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직업을 찾아보아야 할까요?

mmx900의 이미지

어떤 야구선수가 은퇴하면서 그랬다죠.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두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직전까지도 성적이 꽤 괜찮았다던데, 친구가 들려준 이 이야기가 요즘따라 자꾸만 떠오르네요.
요즘 저는 PC 앞에 앉는 일, 정확히는 프로그래밍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일이죠. 항상 입버릇처럼 이 일이 체질에 맞지 않다고 말해오긴 했어도
언제나 즐겁게 (나름 자부심도 가지면서) 해왔고,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일이나 사고를 친 적도 없는데...
요즘은 무언가를 새로 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갑자기 덜컥 두려운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사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무엇 하나 새로 배울 필요도 없이 다 구현해낼 수 있는 것들 뿐인데 말이죠.

PC를 켜도 예전엔 이거 만들어야지 저거 해봐야지 하면서 작업하고 공부하고 보내던 게
요즘은 멍하니 포털의 뉴스를 보는 데 시간의 반 이상을 날려버리구요.
에디터(ide)를 띄우는 게 거북하고, 띄워놔도 작업에 집중도 안 되구요.

왜 이럴까요? 어쩌다 프로그래밍이 공포가 되어 버린 건지...
바보 같다고 생각되어 올리기 망설여집니다만 괜찮은 조언을 구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되어 올려봅니다.
어찌어찌 일은 다 처리하고 있긴 한데 속으론 정말 다른 걸 해봐야 하나 하고 고민이 됩니다...

(참고로 프로그래밍은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gw-basic~),
직업으로 삼은 것은 대략 2000년 부터입니다.
현재 작업 수행 능력이나 회사 생활의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주위의 평가도 그렇구요.
단지 제가 해온 것들(web)이 원래의 꿈(linux app,game)과 거리가 있어서 종종 유감스러웠지만,
하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이렇게 심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최피디의 이미지

운동선수들에게만 찾아오는 게 아닌거 같습니다.
부디 슬럼프 극복하셔서 훨훨 다시 나시길 기원합니다.

KT하이텔, 앱스 개발자

glay의 이미지

좀 쉬어야 하실때가 온것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푸욱 쉬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시간내시거나 또는 휴가를 내어서 여행이라도 다녀오세요.

그럴땐 좀 쉬는것이 최고 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삽질 하는 자를 삽으로 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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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glay.pe.kr


--------------- 절취선 ------------------------
하늘은 스스로 삽질하는 자를 삽으로 팬다.

http://glay.pe.kr

shint의 이미지

무섭습니다.
친구가 필요하신거 같은 생각이 드네요.

매일 1억명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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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모든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매일 1억명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정규 근로 시간을 지키는. 야근 없는 회사와 거래합니다.

각 분야별. 좋은 책'이나 사이트' 블로그' 링크 소개 받습니다. shintx@naver.com

luscent의 이미지

요즘 정말 mmx900님처림 같은 생각입니다.

아니 정말 똑같습니다.

업무 부분에서 막히거나 문제되는건 전혀없지만.

정말 저도 제가 하고싶은 거와 거리가 멀어져서인지 점점 정이 가지 않아
손을 놓고 있습니다.

뭔가 다시 예전에 그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다시 해보고 싶단 생각만 있지
몸이 따라주지 않는걸 보니 정말 징하게 놀아봐야 할 것 같아요.

전 5년 동안 슬럼프가 올때마다 잘 극복했다 여기는데 이번엔 정말 오래가네요.

wansug의 이미지

저도 9살때 프로그래밍 시작해서 컴공과 나오고 게임회사 다니며 님하고 지슷한 경험을 하다가

지금은 컴퓨터와 전혀 상관없는 일 하고 있습니다.

퇴근하고나면 일 생각 안해도 되는 종류의 일을 하니 너무 좋아요.

ktd2004의 이미지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들 "고스트 바둑왕"이라는 만화 아시나요? :)
http://www.ghostbaduk.com/

요즈음에 애니매이션으로 보고 있는데,
말씀하신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보는 것 같습니다.

히카루(주인공)가 원생(프로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이 되고 난 후에 갑자기 승률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 이유를 몰라 방황하고 있을 때,
싸이(바둑 잘 두는 유령)가 왜 승률이 떨어지는지를 알려줍니다.

처음에 히카루가 바둑을 배울때는 상대의 수를 두려워하지 않았죠.
상대의 수가 어떤 의미인지를 모르니까요.
그런데 이제 바둑을 알게되면서 상대의 수, 하나하나에서 그 의미를 알게되고,
상대의 공격에 두려워하기 때문에 승률이 떨어진다고요..

이 애니매이션을 보면서 요즘의 저를 보게 됩니다.
요즈음의 저도 코딩을 하는 것이 많이 두렵습니다.
* 함수 하나하나의 반환값과 각 파라메터의 조건을 고민하게 되고,
* 배열이나 메모리의 인덱스가 해당 경계를 넘지는 않는지
* 이 코드가 표준에는 맞는 코드인지
* 스레드에서는 문제가 없는 코드인지?
* 추후에 유지보수가 쉬울지등등...

예전에는 하루면 끝날 작업이
이제는 며칠이 되어도 끝나지 못할 경우가 많습니다.
(코딩은 하지 않고 그냥 계속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

이상... 토요일에도 회사에 나와서 일하면서 적어봅니다. :)

힘내시기 바랍니다.

appler의 이미지

두려움과 나태함은 차이가 있죠

자기 일에 힘들고 지쳤다면

약간의 휴식을 후배 들의 양성에 힘쓰신다면 좋겠군요.

그 예로 블로그 포스팅이라던지..

KLDP활동을 강화하신다던지...그런거 말입니다..^^


laziness, impatience, hubris

不恥下問 - 진정으로 대화를 원하면 겸손하게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laziness, impatience, hubris

不恥下問 - 진정으로 대화를 원하면 겸손하게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mmx900의 이미지

말씀하신 내용들이 다 맞는 것 같습니다. 피로에, 본래 하려던 것과 거리가 있는 업무도 그렇거니와, 특히 KTD님이 말씀하신 부분은 더욱 공감이 가는군요. 너무 잘 알아서 두렵다는 것 말입니다. 새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들으면 그 일을 하는동안 느낄 모든 스트레스를 한번에 다 느끼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전 과정에 걸쳐 새로운 게 거의 없을 거란 생각이 들면 그것이 나의 경력에 기여한다는 점도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하네요. 모처럼 찾아온 안정적인 상황이 이런 한가한 두려움을 한없이 부채질하는 것 같습니다.

전환점이 필요한데,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
응답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Setzer Gabbiani

Setzer Gabbiani

jachin의 이미지

언젠가 드러날 지식의 바닥을 드러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잘 해왔던 일이라도,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란 예상에 두렵기 마련입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부밖에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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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이제는 학생으로 가장한 백수가 아닌 진짜 백수가 되어야겠다.

ssangkopi의 이미지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때 가장 안전합니다. 하지만 배는 항구에 정박해 놓을려고 만든것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