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은 언어다(3)

또다른 한 축인 보안과 인증이라는 문제가 오늘날 인터넷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적 요소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이또한 문제의 본질적인 측면을 회피한 채 겉으로만 도는 측면이 없지
않다.
사실 인터넷이 추구하는(아니 추구될 수 밖에 없는) 종국적인 도달점은 인간
사고의 시.공적인 제약을 무너뜨리는 데 있다. 시.공적인 제약이라함은 지형적
고립, 언어의 이질성, 교환 수단의 부재등을 의미하는데 소위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는 정보의 교환이 성취할 수 밖에 없는 \'사고의 융합\'이라는 혁명은
인간을 개체적 존재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집합적 인격의 일부분으로서
새롭게 재정의하는 것이다.

누구도 자기 사고를 암호화할 수는 없다.
단지 남이 눈치채지 못하게 표현하며, 전달하며, 침묵할 수 있을 뿐이다.
아마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는 생체와 기계가 결합된 형태의 매개체로 말미암아
인간은 자기 인격내부의 언저리를 감도는 사고의 표류마저 기계에의해 감지되고
\'전달\'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누구도 거짓을 말할 수 없고, 상대를 속일 수도 없다. 원초적인 욕망을 감출 수도
없고 호감을 전달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도 없다. 범죄를 부인할 수도 없고, 범죄의
희생양이 될 수 도 없다. 이윤을 감추고 판매할 수 도 없고, 흥정을 해서 살 필요도
없다.
인터넷은 그러한 사회의 인프라로서 오늘날 시험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서명을 좋아하고 도장만을 인정하는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재현 불가능한
우연성 때문이다(한번 곰곰히 생각해보라)
불신에 대한 담보로서 그것보다 좋은 증거는 없다.
컴퓨터는 그러한 우연성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대답은 노이다.
완벽한 필연과 그로인한 무한대의 복제가 컴퓨터의 본 모습이 아니었던가?
보안과 인증은 종이처럼 공평하지가 않다. 그것은 계층을 만들어 낸다.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궁극적인 도달점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냥 앉아서 기다리라. 전혀 새로운 담보가 우리들의
믿음을 연결해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