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드와 인류학, 그리고 증여-(1)

홍원범의 이미지

*블로그를 만들고서 처음으로 포스팅합니다. 블로그 등록 요청을 흔쾌히 수락해주시고 바로 만들어주신 순선 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컴퓨터와 관련해서 이야기하자면, 파워 유저 중에 가장 낮은 급에 해당하는 수준의 지식만을 가지고 있고, 다만 어렸을 적부터 컴퓨터를 좋아하고 관심을 많이 갖고 살아온 정도입니다. 그래서 컴퓨터와 관련된 이야기에 대해서는 명함의 그림자 조차 내밀지 못하겠습니다. 현재 저는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공부하고 있고, 자유 소프트웨어/오픈 소스(이하 오픈 소스)에 대해서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주제가 뭐냐고 물으시면, 저도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와 관련한 사회과학적 지식들을 KLDP의 주제들과 맞물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동의든, 반대든, 조언이든, 계도이든,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제 글과 여러분의 댓글이 생산적인 논의를 끌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입니다^^

제가 관심갖고 있는 분야는 경제인류학입니다. 그게 또 무엇인가 하면, 경제 체제 속의 인간 사회, 또는 인간 문화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정량 경제학이 감추거나,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인간 생활의 경제적 측면들을 사회적 문화적 요소들을 통해 설명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회와 문화를 공부하는 인류학이되, 그 초점이 경제 생활에 맞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오픈 소스로부터 인류학 논문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런 이유때문입니다.

인류학이라는 단어를 듣고 많은 분들이 '오지에 가지않느냐?'라고 물으십니다. 그리고선 '근데 홍원범 씨는 여기서 뭐하시는 건가?'라고 질문하십니다. 학문의 발전과 경향의 변화란 늘 비전공자에게 벅찬 법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 글을 읽으시면서 위와 같은 생각을 하셨다면 지극히 정상인 셈입니다. 우스갯소리로 답변을 하자면, 이제 더 이상 갈만한 오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도 오지 만큼이나 신기하고 재밌는 공간입니다. 삶의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각 사회와 문화마다 대별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특징을 찾아내고 분석해서 현상을 좀 더 명확히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인류학이므로, 굳이 오지에 가지 않고 최신 분야인 컴퓨터를 기웃기웃거려도 인류학적인 연구가 가능한 것 같습니다. 기술도 기계도 결국 그것을 작동시키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제 사회는 너무 복잡다단해져서 그 어떤 것도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굳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논술에 써먹기에도 민망한 기정 사실을 들먹이지 않아도 인간은 여럿의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는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기술과 기계를 개발하고 작동시키는 것이 인간이라고 한다면, 그 인간 역시도 기술과 기계를 개발하면서 해당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고 문화적인 무엇인가를 형성하고 바꾸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코드가 어떻게 생산되고, 어떻게 소비되며, 또 어떻게 분배되는지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논의가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경제인류학과 저의 초점은 코드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코드를 매개로 관계를 맺는 다양한 사람들입니다.

그럼 대체 코드로 뭘 어쩌려는거냐? 근래에 제가 재밌게 공부하는 부분은 증여 체제(선물 교환 양식)입니다. 그리고 오픈 소스는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ESR(Eric S. Raymond)이 [성당과 시장Cathedral and Bazaar]에 쓰기도 했듯이, 증여 체제는 오픈 소스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철수가 영희에게 코드를 주고, 영희는 윤호에게 다시 줍니다. 영희나 윤호는 철수의 코드를 고쳐서 다른 사람들에게 주거나 다시 철수에게 줍니다. 돈이 오가지 않습니다. 마치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입니다. 매매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다른 것이 오갑니다. ESR은 recognition이 오간다고 이야기하고, 이렇게 해서 명성 게임이 이루어진다고 분석합니다. 사용자들은 개발자를 높이 사게 됩니다. 사용자로만 있을 때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용자가 개발자로 전환될 때 그 효과가 가장 커지는 것 같습니다. 명성 게임은 개발자들이 오픈 소스에 참여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지는 않지만(ESR은 이렇게 쓰고 있지만, 제가 관찰하고 인터뷰한 바에 의하면 그러한 시각이 이제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오픈 소스가 유지되는 중요한 기제가 되는 것입니다.

시장의 최전선에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증여 체제가 활발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저는 가장 신기했습니다. 앞으로의 블로그 포스팅은 오픈 소스의 이러한 증여 체제와 그 주변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아아, 지루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

antz의 이미지

인류학이라... :-)
kldp에서 전공이 다른 분들을 가끔씩 보는데요.
신선하고 흥미롭고 재미있네요. ^^;
글이 좀 어려워서 전체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주제로 나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도 오픈소스의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는것에 대해서 놀랍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쉬운것은 국내도 오픈소스에대한 공헌을 많이 했으면 하는데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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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bber: lum0320@jabber.org

지리즈의 이미지

기대가 됩니다.

