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덤한 퇴직

brucewang의 이미지

오늘 아침에 경제위기등의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사업부를 정리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제가 속한 사업부 직원들은 다음달부터 한국으로 귀국하여 근무를 해야 한다는군요.
그런데 제가 담당한 아웃소싱 프로젝트는 이미 현지 아웃소싱 회사의 기술 부족으로
이미 서비스 개시 기간을 넘겼음에도 밑바닥을 기는 수준의 퀄리티밖에 보이지 않아서
더이상 진행이 불가능하다는것을 저는 오래 전 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오랜 만에 결말이 뻔히 보이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군요.

같이 회의에 참석한 다른 분들은 침울한 표정이었습니다. 왜 모르겠습니까...
가족과 함께 여기에 있는 분들이 다시 돌아가려면, 이사비용, 앞으로 2달치의 주택임대금,
그리고 한국내 거주지 물색, 한국내 거주 비용등을 다 해결해야 하고, 특히나 현지에
적응해 버린 아이들이 다시 친구들과 떨어져서 다시 얼마간 열병을 앓아야 하는데..

그런데... 이상한것은 저는 왜이렇게 무덤덤 한지...

그동안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웃소싱을 하면서 제가 개발해야 할 서버쪽 프로그램은 이미 입사 후 3개월만에 다 완료되어 버렸고,
아웃소싱 회사의 작업은 1년여 가까이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그 동안을
아무 하는 일 없이, 그렇다고 두다리 뻗고 푹 쉬지 못하고 언제든 도움 요청이 오면 업무에 착수해야
하기때문에 항시대기 상태가 지루하게 이어져 왔습니다.

게다가 예전에 KLDP 자유게시판에도 썼던 것 처럼, 같이 근무하는 사람의 폭언과 비방/모욕 등으로
용서와 분노의 무한 loop에 제 심신은 이미 황폐화 할 대로 황폐화 되어 버렸었구요..

어쩌면, 이렇게 확실하게 떠날 이유를 기다려왔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당당하게 다른 회사를 찾아 볼 수 있겠네요.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서 일본도 예외는 아니기에, 더더욱 현지어를 완벽히 구사할 수 없는
외국인인 저로서는 더더욱 치열한 경쟁을 치루어야 겨우 입에 풀칠을 하겠지만,
당위성은 제공 받았으니 말입니다.

인생은 앞으로의 내용을 알 수 없는, 참 재미 있는 드라마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제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돌아가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저는 이런 인생의 reload를 즐기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희망을 찾아...

neogeo의 이미지

ㅠ_ㅠ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덤덤하다는 말씀이 더 가슴에 와닿네요.

일본의 아웃소싱 회사에 일을 맡겼다가 진행상황에 대해 고민하는 분이 주변에 있는데... 왠지 남일 같지 않군요.

저도 현재 일본에서 일하는 중인데, 혼자 진행해야하는 일이라 많이 헤매면서도 다행이 다른 사람이 아닌 제문제만 고민하면 되니까 부담이 많이 없는터라 뭐라고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간접적으로 듣는바에 의하면 정말 형편없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많은 것 같더군요. ( =ㅅ= 뭐 대표적인 케이스가 저 입니다만... 전 외주가 아니니까 회사내에서 욕만 먹으면 끝인것 같습니다. )

여하튼 힘내시고 화이팅입니다!

Neogeo - Future is Now.

Neogeo - Future is Now.

brucewang의 이미지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찾다보면 새로운 치즈가 보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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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77의 이미지

저도 요즘 마음고생이 심한지라
정말 우리나라 관리자와 일하기 힘드네요
기차를 뜯어서 비행기를 만들라고 합니다.
불가능 하다고 솔직하게 얘기를 하면
꼭 해야한다. 못하면 회사에 피해가 너무 크다.

이런식으로 밖에 얘기 안됩니다.
좀 상식적인 대화를 했으면 이럴경우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장난아니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때 일단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고 느끼면
그만 두는게 맞는것같습니다.
그런 경우 끝까지 힘들더라구요

brucewang의 이미지

네... 요즘에는 무조건 참고 순응하는 것 이외에도
자신에게 맞는 조직을 찾아 나서는 것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부정적이진 않은 것 같더군요.

다음 던젼으로 이동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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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pdory의 이미지

기차를 뜯어서 비행기를 만드는 건 ...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철강재 무게나 ... 이런 걸 감안한다면 ...)

