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때문에 슬프지 않은건지..
글쓴이: bluemoon / 작성시간: 화, 2003/08/05 - 4:36오후
저번주 주말에 휴가를 갔다왔었습니다.
그 사이 키우던 개가 죽었다는걸 알게되었습니다.
휴가 가기전부터 먹지도 않고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죽었나 봅니다.
8년동안 키우던 개였고 저를 가장 잘 따르던 놈이었습니다.
집에 오면 가장 절 먼저 반겨주던 놈이었는데..
저는 항상 귀찮고 냄새도 나서 껴안지도 않았죠.
어쩔땐 쳐다도 안보고 집으로 들어가버리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보고싶다는 생각은 커녕 슬프지도 않은게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녀석을 싫어한것은 아닙니다.
술안주로 노가리가 있으면 남는거 몇개 휴지로 돌돌 싸서
집에까지 들고가서 그놈한테 던져주고 그랬습니다.
먹지도 않고 시름시름 앓고 있을때 어떻게든 먹여볼려고
손가락에 우유를 묻혀서 입에다 물려주기도 했었습니다.
집에선 가족들이 복날되면 원래 그러니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꺼라고
했었기에 저는 안심했었습니다.
늘 그랬거든요.. 무신경하게 놔둬도 잘 지내던 놈이라서..
지금도 비슷한 감정입니다. 죽어도 무신경합니다..
병원에라도 데려가보는건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안타깝기는 합니다.
꼬리 살랑살랑 흔들면서 마중나와주는 놈이 없어서 조금 허전하기는 합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슬픈것 같기는 합니다..
오랜만에 술이라도 한잔 할까 하는데..
그놈의 죽음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려 하는것 같기도 해서
망설임이 있습니다.
잔인하지만.. 술한잔먹고 다시는 그놈 생각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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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곳 갔을겁니다... :roll:애도...여담으로..
좋은곳 갔을겁니다... :roll:
애도...
여담으로.. 13년된 저희 강아지놈도 요즘 생기를 잃어가는것 같아 걱정이군요. :cry:
나는 나!
술한잔 먹고 왔습니다. ;친구놈들 말로는 사람이 잔인해서가 아니라
술한잔 먹고 왔습니다. ;
친구놈들 말로는 사람이 잔인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너무 각박하다보니
이정도로는 슬프지 않은게 아니냐라고 위로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컴퓨터란것에.. 업무에.. 너무 찌들려 있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때문에 제대로 신경도 못쓴채 안타깝게 보내버렸네요..
내 삶에서 정말 중요한것이 무엇인지 지금 상황에선 혼란스럽네요..
맞아요..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다보니 그렇게 되어지나봐요.
정말 중요한걸 깨닫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있기는 힘든거 같습니다.
제가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데 정말 좋은 책 같아서 추천하고 싶습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중요한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줌니다. :o
읽긴 읽었는데, 읽기전과 제 자신이 바뀐게 별루 없는듯해서 안타깝네요 :cry:
ㅎㅁㅎ
제 주위를 봐도...
자기 주변에 사람이나 동물이 죽었을때
이상하게 자신은 슬프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 많더군요.
전 처음에는 그들이 진짜 슬프지 않은 줄 알았죠.
하지만 주위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슬프지 않다고 말한 그 사람이 제일 슬퍼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던 그런 존재가 자기를 떠났을때
자기는 이정도 밖에 슬퍼할 수 없나.. 라는 죄책감일수도 있구요.
그 밖에도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지만요..
남자라는 동물이 원래 감정에 둔한가 봅니다.하지만... 어느날 서러워
남자라는 동물이 원래 감정에 둔한가 봅니다.
하지만... 어느날 서러워서 눈물이 흘러 어찌할 수 없을 정도
녀석이 그리울 때가 한번정도는 있을 겁니다.
휴가나와 1000일동안 죽도록 사랑했던 한 여자에게
이별을 고하고
군대로 들어갈 때 정말 발길이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터미널 서점에서 산 피씨잡지 한권...
읽다보니 기분이 가벼워지더군요...
그리고...
부대에 들어오니 다들 방가운 얼굴로 마지해 주더니 슬픔은 없어지더군요...
복무중 때때로 그녀가 그립다는 생각이 한때 한때 났지만
그렇게 괴로울 정도는 아니였습니다.
그런데......
제대하고 어느날 자다가 문듯 깨어났는데..
죽도록 그녀가 그리워졌습니다.
문꼭잠구고... 눈물 펑펑흘리면서 울었습니다.
There is no spoon. Neo from the Matrix 1999.
익숙해져간다는것.. 그것은 슬픈일이죠...
어느것에도... 사람에게 조차도... 쉽게 정을 주지 않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요. 그래서인지.. 여친이 없는지도..
벌써부터, 오래전 추억만을 먹고 사는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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