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과목이지만 틀린 내용들의 대학. 왜일까요?

오호라의 이미지

이건 제가 하는 우연히 학교식당에서 밥먹다 듣었던 2명의 대화내용 요지입니다.(울과 교수님들은 아니었고, 출판사쪽 관련하신 분들 같았습니다.)

같은 과목이라도 서울소재 대학교, 경기소재 대학교(서울 몇학교 포함), 지방소재 국공립 대학교와 전문대학의 차이가 난다.
예로 네트워크란 과목을 본다면 서울소재 - Network Concepts, 경기소재 - TCP/IP, 지방소재 및 전문대학 - ASP, PHP, HTML
로 나뉜다. 여기(울학교)는 어느정도냐 서울중하권정도이다.(울학교경기도끝자락) 틀린 말은 아니었다.

대학을 들어갈때 수능점수가 떨어지기 때문에 대학교 들어가서도 좀 떨어지게 배워야 할까요?~

이 글을 읽는 분중 99%는 아니라고 하실겁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걸 잘 반영을 못하고 있네요. 이런 딜레마는 해답이 없다. ㅡㅡ.

비교해서 한가지 더 예를들자면...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약간의 실명을 쓰겠습니다.
05년 1학기 서울대 운영체제(조유근)같은 경우 수업과 나쵸스를 병행해서 이론과 실습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얼마전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학기는 PintOS로 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과제가 4개정도 나올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학기 울과 OS 교수님들이 조유근교수님 랩실에 계신 두분이었는데...한분이 PintOS과제를 기말과제로 내주셨습니다. 알고보니 서울대 4개중 한개였더군요. 다음학기에는 연장해서 몇개를 내주신다고 하니...결과적으로 보면 똑같은 내용지만. 1학기 대 2학기를 배우는 차이가 나지요.
서울대를 기준으로해서 그렇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렵고, 많은 대학들이 공룡책으로 공부하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 번역책 역자가 조유근, 김영찬, 고건교수님이신데. 서울대에 계시니. 또한 현재 시중에 나온 운영체제 번역서 및 국내서 중 절반이상이 저 3분의 책(물론 1,2,3...판 포함입니다. ^^;)이니 기준으로 잡아도 합당할겁니다.
제가 알기로도 전국의 많은 대학들이 실제로 운영체제과목 하나만 봐도 그냥 이론만 배우고 끝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실습이 리눅스 및 커널분석이란 것도. ^^;

암튼 여러모로 봐도 차이가 많네요. 저희 같은 경우는 화일구조 기말과제로 B+tree하나만 내주는데, 설대는 1주일 텀으로 AVL, Btree, B*tree, b+tree, R-tree...나오는 걸봐서는...

물론 학생 스스로 해봐야 하는 문제이지만 대부분이 과제로 나오지 않으면 해보지 않고 그냥 읽고, 이해하고 지니가죠...

PS. 다른 대학도 궁금하네요. ^^ 개인적으로 nML, Pintos, nachos, mini Compiler, mini dbms, routing, p2p...이런 걸 하는 학교 몇이나 되는지...

jachin의 이미지

전 그런거 대학에서 배운적 없습니다. -_-;

같은 과목명이어도 교수님의 전공에 따라 무엇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가, 어떤 교재를 사용하는가, 난이도는 얼마나 되는가 등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컴파일러 이론, 자료구조, 전자회로, 반도체 집적회로 설계만 빼놓고는 거의 날림 과목 같았습니다. -_-;

나머지는 제가 혼자 책보고 공부했을 뿐입니다...

한글자만 틀릴 뿐인데...

baragi74의 이미지

결국은 담당교수의 역량탓으로 돌아가나봐요..

제 모교의 교수진... 이라면... 서울대 아니면 카이스트거든요....
모교출신의 교수님도 계시지만..... (그것도 학부만..)
학생들의 자체 교수평가에서 중/하위를 유지하고 계시니까요....
(제가 느끼기엔 선입관이라 느껴집니다만..)

어쨌든... 관심분야와 이해도에 따라 강의내용이 천양지차로 벌어지더군요...
같은 과목을 배우는데.. 교수님에 따라 난이도와 이해도가 달라지기에...
담당교수에 따라... 강의수준이 결정된다고 봐야겠지요.
(그런 이유로 담당교수만 바꾸어 재수강도 해보았답니다..)

저자직강의 강의도 들어봤고... 원서 번역자의 강의도 들어봤고...
담당교수님의 서울대 은사의 교재로도 강의를 들어보곤 하지만...
역시...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내에서만.... 강의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네요...

죠커의 이미지

우리학교는 컴퓨터 관련 과목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2005년도 3학년 1학기 시간표에서 찾을 수 있는 컴퓨터 관련 과목은 3과목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개인 차에 따라 최소 2과목 최대 4과목 정도는 될 껍니다.)

후배들이 불쌍할 따름입니다.

sDH8988L의 이미지

아마 대학에서 주력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지방의 작은 대학일 경우에는 대학의 홍보를 위해서 학생들의 취업률 같은 것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이론 위주의 수업보다는 실제 위주의 수업에 좀 더 비중을 둘 수가 있겠죠... 예를 드신 Network 부분에서도 쉽게 그런 경향을 찾으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개념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은 대학이라면 내용이 그리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실습의 양과 질이겠지요. 그렇지만, 그건 교수진의 판단에 달린 것이겠지요... 예전에 이만큼 했더니 학생들이 잘 하더라... 그러면 비슷하게 진행하거나 좀더 하거나 그럴 것이고 잘 따라오는 거 같지 않더라... 하면 좀더 줄이거나 하는 방향으로 가겠죠...
물론, 실험적인 수업인 경우나 교수가 열정이 없는 경우는 논외로 해야겠지만요...

저는 지금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데요. OS를 들을 때, XINU라는 걸 가지고 실습을 했는데, 전부해서 2주 간격으로 계속 과제가 나왔습니다. 머... 만만하지는 않았죠...
XINU는 Nachos와 같은 Simulation OS가 아니고 실제 Intel Chip과 Computer를 완전하게 제어하는 OS 였기 때문에 고생 좀 했습니다. Intel CPU Manual도 꽤 봤죠... 그래서 실제 CPU와 OS에 대해서 좀 많이 배웠습니다. 교수도 절라 빡쎈 스타일이었고요.

XINU 스타일이 좋다. 아니다 Nachos 스타일이 좋다는 개인적인 판단이겠구요...

binul의 이미지

경북 구미에 위치한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공룡 원서로 이론하고, nachos 실습 병행 했습니다.
assignment는 4개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수업은 한 학기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기는 참 많이 되었습니다.)

학교가 위치한 곳이 지방이기도 이거니와, 공단이 즐비한 곳이라
산학협력에 많이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산업체에서 원하는 교육을 어느 정도 반영하여,
졸업생들을 빨리 그리고 많이 취업시키기 위해서죠.

지방 대학 살 길이 이 길밖에 없다지만,
그래도 빠질 과목 안빠질 과목 구분없이 다 빠지면
결국 손해 보는거는 학생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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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날아보자꾸나

NN의 이미지

학교가 학원과 다를바 없는곳도 있는것 같던데요?

그나저나 국내대학들의 커리큘럼을 보면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판세는
컴퓨터 과학보다는 컴퓨터 공학쪽으로 치중된듯한 느낌이 많이 들던데...
저만 그렇게 느끼는건가요?

1. 컴퓨터는 인간의 삶을 개선시키는 유용한 도구이다.
2. 컴퓨터는 계산가능한 문제를 절차에 맞게 풀어낼 수 있게 제작된 계산자의 물리적 구현물이다.

