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한 학문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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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많이 따뜻해졌네요. 겨울 동안 닫아두었던 창문을 열고 바깥바람을 쐬면서 모니터를 보니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지는거 같습니다.

제목에서처럼 여러분들께서는 학문의 분야중 하이브리드한 영역에 대해서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저는 섬유공학을 전공한 섬유공학도로 지금은 틈틈히 박사과정을 밟아 나가고 있는 학생겸 직장인겸 뭐 그렇습니다. 전공은 공정자동화분야입니다.

학부때 부터 공학전반적인 부분에 관심이 있어서 여기저거 기웃기리길 좋아했었는데...(물론 대입 시험 결과가 안좋아서 별로 재미없는 전공을 택하긴 했지만요..)

대학 4학년쯤 되니 공학이란 학문이 전반적으로 위로 올라가면 얽히면서, 하나의 진리를 표현하는거같더군요. (좀 고전적인 분야에 국한된 이야기인거같군요. IT는 좀 다른 도메인의 학문이긴하죠.)

흥미도 느끼고해서 조금 더 해보자 싶은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했었는데.... 대학원에 진학하면은 학문이란 분야를 바라보는 시각이 일반인 수준을 탈피해야한다고 생각하고, 또, 전공도 공정 자동화쪽이라 다양하게 배우자 싶어서 여기저기 다른과의 수업을 수강하려 원정길에 올랐습니다. :lol:

몇명안되는 수강생들 중에 혼자 덜렁 들어가서 수업을 들으려니...기가 죽기도 하고, 잘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면 불안하기도 하고....

그리고, 왠지 배척하는듯한 다른 과 학생들의 걱정스럽고, 의야스런 눈초리...가끔은 교수들조차도...그런 식으로 대하고...참 힘들더군요. 속으론 내가 정상이다 라고 늘 되세기면서 즐겁게 공부했습니다. 음..모르죠. 괜한 자격지심이었는지도......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성적은 잘 받았습니다. 처음에 상당히 무시하던 교수님들도 마지막에 가서는 열심히하는 놈이네...라는 생각이 드셨는지 좀 부드럽게 대해주시더군요.

1학기에는 그래도 다른과 놈이 수업들으러 가는데 한번 문의라도 해야되지 않나 싶어서 전자과에 DSP수업을 듣기위해 교수를 찾아갔더니..."니가 내 수업을 듣는건 미대생이 내수업을 듣는것과 진배없다." 라고 문전박대를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그냥 이야기안하고 막들어갔지만....

덕분에 컴퓨터 그래픽, 유한요소법, 수치해석학, 연속체역학, 형상모델링, 자동제어, 퍼지제어, 복합재료역학등 언뜻 생각하기에 별로 섬유란 학문과 상관없을듯한 좋은 수업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논문도 곡면 모델링관련으로 쓸 수 있어서, 그때 만들었던 NURBS 라이브러리를 kldp.net에도 등록할 수 있었고...(얼마전에 NURBS+라는 캐나다 사람이 이끌던, 오래전에 사장되버린, 프로젝트의 소스를 열어봤는데 제가 만든거랑 거의 똑같더군요. 같은 교재를 보고 했기 때문에..... :twisted: )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 주전공이 너무 약하다 싶어 박사들어가서는 그쪽으로 듣기 시작했는데....교수님들이 별로 반기지 않는 눈치더군요.

자기 과에서도 별로 환영 못받고, 다른 분야에서도 별로 환영 못받는 그런 위치에 서게 되는거 같더군요. 저는 하이브리드한 영역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나름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전문성이 떨어질지도 모른단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열심히만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대학교나 대학원 수업을 아무런 제약없이 일반인들에게도 수강할수있게 공개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을 하곤합니다. 물론 지금도 별로 제약조건이 있느건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는 없으니까. 대학측에서 홍보도하고 해서 적극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되게 유도를 해보면 좋지 않을까요?

졸업을하고 뭔가 좀 알고 싶을때....아 저 수업한번 들어보면 좋겠는데...(구체적으로 최적설계 8) ) 저도 선뜻 일반인 자격으로 교수들한테 좀 청강해도 되겠냐고...말할 용기가 안나더군요.

유럽 어디는 그냥 아무나 막 들어가 들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그러던데...정말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유학하시는 분들 계시면...답변을 좀 달아주시길......

유럽에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요. 선배중 한명이 박사 공부를 할때 (hp-version FEM) 뭐가 먼지 도무지 몰라서, 구입해두고도 어려워 못읽던 책의 저자인 스위스 취리히 공대 교수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답장이왔는데...그사람 이놈이 어디를 모르고 어디쯤에 막혀서 헤매고 있구나를 정확히 파악하더군요.

답장에 내책은 너한테 너무 어려울거같고, 대신 다른 책하나를 추천한다. 그책을 니가 구할수 있을지 몰라서 내책을 우편으로 보낸다.
내가 8월에 한국에 가니 그때 만나서 돌려다오.

이더군요. 도착한 책은 책의 저자가 그 교수에게 감사의 표시로 친필 사인까지 해서 보낸 책이더군요. 받는 사람도 옆에서 보던 저도 황당하더군요. 덕분에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었고, 다그런진 모르겠지만, 대단한 오픈마인드에 놀랐습니다.

음 두서 없이 휘갈겼군요. 그냥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juneaftn의 이미지

글 잘 읽었습니다. 다양한 학문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만한 고민을 솔직하게 써주셨네요.

MIT에서 오픈 코스웨어라는 걸 합니다. http://ocw.mit.edu/index.html

a free and open educational resource for faculty, students, and self-learners around the world.

하니의 이미지

지금까지 기억을 되집어보면..

학부시절에 전자과이면서 제어/통신/전산쪽 수업도 참 재미있게 수강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전자과면 통신/제어전공 수업도 하나씩 껴있죠 ^^)

그거말고 전공 학생도 꺼려하는 수업(실험)을 주로 들었구요. 지금 생각해보니 상당히 많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만만히 보다가 D 받은 과목도 있고.. :oops:

우짜다가! 리눅스 공부도 하면서.. 임베디드 리눅스 공부도 하게되고(H/W + Device Driver...).. 오히려 전공외 다른 공부를 하면서 더욱 더 전공에 친밀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더군요.

홈페이지 하나 만들면서 기획하게 된게.. 결국 전공 프로젝트 기안하는데 써먹게 되고..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수강한 RF 시스템(실험수업인데 H/W가 통신을 가능하도록 S/W 만드는..)이 지금 현업에 꽤 도움이 되고 있네요..

공학도로서 자기 전공외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리기 힘든게 사실입니다만.. (어려우니깐!) 관심을 조금 가져보면 다른 것도 할거 많다(?)라는 시야가 트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니 칼은 니가 갈아라]

icanfly의 이미지

juneaftn wrote:
글 잘 읽었습니다. 다양한 학문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만한 고민을 솔직하게 써주셨네요.

MIT에서 오픈 코스웨어라는 걸 합니다. http://ocw.mit.edu/index.html

a free and open educational resource for faculty, students, and self-learners around the world.

대단한 사이트를 알려 주셨네요.

죽 둘러봤는데 대단합니다. 알짜 배기 강의 자료 들이 그대로 공개되있군요.

봐도 잘 모르겠지만...:oops:

지천에 금덩어리가 널려 있는데..보고도 못줍는 심정이란.. T.T

kane의 이미지

icanfly wrote:
대학 4학년쯤 되니 공학이란 학문이 전반적으로 위로 올라가면 얽히면서, 하나의 진리를 표현하는거같더군요. (좀 고전적인 분야에 국한된 이야기인거같군요. IT는 좀 다른 도메인의 학문이긴하죠.)

