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와 냉장고

2002년 8월 1일에 쓴 글입니다. 다음 카페에 올렸었는데 별로 보는 사람도 없고... 지금 와서 다시 보니까 (주책이지만) 명필이네요;;;

오픈 소스와는 상관이 없지만 Geek스러운 글임에는 분명하니까.

코끼리와 냉장고
실마릴리온 버전

페아노르는 엘다들 중 가장 손재주가 뛰어나, 코끼리(올리파운트)를 집어넣을 수 있는 냉장고 세 개를 만들어 그 안에 가장 훌륭한 코끼리들을 넣었다. 그러나 상아를 노린 코끼리 사냥꾼 멜코르가 발리노르의 코끼리 서식지를 황폐화시켜버렸고, 코끼리는 멸종하고 말았다. 게다가 그는 냉장고까지 훔쳐가 버렸다. 발라들마저도 (쥬라기 공원 시대보다 유전공학이 뒤떨어졌기 때문에) 코끼리를 다시 되살릴 수 없었다. 코끼리들의 상아뼈로 일생 일대의 공예 대작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던 페아노르는 냉장고를 되찾겠다는 맹세를 하고 무모하게도 가운뎃땅으로 멜코르를 추격하였다. 그 뒤 코끼리가 들어있는 냉장고를 둘러싼 코끼리사냥꾼 멜코르와 엘프들의 싸움은, 나른 이 넬레드 헬레그삼마스 엔네뷘 (Narn i neled helegsammath ennebyn) 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베렌은 푸른 산맥 너머에서 올리파운트가 아닌, 지금과 같은 엔네뷔니그(ennebynig), 즉 미니코끼리를 사냥하던 사냥꾼들의 후예였다. 루시엔 티누비엘에게 첫눈에 반한 그는 루시엔에게 상아 장신구들을 선물했다. 그러나 루시엔이 진짜 코끼리(즉 올리파운트)의 상아로 만든 장신구를 갖고 싶다고 하였고 두 사람은 북녘 추운 땅에 있는 요새 앙그반드에 보관되어 있는 냉동코끼리(현대에 발견되었다는 빙하기의 메머드와 비슷하다)를 훔치러 길을 떠난다. 그러나 코끼리에게는 상아가 없었다. 상아는 멜코르의 강철 왕관에 세 개의 장식으로 달려 있었다. 결국 그들은 상아뼈 하나를 훔쳐내어 도르 피른-이-구이나르(Dor firn-i-guinar)로 도망간다. 그들이 살아있을 동안에는 아무도 시비거는 이가 없었지만, 상아가 디오르에게 전해지자 유전공학 기법을 적용해 올리파운트를 되살리려는 페아노르의 아들들을 비롯한 여러 엘프 세력들이 서로 전쟁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디오르는 죽지만 그의 딸 엘윙은 시리온 강의 어귀까지 도망친다. 하지만 계속되는 다른 엘프들의 압박에 결국 심청이처럼 물 속으로 몸을 던지고 만다. 그러나 멸종된 종을 되살리는 데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서녘의 군주들이 용왕 울모를 시켜 상아뼈와 엘윙을 그 남편 뱃사람 에아렌딜에게 전달하고, 그에게 배를 타고 서녘으로 넘어오라는 지령을 내린다. 이리하여 이제 동녘인에게는 멸종된 코끼리가 서녘땅에 살아남게 되었고, 결국 발라들은 소행성 B-612 호에 코끼리를 보내는 데 성공하고야 만다. (그래서 갈라드리엘은 "이제 동녘인들에게는 잊혀진(roomello vanwa)"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른 이 넬레드 헬레그삼마스 엔네뷘은 끝난다. 숭고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에서 어둡고 파괴적인 이야기로 바뀌어 간 것은 과거 발라들과 멜코르에게 상처받았던 해왕성의 코끼리족의 저주 때문이었다.

은빛의 에아라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