1이 공학의 관점이라면 2는 과학의 관점이겠죠.
구체적인 과목들을 볼때는 두개의 관점이 섞여있는것 처럼 보이지만..
2를 강조하는 과목들이 거의 파리만 날리는걸 감안하면
전체적으로는 1의 관점이 거의 대세로 보입니다.

그나마 1을 강조하더라도 좀 더 오래 써먹을 수 있는걸 가르치면 좋겠는데
지방으로 갈수록 유행타는 말초적인 과목들을 개설해놓고 정식 컴퓨터 공학을
가르치는것처럼 해놓은 곳도 있으니.. 문제가 있죠.
아니 그건 사기치는 수준이죠.

그렇게 하려면 차라리 학교라고 하지 말고 학원이라고 대놓고 선전을 하던가 할것이지...
그래도 멀티미디어과니 정보무슨과니 해서 명칭을 변경해놓은곳은 양심적이라 할 수 있겠군요.
역시 별볼일 없는 대학들은 퇴출당하는게....

이렇게 쓰면 또 태클 당하려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사실이 아닌걸 말한것도 아니니 걍 이렇게 질러보도록 하죠.

MM의 이미지

Quote:
그렇게 하려면 차라리 학교라고 하지 말고 학원이라고 대놓고 선전을 하던가 할것이지...

어차피 사회에서는 지방3류울트라허접똥통 학교는 학교 취급도 안해줍니다.
비전공자이면서 좋은 대학 나와서 학원 다닌 애들이 훨씬 낫죠.
대졸이라고 다 똑같은 대졸인가요? 물론 기회의 불평등이라고 악써는 애들도
있지만, 그런 애들을 똑같은 출발선에 세워준다면 나머지 애들한테는 엄청난
기회의 불평등이 생기는거죠.
시드배정하는 운동경기를 헌법소원으로 거는 것이 더 나을 듯.

임종규의 이미지

같은 과목을 여러번 들으면서 느낀 것이 년도마다 교수의 수업방식이 틀리다는 것이죠.. 한결같은 수업방식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저번 학기에 이걸 해봤는데 잘 못 따라오더라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안 한다 이런 식이었죠.. -_-;

또 교수마다 전공이 달라서 학부에서 배우는 광범위한 내용을 가르치는 방식이나 주요 파트가 같을 것을 바라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됩니다.

교수가 나에게 무엇을 주는가를 보는게 아니라, 나에게 무언가를 주게 만든는 게 제대로 된 대학학습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 How to Love Others */
while(GetDepth(Love) < Enough) DoLove();

오호라의 이미지

jachin wrote:

나머지는 제가 혼자 책보고 공부했을 뿐입니다...

이 부분이 마음에 와 닿네요...
몇몇 과목은 학기 시작전 책한번만 전부 읽고 들어가면 내가 무슨 천재가 된건 마냥 제가 수업을 전부 마스터한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책이상 책이하의 수업아닌 수업이...

binul wrote:

그래도 빠질 과목 안빠질 과목 구분없이 다 빠지면
결국 손해 보는거는 학생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자주 하던 말입니다. 세상에 어떤거든 최소한 그런게 있다는건 알아야 그걸 찾아서 써먹든지 삶아먹던지 하지...있는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합니까? 그냥 자포자기하는거죠.

baragi74 wrote:

저자직강의 강의도 들어봤고... 원서 번역자의 강의도 들어봤고...
담당교수님의 서울대 은사의 교재로도 강의를 들어보곤 하지만...
역시...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내에서만.... 강의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네요...

ㅠ.,ㅠ 눈물이 앞을 가릴뿐입니다.

sDH8988L wrote:

저는 지금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데요. OS를 들을 때, XINU라는 걸 가지고 실습을 했는데, 전부해서 2주 간격으로 계속 과제가 나왔습니다. 머... 만만하지는 않았죠...
XINU는 Nachos와 같은 Simulation OS가 아니고 실제 Intel Chip과 Computer를 완전하게 제어하는 OS 였기 때문에 고생 좀 했습니다. Intel CPU Manual도 꽤 봤죠... 그래서 실제 CPU와 OS에 대해서 좀 많이 배웠습니다. 교수도 절라 빡쎈 스타일이었고요.

그런거라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OTL..
제가 교수님에게 몇분에게 찾아가서 다음학기때 이런거저런거 해보면 안될까요? 하니까...

교수왈!~ "응~ 그래 해봐~~"

OTL...

내가 혼자할꺼면 알아서 할꺼면 뭐하러 찾아가서 의논하고, 대학 다닙니까?! 같이 수업듣는 친구들과 같이하면서 교수님의 내공도 전수받을려고 하는건데...

또, 애들도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알고리즘 강의교수님을 찾아가서 형식적 알고리즘보다 좀더 창의적이면서 플밍스킬도 조금 키울수 있는 ACM-ICPC 기출문제같은걸로 해보는건 어떨까요?!

교수왈 "그게 몬데?~~"

OTL...

물론 그분 학부때는 그런게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분 학부때는 리눅스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분 학부때는 C가 아닌 Pascal, PL/I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너무 한건가요?!

Hello World.

conan의 이미지

오호라님 음... 저두 지방에서 대학다녔었고 지금은 직장에 다니지만 학교다닐때 생각하면 교수님이나 학교에 실망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실망만 한다면 결국 자신에게 손해라는 말을 꼭 해드리고 싶내요. 학교 교수님들 별로 아쉬울게 없는 분들입니다.
결국 우물은 자신이 파야한다는 것이지요, 흥미있고 잘하고 싶은 과목은 따로 공부해야 합니다. 하다못해 MIT나 버클리의 컴공 혹은 그 비슷한 과목에 대한 커리큘럼이나 교수 홈페이지에 가서 관련 정보를 얻고 직접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처음은 힘들어도 나름데로 재미가 있을겁니다.

그리고 좀더 제대로 공부해 보시고 싶으시다면 대학원준비하시는 방법도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기회는 항상 평등하게 주어집니다. 첫 기회가 대학이지요, 저두 고등학교때 공부좀 잘해서 다른대학 갔으면 교수들이 이렇지는 않을건대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결국 지금 가장 자신에게 최선이 되는 방법을 찾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되는군요...

High Risk & High Return ~

차리서의 이미지

학부때 수강했던 어떤 전공 강좌에서 강사 분께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강사분은 저희 학교 수학과 선배였고 당시 모 지방대에 조교수인지 전임 강사인지로 재직중이셨는데, 모교인 저희 학교 전산과 과목 하나를 시간제로 맡아 강의하시던 시간 강사셨죠. 당시에는 넉두리처럼 스쳐지나가듯이 흘렸던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그럴까? 과장 아닐까?’ 했었는데, 그 후 세월이 흐를수록 그 때의 이야기가 점점 더 와닿습니다.