IT는 신생 분야일 뿐, 다른 공학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다른 공학을 너무 모르는 건가? -_-)

icanfly wrote:
대단한 오픈마인드에 놀랐습니다.

좀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국내 대학 교수님들 중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연구나 논문 등에만 집중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도 '교육'을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는 태도를 견지하는 경우가 보이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반면 유명하다는 외국 대학에서는 (최소) 절반 이상의 비율로 교육을 중요시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타과생이나 일반인 같이 '잘 모르는 사람'이 와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가능한 많이 배워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내 연구하고 내 학생 가르치는데 만도 바쁜데, '어차피 들어도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이나 교육 당국이 교수 평가를 하는데 있어서 '교육' 부분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관심을 가지려 하고, (비록 학부 교양 수업 수준이지만) 다양한 수업을 듣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는게 한 분야에 깊이를 쌓는데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여러 분야의 관계 및 영향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그 관점에서 전공 분야를 다시 음미해보면, 전공 분야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그저 '취미'라고 해도 나쁘지는 않을 듯 :))

kirrie의 이미지

언젠가 한번 KBS 다큐멘터리에서 국내 인공심장을 최초로 개발했던 어느 의학박사의 대학원 시절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인공심장은 꼭 연구해보고 싶고, 만들자니 자기는
기계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고.. 그래서 무작정 이 학교 저 학교 공대 교수들에게 편지를 보냈답니다.
자기가 여차저차해서 의대생임에도 불구하고 인공심장 제작을 위한
기계설계나 제작을 배우고 싶은데 그쪽과 관련해서 도움을 주실
수 없느냐, 고요.
수많은 곳에선 답장도 없었고 있어도 지금와서 자네가 배우기엔 너무 어렵다는 말만 들었답니다.
물론 어렵게 어느 교수님께서 함께 연구해보자고 해서 결국 인공심장을 국내최초로 제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거 보면서 참 멋지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전공에 관련 없이 관심이 있거나
호기심이 생기거나 심지어는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타과 수업을 수강하는 분들을 보면 어떤 면에선 존경심까지 생긴다니까요. :D
전 인문계열 쪽 전공을 하고 있는데, 후배 중에 한놈은 매 학기마다 꼭 물리학과 수업을 하나씩 듣습니다.
맨날 댑따 어렵다고 투덜대면서도 꼭 한과목씩 듣는걸 보면 그럭저럭 재미가 있는 모양입니다. 장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8)

--->
데비안 & 우분투로 대동단결!

죠커의 이미지

kane wrote:
좀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국내 대학 교수님들 중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연구나 논문 등에만 집중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도 '교육'을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는 태도를 견지하는 경우가 보이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반면 유명하다는 외국 대학에서는 (최소) 절반 이상의 비율로 교육을 중요시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타과생이나 일반인 같이 '잘 모르는 사람'이 와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가능한 많이 배워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내 연구하고 내 학생 가르치는데 만도 바쁜데, '어차피 들어도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이나 교육 당국이 교수 평가를 하는데 있어서 '교육' 부분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관심을 가지려 하고, (비록 학부 교양 수업 수준이지만) 다양한 수업을 듣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는게 한 분야에 깊이를 쌓는데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여러 분야의 관계 및 영향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그 관점에서 전공 분야를 다시 음미해보면, 전공 분야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그저 '취미'라고 해도 나쁘지는 않을 듯 :))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 대학은 지나치게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강의를 하는 교수가 맏는 강의도 지나치게 많고 강의를 하지 않는 교수들은 거의 없습니다.

지적한 문제는 오히려 교수 수를 늘리고 강의 배정을 줄이고 순수 연구 교수를 많이 배정할때 해결 될 수 있을 것입니다.

warpdory의 이미지

kane wrote:
좀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국내 대학 교수님들 중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연구나 논문 등에만 집중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도 '교육'을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는 태도를 견지하는 경우가 보이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반면 유명하다는 외국 대학에서는 (최소) 절반 이상의 비율로 교육을 중요시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타과생이나 일반인 같이 '잘 모르는 사람'이 와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가능한 많이 배워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내 연구하고 내 학생 가르치는데 만도 바쁜데, '어차피 들어도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이나 교육 당국이 교수 평가를 하는데 있어서 '교육' 부분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관심을 가지려 하고, (비록 학부 교양 수업 수준이지만) 다양한 수업을 듣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는게 한 분야에 깊이를 쌓는데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여러 분야의 관계 및 영향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그 관점에서 전공 분야를 다시 음미해보면, 전공 분야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그저 '취미'라고 해도 나쁘지는 않을 듯 :))

내 연구하고 내 학생 가르치는데만도 바쁜 이유가.. 바로 강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일부 명문대 라고 하는 곳을 제외하면, 보통 사립대(제일 흔하죠.)에서 의무강의 시간이 일주일에 9시간내지 12 시간입니다. 조금 많은 데는 15시간입니다. 그 외에 몇시간은 봉사시간이라고 또 들어갑니다. 즉, 일주일에 적어도 12시간 이상, 많으면 18시간을 강의에 할애 해야 하며, 강의준비 등까지 하려면(물론, 10년 넘게 같은 책으로 해서 아예 달달 외워서 준비라곤 하나도 안하는 경우도 있고, 보직교수가 되어서 보직 근무시간을 강의시간으로 쳐줘서 일주일에 3시간에서 6시간만 강의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 배의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원생도 지도 해야 하고 (얼마나 성실히 지도하느냐는 다른 문제고...), 학생지도도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강의가 너무 많고, 너무 잔무가 많습니다. 물론, 교수가 강의 없는 날 안나와도 뭐라고 하는 경우 없고, 강의 끝나면 집에 가도 터치할 사람은 없지만요.
글다보니...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와서 뭘 물어보면 ... 친절하게(?) 응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실험실에 있다보면 하루에 찾아오는 사람이(외판원 빼더라도) 적어도 5,6 명에서 10명은 넘습니다. 솔직한 얘기로 그 사람들을 다 응대하다간 .. 날 샙니다. 적당히 필터링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에서 CN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교수 수 늘리고 교수당 학생수 줄이고, 교수의 강의 부담을 낮춰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연구에도 충실해지고, 누가 찾아와서 물어봐도 친절하게 답해줄 수 있지요. 그런데, 제가 물리학과를 다닌 경험으로 보면 찾아오는 사람들 50% 이상은 "영구기관" 이라든가 "열역학 법칙 깼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라든가 "상온 핵융합을 실험할 수 있다." 라는 경우 입니다. 그 외에는 "빛보다 빠른 물질이 있다." 라든가.. 하면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요. 물론, 근거를 가지고 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종이 몇장과 끈질김을 가지고 오지요. 대부분 대학원생들이 교수 연구실에서 끌어내야 하는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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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

mars1027의 이미지

CN wrote:
kane wrote:
좀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국내 대학 교수님들 중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연구나 논문 등에만 집중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도 '교육'을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는 태도를 견지하는 경우가 보이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반면 유명하다는 외국 대학에서는 (최소) 절반 이상의 비율로 교육을 중요시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타과생이나 일반인 같이 '잘 모르는 사람'이 와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가능한 많이 배워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내 연구하고 내 학생 가르치는데 만도 바쁜데, '어차피 들어도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이나 교육 당국이 교수 평가를 하는데 있어서 '교육' 부분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관심을 가지려 하고, (비록 학부 교양 수업 수준이지만) 다양한 수업을 듣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는게 한 분야에 깊이를 쌓는데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여러 분야의 관계 및 영향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그 관점에서 전공 분야를 다시 음미해보면, 전공 분야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그저 '취미'라고 해도 나쁘지는 않을 듯 :))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 대학은 지나치게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강의를 하는 교수가 맏는 강의도 지나치게 많고 강의를 하지 않는 교수들은 거의 없습니다.

