정이 아닌가요?
나가서 비럭질을 하더라도 가족과 같이 하는 것이 가정의 불화보다 훨씬 좋지요.
월화수목금금금이라... 한달정도면 해줄수 있죠. 하지만 그것이 계속된다면?
그만둬야죠.
티맥스 들어가기 어렵다면서요? 그럼 다른 널널한 직장은 쉽게 들어갈수 있지않나요?

deuxksy의 이미지

발표할때 그냐 우스게 소리로 한것인지 아니면 정말 그런일이 많았는지 모르겠지만...
가슴 아픈일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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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zzizily.com
밥은 먹고 다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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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냥?
deuxksy@gmail.com
www.zzizily.com

ifree의 이미지

개발자들 배아파도 병원 갈 시간도 없고, 회사일 땜에 가정에 신경못써서 이혼하게 하고,

그렇게 피땀으로 만든 거 같고 부총리급에 전경련 배불뚝이들 모아놓고 성대하게 회사 자랑이나 하고...

에라 이 XXX

욕을 하려는데 왜 눈물이...

wings94의 이미지

개발자로서 모든 이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입니다.

어제 발표 내용을 읽어보면서 엄청난 심적 고통을 느꼈습니다.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을 날밤새서 만들었을텐데..
그것을 자랑삼아 에피소드형태로 이야기하는 것에대해 강한 분노도 느꼈습니다.

개발자는 사람이 아닌 짐승입니까?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도 이정도 취급을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키텍처에 문제가 있어 전문가를 투입해 긴급히 해결했다면... 이 OS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암튼 저는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개발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말의 뜻이 이 곳에 있는 모든 개발자들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고생하셨습니다"

dl3zp3의 이미지

월화수목금금금금 대한민국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

NoBrain의 이미지

저는 위에 글쓰신 내용을 주장하다 회사에서 잘렸습니다.
회사에는 초능력 스타 개발자 2명이 일하고 있었고 나머지 개발자는 거의 테스터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초능력 스타 개발자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말 코딩은 잘 해서 입니다. 관리는 형편 없었죠. 저는 2년 넘게 회사에 있으면서 핵심 기술을 이해는 하면서도 소스 볼 시간도 없이 일정에 밀려 테스트만 하고 그랬습니다. 어떤 때는 스타님 한 분께 두 개의 일정이 겹치면 한 테스터는 무한정 기다리는 식의 일처리가 많아 졌습니다. 회사가 안정화 되고 일이 많아지면서 이런 경우가 더 많아 졌습니다. 그러다 회사에서 인센티브 문제로 불만이 생겼고, 불만과 함께 개선해야 할 사항들을 이야기하다 스타 개발자중 한 분의 기분이 상했습니다. 6개월 정도 이런 상황이 계속 되었고, 우리 회사는 제가 꿈꾸는 회사가 될 수 없다며 나가라고 하는 것입니다.
불만을 기분 좋게 표현하지 못하는 저도 잘못이었지만 좋은 회사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이 참 암담했습니다. 꼭 "피플웨어", "조엘 온 소프트웨어" 같은 책에 나오는 회사가 될 필요는 없지만 그런 책에 나오는 내용 중 몇 가지는 실천해 보려고 노력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방법은 우리가 어느 정도 높은 위치의 관리자가 되었을 때 즉 권력이 생겼을 때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바꾸려고 노력 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말딴이었던 저는 결국 회사를 나오게 되었으닌까요.

semmal의 이미지

그래도 NoBrain님과 같은 분이 세상에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같은 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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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many legs does a dog h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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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many legs does a dog have?

NoBrain의 이미지

아이고.. 감사합니다. ^^

ornus의 이미지

기죽지 마시길 바라고, 화이팅입니다!
개발프로세스를 올바로 만들자는 것이, 개발자 맘에 드는 꿈의 회사로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에 이익이 되는 윈윈을 위해서라는 것을 경영진이 이해해야만 하는데 안타까우셨겠네요...

yuni의 이미지

저는 개발 에피소드를 들었을때 wings94님과 같은 생각을 했답니다. 그게 자랑거리는 아닌것 같은데 말입니다. 물론 직원의 열정이야 어쩔 수 없지만서도 위에서 개발일정 맞춰 놓고 그냥 밀어 붙이면 이건 문제 있습니다. 금전적으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 졌으리라 믿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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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가족은 많은데, 시절은 왜 이리 꿀꿀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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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하는 일을 꼭 완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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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가족은 많은데, 시절은 왜 이리 꿀꿀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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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하는 일을 꼭 완수하자."

baboda4u의 이미지

단순 코더로 전략해버린 현실이군요...그냥 기능이 동작만 하면 된다 라는 모토아래...월화수목금금금 생활속에 이혼안당한다라...ㅠ_ㅠ

먼가 숙연해 지는 군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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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Hungry, Stay Foo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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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Hungry, Stay Foolish

imyejin의 이미지

제목: 나의 남편은 개발자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no=15830

아 ... 할말을 잃습니다.

임예진 팬클럽 ♡예진아씨♡ http://cafe.daum.net/imyejin

[예진아씨 피카사 웹앨범] 임예진 팬클럽 ♡예진아씨♡ http://cafe.daum.net/imyejin

ddanggi의 이미지


싸이엔지에는 글이 약간 잘려서 올라왓네요..
글쓰신분의 당부 말씀도 있네요.. 원급 링크겁니다.
http://soulfly.tistory.com/entry/나의-남편은-개발자

ddanggi의 이미지


싸이엔지에는 글이 약간 잘려서 올라왓네요..
글쓰신분의 당부 말씀도 있네요.. 원급 링크겁니다.
http://soulfly.tistory.com/entry/나의-남편은-개발자

dhunter의 이미지

http://lunaris.egloos.com/1927419
티맥스 개발자의 아내분의 남편 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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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bzImage
It's blue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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