내용인 즉, “여기 저기 대학에서 강사로 활동하다보니, 소위 서울 내 상위권 대학들일수록 프로그래밍 스킬이나 당장 써먹을 수 있을만한 훈련은 덜 시키는 대신 고전적이고 이론적인 베이스만 주구장창 파고드는 경향이 있고, 이른바 지방대 혹은 하위권 대학들일수록 당장 졸업하자마자 취직하기에 유리한 실무 스킬이나 최신 현장 트렌드를 중점적으로 훈련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상위권 대학 학생들이야 이론을 깊이있게 파고들 능력도 어느정도 검증되어있을 뿐더러 실제적인 스킬은 따로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서 각자 습득할 수 있는 데에 비해, 하위권 대학들의 경우 실제로 취업할 때에 학교의 네임밸류라는 것이 아직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기 때문에, 이런 핸디캡을 안고 졸업생들을 무사히 사회에 배출하려면 부득이 졸업하는 순간에 잠깐이라도 상위권 대학 학생들에 비해 유리한 무엇인가를 만들어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졸업해보면 알게 되겠지만, 졸업하자마자 상위권 대학 학생들과 하위권 대학 학생들을 단순 비교해보면 오히려 후자들이 곧잘 해내는 실무적인 일들을 전자들은 그제서야 하나씩 익혀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태로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베이스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금새 다시 뒤집히더라. 나도 지금 지방대에 취직해있지만, 뭔가 씁쓸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오히려 ‘저런 류의 이야기는 너무 위험한 일반화가 아닐까, 극히 일부 사례겠지’ 했었는데, 몇 년 후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연이어 듣게됩니다. 그 중 하나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모 대학의 모 교수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대학원 생활 초기에, 저희 학교 교수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희 지도교수님의 옛 선배였다는 인연으로 그 교수님의 학교로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가서 연구 토의와 1:1 강의 수강을 했었죠. 대학원에 입학할 당시부터 제가 연구하고자 마음먹은 세부 분야에 있어서, 저희 학교 안에서만 보면 당연히 저희 지도교수님이 가장 근접한 연구를 하고계셨지만 실제로는 다년간 손을 대지 못하신 분야였기 때문에, 오히려 그분이 더 잘 알고계시고 강력한 어드바이저 역할을 하실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게 있어서는 매우 소중한 기회이자 제 연구 생활의 두번째 토대를 닦아주신 분이었는데 (첫 토대는 물론 지금 저희 지도교수님이구요), 제가 굳이 멀리 떨어진 다른 학교까지 그 분을 찾아가서 함께 연구하게된 또다른 비화를 나중에 알게된 것이죠:

이 분은 계산 이론과 전산 논리학을 전공하시고, 귀국 후 교수직을 맡으신 이후로는 프로그래밍 언어 이론(주로 타입 이론)과 정형 기법(주로 정리 증명)을 연구하시던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분야들은 국내에 (심지어 전산학도들에게까지도) 그다지 많이 알려져있지 않은 분야들이기도 하거니와 (전산학 종합 학회에서 한 세션의 좌장을 맡은 어떤 교수님조차 “정형 기법? 그런 분야도 있나요?”라고 할 정도니까요), 세부 노선에 따라서는 워낙 순수과학에 가까운 분야인지라 국내에서는 쓰는 곳도 거의 없고 취직도 잘 안되는 분야라서, 전산학과가 있는 대학들 중에 정형기법을 연구하는 연구실은 몇 군데 없을 정도입니다. 이 교수님께서 모 대학에 교수로 취임하신 후 그 대학에 정형기법 연구실을 만들고 당신의 관심분야인 타입 이론과 정리 증명을 연구하고자 하셨으나,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학부 때 이분의 강의를 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내용의 이론적임과 추상적임과 (근시안적으로 볼 때) 비실용적임에 혀를 내두르면서, 아무도 그분의 연구실로 가지 않으려 했다는군요. 교수님 표현으로는 “다들 도망가더라”였습니다. 그나마 순서에 밀려 부득이 그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간 한 학생조차도 “교수님이 하시는 그 분야 했다가는 저 취직 못해요. 저는 그냥 취직 잘되는 데이터베이스 할래요.”라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그 교수님은 그동안 혼자 쓸쓸히 연구하고 지내셨다더군요. 그러다가 마침 그 교수님의 관심 분야와 딱 맞는 연구를 하고자하는 제 소식을 저희 지도교수님을 통해 들으셔서, 제가 그 학교에 찾아가게 된거라더군요. -_-;

기억하시는 분이 거의 없으시겠지만, 예전에 제가 국내에서 학자 생활을 하는 데에 회의적인 글을 썼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위와 같은 경험도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제가 봐온 바로는) 국내에서 ‘당장 돈 안되는 순수 과학’에 매진하고자하는 학자의 말로였으니까요.

또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 출신 1호 박사인 어떤 선배 형이 지금 모 지방대에 전임강사와 조교수 사이의 어정쩡한 위치로 취직해있는데, 그 형의 넋두리였습니다: “우리가 대학원 생활하면서 그렇게 신나게 토론하고 즐겁게 골머리를 싸맸었던 연구 분야들에 대해서 강의 시간에 (최대한 평이하고 재미있게) 소개했었는데, 곧바로 학생들로부터 컴플레인이 들어오더구나. 막말로, ‘그딴 뜬구름 잡는 소리 어따가 써먹냐’라는 것이었지. 나는 교수가 아니고 강사니까 내 본분에 충실하게, 지금은 그냥 학생들이 원하는 ‘취직에 유리한 스킬만 겉핥기로 떠먹이기’에만 매진하고 있다. 내가 원한 바는 정말 아닌데, 학생들이 싫어하더라구. 우리 학교에서 강의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너무 달라. 너도 나중에 교수 자리 잡을 때에는 이런거 꼭 유념해라.”였죠.

(개인적인 얘기지만, 사실은 지금 이 선배의 입장 중에는 부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나중에 자세히 다시 얘기하겠지만, 이상적으로라면 절대 부러울 수 없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기형적으로 부러워지는 부분입니다. 바로 ‘교수가 아니고 강사’라는 점입니다. 사실 ‘강의하는 사람’이 아닌 ‘연구하는 사람’으로 뜻을 세웠다면 당연히 강사보다는 교수가 더 바람직한 자리여야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특수하고 기형적인 세태 때문에, 오히려 (시간 강사는 여러가지로 곤란하지만 전임 강사라면) 강사쪽이 더 메리트가 있습니다. 교수와는 달리 프로젝트로 돈 벌어다가 학교에 배불려줘야되는 책임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주어진 강의 의무에만 충실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마음껏 자유롭게 (학교에 돈을 벌어줄 수 있느냐에 무관하게) 자기 연구에 충실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잡다한 사무도 오히려 교수보다 더 적다는군요. -_-;;; 물론 대학원생들을 연구원으로 뽑아서 함께 연구할 수는 없고 혼자 묵묵히 해야하지만, 제 경우에는 오히려 혼자 연구하는걸 더 좋아해서 (딱히 연구원 머리수가 많이 필요한 연구도 아니라서) 아무 상관 없거든요.)

각설하고, 위와 같은 경험으로 봐서는, 대학마다, 그리고 교수마나 같은 이름의 과목에 대해서도 천차만별로 그 내용과 노선이 달라질 수 밖에 없고, 이것은 사실 교수나 대학만의 책임도 아니라고 봅니다.

오호라 wrote:
그런거라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OTL..
제가 교수님에게 몇분에게 찾아가서 다음학기때 이런거저런거 해보면 안될까요? 하니까...

교수왈!~ "응~ 그래 해봐~~"

OTL...

내가 혼자할꺼면 알아서 할꺼면 뭐하러 찾아가서 의논하고, 대학 다닙니까?! 같이 수업듣는 친구들과 같이하면서 교수님의 내공도 전수받을려고 하는건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위에 인용된 사건에 등장하는 그 교수님께서 정말로 심각할 정도의 ‘건성’과 ‘무관심’으로 오호라님을 실망시켰을지도 모를 일이긴합니다만, 오호라님께서도 달리 생각해보실 부분이 있지 않을까합니다. 일단 연구소/대학/학원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교수/강사/교사가 각각서로 어떻게 다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사기업에 부설된) 연구소는 이익이 될만한 잘 기획된 프로젝트 중에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을 맡아 연구하고, 적절한 기간 내에 물주(연구비와 연구원의 임금을 지불하는 사람 혹은 단체)에게 그 연구 성과를 제공할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연구소에서는 후진 양성 따위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필요한 업무 교육과 인수인계만 정확하면 됩니다.