지적한 문제는 오히려 교수 수를 늘리고 강의 배정을 줄이고 순수 연구 교수를 많이 배정할때 해결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가 아닙니다.

대학에서 강의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대학의 시스템
문제이고, 교수님들의 마인드는 교육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교수님들 중에 열심히 강의 준비를 하시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성실하게 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 수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교수님 중에는 10년 전에 사용하시던 강의노트로 매년 똑같이
강의하시는 분도 있고, 심지어 교재로 사용하는 책을 그대로
읽어주는 교수님도 봤습니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학교에서 지정한 학점수 만큼의 과목을
채우기에만 골몰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에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박사과목의 경우 한학기동안
2번 수업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masician의 이미지

안녕하세요. 정말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하하하. 저는 기계항공공학을 전공하고 있고요. 전기공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5학년 1학기이고, 마지막 학기네요. 졸업을 앞두고,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수업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너무 수박 겉핥기식으로 공부하지 않았나 너무 걱정되더라구요. 이 트레드의 글을 읽고 그래도 많이 안심하게 되네요.

아참 kldp에 올 때면 언제나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낌니다. 하하하

kane의 이미지

Quote:
내 연구하고 내 학생 가르치는데만도 바쁜 이유가.. 바로 강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일부 명문대 라고 하는 곳을 제외하면, 보통 사립대(제일 흔하죠.)에서 의무강의 시간이 일주일에 9시간내지 12 시간입니다. 조금 많은 데는 15시간입니다. 그 외에 몇시간은 봉사시간이라고 또 들어갑니다. 즉, 일주일에 적어도 12시간 이상, 많으면 18시간을 강의에 할애 해야 하며, 강의준비 등까지 하려면(물론, 10년 넘게 같은 책으로 해서 아예 달달 외워서 준비라곤 하나도 안하는 경우도 있고, 보직교수가 되어서 보직 근무시간을 강의시간으로 쳐줘서 일주일에 3시간에서 6시간만 강의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 배의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원생도 지도 해야 하고 (얼마나 성실히 지도하느냐는 다른 문제고...), 학생지도도 해야 합니다.

심심해서 잠시 찾아보니 규정에는 평균 9시간 정도인 것 같네요. 주 18시간은 제가 생각해도 극악하지만, 9시간이면 수업 3개 정도니.. 그럭저럭이라고 할 만 할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수업하는건 아니지만... -_-) 직위에 따라서 수업 시간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고, 안식년(연구년) 제도 같은 것도 있으니 숨은 돌리실 수 있을 듯. :)
Quote:
다시 말하면 강의가 너무 많고, 너무 잔무가 많습니다. 물론, 교수가 강의 없는 날 안나와도 뭐라고 하는 경우 없고, 강의 끝나면 집에 가도 터치할 사람은 없지만요.

(잡무는 대학원생들이 더(?) 많이 하지 않나요? 농담입니다. :)) 잡무가 많은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강의가 너무 많다는 것은 시각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연구 > 교육"의 부등식을 인정하시는 말씀 같습니다. 저는 "연구 == 교육"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현재 교육이 ((평균적인) 교수님들의)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씀드린 겁니다.
Quote:
그런데, 제가 물리학과를 다닌 경험으로 보면 찾아오는 사람들 50% 이상은 "영구기관" 이라든가 "열역학 법칙 깼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라든가 "상온 핵융합을 실험할 수 있다." 라는 경우 입니다. 그 외에는 "빛보다 빠른 물질이 있다." 라든가.. 하면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요. 물론, 근거를 가지고 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종이 몇장과 끈질김을 가지고 오지요. 대부분 대학원생들이 교수 연구실에서 끌어내야 하는 경우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친절하게 응대하며 시간 낭비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은 내쫓으세요. :evil:

단지 교수님께서 여유가 없어서 친절하지 못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때, (자기 이론을 우기려는 사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하지 않으시는 것은 연구를 주업무로 생각하고 교육은 부차적인 일로 생각하시기 때문은 아닐까요? 혹시 전공 학생에게는 1분 동안만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을 타과생에게는 10분간 설명해야하기 때문에 싫어하시는 것은 아닐까요?

어느 동영상에 파인만 교수가 칼텍에서 강의하는 장면의 일부가 있었습니다. 자유낙하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파인만 교수가 직접 테이블 위에서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내용은 원숭이 인형을 매달아놓고 장난감 활로 조준을 한 후, 인형을 떨어뜨리는 것과 동시에 화살을 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잔인했죠. :twisted: ) 특별할 것도 없는 실험이었고, 장비도 매우 간단했습니다. 그런데 파인만 교수가 고등학교도 아닌 칼텍에서 왜 그런 실험을 보여줬을까요? 그건 학생들이 좀 더 재미있으면서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비교하면 국내 대학의 강의는 하던대로 하는 강의가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대학을 돌아다니며 수업을 들은 건 아니므로..) 쉬우면서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아직은 일부의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논문 스킬을 연구하는 만큼 교육하는 스킬도 연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교수 평가에서 얼마나 잘 교육하였는가 하는 부분이 적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만큼 논문에 집중하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일부러 나쁜 평가를 받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요.

CN wrote: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 대학은 지나치게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강의를 하는 교수가 맏는 강의도 지나치게 많고 강의를 하지 않는 교수들은 거의 없습니다.

지적한 문제는 오히려 교수 수를 늘리고 강의 배정을 줄이고 순수 연구 교수를 많이 배정할때 해결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혹은 강의 전담 교수의 수를 늘리면 자연히 연구 전담 교수의 수도 늘고,
각자의 전문화 같은 것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앞의 글들을 읽다보니, 연구실 생활을 해 본 사람과 아직 학부생인 사람의 경험 차이에서 오는 시각 차이도 있는 것 같네요. 이 쓰레드와는 별개의 내용이라도 연구실 생활 또는 '대학원생이 본 교수님' 같은 얘기도 듣고 싶네요. :)

warpdory의 이미지

kane wrote:
(잡무는 대학원생들이 더(?) 많이 하지 않나요? 농담입니다. :)) 잡무가 많은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강의가 너무 많다는 것은 시각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연구 > 교육"의 부등식을 인정하시는 말씀 같습니다. 저는 "연구 == 교육"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현재 교육이 ((평균적인) 교수님들의)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씀드린 겁니다.

제 관점에서는 연구 >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대학에서는 학부 저학년 강의의 경우 강의 전담 교수를 두어서 연구보다는 강의에 전념하게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강의 전담 교수도 과제에 공동 연구자로 투입 되어서 같이 연구활동을 진행하기는 합니다.)
말 그대로 9 시간은 강의일 뿐, 보직 교수가 아닌 이상(보직 교수는 솔직한 심정으로 아예 강의를 안하게 하든지 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의 중간 중간 시도 때도 없이 교수를 찾아오지를 않나, 결재 맡아야 한다고 핸드폰을 때리질 않나.. 등등...) 9시간에서 플러스가 됩니다. 만일 같은 학과에서 보직교수가 나오면 결국 그 교수의 강의 시간은 다른 교수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더 많아지면 많아지지요.

kane wrote:
단지 교수님께서 여유가 없어서 친절하지 못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때, (자기 이론을 우기려는 사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하지 않으시는 것은 연구를 주업무로 생각하고 교육은 부차적인 일로 생각하시기 때문은 아닐까요? 혹시 전공 학생에게는 1분 동안만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을 타과생에게는 10분간 설명해야하기 때문에 싫어하시는 것은 아닐까요?

