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지기

권순선의 이미지

집 밖에는 어제/오늘 하루종일 내린 눈이 아직도 하얗게 쌓여 있고, 제가 얼마전 설치한 drupal 모듈 때문에 컴퓨터 화면에도 눈이 계속 내리고... 아무튼 이래저래 센티멘탈해지기 딱 좋은 조건을 갖춘 주말 밤입니다.

저는 이번주에도 아기 때문에 하루종일 집에 있었습니다. 제 아기는 주중에는 처가집에 맡겨놓고 주말에만 데리고 와서 같이 지내는데 이제 겨우 17개월째라 한참 말 배우느라 온갖 귀여운 짓은 다 하고 다닙니다. 갓 태어나서 누워만 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걸음마를 조금 하는가 싶더니... 요즘은 그 조그만 다리로 온 집안을 뛰어다니면서 뭔가 정리정돈되어 있는 것들은 몽땅 다 어지르고 다니는데 너무 빨라서 도저히 잡을 수가 없습니다. :-) 이놈만 보고 있으면 주말 이틀은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금방 지나가 버립니다.

이놈은 아직 자아가 막 형성되려고 하는 시기라 감정에 솔직하고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합니다. 막 울다가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나오거나 원하는 것이 만족되면 눈물콧물이 범벅이 되어서도 까르르 웃습니다. 숨기는 것도 없고 모든 것이 유리처럼 투명합니다. 이제 겨우 17개월된 아기이니... 이런 말을 한다는 것조차 안 어울리겠지요.

제가 이렇게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올리는 것은... 문득 저는 얼마나 솔직한 사람인가를 한번 뒤돌아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전혀 솔직한 사람이 아닙니다. 실제로도 그렇고 온라인 상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뭔가 쓰고 싶어 알코올 기운에 의지해서 이정도까지 이야기하는데 성공(?)했지만 무슨 이야기를 더 할까 고민하면서 술이 조금씩 깨고 있어서 별로 할 이야기가 없군요. 아니,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안 해야지 하는 생각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게 정확한 표현이겠습니다.

이곳 kldp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했어야만 하는 이야기, 혹은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요즘은 온라인 상에서도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말이나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부럽네요. 온라인의 장점이 익명성에 있으니 아이디라도 새로 하나 만들어 볼까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더 장황해지기 전에 이만 적겠습니다. :-)

bus710의 이미지


일단, 글이 증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댓글을 적어 봅니다 :-P

life is only one time

권순선의 이미지

저는 admin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지울 수 있습니다. :-)

bus710의 이미지

방금 글을 쓰고 덧글쓰기 버튼을 눌렀는데~
볼 권한이 없다면서 중지가 되었습니다;;
어찌된 일이지;;

아무튼, 관리자의 힘이란 대단하군요.
올리신 글은 캡쳐하겠습니다;;

... 일 하면서 너무 솔직했던 태도로 데었던 적이 많아서 솔직해 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life is only one time

pok의 이미지

저도 즐거웠던게 지나고 난 다음의 조금의 우울함과 차분함으로 주말내내를 보냈습니다. 살면서 다들 비슷하구나 싶고 정말 친해지고도 싶은데... 막상 만나면 할 이야기는 죽어라 없고.. 이렇게 늘어놓은 푸념속에서 동질감을 느끼는게 왠지 반갑다고 할까, 서글프다고 할까...

어쨌든, 저도 삭제방지용 리플 하나 추가입니다.;)

익명사용자의 이미지

사람 냄새 나는 글이네요 :)

친구를 만나고 싶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

1day1의 이미지

어느 순간 막 울고 싶어질때가 있죠. 지칠때까지 울고나면 후련해 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내 자신의 껍데기를 버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

하루하루 한해한해 지날때 마다 다짐하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더군요.

F/OSS 가 함께하길.. (F/OSS서포터즈 : [[FOSS/Supporters]], [[FOSS/Supporters/Group]]) - 블로그 활성화 프로젝트 : 하루에 하나씩 블로그 글 남기기 -

F/OSS 가 함께하길..

익명사용자의 이미지

구글에서 제 개인 사생활을 발견하고나서 부턴 익명또는 철저하게 감추려고 합니다.

얼마전에 저희 회사 입사지원자중 유력한 합격후보자의 아이디로 구글에 검색해보니 자신의 정신병에대해 문의한 글이 보이더군요.

무서운 세상입니다.

pcharley의 이미지

처가집에서 아기를 봐준다니 그래도 수월하시겠네요...

jerry.so의 이미지

저도 솔직한 사람이 아니네요.
세상을 알아 갈수록 솔직한 사람이 되기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무언가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겠죠?

어찌되었건 술은 참 고마운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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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ing me, knowing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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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ing Me, Knowing You...

penance의 이미지

하고 싶은 말도 있고 이것저것 불만도 있으신거 같네요 :)

개인으로서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도 여러모로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MAIL : sudous@gmail.com
MSN : sudous@hanmail.net
NATEON : sudous@nate.com
HOMEPAGE : http://outlawz.snu.ac.kr

angpang27의 이미지

솔직히 얘기해도 솔직히 마음으로 받아주는 사람들도 보기 드물어요.
세상이 보다 뷰티풀해졌으면 하는데..

고통이 지천에 있다한들 어이해 멈출수있더냐

IsExist의 이미지

너무 직설적으로 솔직한건 어른으로써는 힘들지 않습니까.
말한마디로 상대방이 상처 입을 수도 있구요.

그 마음을 온전히 상하지 않고 전달할 수 있다면 세상이
이리 험하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나름의 노력과 전달의
기술이 필요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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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가 말한 우리를 파괴시키는 7가지 요소

첫째, 노동 없는 부(富)/둘째, 양심 없는 쾌락
셋째, 인격 없는 지! 식/넷째, 윤리 없는 비지니스

이익추구를 위해서라면..

다섯째, 인성(人性)없는 과학
여섯째, 희생 없는 종교/일곱째, 신념 없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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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가 말한 우리를 파괴시키는 7가지 요소

첫째, 노동 없는 부(富)/둘째, 양심 없는 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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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추구를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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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희생 없는 종교/일곱째, 신념 없는 정치

익명 사용자의 이미지

애들은 뒤끝(?)이 없지요. 사실 감정은 감정의 앙금이 쌓이는 것이 문제이지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감정의 앙금이 쌓이는 것을 아니까 평소에 그럴만한 원인이 되는 감정은 자제하려는 것 역시 어른들의 바람직한 태도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화가나면 내가 괴롭다는 것을 안다면 처음부터 화를 안내든가 혹은 화날 일을 안만들거나 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겠지요.

그런데 세상사라는게 내 맘대로 되나요. 가끔은 상황이 날 화내게 만들때도 많죠. 그럴때는 애들 방법이 유효합니다. 그냥 화나면 신나게 화 내고 기분 좋으면 신나게 웃다가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냥 까먹어버리면 됩니다. 이게 실제 시도해보면 잘 안되는데... 그래도 연습하다보면 어느정도 진전이 있습니다. 이게 제대로 되려면 내가 나에대한 기대를 놓아버리면 되는데 그걸 놓아버리기가 보통 무서운게 아닙니다... 어쨌든 이게 되면 상황에 상관없이 좋으면 웃고 나쁘면 싫어하면 되니 어떤 상황이 닥치건 별로 걱정될 게 없어지죠.

비슷한 예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절의 고승 땡중들을 보면 성질 더러운 인간들 많습니다. 저런 인간이 소위 공력 높으신 고승 맞나 싶은데 한번 더 살펴보면 애들같이 뒤끝이 아예 없는 케이스가 대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