반면에 학원은, 연구에 대한 책임은 전혀 없는 상태로 오로지 후학 양성에만 올인하는 기관입니다. 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연구에 관심이 있든 없든 그것은 강사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고, 학원 자체의 책임은 오직 교육에만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학원의 물주는 당연히 수강료를 지불하는 학생들이고, 시장경제체제 하의 제대로 된 학원이라면 당연히 물주인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주는 장사를 할 것입니다.

대학이란 이 두 가지의 경계선 근처에 있되, 근본적으로는 연구소에 더 가까운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대학과 교수의 제 1 책임은 역시 연구이고, 후학 양성은 어디까지나 2차적인 것이죠. 다만, 위에서 언급한 사기업 연구소와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대학은 연구 성과가 창출할 부가가치의 양이나 소요기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고, 또한 자유로워야만한다는 점입니다. 만일 대학이 연구 성과가 창출할 부가가지에 얽매이게 된다면 더이상 대학이라고 불리지 말고 그냥 ‘~프로젝트 연구소’라고 간판을 걸어야 정직한 것입니다. 거꾸로, 만일 대학이 연구보다는 후학 양성에만 치중하게 된다면 (그래서 교수들은 자신들의 연구를 팽개치고 언제나 학생들의 요구만 만족시키기 위해 대기하는 신세가 된다면), 더이상 대학이 아니라 그냥 학원이 되는 것입니다.

즉, 대학생의 입장에서 본다면야, 대학에서 대학생이 교수의 강의를 수강하는 (교수가 대학생들에게 강의하는) 행위야말로 대학의 메인 기능이고 ‘대학을 대학이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학생의 눈으로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바라본 것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대학생이 교수의 강의를 수강하는 행위는 ‘대학’이라는 기관의 원래 취지에서 몇 단계를 거쳐 파생된 부수적인 현상일 뿐이고, 대학의 진짜 주기능은 대학생들이 모르는 어느 골방들 (교수실과 연구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교수’라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바로 그 ‘골방 활동’을 위해 대학측으로부터 고용된 사람들입니다.

대학생들이 위와 같은 오해를 하게되는 데에는, 그 전까지 초중고등학교 국가교육 과정에서 겪었던 학교교사-학생 관계나 심지어 학원강사-학생 관계를 떠올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수는 교사나 강사와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고, 학생과의 관계도 전혀 다릅니다. (교사나 강사에 비해서 학생들과의 거리가 상당히 간접적이고 먼 관계입니다.)

‘은사’라든가 ‘스승’이라는 개념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인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예를 들어 가장 직접적인 고용관계인 학생-학원강사를 보면 강사라는 직업은 원래부터 학원측으로부터 “우리의 물주인 학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좋은 강의를 해달라”는 취지로 고용된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당연히 강사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할 권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입장)가 있고, 최소한 간접적으로 학원 측에 “강사가 이러이러한 것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장사할 생각이 있는 학원이라면 (강사라면) 십중팔구는 모종의 방법으로 그 요구를 들어줄테니까요. 학원 강사보다는 조금 더 간접적인 관계인 학교교사-학생간의 관계도 사실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정부에 고용된 교사들은 세금으로부터 월급을 받은 근본적인 취지가 바로 학생 교육에 있다는 점에서 거의 같은 셈이죠.

하지만 교수는 전혀 다릅니다. 교수는 애초에 대학측으로부터 “우리 대학 재단의 물주인 학생들에게 좋은 강의를 해달라”는 취지로 고용된게 아닙니다. 교수가 대학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제 1 책임은 “우리 대학의 이름으로 좋은 연구를 해달라”였으며, 또한 기업연구소와는 달리 “연구 성과가 창출할 당장의 부가가치에는 신경쓰지 말고 학문적인 가치에만 집중해달라”는 취지였던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게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이고 2차적이고 매우 간접적인 과정을 거쳐 “기왕이면 후학 양성에도 기여할 수 없을까”라는 차원일 뿐입니다. 즉, 강조를 위해 조금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교수라는 사람들은 대학생들의 개별적인 요구를 일일이 들어주기 위해 (자신의 연구를 뒤로한 채) 대기중인 5분대기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만일 어떤 수강생의 아이디어나 강의 요구가 교수 개인의 관심사나 계획과 어긋난다면, 그저 간단히 “그래? 그럼 잘 해 보게. 건투를 비네.”라고 말하고 등을 돌려도 아무 문제가 없는 관계라는 뜻이죠. (사실은, 이는 학부생 뿐만 아니라 대학원생, 심지어는 소속 연구실 지도 학생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교수는 학원 강사나 학교 교사와는 전혀 다릅니다!

자, 그러면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는 대학생들이 너무 억울한게 아니냐고 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학생들은 여전히 자신이 (혹은 부모님께서) 지불한 등록금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얻을 권리가 있고,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그 요구 대상이 교수가 아니라 ‘대학’이라는 점이 요점입니다. 예를 들어, 수백만원의 등록금을 낸 것에 비해 도서관 장서가 너무 빈약해서 불만이라면 이를 대학 당국에 시정 요구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특정 분야의 강의에 학생들의 아이디어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게 불만이라면 대학측에 요구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대학 측은 교수와 상의해서 (교수의 물주로서 대학이 교수에게 요구할 수 있죠. 비록 교수를 고용한 본래의 취지에서는 벗어나는 일이지만요.) 교수로하여금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주도록 설득하거나, 혹은 교수와는 별도로 학생들의 요구조건에 맞는 강의를 해줄 시간강사나 전임강사를 더 고용할겁니다. 이게 올바른 모양새입니다.

즉, 한 사람의 대학생으로서 대학과 교수를 ‘활용’하는 방법은 초중고등학교나 학원에서의 그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대학이라는 곳은 원래부터 99%를 “혼자 알아서 찾아먹는” 곳입니다. 나머지 1%도 교수나 동료 학생들로부터 얻는다기보다는, “100% 혼자서 할 각오로 열심히 하다보니 결국 부지불식간에 어느 정도는 교수님과 동료들의 도움을 받게되더라”가 맞을겁니다. 물론, 학문적인 것에 대해서 교수와 상의하는 것도 교수를 활용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방법들 중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한 가지 주의하실 점은, 교수 입장에서는 그런 상의에 항상 학생들이 만족할만한 반응을 보여야할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상의는 앞으로도 계속 활발히 하시는게 좋겠지만 (절대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 만일 그것이 통하지 않을 때에는 결국 혼자 알아서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받아들이셔야할 것 같습니다.

오호라 wrote:
또, 애들도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알고리즘 강의교수님을 찾아가서 형식적 알고리즘보다 좀더 창의적이면서 플밍스킬도 조금 키울수 있는 ACM-ICPC 기출문제같은걸로 해보는건 어떨까요?!

교수왈 "그게 몬데?~~"

OTL...

물론 그분 학부때는 그런게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분 학부때는 리눅스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분 학부때는 C가 아닌 Pascal, PL/I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너무 한건가요?!


대학의 제 1 기능은 연구이고, 후학 양성은 어디까지나 2차적인 기능이라고 위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그 ‘후학 양성’이라는 점에 있어서조차도 일반적인 학원의 후학 양성과 대학의 후학 양성은 분명히 다릅니다. 즉, 대학만의 대학다운 역할과 방법이 있다는 뜻이죠.