There is no spoon. Neo from the Matrix 1999.

There is no spoon. Neo from the Matrix 1999.

penance의 이미지

저는 오픈소스를 증여의 관점에서 본다는 것을 몇번이나 들었지만 어떤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처음 자유소프트웨어나 오픈소스를 입문한다면,
옛날옛날 스톨만이 있었고 리누스가 이었는데 하는 역사 이야기부터 들어야 하니까
뭔가 저는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쪽으로 자꾸 관심이 가더라구요..

jachin의 이미지

아마 flownbeat7님의 포스팅으로 많은 분들이 즐거워 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즐거움과 배려 또한 FOSS의 힘이 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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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이제는 학생으로 가장한 백수가 아닌 진짜 백수가 되어야겠다.

HongiKeam의 이미지

글 제목을 보는 순간 ESR 씨가 떠오랐는데...

이런 시도들이 더욱 많아지고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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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take what you would.

http://np-syste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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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take what you would.

샘처럼의 이미지

앞으로 좋은글 기대하겠습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spiral의 이미지

기대가 됩니다.
싱싱하고 새로운 글 보여주시리라는 생각에 기쁩니다. :)

gamdora의 이미지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기대하겠습니다. :D

ageldama의 이미지

지루해지지 않고 재미있는글로, 그리고 앞으로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는분들에게 한번쯤은 권해드릴수있는 좋은글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저 기억 하실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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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uture is here. It's just not widely distributed yet.
- William Gibson

지각생의 이미지

드디어 결과가 나오는 건가요? ㅎㅎ 기대하겠습니다

mulriver의 이미지

'시장의 최전선에서 증여체제가 활발하다' 라고 평하신 것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거래(?) 양상에 대한 평가이신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썩 와닿지 않는 표현이라서 그렇습니다.
우선 밝히기로는, 제가 소프트웨어 시장의 최전선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ㅎㅎ;
혹은, 어떤점이 신기하셨던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
꾸벅~!

Nothing besides YOU. Psalms 73:25

Nothing besides YOU.

홍원범의 이미지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아직 중요한 사회과학적 개념을 통달하지 못해 혼란스럽습니다.
일단 본문에는 '시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만,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시장이라기보다는 '상품경제'라고 하는 것이 옳은 듯합니다.
그러니까 '상품경제의 최전선에서 증여체제가 활발하다'가 되겠죠?
(사실 최전선이라는 말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제가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신기하다고 말씀드렸던 것은
기술이 즉각적으로 돈으로 연결되는 현대 자본주의 속에서
자신이 가진 기술을 (메카니즘 상)무상으로 증여하는 행위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많은 자료들 중에 가장 수익획득이 가능한 것을 꼽으라면
아마도 소스코드일 것입니다(물론 모든 소스코드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소스코드를 '증여'하고 '증여'받고 그것을 다시 개작/수정해서
'재증여'하는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체계가,
상용의 높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엄청난 부가 수익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나타나는 것이 신기했던 것입니다.

좀 더 제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이미 상품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손꼽히는 갑부인 빌 모 씨의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그리고 수많은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의 수를 제시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상품'이라는 점을 설득하기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가 상품이라는 점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전문 직업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생활의 영위를 위한 고용/비고용 노동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개발을 통해, 그러니까 자신이 가진 기술의 제공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고 그것을
판매하면 돈을 벌 수 있을만한 환경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근데 어느 순간 제가 보니까 자기가 만들고 노력을 들인 산물을
그냥 내어놓는 사람들이 있었더랬습니다.
'엇, 이 사람들은 뭘까?'
그리고 나서 과연 어떻게 내놓나 봤더니
거의 대부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개를 하는 형태로 진행되더군요.
받는 사람은 그냥 말없이 쓰기도 하고, 아예 안 받는 사람도 있고,
그런 게 있는지 모르는 사람, 받아서 패치해서 되돌려주는 사람,
받아서 패치하고 그냥 혼자 쓰는 사람, 버그가 있다고 보고해주는 사람,
그거 괜찮다고 써보라고 남에게 권하는 사람...
누군가가 무엇을 내어놓는 행위와 그 내어놓은 물건에 대해
각양각색의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이거 신기하다.'
상품경제에서라면 그냥 돈을 지불하고 끝나버릴 것들이
여기서는 뭔가 계속되어 진행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뭔가 '각박하지 않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메일링리스트나 플래임 등의 각박함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쉽게 재단되어버리지 않는다랄까요?

그래서 호기심을 가지고 생각을 해보게 된 것입니다.^^

Open-Source Anthrop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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