시간이라는 문제만 놓고 본다면 전공 학생은 일단 '이 녀석이 어느정도 기반이 있겠구나.' 라는 감이 있기 때문에 설명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서 전자과에서 물리과에 찾아와서 '양자역학의 터널링 현상이 뭔가요 ?' 라고 묻는다면 ... 1 분이 걸릴지 10 분이 걸릴지 한달이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 실제로 많이들 찾아 옵니다. 그리고, 그게 한번에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교수님들은 자세히 설명하지만, 어쩌다가 한두번 바쁘다고 또는 시간이 없다고 하면 그' 교수 성질 드럽더라.' 라는 식의 소문이 바로 납니다. 그래서 제가 본 것은 아예 교수 연구실 앞에다가 타임 테이블 붙여 놓고 학생면담시간 을 따로 빼두는 것이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다보니 연구든 강의준비든 제대로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아예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보통 그 시간대를 알아보고 찾아가서 질문하면 친절히 대답해 주실 겁니다. 물론, 친절하게 느끼느냐, 깐깐하다고 느끼느냐는 개인의 관점에 따라서 다르겠지요.

kane wrote:
어느 동영상에 파인만 교수가 칼텍에서 강의하는 장면의 일부가 있었습니다. 자유낙하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파인만 교수가 직접 테이블 위에서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내용은 원숭이 인형을 매달아놓고 장난감 활로 조준을 한 후, 인형을 떨어뜨리는 것과 동시에 화살을 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잔인했죠. :twisted: ) 특별할 것도 없는 실험이었고, 장비도 매우 간단했습니다. 그런데 파인만 교수가 고등학교도 아닌 칼텍에서 왜 그런 실험을 보여줬을까요? 그건 학생들이 좀 더 재미있으면서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비교하면 국내 대학의 강의는 하던대로 하는 강의가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대학을 돌아다니며 수업을 들은 건 아니므로..) 쉬우면서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아직은 일부의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논문 스킬을 연구하는 만큼 교육하는 스킬도 연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교수 평가에서 얼마나 잘 교육하였는가 하는 부분이 적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만큼 논문에 집중하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일부러 나쁜 평가를 받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요.

http://www.ddanzi.com/new_ddanzi/178/178cl_043.asp
여기 두번째 문단쯤을 보면 '원숭이 쏘기' 문제에 대해서 나옵니다. 물리쪽에서는 꽤 유명한 문제입니다. (거의 모든 일반 물리학 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난다긴다 하는 학생들이 가는 포항공대에서도 저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 많습니다.(사실 중력이라는 것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복잡한 문제는 아닙니다.)그런데, 왜 칼텍에서 간단한 실험을, 그것도 파인만이 했을까... 를 뒤돌아보면, 파인만의 강의는 그 유명한 '파인만의 물리학 노트' 에 나오는 약 3년동안의 강의를 빼면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 파인만의 전공분야인 QED 자체가 워낙 난해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그리고, 그 강의를 하게 된 이유는 칼텍의 학생들이 물리학을 지루하게 생각해서 칼텍 교수들이 회의하다가 그러면 유명한 파인만에게 맡기자... 라고 해서 파인만이 거의 떠 맡다 시피해서 진행한 강의입니다. 물론, 강의 자체는 꽤 성공적이고, 지금도 물리학 강의의 표본이라고 여겨집니다만, 그런 뒷배경도 있습니다. 이런 건 나중에 시간 나면 얘기하고...
하던 대로 강의하는 교수도 많습니다. 하지만, 젊은 교수님들은 이제 그런 관습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습니다. 직접 액체질소속에 손을 담그기도 하고(손만 깨끗하고 손톱이 특별히 길거나 깨지지 않았다면 4,5 초 정도는 별 문제 없습니다. 저도 실험실에 학부생들 오면 가끔 해봤던 장난입니다. 손만 알콜로 잘 씻고 하면 동상위험 없습니다.), 학교 로비에 푸코 진자를 달아두기도 합니다.(제가 다니던 학교에서도 달아 놨었는데, 술 먹은 학생이 부딪혀서 병원에 실려간 뒤에 떼어냈습니다.) CCD 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서 직접 웹캠을 뜯기도 합니다.(CCD 원리는 알고 보면 꽤 쉽습니다.)

CN wrote: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 대학은 지나치게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강의를 하는 교수가 맏는 강의도 지나치게 많고 강의를 하지 않는 교수들은 거의 없습니다.

지적한 문제는 오히려 교수 수를 늘리고 강의 배정을 줄이고 순수 연구 교수를 많이 배정할때 해결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이것에 동의 합니다. 교수 수를 늘리고 강의 배정 줄이고, 3년짜리 단기 과제 말고 기초에 충실할 수 있는 장기 과제를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질 못하니깐 문제가 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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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

sargas의 이미지

우선 좋은 글에 감사드리고
저와 어느정도(?)비슷한 생각을 갖은분 같아 반갑습니다.

지금은 컴퓨터소프트웨어를 전공하고 있지만,
졸업 후 진로는 영업과 마케팅쪽에 두고 있습니다.

IT제품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양쪽으로 모두 이해해야
이쪽에서 사업하는데 유리하리라 생각했기때문에
어느정도 개발자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
(영업과 마케팅을 포함한 유통이라던지 경영 등등..)를 병행하다
최종적으론 개인사업을 하려합니다.

하이브리드 식으로 경험을 쌓은 이가 있어야
각분야의 전문가들을 한군데로 응집시켜
무언가를 터트릴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creativeidler의 이미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오가는군요. 전 교수들이 강의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반대입니다만, 그렇다고 연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역시 반대입니다. 제 생각에 이 문제는 교수들의 저술로 풀어가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우리 나라 공대 교수들은 강의 교재 따로 강의 따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원서 하나 교재로 지정해두고 실재 수업은 자신이 요약한 PPT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죠. 전 그럴 시간에 우리 나라 교수들도 기본서를 좀 집필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원서를 교재로 지정해놓고 수업에서는 거의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책은 책대로 ㅤㅆㅓㄲ어가고-_- 수업 한 번 빠지면 쫓아가기 어렵고 교수는 교수대로 강의 자료 준비해야하고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죠.

만약 국내 교수진이 기본 교재들을 충실하게 집필해둔다면 이런 고민들을 싸그리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원서 읽는 것도 필요합니다만 현실적으로 원서가 공대생들에게 커다란 장애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실제로 한국 대학생의 평균 원서 읽는 속도는 원어민의 6분의 1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가 한 권 읽을 동안 미국 대학생은 6권을 읽을 수 있다는 얘기죠. 뭔가 억울하지 않습니까?

물론 단기적으로는 교수의 업무량이 더 늘어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강의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학생들도 공부하기 쉬워지고 비전공자들에의 지식 확산도 좋아집니다. 하지만 국내 교수진들은 논문 집필에만 관심이 있고 교재 집필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sDH8988L의 이미지

저는 지금 미국의 한 공대에서 Computer Engineering을 전공하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도 역시 아무 수업이나 들어도 됩니다. 머라하는 사람 없죠.

다만, 제 전공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전공만 하기에도 바빠 죽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고른 과목과 교수가 추천하는 전공 관련 과목만 무려 10개가 넘습니다.

한 학기에 보통 1-2과목 듣는다고 하면, 빨라도 3년 천천히 들으면 5년이 걸립니다. 물론, 1-2과목듣는거는 너무 널널한 거 아니냐 하시겠지만, 보통 Computer Engineering의 한 과목에는 Term Project가 따라 붙고 수시로 숙제도 엄청 많기 때문에 그리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교수랑 같이 일하면, Research에 대한 부담도 상당합니다. 교수가 얘기하기로는 가을학기에는 아예 수업듣지 마라 할 정도니까요.