프로그래밍 스킬이라든가 ACM-ICPC 기출문제 같은 것들도 물론 대학에서 커버하려면 할 수야 있습니다만, 이런 것들은 (연구 기관인) 대학과 (연구자인) 교수가 아니더라도, 시중의 학원에서도 고급 과정에 들어가면 분명히 커버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반면에, 철학인지 수학인지 전산학인지 도무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의 이론적이고 형식적인 베이스들은 대학이 아니면 깊이있게 커버할 수 있는 곳이 더이상 없습니다. 대학이 학원화될 수는 있어도 (애석하게도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죠), 거꾸로 학원이 대학화될 수는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따라서, 만일 대학이 대학다운 역할을 중단하고 학생들의 근시안적인 (당장의 스킬과 취직에 필요한 스펙을 늘리기 위한) 요구를 충족시켜려고 들면, 이제 이 나라 어디에도 대학만의 고유한 역할을 대신 커버해줄 수 있는 곳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는게 문제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ACM-ICPC가 뭐냐고 물으셨던 그 교수님의 경우, 어쩌면 정말로 최근 동향이나 새로운 성과에 무관심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어쩌면 그 분이 학자로서의 자신의 길을 쉽사리 꺾지 않는 진정한 연구가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교수님께 일단 상의를 드려보신 것은 매우 훌륭한 선택이셨으나, 이렇게 교수님을 활용할 방법이 별로 없어보일 때에는 그냥 따로 추가적으로 학원에 다니시거나 뜻이 맞는 학생들끼리 스터디 그룹을 조직해서 나름대로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대학을 대학답게 할용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거꾸로, 만일 교수님께서 “그래? 그러면 앞으로는 베이스는 그만 하고 실전적인 스킬을 늘리는 훈련이나 할까?”라고 하셨다면, 이제 베이스는 더이상 어디에서 닦으시려고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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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자유마저 돈으로 사야하나보다.
사줄테니 제발 팔기나 해다오. 아직 내가 "사겠다"고 말하는 동안에 말이다!

jongwooh의 이미지

그래도 매일 언론에서는 기업들은 채용하면 당장 써먹을 스킬을 대학 재학생들한테 가르치라고 난리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you must know the power of dark side.

NN의 이미지

차리서님은 SE쪽의 formal method를 공부하시는 분 같군요.
혼자 하시기 참 어려웠겠습니다. 현실적으로 별로 알아주지도
않는 분야인데....

글을 길게 쓰셨지만..필요한 말만 요약하면
"혼자 공부하는게 장땡이되 대학에 산재해 있는 여러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하자"
이렇게 되겠군요.

누구보다도 동감입니다.
더 자세한 얘긴 하기 어렵지만 저도 혼자 공부해왔던
타입이걸랑요~ 전산과도 아니었으니까요.

아울러..일반적으로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룹스터디가 유용할 경우는 Breadth를 넓히고자 할때
혼자공부하는것이 유용할 경우는 Depth를 추구하고자 할때
더 적절했다는것을 첨언하고 싶군요.

그리고 교수는...정말 교수나름입니다.
교수에 크게 의존할것도 없고 교수를 신뢰하지 않을것도 없죠.
전문분야만 넘어서면..교수는 학부생보다 못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잘 보시고 스스로 판단해서 교수를 어떻게 활용하실것인지를
생각해서 공부에 도움이 되게끔 만드세요.
이렇게 얘기하면...교수를 물건 취급하는것처럼 들리려나?

차리서의 이미지

NN wrote:
차리서님은 SE쪽의 formal method를 공부하시는 분 같군요.

예. KLDP에서 정형기법(formal methods)을 언급하시는 분을 뵙는 일이 드물어서인지 반갑습니다. :)

정형기법의 세부 분야 중에서 정리 증명 (theorem proving) 기법으로 연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만, 이 기법을 어딘가에 ‘적용’하는 부분(예를 들어 하드웨어 검증 등)이나 기법을 ‘기계화(자동화)’하는 부분(예를 들어 인공지능의 한 분과인 automatic theorem proving, tactic 등)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대신 지금은 정리 증명 기법 자체의 기반인 증명 이론(proof theory)이나 기호 논리 (symbolic logic) 등을 중심으로 연구하면서 이를 프로그래밍 언어의 이론 중 한 분야인 타입 이론(type theory)에 연계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연계의 연결 고리는 물론 Curry-Howard isomorphism입니다.) 앞으로 평생에 걸쳐 연구하고자 하는 내용이 결국 ‘보다 안전하면서도 엘레강스한 계산 명령법(즉, 언어)’을 설계하는 것이니만큼, 훗날에는 아마 ‘정형 기법을 연구하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PL 이론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불리게 될것이고, 그렇게 되고자 희망하고 있습니다.

글타래의 본래 논지에서 벗어난 신변잡기적인 글이라서 죄송합니다만,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만 부연하고싶습니다. 비록 공식적으로는 정형기법이 software engineering (SE)의 한 분과로 분류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만, 실질적으로 정형기법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SE 하는 사람’으로 불리우는걸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답니다. :)

SE는 그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전산학의 여러 분야들 중에서 가장 공학적인 (engineering) 마인드가 강하다고 일컬어지지만, 특이하게도 그 중에서 정형기법만은 전적으로 이학적인 (scientific) 마인드가 지배하는 분야거든요. 어느 정도냐 하면, SE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아마 전산학의 전 범위에 걸쳐 비교해보아도 거의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고집스러운 순수 이학일겁니다. 진짜 수학과나 철학과나 사람들이 들으면 펄쩍 뛸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정형기법이라는 분야는 (알고리즘 연구실과 더불어) 전산학과 속에 섬처럼 외따로 파견나온 수학과 (혹은 철학과) 지부라고 보셔도 될겁니다. (마치 산업공학과를 공대 속에 자리잡은 경영학과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정형기법을 하는 사람들은 (비록 모두 다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제가 본 중에서는 과반수 이상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연구 분야를 이야기할 때 ‘정형기법’이라는 용어가 통하지 않으면, 차선책으로 ‘SE’라는 용어 대신 ‘전산 논리’, ‘전산 이론’, 그것도 안되면 그냥 ‘계산 이론’을 연구하고 있다고 종종 말하곤 합니다. 확고한 이학자(scientist)로서, “SE를 하고 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돌연 공학자(engineer)로 오인되기는 싫다는 심리인 것 같습니다. (이 심리 속에는 순수하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과 애정만 들어있을 뿐 ‘이학이 공학보다 우월하다’거나 하는 어리석은 비교는 절대로 들어있지 않으니, 불필요한 플레임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제대로된 이학자라면, 공학과 공학자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뼈저리게 잘 알고 있으니까요.)

물론 정형기법 중에서도 어떤 세부 분야를 전공하느냐에 따라 개인차가 있긴 있습니다. 특히 근래에 들어서 ‘테스팅(testing)’이라고 불리는 매우 오랜 전통의 SE 분야를 정형기법의 일부로 소화해보려는 시도들이 있는데, 잘 아시겠지만 테스팅이야말로 (전통적인) 정형기법과는 사실상 가장 상극인 분야거든요. 극단의 이학적 마인드와 극단의 공학적 마인드랄까요? 물론 어떤 모종의 이론적 배경을 통해서 훗날 ‘정형적인 테스팅’이라는 놀라운 신 기법이 등장하게될지도 모르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어쨌든 지금 현재로서는 ‘도저히 정형적이라고 인정하기 힘든’ 개념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한 연구실 내에서도 각 연구원마다 서로 다른 노선을 걷는 현상이 나타나고, 일부 연구원들은 스스로 자신이 철저한 공학자임을 선언하기도 하더군요.