... 제가 요새하는 건 ... 티코를 뜯어서 에어버스 A380 을 만드는 일입니다.
예산은 쥐꼬리 만큼 잡아놓고, 나머지 부족한 것은 '정부 과제'로 예산 따와서 때우라고 합니다.
- http://kldp.org/node/103281#comment-477912

그나마 예산은 경제위기라며 두번에 걸쳐 줄어들어서 처음 잡았던 것에 비해서 60% 수준이며, 개발일정은 4개월 당겨졌습니다. .... 기획의 논리는 "4개월 당겨졌으니 인건비가 그만큼 덜 들어갈테니깐 그만큼 예산을 줄였다." ....... 4개월 당겨진 만큼 사람을 더 투입 해도 모자랄 판에, 그나마 있던 사람 중 두명이나 딴 걸로 빼가면서 ... 후....

어쨌거나 그래서 정부 과제 기웃 거리면서 어찌 저찌 제안서 쓰고 있는데.... 떡허니 http://kldp.org/node/103282#comment-478028 이런 글이 보이네요.

...... 대체 어쩌라는 건지 .... 일 잘하고 있는 연구원 내보내고, 생판 이바닥 전혀 모를 인턴 데리고 일 하게 생겼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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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
http://akpil.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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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놀아보자.

valentis의 이미지

"그분께서 휴일도 없고 하루 14시간씩 일하며 고성장의 그늘에서..."라는
글을 읽고... 물론 저임금 착취는 아니겠지만...
IT의 열악한 환경, 과도한 노동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IT쪽에도 바보회같은 모임이 하나 있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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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진 입니다.
Homepage : http://valentis.pe.kr
blog : http://www.lifehol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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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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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cewang의 이미지

그 단체가 바보회 였군요.

IT 엔지니어가 그분께서 일어나실 정도의 상황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식공동체로서의 community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합니다.
노조도 아니고, 외국의 일반적인 프로그래머 커뮤니티 보다는 보다 더 offline쪽 비중도 큰,
자급자족 공동체와도 어느정도 비슷한 면도 있는, 그 어떤 것...

그에 대해 Joel On S/W에도 비슷한 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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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pdory의 이미지

IT 쪽이 아니라 ... 제조업이에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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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놀아보자.

magingax의 이미지

성공하시길...
같은 프로그램머로써..희망을..

LISP 사용자모임
http://cafe.naver.com/lisper
방송기술 개발업체
http://playhouseinc.co.kr

brucewang의 이미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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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cluster의 이미지

더 충격적인 소문...

고용된 인턴에게는 '복사 심부름, 커피 심부름'은 절대로 시켜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왔다는 소문도 있네요.
그러면서, '중요한 일'도 시키지 말라고 한답니다...

어떤데는 인턴을 대규모로 채용했는데, 책상이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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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위의 리눅스 윈도위의 윈도우 리눅스위의 익스플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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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위의 리눅스 윈도위의 윈도우 리눅스위의 익스플로러

fibonacci의 이미지

그 연구소에 누가 될까 이름은 적지 않겠습니다만,
제가 아는 선배님들이 그 연구소 포닥으로 계셨는데요... 한명은 1년째... 한명은 2년째,
매년 논문만 써 내면 1년단위로 4년까지는 재계약 시켜준다는...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조건이였는데,
정권이 바뀌고 일년쯤 지나니... 포닥자리를 없애버리고 기존 계약자들은 해당 해까지만 계약을 유지했다고 하더군요.
그 선배들 갑자기 공중에 붕 떠 버리고... 두달전쯤에 봤는데 어디갈까 고민하던데...
그리고, 그 연구소 올해의 채용공고를 보니 포닥은 안뽑고 3개월 - 1년짜리 인턴들을 뽑더군요. 그것도 학사 석사 박사 골고루...
-_-a;
제가 졸업할때 지원서 써보려고 했는데, 당시 지도교수님이 곧 없어질지도 모른다며 손사래를 치시며 말렸는데...
그당시엔 지도교수님이 원서도 못 넣게 한다고 섭섭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지도교수님이 감사하더군요.
박사들보고.... 인턴하라니 -_-; 뭘 믿고 논문쓰고 연구하라는건지...
그나머 저는 운이 좋아서 현재 괜찮은 포닥자리에서 1년반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MB정부는 아직 4년 남았다는 사실 -O-;
2년뒤에 혹시나 이민갈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인턴하거나...

No Pain, No Gain.