Hybrid하게 들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버리잖아요.
머. 제가 지금 전공하는 Computer Architecture를 위해서 Compiler나 OS를 하는 것은 Hybrid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상당한 연관이 있으니까요. 제가 Computer Architecture를 하면서 Solid를 한다면 Hybrid가 될까요?

kane의 이미지

warpdory wrote:
제 관점에서는 연구 >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스개 소리로 요즘 물리학과 대학원생이 뉴튼보다도 많이 알거라고 하지 않습니까. 현대에는 이미 깊이 있는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져서 그것을 따라잡는 것만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과 노력을 절감하는 방법이 효율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20년동안 배워야 할 것을 19년만에 익히고 1년이라도 빨리 첨단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면, 물론 그만큼 교수님들의 시간을 뺐어야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이득이지 않을까요. 후학을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같이 연구를 한다'라는 것도 후학 양성에 좋은 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연구를 교수님이 리드해주는 것도 교육의 범주에 포함시켜서 생각하겠습니다.)
warpdory wrote:
말 그대로 9 시간은 강의일 뿐, 보직 교수가 아닌 이상(보직 교수는 솔직한 심정으로 아예 강의를 안하게 하든지 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의 중간 중간 시도 때도 없이 교수를 찾아오지를 않나, 결재 맡아야 한다고 핸드폰을 때리질 않나.. 등등...) 9시간에서 플러스가 됩니다.

제가 9시간이라고 말한 것은 대학 규정집에 규정된 시간이 평균적으로 그렇더라라는 뜻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한 교수님이 맡는 강의 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는 것은, 대학 당국이 질 좋은 교육보다 경제적인 교육을 추구하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대학 측의 보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잡무에 시달리는 일도 생기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마인드의 변화없이 강의 시간만 줄인다고 강의 내용이나 교습 방법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미 개선하고자 하시는데 강의 시간이 많은 것 때문에 못하고 계신다면 강의 시간을 줄이는데 찬성합니다. 단지, 제가 아직 그런 의견을 들어본 적이 많지 않아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것입니다. 강의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하면 강의를 적게하고 연구에 더 몰두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리거든요.
warpdory wrote:
kane wrote:
단지 교수님께서 여유가 없어서 친절하지 못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때, (자기 이론을 우기려는 사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하지 않으시는 것은 연구를 주업무로 생각하고 교육은 부차적인 일로 생각하시기 때문은 아닐까요? 혹시 전공 학생에게는 1분 동안만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을 타과생에게는 10분간 설명해야하기 때문에 싫어하시는 것은 아닐까요?

시간이라는 문제만 놓고 본다면 전공 학생은 일단 '이 녀석이 어느정도 기반이 있겠구나.' 라는 감이 있기 때문에 설명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서 전자과에서 물리과에 찾아와서 '양자역학의 터널링 현상이 뭔가요 ?' 라고 묻는다면 ... 1 분이 걸릴지 10 분이 걸릴지 한달이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 실제로 많이들 찾아 옵니다. 그리고, 그게 한번에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교수님들은 자세히 설명하지만, 어쩌다가 한두번 바쁘다고 또는 시간이 없다고 하면 그' 교수 성질 드럽더라.' 라는 식의 소문이 바로 납니다. 그래서 제가 본 것은 아예 교수 연구실 앞에다가 타임 테이블 붙여 놓고 학생면담시간 을 따로 빼두는 것이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다보니 연구든 강의준비든 제대로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아예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보통 그 시간대를 알아보고 찾아가서 질문하면 친절히 대답해 주실 겁니다. 물론, 친절하게 느끼느냐, 깐깐하다고 느끼느냐는 개인의 관점에 따라서 다르겠지요.

교수님 개개인의 성향이 친절하냐 깐깐하냐 하는 얘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도 교수님들께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성실히 대해주시고, 친근하고 재미있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조교님들도 좋아하는 편이지요. ;)) 단지 처음 글을 올리신 icanfly님께서 '1학기에는 그래도 다른과 놈이 수업들으러 가는데 한번 문의라도 해야되지 않나 싶어서 전자과에 DSP수업을 듣기위해 교수를 찾아갔더니..."니가 내 수업을 듣는건 미대생이 내수업을 듣는것과 진배없다." 라고 문전박대를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그냥 이야기안하고 막들어갔지만....'라고 하셔서, 강의에 타과생이 들어오는 걸 썩 달가와하지 않는 이유가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저도 교수님들이 연구 활동, 강의 및 강의 준비 외의 일로 원치 않게 시간을 빼앗기는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위와 같은 경우라면 전자과 학생이 잘못한 것 같군요. 찾아뵙기 전에 미리 이메일이나 전화 등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시간 약속을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전자과 학생 나빠요. :twisted: )
하지만 만약 타과생을 싫어하는 이유가 설명하기 어렵고 이해시키기 어려워서라면 소극적인 것 아닐까요.
warpdory wrote:
kane wrote:
어느 동영상에 파인만 교수가 칼텍에서 강의하는 장면의 일부가 있었습니다. 자유낙하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파인만 교수가 직접 테이블 위에서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내용은 원숭이 인형을 매달아놓고 장난감 활로 조준을 한 후, 인형을 떨어뜨리는 것과 동시에 화살을 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잔인했죠. :twisted: ) 특별할 것도 없는 실험이었고, 장비도 매우 간단했습니다. 그런데 파인만 교수가 고등학교도 아닌 칼텍에서 왜 그런 실험을 보여줬을까요? 그건 학생들이 좀 더 재미있으면서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비교하면 국내 대학의 강의는 하던대로 하는 강의가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대학을 돌아다니며 수업을 들은 건 아니므로..) 쉬우면서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아직은 일부의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논문 스킬을 연구하는 만큼 교육하는 스킬도 연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교수 평가에서 얼마나 잘 교육하였는가 하는 부분이 적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만큼 논문에 집중하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일부러 나쁜 평가를 받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요.

http://www.ddanzi.com/new_ddanzi/178/178cl_043.asp
여기 두번째 문단쯤을 보면 '원숭이 쏘기' 문제에 대해서 나옵니다. 물리쪽에서는 꽤 유명한 문제입니다. (거의 모든 일반 물리학 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난다긴다 하는 학생들이 가는 포항공대에서도 저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 많습니다.(사실 중력이라는 것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복잡한 문제는 아닙니다.)그런데, 왜 칼텍에서 간단한 실험을, 그것도 파인만이 했을까... 를 뒤돌아보면, 파인만의 강의는 그 유명한 '파인만의 물리학 노트' 에 나오는 약 3년동안의 강의를 빼면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 파인만의 전공분야인 QED 자체가 워낙 난해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그리고, 그 강의를 하게 된 이유는 칼텍의 학생들이 물리학을 지루하게 생각해서 칼텍 교수들이 회의하다가 그러면 유명한 파인만에게 맡기자... 라고 해서 파인만이 거의 떠 맡다 시피해서 진행한 강의입니다. 물론, 강의 자체는 꽤 성공적이고, 지금도 물리학 강의의 표본이라고 여겨집니다만, 그런 뒷배경도 있습니다. 이런 건 나중에 시간 나면 얘기하고...