위와 같은 현상이 나쁘다는건 아닙니다만, 가끔은 예전처럼 한 연구실의 연구원들끼리 (비록 개인적인 갈등과 애증은 있더라도) 하나의 관념적 깃발아래에 같은 마인드로 똘똘 뭉치던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최소한, 어떤 학술적인 토론 중에 근본적인 마인드의 충돌로 인해서 비건설적인 논쟁의 벽에 부딛히는 일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최근에는, 서로 다른 마인드를 가진 연구원들끼리는 서로 말을 조심하면서 불필요한 충돌을 회피하는 능력만큼은 늘고있는 것 같습니다. 아예 파벌이 갈라져서 학문적인 토론도 따로따로 하고, 다른 유파에 속한 사람들끼리는 웬만해서는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섞지 않게돼버렸죠. :cry:

게다가 또 한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분명히 정형기법 그 자체의 원류와 본질에 더 가까운 쪽은 기존의 연구 분야들을 계속 이어나가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사람 머리수로만 따지면 오히려 테스팅 그룹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져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 관계에서까지 상처를 받은 일부 완고한 사람들 입에서는 “구르는 돌이 박힌 돌 빼는 격”이라든가 “대체 언제부터 우리 연구실에 엔지니어가 돌아다녔냐”는 말까지 (물론 뒤에서 조용히) 나오곤 합니다. 제 경우에는 인간 관계만 놓고 보면 조금 박쥐같은 성향이라서 양쪽 그룹 모두와 아무런 앙금 없이 잘 어울려 지내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학문적인 본질은 이학도이고, 이것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없습니다. (물론 다른쪽 사람들도 제 이런 생각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서로 쓸데없이 문제 삼지 않을 뿐이죠.)

한 단락 쯤 쓰려던 애초의 예정과는 달리 글이 또 길어져버렸군요. 아무튼, 제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SE 하시는 분이죠?”라는 말에 대해서 (특히, 아주 자세히는 모르는 사람이 별 뜻 없이 이야기한 경우에는) 별로 큰 거부감이 없습니다만, 혹시라도 정형기법 정기 총회같은 데에 가셔서 좌중들을 향해 “여러분 SE 하시는 분들이시죠?”라고 말씀하셨다가는 조금 곤란한 상황에 처하시게 될 것 같아서 한 말씀 올렸습니다. (물론 대놓고 화를 낸다거나 하는 사람이야 절대 없겠지만, 최소한 실내 분위기는 싸~해질 수도 있을겁니다.) :)

NN wrote:
혼자 하시기 참 어려웠겠습니다. 현실적으로 별로 알아주지도 않는 분야인데....

저희 연구실 간판이 정형기법 연구실이긴 합니다만, 저희 연구실 역대로 정리 증명을 세부 분야로 잡은 경우는 아직까지 저 한 사람 뿐이니 거의 혼자 한거나 다름 없죠. (물론 다른 대학의 정형기법 연구실에는 정리 증명이나 타입이론을 연구하시는 분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원래 혼자서 하는걸 더 좋아한답니다. ‘잘 돼도 내 덕이요 안 돼도 내 탓’인 쪽이 훨씬 마음이 편할 뿐더러, 어차피 이쪽 연구는 그 특성상 혼자 골방에서 머리 싸매고 집중하는 편이 더 성과가 좋을 수도 있거든요. (물론 최신 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서베이를 위해서라도 네트웍은 필요하겠지만 말이죠.)

현실적으로 별로 알아주지 않는 분야인 것은 사실입니다만, 애초에 이 길로 들어설 때의 가장 큰 이유가 ‘재미있어서’였기 때문에, 현실 세계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별로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다만, 역시 먹고 살 걱정은 심각하게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물론 먹고 살기 위해서 인생을 건 꿈을 완전히 포기해버릴 생각은 아직 없습니다만…, 뭐 어떻게 방법이 있겠죠. (너무 낙천적인가요?)

딱 한 가지 누군가 알아주기를 조금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이렇게 재미있게 연구하다가 어느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튜링상이 책상 위에 놓여있더라” 정도가 되겠군요. 제 연구의 ‘목적’은 연구 생활 그 자체일 뿐 절대로 튜링상 같은게 아니지만, 그래도 만일 튜링상을 받게 된다면 (솔직히 말해서) 아마 기뻐서 매일 끌어안고 잘 것 같습니다. :)

PS: 그나저나, 역대 튜링상 수상자들의 명단과 그들의 업적을 그냥 목록으로만 쭉 훑어볼 때에는 잘 와닿지 않지만, 실제로 튜링상을 받은 (이유에 가장 가까운 종합판) 논문 등을 읽다보면, 역시 세상에 진짜 ‘천재’라는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특히 박사 학위조차 없이 무려 세 가지 전혀 다른 분야들(LCF, ML, CCS)에 대한 공로로 튜링상을 수상한 Robin Milner 같은 사람은, 틀림없이 달 뒷면의 우주인 거주 구역에서 탈주해 지구로 망명해온 외계인이 분명하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절대로 지구인일리가 없어요! :c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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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자유마저 돈으로 사야하나보다.
사줄테니 제발 팔기나 해다오. 아직 내가 "사겠다"고 말하는 동안에 말이다!

atie의 이미지

오래간만에 차리서님의 긴 글을 보니 반갑습니다. 건강하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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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aint objects as I think them, not as I see them.
atie's minipage

죠커의 이미지

오호라 wrote:
또, 애들도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알고리즘 강의교수님을 찾아가서 형식적 알고리즘보다 좀더 창의적이면서 플밍스킬도 조금 키울수 있는 ACM-ICPC 기출문제같은걸로 해보는건 어떨까요?!

위대한 컴퓨터 사이언스 학자들 중에서 ACM-ICPC에 관심도 없는 사람들 많습니다.

교수가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것에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MM의 이미지

좋은 연구하고 하고 싶은거 하고 싶으면 좋은 대학에 교수로 가면 됩니다. 울트라허접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싶어하니 문제죠. 그리고, 교수는 연구만 하라고 뽑는 학교는 없습니다. 대학원을 헛다녔군요. 교수의 평가기준은 대부분 연구+강의+봉사 형태로 되어 있고, 각각의 비율은 1/3씩입니다. 연구만 하라고 뽑는 교수는 연구교수고, 강의만 하라고 뽑는 교수는 강의교수입니다. 차리서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교수가 되니까 강의가 개판이 되는겁니다. 골방에 쳐박혀서 연구하는 골샌님들은 그냥 미국에 있지 뭐할라고 귀국해서 여러사람 피곤하고 자기 피곤하게 만드나 모르겠군요.

신승한의 이미지

누군가 낚시학 을 전공한 사람이 있었나보군요.
아이..덥다..

코퍼스의 이미지

사람마다 자기의 주관과 생각이 틀리고, 또 다 그것이 다른이에게 다 맞지도 않고.. 맞을 수도 없겠지요.

그렇지만, 꿈과 이상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나름대로 경의를 표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그것이 자기 자신의 잣대와 주관에 맞지 않는다고 할지라도요..

그런 의미에서 MM님은 차리서님에게 무 무례하게 얘기하시는 것 같습니다.

A few Good Man

khris의 이미지

MM wrote:
좋은 연구하고 하고 싶은거 하고 싶으면 좋은 대학에 교수로 가면 됩니다. 울트라허접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싶어하니 문제죠. 그리고, 교수는 연구만 하라고 뽑는 학교는 없습니다. 대학원을 헛다녔군요. 교수의 평가기준은 대부분 연구+강의+봉사 형태로 되어 있고, 각각의 비율은 1/3씩입니다. 연구만 하라고 뽑는 교수는 연구교수고, 강의만 하라고 뽑는 교수는 강의교수입니다. 차리서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교수가 되니까 강의가 개판이 되는겁니다. 골방에 쳐박혀서 연구하는 골샌님들은 그냥 미국에 있지 뭐할라고 귀국해서 여러사람 피곤하고 자기 피곤하게 만드나 모르겠군요.