No Pain, No Gain.

yjcho의 이미지

청년인턴 요새 말이 많죠. 저희 학교 연구실에서도 국가과제 제안서를 작성중에 있는데, 년 8000만원 중에 660만원을 인턴 인건비로 책정해야합니다. 박사과정 학생들 인건비보다 더 많은 인건비를 주고 인턴을 어떻게 쓰라는 건지...

블루스크린의 이미지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박사과정 학생들 시간당 인건비보다, 인턴의 시간당 인건비가 더 많을거 같지는 않은데 실제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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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fly의 이미지

뭐, 인간사라는 게 다 그렇지만 ....

팀워크라는 것이 한명이 떨어져 나가면, 줄줄이 사탕처럼 전 팀원이 떨어져 나가더군요.
이럴 때 가장 좋은 게 운명론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까지가 이 사람들과의 인연이었구나 하고 말입니다.

다음으로 나가기 위해서 짧은 여행이라도 좋으니
잠깐 홀로 여행을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지나간 과거는 모두 버리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새로 시작하겠다고 다짐하고 오는 것이 필요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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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운동은 뱃살을.. 눈을 깜박이는 센스는 안구건조증을 예방합니다.
조금씩 마셔주는 물 한모금은 컴으로인한 피로를 조금은 줄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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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운동은 뱃살을.. 눈을 깜박이는 센스는 안구건조증을 예방합니다.
조금씩 마셔주는 물 한모금은 컴으로인한 피로를 조금은 줄여줍니다.

dongok.lee의 이미지

저도 말은 프로그래머라지만 어디서 프로그래머라고 하면 얼굴이 부끄러워집니다 ㅜ_ㅜ
저도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계속 흐지부지 인력도 없어 진행도 매끄럽게 안되고
매일매일 제일에 계속해야 하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쓰신분의 항시대기 상태라는 말에 정말 공감이 가네요..
꼭 좋을일이 있을 시길 바랍니다.

hb_kim의 이미지

퇴직이 무덤덤하시니 아직 딸린 가족이 없으신가보군요.

저는 2002 년에 닷컴 붐이 꺼지고 경기가 한참 안좋을때 회사에서 레이오프되었는데, 그때 마침 처음으로 집을 산지 얼마 안되는 시점인데다가, 아내는 만삭이었답니다.

그때는 다행히 어렵지 않게 다음 직장을 찾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더 안좋은듯 합니다.

brucewang의 이미지

네.. 전 세계적으로 불황입니다.
모두들 알고 계실테고, 저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무덤덤하다는 것은, 한마디로 그동안 사연이 많았고
그로인해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는 것이죠.

저도 두 아이가 있습니다.
얼마전에 지인으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제의가 있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에 올 때 집도 팔고 차도 팔고 다 정리하고 왔고
그동안 돈도 모으지 못했습니다.
돌아가려면 비행기값이며 이사비용이며, 한국에서 살 집을 구하는데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저에게는 이제 한달도 체 남지 않은 기간에 다른곳을 찾지 못하면
그야말로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불과 4개월 전 만 하더라도 매달 헤드헌터로부터 한달에 한두번씩은
제의가 왔는데, 그 이후로는 연락도 거의 없습니다.
면접을 보는 일본 회사들은 결국 일본어 실력때문에 번번이 퇴짜를 맞았고,
외국인 회사는 그나마 신규 인력 충원이 없습니다.
금융계는 여전히 일자리 수요가 있지만, 금융계 경력은 전무하구요.

지금 급여 정도에 해당하는 포지션은 대부분 매니저급인데
일본계나 외국계나 매니저는 일본어 실력이 유창해야 합니다.

이러저러 제 현실은 암울하죠.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희망은 놓고 싶지 않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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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선의 이미지

해외의 상황이 확실히 안좋긴 안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 하나도 3년 전쯤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에 가서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의 칩 제조업체로 입사했었는데 얼마전에 한국으로 되돌아왔더군요. 웬만하면 미국에서 눌러앉을 생각으로 나갔다고 들었는데 이삿짐을 배로 부치고 몸만 먼저 한국으로 들어온걸 보면 상당히 급박하고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국내는 상황이 안좋아져도 인원감축은 정서상 해외보단 좀 덜하는 편이니... 이런 점에선 나은 것 같네요.

kakikaki의 이미지

해외에서 일하신다고 마음속으로 한없이 부러워만 했던 철없는 1인입니다.
현 상황이 매우 안좋으시겠만, 잘 해결되시기를 기원합니다.. ㅜㅜ

춤추라! 사랑하라! 노래하라! 살라!

-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춤추라! 사랑하라! 노래하라! 살라!

-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