파이만 아저씨 얘기를 좀 만 더 하자면...
파인만이 추구했던 것 중 하나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요'라는 책에서 읽은 듯 합니다. 지금은 그 책이 없어서...) 파인만은 듣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면 자기가 충분히 잘 알지 못해서 설명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실제로 모든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는 설명 방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겠지만 (존재한다면 효율 100%인 엔진을 만들었다며 찾아오는 사람은 없겠죠. :D) 그 마음가짐만은 배울만 한 것 같습니다.
warpdory wrote:
하던 대로 강의하는 교수도 많습니다. 하지만, 젊은 교수님들은 이제 그런 관습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습니다. 직접 액체질소속에 손을 담그기도 하고(손만 깨끗하고 손톱이 특별히 길거나 깨지지 않았다면 4,5 초 정도는 별 문제 없습니다. 저도 실험실에 학부생들 오면 가끔 해봤던 장난입니다. 손만 알콜로 잘 씻고 하면 동상위험 없습니다.), 학교 로비에 푸코 진자를 달아두기도 합니다.(제가 다니던 학교에서도 달아 놨었는데, 술 먹은 학생이 부딪혀서 병원에 실려간 뒤에 떼어냈습니다.) CCD 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서 직접 웹캠을 뜯기도 합니다.(CCD 원리는 알고 보면 꽤 쉽습니다.)

저도 그런 장난해보고 싶네요. 재밌을 것 같습니다. :)
단순히 제가 그런 수업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인지 몰라도 자연대 교수님들이 공대 교수님들보다 더 '오픈 마인드'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들은 얘기는 공학 수학 시간에 테일러 전개(였나?)의 증명을 물어봤더니, "그런 건 우리 관심사가 아니니까 그냥 외워라. 우린 자연대에서 증명해놓은 걸 가져다 응용하는게 목적이다."라고 하더라 같은 얘기들이라...
warpdory wrote:
CN wrote: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 대학은 지나치게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강의를 하는 교수가 맏는 강의도 지나치게 많고 강의를 하지 않는 교수들은 거의 없습니다.

지적한 문제는 오히려 교수 수를 늘리고 강의 배정을 줄이고 순수 연구 교수를 많이 배정할때 해결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이것에 동의 합니다. 교수 수를 늘리고 강의 배정 줄이고, 3년짜리 단기 과제 말고 기초에 충실할 수 있는 장기 과제를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질 못하니깐 문제가 되는 거지요.


공대에서는 3년도 긴 시간 인건지...
전에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우리나라 대학에서 OS를 못만드는 이유가 몇년간 코딩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서라고 하시더군요. 그냥 머리로만 생각해서 쓰면 일년에 몇편씩도 쓸 수 있는데 OS를 만들려면 몇년간 고생해서 한편의 논문이 완성된다는 것이죠. 외국에서는 그런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 가산점을 줘서 여러 편의 논문과 동등하게 평가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게 없다더군요. 논문 숫자는 맞춰야하니 결국 머리로 생각한 논문만 계속 쓰게 되는거죠. 실제로 OS도 만들어보고 해야 새로운 연구거리도 생기고 좋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kane의 이미지

creativeidler wrote: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오가는군요. 전 교수들이 강의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반대입니다만, 그렇다고 연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역시 반대입니다. 제 생각에 이 문제는 교수들의 저술로 풀어가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우리 나라 공대 교수들은 강의 교재 따로 강의 따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원서 하나 교재로 지정해두고 실재 수업은 자신이 요약한 PPT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죠. 전 그럴 시간에 우리 나라 교수들도 기본서를 좀 집필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원서를 교재로 지정해놓고 수업에서는 거의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책은 책대로 ㅤㅆㅓㄲ어가고-_- 수업 한 번 빠지면 쫓아가기 어렵고 교수는 교수대로 강의 자료 준비해야하고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죠.

만약 국내 교수진이 기본 교재들을 충실하게 집필해둔다면 이런 고민들을 싸그리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원서 읽는 것도 필요합니다만 현실적으로 원서가 공대생들에게 커다란 장애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실제로 한국 대학생의 평균 원서 읽는 속도는 원어민의 6분의 1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가 한 권 읽을 동안 미국 대학생은 6권을 읽을 수 있다는 얘기죠. 뭔가 억울하지 않습니까?

물론 단기적으로는 교수의 업무량이 더 늘어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강의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학생들도 공부하기 쉬워지고 비전공자들에의 지식 확산도 좋아집니다. 하지만 국내 교수진들은 논문 집필에만 관심이 있고 교재 집필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책장을 보니 교재 집필 시도의 결과물들이 몇 보이네요. 전부 저희 학교에서 수업 교재로 사용했던 책이긴 합니다만 아직은 할 일이 더 많아 보입니다.
'전산학 개론'은 정말 개론이지요. 수업 시간 외에는 펴본 기억이 없습니다.
'새대학 물리'는 절반의 성공이랄까요. 시도도 좋았고 다른 몇몇 대학에서도 교재로 사용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습니다만, 순우리말 용어가 너무 생소해서 오히려 읽기 어려웠던 책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가장 성공적인 책은 '김홍종, 미적분학, 서울대학교출판부'입니다. (요새는 I, II로 나눠서 나오죠) 내용은 머리가 나빠서 이해를 못하고 있지만, 책 자체는 잘 쓰여졌고 공을 많이 들였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머리말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군요.
김홍종, 미적분학, 서울대학교출판부 머리말 중에서 wrote:
미적분학이 서울대학교에서 가르쳐지기 시작한 것은 벌써 50 여년이 되었다. 1988년에는 당시 수학과 학과장이시던 박세희 교수의 권유로, 고영소, 김도한, 김홍종의 微積分學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고, 그것은 1990년부터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교재는 대학 출판부의 낙후한 인쇄 기술과 참신한 내용의 결여로, 좋은 책이 되지 못하였다. 이 책에 대한 여러가지 개선될 점들이 지적되었지만, 새로운 작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처럼, 쉽지 않았다. "좋고 값비싼 외국교재를 수입하여 쓰면 될 걸 교재 개발에 수년간 헌신할 필요가 무엇인가?"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미적분학에서 어떠한 것을 가르쳐야 하는가?"는 사람과 전공에 따라 다소 다른 견해가 있다 어떤 이는 epsilon-delta나 무한소의 개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또 어떤 이는 "추상 벡터공간"과 "미분 형식"을 많이 다루는 것이 좋다고 느끼며, 간단한 미분방정식 이론을 다루거나, 컴퓨터와 관련지어 교육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미적분학의 응용에 관하여 더 많이 취급하여야 하고, 연습문제가 더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두 "수학 시간이 즐거워야 되고, 수학을 공부하고 나서 그것이 유익하고 쓸모 있게 느껴져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것 같다.
넓게 보면, 수학은 나라의 앞날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학문이므로, 그것을 잘 가르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젊은 교수들이 첨단 학문 연구에 몰두하지 못하고, 교재 개발이나 여러가지 잡일에 시간을 한없이 빼앗낀다면 그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곳곳에 "엉터리"들이 판치고 궤변이 난무하는 시기에 놓여 있다. 저자의 바람이 있다면, "미적분학"을 접한 이들이 이러한 것들에 현혹되지 말고, "건전하고 정직한 사회"를 만드는데 크게 이바지하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1999년 판이군요.)
warpdory의 이미지

kane wrote:
warpdory wrote:
제 관점에서는 연구 >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스개 소리로 요즘 물리학과 대학원생이 뉴튼보다도 많이 알거라고 하지 않습니까. 현대에는 이미 깊이 있는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져서 그것을 따라잡는 것만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과 노력을 절감하는 방법이 효율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20년동안 배워야 할 것을 19년만에 익히고 1년이라도 빨리 첨단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면, 물론 그만큼 교수님들의 시간을 뺐어야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이득이지 않을까요. 후학을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같이 연구를 한다'라는 것도 후학 양성에 좋은 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연구를 교수님이 리드해주는 것도 교육의 범주에 포함시켜서 생각하겠습니다.)

