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의 인간미?

홍원범의 이미지

인류학을 공부하다보니 현대 사회의 인간미가 없는 시장과 상품이 점차 싫어지게 되는군요. 더구나 개별 인간이 행위자로 존재한다기보다는 구조 속에 갖힌 부속품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짙어지면서(특히 근래에 회자되는 IT 종사자들의 고충 등) 사람다운 것, 인간미가 넘치는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이 마음 속에 점차 커져가는 것 같습니다. KLDP에 매일같이 드나든지 오래지도 않았고, 각 포스트와 쓰레드마다 모르는 것도 너무 많지만, 그래도 뭔가 이 공간에는 인간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혹시 오픈 소스, 그리고 오픈 소스의 공개적 속성에서 기인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소스를 열어제끼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오픈 소스의 근본 사상이 마음을 열게도 하는 것일까요? 저는 프로그래머도 아니고 단지 컴퓨터와 사람, 그리고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인류학도일뿐이지만, 만약 제가 여러분 정도의 기술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오픈 소스의 이런 면모에 많이 끌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픈 소스의 인간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권순선의 이미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이니 아무래도 좀더 쉽게 교감하는 측면이 있겠지요. 그러나 그와 반대로 또 외곬수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꽤나 폐쇄적인 부분도 존재한다는게 아이러니하지요. :-)

wish의 이미지

먼저 저는 현대 사회가 특별히 인간미가 없는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과거에 비해서" 인간미가 떨어진다는 생각은 과거에 대한 기억은 미화시키는 인간의 특징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인류가 생긴 이래로 인간이 "구조 속에 갖힌 부속품"이 아니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서 현재가 그 어느 때보다 그나마 사람들이 덜 부속품적인 듯 합니다. 적어도 인간은 죽느냐/사느냐의 문제에서 벗어나서, 잘사느냐/못사느냐의 문제로 점점 나아가고 있습니다.

KLDP 에서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은, "오픈소스에 관련된" 사이트라서가 아니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끼리 느슨하게 모인 온라인 공동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성숙된 비 상업적 온라인 공동체라면 KLDP와 비슷한 종류의 인간미는 어느 정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다루는 내용이 윈도우즈든, 비쥬얼 스튜디오든, 포토샾이든 상관 없이 말이죠. 이해관계는 없으되 관심이 비슷한 사람의 모임에서는 자유로운 정보교환과 공유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됩니다. 왜냐하면 그 공동체 일원의 입장으로서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는게 하지 않는 것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런 과정은 인간적으로 보이지요. 물론 공동체 크기가 너무 거대해지거나, 이해관계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인간미 같은 것은 찾아보기 점점 힘들어집니다.

리눅스 개발 메일링 리스트를 보면, 오픈소스와 인간미를 연결 짓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

홍원범의 이미지

백배 공감입니다. 특히 현대 사회를 인간미가 없는 사회라고 단정했던 제 말에 적절한 반박을 해주신 부분을 보고 정말이지 많이 배웠습니다. 생각해보니, 적어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는(소위 '후진국'이라고 부르는 곳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의 능동성과 선택권이 분명 크게 향상된 것 같습니다. 덕분에 머리와 마음을 다시 영점조정했습니다^^ 함부로 저렇게 단정지어서는 안되겠습니다.

wish 님께서 써주신 두번째 단락의 이야기도 모두 맞는 말 같습니다. 제가 확대해석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가 인간미와 오픈소스를 연결시켜보려고 했던 이유는, 혹시 KLDP의 취지인 '오픈open'과 '자유free' 의 상징이 혹 실제적인 삶과 소통방식에 있어서 여타 비 상업적 온라인 공동체들과 구별될 수 있는 면모를 나타내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분명 제가 여기 KLDP에서 받고 있는 느낌과 실제 상황은 다른 것이겠지만, 왠지 연결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KLDP의 특징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오픈소스와 '열린' 인간미를 연결지어보고자 하는 시도는 KLDP.org 보다는 KLDP.net의 여러 프로젝트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마지막에 하신 말씀이 묘한 여운을 남기는군요. 제가 wish님의 말씀을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리눅스 개발 메일링 리스트의 내용이 어떻길래 저렇게 말씀하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해관계', 특히 소프트웨어에 있어서의 이해관계는 소유를 비롯해서 소유와 관련된 권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어느 학자는 '소유는 네트워크를 끊고 거기에 속하는 사람과 속하지 않는 사람을 명백히 구분한다'라고 했는데, 저는 이를 좋은 지적이라고 판단합니다), 오픈소스의 특성인 '열림'과 메일링 리스트에서 나타나는 인간미 없음은 서로 상충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혹은, 사실 제가 보고 느끼는 것이 인간미가 아니라 그냥 어딘가에 속해서 소통한다는 공동체 의식일 뿐일까요?