MM님은 전부터 비난조의 글만 올리시는듯 하군요.
보기 좋지 않습니다.
같은 말을 해도 상대를 배려하며 글을 쓰는게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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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ourt -S gothick elegant
khris'log

NN의 이미지

khris wrote:
MM wrote:
좋은 연구하고 하고 싶은거 하고 싶으면 좋은 대학에 교수로 가면 됩니다. 울트라허접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싶어하니 문제죠. 그리고, 교수는 연구만 하라고 뽑는 학교는 없습니다. 대학원을 헛다녔군요. 교수의 평가기준은 대부분 연구+강의+봉사 형태로 되어 있고, 각각의 비율은 1/3씩입니다. 연구만 하라고 뽑는 교수는 연구교수고, 강의만 하라고 뽑는 교수는 강의교수입니다. 차리서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교수가 되니까 강의가 개판이 되는겁니다. 골방에 쳐박혀서 연구하는 골샌님들은 그냥 미국에 있지 뭐할라고 귀국해서 여러사람 피곤하고 자기 피곤하게 만드나 모르겠군요.

MM님은 전부터 비난조의 글만 올리시는듯 하군요.
보기 좋지 않습니다.
같은 말을 해도 상대를 배려하며 글을 쓰는게 어떤가요?

혹시 저와 혼동하시는건 아니겠죠?
이 분 가입일이 최근인데다 아이디도 저랑 비슷해서 혼동하실분들
이 꽤 있을듯.
NN의 이미지

차리서 wrote:

SE는 그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전산학의 여러 분야들 중에서 가장 공학적인 (engineering) 마인드가 강하다고 일컬어지지만, 특이하게도 그 중에서 정형기법만은 전적으로 이학적인 (scientific) 마인드가 지배하는 분야거든요. 어느 정도냐 하면, SE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아마 전산학의 전 범위에 걸쳐 비교해보아도 거의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고집스러운 순수 이학일겁니다. 진짜 수학과나 철학과나 사람들이 들으면 펄쩍 뛸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정형기법이라는 분야는 (알고리즘 연구실과 더불어) 전산학과 속에 섬처럼 외따로 파견나온 수학과 (혹은 철학과) 지부라고 보셔도 될겁니다. (마치 산업공학과를 공대 속에 자리잡은 경영학과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정형기법을 하는 사람들은 (비록 모두 다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제가 본 중에서는 과반수 이상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연구 분야를 이야기할 때 ‘정형기법’이라는 용어가 통하지 않으면, 차선책으로 ‘SE’라는 용어 대신 ‘전산 논리’, ‘전산 이론’, 그것도 안되면 그냥 ‘계산 이론’을 연구하고 있다고 종종 말하곤 합니다. 확고한 이학자(scientist)로서, “SE를 하고 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돌연 공학자(engineer)로 오인되기는 싫다는 심리인 것 같습니다. (이 심리 속에는 순수하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과 애정만 들어있을 뿐 ‘이학이 공학보다 우월하다’거나 하는 어리석은 비교는 절대로 들어있지 않으니, 불필요한 플레임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제대로된 이학자라면, 공학과 공학자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뼈저리게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 히스토리가 있군요.

저는 좀 다른관점에서 계산이론과 초수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나중에 어딘가에서 뵐 수 있을것도 같네요.
(자세한 사항은 비밀입니다. 너무 알려고 하면 다칩니다. 8) )

차리서 wrote:

PS: 그나저나, 역대 튜링상 수상자들의 명단과 그들의 업적을 그냥 목록으로만 쭉 훑어볼 때에는 잘 와닿지 않지만, 실제로 튜링상을 받은 (이유에 가장 가까운 종합판) 논문 등을 읽다보면, 역시 세상에 진짜 ‘천재’라는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특히 박사 학위조차 없이 무려 세 가지 전혀 다른 분야들(LCF, ML, CCS)에 대한 공로로 튜링상을 수상한 Robin Milner 같은 사람은, 틀림없이 달 뒷면의 우주인 거주 구역에서 탈주해 지구로 망명해온 외계인이 분명하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절대로 지구인일리가 없어요! :cry:

마찬가지로 저는 현재 힐러리 퍼트남, 존 폰 노이만, 프레게의
저서와 논문을 읽고 있는데 아마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외계인이라
고 한다죠?
차리서의 이미지

신승한 wrote:
누군가 낚시학 을 전공한 사람이 있었나보군요.
아이..덥다..

에이, ‘전공’하신거라고 보기에는 너무 약한데요? 8)

--
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자유마저 돈으로 사야하나보다.
사줄테니 제발 팔기나 해다오. 아직 내가 "사겠다"고 말하는 동안에 말이다!

jongwooh의 이미지

자동증명 분야입니까? 그쪽은 괴델의 정리 이후로 상당히 타격을 받아서, 증명대상을 제한적인 분야로 축소시켜 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잘못 알고 있었나)

그쪽이 P냐 NP냐 따지는 분야지요?

you must know the power of dark side.

신승한의 이미지

차리서 wrote:
신승한 wrote:
누군가 낚시학 을 전공한 사람이 있었나보군요.
아이..덥다..

에이, ‘전공’하신거라고 보기에는 너무 약한데요? 8)

전공했다고 모두 전문가는 아니지 않을까요? :lol:
대충 뒷구녕으로 들었나 보지요.. :lol:

오호라의 이미지

차리서님께서 쓰신 글에 매우 많은 부분에 동감합니다.

MM님께서 쓰신 글이 조금 무례하신 것같지만 어느 정도 동감합니다.

^^;

제가 생각할때도 교수님 타입은 크게 두가지 연구타입과 강의타입.

물론 두 가지중 어느 쪽이 주가 되고, 부가 되냐에 따라서 강의내용, 질이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어느 한가지도 간과하지 못한다는건 누구나 인정할 겁니다.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연구스타일은 석, 박사과정에 있으신 분들에게는 어느 정도 매리트가 있지만 학부생들에게는 별로일겁니다.
학부생들에게는 오히려 강의를 잘해주시고, 학부생들에게 좀더 많은 노력, 시간, 애정을 보이는 교수님이 매리트가 있을겁니다.

가끔 교수님들께서 강의시간에 본인 하시고 계신 논문이나, 플젝에 대해서 간략하게 보여주실때가 있습니다. 꽤 유익한 시간들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부생들에게는 그냥 먼 하늘에 뜬구름잡기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연구실적이 어떤 종류로든지 학부생들에게 돌아오는 길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크게 학부과 석,박사의 입장, 견해차이는 있는 것같습니다. ^^

Hello World.

kicom95의 이미지

대학교 OT 때 과 선배가 말해주던 말이 생각 납니다...

대학에서 공부는 스스로 하는거야...

실무에서 필요한 것은 스스로 익히고 대학은 대학 나름대로 학문을

추구해야 할듯 합니다.... 정말 원서도 많이 보고 ^^

저는 지방대 나와서 원서 많이 안 봤어요 :evil:

제가 다니던 시절만 해도 오토마타 1학기 , 컴파일러 1학기

수학도 : 수치해석,이산치구조,통계,확률,시뮬레이션 5학기를 한 기억이

( 요즘은 수학은 거의 없어 진듯 -_- )

정말 학부떄 필요없다 싶은 과목도 대학원가면 많이 필요하지요....

나름대로 학교 생활 열심히 했지만 좋은 교수님 밑에서

좋은 과목 듣는 여러분들이 부러워요...

PS ) 요즘은 DB 시간에 CJ Date 책을 안보고 SQL 만 가르쳐주는 곳도

있다합니다... 그리고 왠놈의 HTML 을 컴공에서 가르쳐 주고... -_-;;

포토샵은 왠 말이냐구요 -_-;; 정말 징하다 징해....