뉴튼보다 아는 지식의 양은 많겠지만, 그 지식의 깊이는 뉴튼에 비해서 그다지 깊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즉, 많은 경우 교육의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순 암기 내지는 단순 이해 정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뉴튼의 삼법칙이 뭐냐 물으면 줄줄 뱉어내지만 정작 관성이 뭐냐고 물으면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저도 그렇습니다만, 사실 이게 문젭니다. 당장 시험이 급하다보니 내용에 대한 이해보다는 성적에 급급해서 무조건 외는 거죠.)
연구를 교수님이 리드하는 것도 교육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겠지만, 저는 연구에 포함시키겠습니다.
탈무드에 나온 말에 비유하자면, 교육은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고(학원 등에서 암기시키는 것은 낚은 고기 먹여주는 겁니다만...), 연구를 하는 것은 고기를 직접 낚게 하는 겁니다. 학부과정에서는 대개 낚는 법을 가르쳐주고, 대학원에서 직접 낚아보게 하고 그 과정에서 미끼 꿰는 법, 찌 보는 법 등을 가르치는 거지요. 물론, 이것도 교육이라면 교육이겠지만, 단순히 칠판에 쭉쭉 쓰고 학생은 받아쓰고, 프린트물 들고 가고... 이런 것과는 다릅니다. 하다못해 진공챔버라도 나사 조이는 방법부터 다시 다 배워야 합니다.(일반 나사 조이듯이 조이다간 혼납니다.) 같이 나사를 조였는데도 박사과정이 조인 것과 학부에서 막 대학원에 들어온 학생이 조인 것은 겉으로 봐도 티 납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저런 자잘한 것들이 실험과정에서는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되지요.(진공 안 뽑히면 실험 못합니다.)

kane wrote:
제가 9시간이라고 말한 것은 대학 규정집에 규정된 시간이 평균적으로 그렇더라라는 뜻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한 교수님이 맡는 강의 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는 것은, 대학 당국이 질 좋은 교육보다 경제적인 교육을 추구하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대학 측의 보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잡무에 시달리는 일도 생기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마인드의 변화없이 강의 시간만 줄인다고 강의 내용이나 교습 방법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미 개선하고자 하시는데 강의 시간이 많은 것 때문에 못하고 계신다면 강의 시간을 줄이는데 찬성합니다. 단지, 제가 아직 그런 의견을 들어본 적이 많지 않아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것입니다. 강의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하면 강의를 적게하고 연구에 더 몰두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리거든요.

단순히 강의시간 줄이고 연구 많이 하자.. 이런 건 아닙니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하자는 얘기지요. (강의를 부실하게 하자 이런 건 아닙니다.) 실험실에 한 10년 좀 넘게 있었는데(학부 1 학년때부터 실험실에 있었습니다.), 의외로 교수님들의 잡무가 많습니다. 물론, 레포트 가채점 이런 거야 조교가 하지만, 그 외에도 할 게 정말 많더군요. 무슨 회의에 등등... 이런 것들까지 모두 어떻게든 처리 되어야 합니다. 하다못해 신임교수 뽑을 때 교수 연구실 위치를 어디로 정할 거냐 라는 주제로 일주일 넘게 회의를 하는 것도 본 적 있습니다. 이런 건 교수 회의에서 결정되는 것보다는 학교에서 행정쪽에서 다 결정 되어야 할 사항임에도 떠 넘기는 거지요. 결국 ... 피해는 교수/학생이 받게 됩니다. - 실제로 이거 환장합니다. 한 예를 들자면 약 3 억짜리 장비가 들어온 적이 있는데, 1 층에서 2 층으로 운반하는 데 드는 80만원 돈을 어디서 낼 것이냐(즉, 장비 구입자냐, 학교냐, 아니면 반반이냐, 제 3 자냐 등등)를 가지고 2 년 넘게 싸우더군요. 결국 2 년뒤에 A/S 기간은 끝나고 겨우 겨우 어찌 어찌 2 층으로 올려서 설치한 적 있습니다. 그때 어쩌다가 그 장비 이동에 관여하게 되었는데, 양쪽에서 욕 먹고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kane wrote:
저도 교수님들이 연구 활동, 강의 및 강의 준비 외의 일로 원치 않게 시간을 빼앗기는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위와 같은 경우라면 전자과 학생이 잘못한 것 같군요. 찾아뵙기 전에 미리 이메일이나 전화 등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시간 약속을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전자과 학생 나빠요. :twisted: )
하지만 만약 타과생을 싫어하는 이유가 설명하기 어렵고 이해시키기 어려워서라면 소극적인 것 아닐까요.

그런데, 대부분 그냥 불쑥 찾아 옵니다. 미리 전화를 한다거나 하는 경우는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영구기관' 만들었다는 사람도 한학기에 한두번은 불쑥 찾아옵니다. 그리고 사실 가장 귀찮게 하는 게 외판원과 보험아줌마들입니다. 뭔 책 사라는 사람들은 그리 많은지.. 그런데, 그 사람들이 많은 경우 학생으로 위장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휴학생들이 피라미드에 걸려서 그러는 학생들 많습니다. 휴학하고선 학교로 찾아와서 교수한테 하나만 사달라고 생떼 쓰는 겁니다.)
타과생을 설명하기 어렵거나 이해시키기 어려워서라기보다는 기초 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설명을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면 질문에 답하는 대신에 책 몇권 알려주겠습니다.

kane wrote:
파이만 아저씨 얘기를 좀 만 더 하자면...
파인만이 추구했던 것 중 하나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요'라는 책에서 읽은 듯 합니다. 지금은 그 책이 없어서...) 파인만은 듣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면 자기가 충분히 잘 알지 못해서 설명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실제로 모든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는 설명 방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겠지만 (존재한다면 효율 100%인 엔진을 만들었다며 찾아오는 사람은 없겠죠. :D) 그 마음가짐만은 배울만 한 것 같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책을 봐도 뒷부분으로 가면 물리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이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저도 물리학과 다녔지만, 그 책의 뒤쪽의 양자역학부분은 이해하는데, 2학년 후반기쯤 되어서 였습니다. 실제로 파인만 책들은 어려움의 극치를 달립니다.(물론, 일반인을 상대로 쓴 책도 있지만, 전공책을 얘기하는 겁니다.) 물론, 그 분야 자체가 워낙 난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물론, 그 마음가짐은 배울만하지만, 모든 교수가 파인만 만큼 천재는 아니거든요 (솔직히 제가 보는 관점에서 교수는 자기분야에서는 천재겠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바보가 많습니다.)

kane wrote:
저도 그런 장난해보고 싶네요. 재밌을 것 같습니다. :)
단순히 제가 그런 수업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인지 몰라도 자연대 교수님들이 공대 교수님들보다 더 '오픈 마인드'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들은 얘기는 공학 수학 시간에 테일러 전개(였나?)의 증명을 물어봤더니, "그런 건 우리 관심사가 아니니까 그냥 외워라. 우린 자연대에서 증명해놓은 걸 가져다 응용하는게 목적이다."라고 하더라 같은 얘기들이라...