Open-Source Anthrop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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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hin의 이미지

저도 아직 오픈소스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성격을 전부는 모르겠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국지적으로 주변에 오픈소스를 아는 사람이 적기도 하고,
같은 계열의 사람들도 적은 편이라,
오픈소스에 참여하시는 여러분들을 만나면 동질감도 느끼고,
말도 통하니 항상 즐겁게 만나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을 만나뵈면 평소에 경험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러 가거나,
평소에 먹지 못하는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곤 하죠. :)
(가끔 이것때문에 만나뵙는 분들마다 제가 갑부인 줄 아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오픈소스에 참여하시길 원하시는 분들, 참여하시는 분들의 생각과 사고도 여러가지여서
항상 만나뵙는 분들마다 흥미를 얻곤 합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인간적인 프로젝트로 느껴지신다면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실제로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분들이 많이 참여하시고, 도움을 주시기 때문이죠.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경제적인 이유로 제한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의 의지를 발현시키는 터전이 됩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에 만나뵐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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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이제는 학생으로 가장한 백수가 아닌 진짜 백수가 되어야겠다.

홍원범의 이미지

^^나머지 이야기 정말 기대됩니다. 내일모레에도 맛있는 것을 먹었으면 좋겠네요(jachin님 말씀하시는 걸로 봐서 왠지 맛난 식당을 많이 알고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종로라뇨^^).
저는 jachin님께서 느끼시는 그 동질감이라는 것이 궁금합니다. 단순히 같은 일을 하고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지막 구절에 말씀하신 것처럼 '경제적인 이유로 제한받고 있지 않'는다는 이유가 오픈소스에 참여하는 분들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해서요. 지금, 혹은 나중에라도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을 토대로 생활을 영위해야하는 개발자의 입장에서 오픈소스의 '열어제끼는' 특성은 저에게 너무나 신기해보이거든요.(사실 요새는 별의 별게 다 신기해서 걱정입니다. 질문을 던지는 게 직업인 대학원생이라 직업병에라도 걸린걸까요?) 아니, 정보는 곧 금이라는데, 다 보여주시겠다니요!^^ 단순히 함께 같은 주제를 이야기한다는 것말고도 뭔가가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드는게 그게 밝혀질 수 있을지나 모르겠습니다^^;;

그럼, 내일 모레 뵙겠습니다~!^^

Open-Source Anthrop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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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dhoney의 이미지

일단 리눅스 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만, 생각보다 주변에 오픈소스 커뮤니티나 공동체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그에 대해서 대충이나마, 혹은 그냥 들어라도 본 사람을 찾아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제가 무슨 다른 엄한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다거나 하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오픈소스나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가지는 공통적인 특성이 "인간미" 일 것이라는 부분보다는, 어떤 공동적인 Positive적 관심사를 가진 커뮤니티라면 모두 인간미를 갖추고 있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반면 Nagative적 공동 관심사를 가진, 이를테면 무슨 정치모임이라던지;; 그런 곳들은 인간美? 보다는 인간성이 넘치겠지요 :-) 또 다른 측면에서 양쪽 측면을 다 가지고 있는 DC같은 곳은 겉보기에는 죄다 찌질이만 모인 것처럼 생각될수도 있으나 가만히 보다보면 나름데로의 정도 있고,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동네 형/동생들을 만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횽아가 왔다거나 횽아가 다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거라고 해서 동네 형 같은건 아닙니다;;)

====================어흥====================
짖지마시고 말씀을 하세요.

jachin의 이미지

횽을 하려고 해서 문제 아니던가요? ^^
아무나 다 횽이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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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이제는 학생으로 가장한 백수가 아닌 진짜 백수가 되어야겠다.