교양이면 말 안하는데 컴퓨터그래픽스 시간에 헐....

가자 해외로 ~ .. 돈 벌러.

jindog의 이미지

NN wrote:
차리서 wrote:

SE는 그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전산학의 여러 분야들 중에서 가장 공학적인 (engineering) 마인드가 강하다고 일컬어지지만, 특이하게도 그 중에서 정형기법만은 전적으로 이학적인 (scientific) 마인드가 지배하는 분야거든요. 어느 정도냐 하면, SE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아마 전산학의 전 범위에 걸쳐 비교해보아도 거의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고집스러운 순수 이학일겁니다. 진짜 수학과나 철학과나 사람들이 들으면 펄쩍 뛸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정형기법이라는 분야는 (알고리즘 연구실과 더불어) 전산학과 속에 섬처럼 외따로 파견나온 수학과 (혹은 철학과) 지부라고 보셔도 될겁니다. (마치 산업공학과를 공대 속에 자리잡은 경영학과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정형기법을 하는 사람들은 (비록 모두 다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제가 본 중에서는 과반수 이상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연구 분야를 이야기할 때 ‘정형기법’이라는 용어가 통하지 않으면, 차선책으로 ‘SE’라는 용어 대신 ‘전산 논리’, ‘전산 이론’, 그것도 안되면 그냥 ‘계산 이론’을 연구하고 있다고 종종 말하곤 합니다. 확고한 이학자(scientist)로서, “SE를 하고 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돌연 공학자(engineer)로 오인되기는 싫다는 심리인 것 같습니다. (이 심리 속에는 순수하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과 애정만 들어있을 뿐 ‘이학이 공학보다 우월하다’거나 하는 어리석은 비교는 절대로 들어있지 않으니, 불필요한 플레임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제대로된 이학자라면, 공학과 공학자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뼈저리게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 히스토리가 있군요.

저는 좀 다른관점에서 계산이론과 초수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나중에 어딘가에서 뵐 수 있을것도 같네요.
(자세한 사항은 비밀입니다. 너무 알려고 하면 다칩니다. 8) )

차리서 wrote:

PS: 그나저나, 역대 튜링상 수상자들의 명단과 그들의 업적을 그냥 목록으로만 쭉 훑어볼 때에는 잘 와닿지 않지만, 실제로 튜링상을 받은 (이유에 가장 가까운 종합판) 논문 등을 읽다보면, 역시 세상에 진짜 ‘천재’라는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특히 박사 학위조차 없이 무려 세 가지 전혀 다른 분야들(LCF, ML, CCS)에 대한 공로로 튜링상을 수상한 Robin Milner 같은 사람은, 틀림없이 달 뒷면의 우주인 거주 구역에서 탈주해 지구로 망명해온 외계인이 분명하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절대로 지구인일리가 없어요! :cry:

마찬가지로 저는 현재 힐러리 퍼트남, 존 폰 노이만, 프레게의
저서와 논문을 읽고 있는데 아마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외계인이라
고 한다죠?

..... 새삼 박사를 안간게 다행이라는 걸 떠올리네요 ^^;;
(사회에서 인정을 못받는 석사긴 하지만; _-_)
그 수없이 많은 석학들이 잘 해주겠지라는 생각에 나왔는데 ㅋㅋ
생각날때마다 오토마타나 로직 책 보다보면 나오는 정리들 보면 한숨만 나오게 해주는 위인 _-_ 들
정말 지구인이 아닐거 같음;;

fibonacci의 이미지

교수가 강의도 잘하면 좋겠지만...

아이비리그 대학의 교수들의 강의의 친절함이 국내 상위급 대학보다 높으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무슨 뚱단지같은 말이냐..
대가들이 많은 대학일수록, 수업시간엔 혼자 중얼중얼 대고 칠판에 몇글자 쓰다가 나가버리고 (대가들이 보기엔) 시시한 뭔가를 질문하러가면 책하나 던져주기 일쑤라는군요. "그 책에 다 나와있으니 읽어보게..."
물론 명강의 + 학문적 업적도 뛰어난 교수 역시 꽤 있습니다.

이건 제가 있는 수학쪽의 이야기지만.. 전산학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겁니다.

대학교육에서 중점이 되어야 할 것은 학생들이 올바른 고급 지식을 얻도록 바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지, 학생들에게 지식을 몸소 떠먹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로 명강의는 러프한 개념을 확실하게 잡아주고, 숙제 많이 내주는 겁니다. (고 말하고 있지만, 다음학기 강의에서 컴플레인 안걸리려면 적당히 떠먹여 주는 것도 있어야 겠군요. 때때로 전공도 강의하지만 아직은 미적분학과 공업수학 I정도만 주로 강의하는데, 증명만 하면 학생들이 잡니다. -_-; 수학에서 증명빼면 뭐가 있다고. )

No Pain, No Gain.

zzzing의 이미지

저의 학교 화일구조를 강의하신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참고로 교수님의 출신 대학은 (서울->카이스트->카이스트) 입니다.

자기의 강의는 자기가 학부, 석사때 배운 방식, 현직 친구분들의 강의 방식등을
거의 비슷하게 가르치니깐 서울대나 카이스트나 울학교나 비슷하다
심지어 교재도 전국이 거의 같으니깐, 열등감 가지지말고 공부나해라...
그러더군요 거의 졸업을 압둔 지금 돌아보니 울교수님 말씀이 맞는거 같습니다.

울나라 대부분의 공대교수님들 출신 대학이 서울 아님 카이스트, 포공일 건데요
자기들이 학교서 배우던 방법이 대부분 현직에서 뭍어 나지 않겠습니까
다른 학과는 몰라도 공대의 경우는 자기가 열심히 하면 장땡인거 같습니다.
*^^* 참고로 그냥 제 생각이었습니다.

/*************************
* May The Force Be With You~*
*************************

jachin의 이미지

zzzing wrote:
다른 학과는 몰라도 공대의 경우는 자기가 열심히 하면 장땡인거 같습니다.
스스로 열심히 하면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곳이 공대죠. :)

좋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시고 주변 대학으로 오셔서 열심히 가르쳐 주시는 교수님들이 계신다면 어느 대학이든 참으로 좋겠습니다만은...

문제는 그런 교수님들이 없는 학교도 꽤 된다는 점과...

아무리 스스로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주변 교수님들과 함께 열심히 하는 것과는 발전 속도에 차이가 있어서 말이죠. -_-;;;

더군다나 교수님 당 학생수도 높은 우리나라에서 교수님이 학생들의 진도를 보조맞춰 주신다는 것도 어렵고...

자기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어려울 때 교수님을 찾아가서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도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MM의 이미지

Quote:
울나라 대부분의 공대교수님들 출신 대학이 서울 아님 카이스트, 포공일 건데요
자기들이 학교서 배우던 방법이 대부분 현직에서 뭍어 나지 않겠습니까

이 세학교는 배우는 방법이 판이하게 다르죠. 다녀보세요 (가능하다면) 어떻게 세학교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mach의 이미지

글쎄요.

물론, 주는 사람의 역량이 더 중요할 수도 있고, 커리큘럼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각자 하기에 달렸다고 봅니다.

sDH8988L wrote:

...
XINU는 Nachos와 같은 Simulation OS가 아니고 실제 Intel Chip과 Computer를 완전하게 제어하는 OS 였기 때문에 고생 좀 했습니다.
...

*참고 : XINU는 PC Edition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PC버전은 1990년대 초에 등장했습니다. 그 이전에도 ?!

------------------ P.S. --------------
지식은 오픈해서 검증받아야 산지식이된다고 동네 아저씨가 그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