홍원범의 이미지

야동꿀님이시군요^^ 재밌는 예와 설명 감사합니다. 리눅스 업계에서 일하시는 데도 그러시다니 왠지모르게 제가 마음이 놓이는군요. 주변 사람들이 '넌 뭘 공부해?' '주제가 뭐야?' 물어볼 때마다 일단 심호흡을 하고 시작합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식사 후에 커피마시면서 오픈소스 설명하다보면 또 식사시간이 돌아옵니다. 대체 어디까지 설명해야할지 감이 잡히질 않고, 근래에 오픈소스에 대한 지식이 조금씩 쌓이다보니 제 자신이 몽롱해지고 지고 있습니다^^

DC에는 가끔씩 갑니다만, 상황에 따라 횽아가 횽아가 아닌게 되고(가령, 질문을 할때) 또 횽아가 아니었던 사람이 횽아가 되는(이를테면, 질문에 답할 때) 게 재밌습니다. 야동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하면, 동네 형/동생을 만나는 것 같긴 한데, 어떤 때는 형이었던 애가 동생이되고, 동생이었던 애가 형이 되고 그러는 것 같다랄까요?^^ 근데, 그런 곳에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의를 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더라구요. 동의를 하는 언어 자체(가령 맞아요라든지)가 별로 없어서 각각 사람들이 다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거나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예를 들어서 NDSL과 PSP가 맞붙었다, 라고 할 때 다들 어딘가 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서로 다른 얘기를 합니다.

여담이지만, '야동꿀'이라는 단어를 직접 키보드로 쳐보니 기분이 (좋은 쪽으로)묘하군요.^^
종종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Open-Source Anthrop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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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dhoney의 이미지

수, 목 오후 10시~11시 15분 :-)
 
====================어흥====================
짖지마시고 말씀을 하세요.

병맛의 이미지

인간미....? 보단 동일한 흥미를 가진 사람들 모임이면 어디든 다 마찬가지 아닌가요?
뭐 여기가 특별히 인간미 있는 곳이라고는 생각 안 되던데.

자세히는 모르지만 프로젝트 간에 도주권 놓고 정치 싸움도 나고 서로 트롤이라고
프레임 전쟁도 나고, 뭐 vs 뭐 논쟁으로 달아 오르고...

썩 아름다운 모습만 있진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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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범의 이미지

그냥 제 느낌이라서 가타부타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그렇지만 여러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ㅁ_ㅁ님 말씀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미라는 단어 선택이 좀 잘못된 것 같기도 하구요. 소프트웨어, 컴퓨터, 개발, 이런 단어들 속에서 '열린 소통'이라는 게 나타날 수 있는지, 만약 나타난다면 그건 혹시 오픈 소스와 관련된 건 아닌지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근데, 엇, 저 프로필 사진은 혹시 모 만화의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자신을 열심히 가꾸는' 부인이 아닌가요?
Open-Source Anthrop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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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의 이미지

주변에 오픈소스쪽 활동하는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대부분은 혼자 노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전보다 참여도가 매우 낮은편인것 같아보입니다.

PS.동꿀아 11시20분이다 쩐의전쟁이 잼있긴 잼있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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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 헤죽 헤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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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 헤죽 헤죽

penance의 이미지

형님, 언제나 얼굴보면서 변변하게 대답 못해서 좀 부끄럽네요.

전 오프라인 모임도 몇 번 참여했지만
그렇게 열정적이지 않다 보니까 좀 어중간한 위치에 있고, 또 어중간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이쪽 계열의 트렌드를 비교적 잘 아는 외부인이란 느낌이네요.
해커들의 조금은 폐쇄적이면서 독특한 문화를 옛날에는 동경하고 좋아했지만
요즘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좀 거리를 둔다고나 할까요.

나중에 만나면 자세히 더 이야기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