그 교수님 말씀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저도 문제 풀 때 수식 나오면 적분 테이블 보고, 수리물리학 책 보고 수식 따라가서 풉니다. 그걸 증명하는 건 이미 수학자들이 해 놓은 거고, 제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런 증명은 학부 1,2 학년때까지 배운 거면 어느정도 충분하다고 봅니다.(경로적분이라든가... 이런 새로운 개념은 그때 가서 다시 공부를 해야겠지만....) 마찬가지로 공대라면 자연대 쪽에서 해놓은 거 가져다가 응용분야에 적용시키는 거니깐 그 교수님이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저라면 '그 증명 하려면 시간이 모자라니깐 수학과에 가서 물아봐라.' 또는 '공업수학 책에 안나오나 ?; 라는 식으로 돌려서 말했을 것 같군요.

kane wrote:
공대에서는 3년도 긴 시간 인건지...
전에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우리나라 대학에서 OS를 못만드는 이유가 몇년간 코딩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서라고 하시더군요. 그냥 머리로만 생각해서 쓰면 일년에 몇편씩도 쓸 수 있는데 OS를 만들려면 몇년간 고생해서 한편의 논문이 완성된다는 것이죠. 외국에서는 그런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 가산점을 줘서 여러 편의 논문과 동등하게 평가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게 없다더군요. 논문 숫자는 맞춰야하니 결국 머리로 생각한 논문만 계속 쓰게 되는거죠. 실제로 OS도 만들어보고 해야 새로운 연구거리도 생기고 좋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실제로 3년짜리 과제라도 1 년짜리 과제와 별 차이 없습니다. 매년 7,8 월이면 보고서 작성해서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결과 기다려서 9월 중순에서 10월 초에 과제 연장한다는 얘기 나오면 한숨 돌리고 다시 시작합니다. 가끔 예산 문제 등으로 과제가 중간에 없어지면 붕 떠버립니다. 게다가 ... 과제 진행하다보면 실제로 과제에 집중하기 보다 영수증 처리에 더 머리 아플 때가 많습니다. 히유... 이런 거 신세한탄 적으려면 책을 써도 모자랄 지경일 겁니다. (아마 대부분의 대학원을 거치신 분들이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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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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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원 글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빠지는 것 같습니다.
당위명제 (~해야한다)를 배제하고 토의를 해 가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많은 flame war의 경우 (근거가 부족한) 당위명제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니...)

학문에서의 hybrid 그 자체가 좋다/나쁘다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hybrid가 배척받는다고 느껴지는 대부분의 경우는 어느 분야에도 (필요한 정도의) 전문성이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배척받는게 부당하다고 느끼신다면 (어느 한 분야만이라도 좋으니) 인정(?)받는 결과를 내시면 됩니다. (박사과정 쯤 되시면 '결과'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실 겁니다.) 그 순간 님은 대가의 반열에 오르실 겁니다.

사실 대가들은 hybrid를 하라고 조장합니다. 실제로 그래서 대가가 된 사람도 많고요. 그렇지만, 실제로 해 보면 이게 보통 일이 아님을 느끼게 됩니다. 제 경우 "세상에는 정말 잘난 놈들 많구나"라는 한숨밖에 안 나오더군요.

대부분의 실험실에도 꼭 실험실에서 하는 거 안하고 딴 거 하겠다는 학생들 있습니다. 저 자신도 그랬고, 몇 년 지나서 정신차렸습니다. 그래도 정신 못 차리는 사람들은 "나 hybrid한다. 대단하지? 인정해 줘."라는 식으로 이야기 합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수박 겉핥기 하고 있더군요. 결국 결과가 안 나와서 그만두고 맙니다.

제 의견을 간단히 말하자면... hybrid? 좋습니다! 하십시오! 그러나 결과를 내십시오. 그렇지만, hybrid 한다고 인정해 달라는 말씀은 마십시오. 과학은 정치가 아닙니다. hybrid로 (다른 학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새로운 사실을 찾아낼 수 없다면, hybrid라고 뭉뚱그린 그 작업은 의미가 있는 걸까요?

-산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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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ori wrote:

제 의견을 간단히 말하자면... hybrid? 좋습니다! 하십시오! 그러나 결과를 내십시오. 그렇지만, hybrid 한다고 인정해 달라는 말씀은 마십시오. 과학은 정치가 아닙니다. hybrid로 (다른 학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새로운 사실을 찾아낼 수 없다면, hybrid라고 뭉뚱그린 그 작업은 의미가 있는 걸까요?
-산오리

글 잘읽었습니다. 음..답변을 드리자면 전 하이브리드한 학문을 제대로 할줄 아는 사람도 아니고, 또한 그런 학문 영역에 있다고 인정해달라고 한적이 없습니다.

제가 말한것은 "대가" 수준에서 무언가를 대접받기 바란다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대가 들이야 당연히 그런 영역에 접근하게 됩니다. 공학은 수학이란 공통 분모로 묶여 있으므로 그럴수 밖에 없겠지요.

다만, 석사, 박사과정 "학생"이 그 분야에서 대단한 아웃풋을 내지 못했다고 해서 수업 상담을 하러 갔을때 문전박대 당해야 하는 이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학생은 나름의 이유로 그 수업에 대한 내용이 필요해서 찾아온 겁니다. 아울러, 그 수업을 못들어야 하는 이유도 없으며, 오히려 그런 부분에 대한 제도적인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 참 좋을텐데 라는 취지의 글이었을 뿐 입니다.

전자과에서 수업을 들으며 좀 모자란 점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심도있게 토의하면서 배워가는 과정을 거친 생물학과 학생이 칭찬 받기 위해서 전뇌를 만들어야 한다면 그건 너무 암울합니다.

글의 방향이 교수들에게 있어서 수업/연구 비중 이란 주제로 흘러가고 있었는데...저는 여기에 대해서는 별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말은 할 수 있을거같습니다.
수업 시간에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었다고 생각되는 학생 (윗 글처럼 영구기관이 왜 안되나요? 누가 만들었다고 하던데? 같은 식이면 곤란합니다. 단지 재미를 위해서 찾아간 수업이라도 최소한 학생으로써 성의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게 배우는사람의 도리입니다.
) 이 있다면, 그 학생의 질의를 모른척하거나 귀찮아 해서는 안됩니다. 아무리 힘들고 바쁜 프로젝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지식을 발굴하고 전파하도록 선택된 사람들의 사명과도 같습니다.

물론, 대놓고 안된다라고 말하는 교수들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긍정적입니다. 그덕분에 저도 수업을 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예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고체 역학을 잘 모릅니다. 알아야하지만, 별로 저와는 맞지않는지 잘 안되더군요. 하지만, 유한요소법에는 흥미가 있습니다. 단 구조해석을 위한 유한요소법이라기 보다는 미분방정식을 풀기 위한 수치해법으로써의 유한요소법을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유한요소법 교재는 처음부터 기초적인 고체역학 지식을 요구하고 수업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공업수학을 기본적으로 잘 다진 학생이라면, 고체역학을 모른다는 이유로 유한요소법 수업을 못들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제가 교재로 사용했던 텍사스 시리즈에 오덴이란 소위 말하는 대가가 그렇게 적어놨습니다. 그말에 용기를 얻어 수업을 들었고, 나름대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때 교수님께선 제가 고체역학을 잘몰라 ANSYS등을 잘 돌리지 못했지만, 싫은 소리 한번 안하셨습니다.

윗분 말씀이 다 맞습니다. 틀린 부분이 전혀 없죠. 그런 영역에 있으면서, 대단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한분야에서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낸 학자들보다 우수하다고 보지도 않고 그 이하라고 보지도 않습니다. 또한, 대가로써 인정받기위해서는 당연히 그에 준하는 결과를만들어야 합니다.

주변 분들께서 하이브리드한 영역에 있으며, 별다른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으스대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계셨나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걸로 으스대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며, 그 분들하곤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말로 제 변호 아닌 변호를 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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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기에는 힘든점이 많습니다.
일단 강의실이 비좁은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학교의 경우에는 그렇거든요.
기타 강의분위기를 흐린다던지...(고등학교 교실에 어른이 들어와있는
것과 똑같죠) 문제는 많습니다.

또한

hybrid 한 영역이 나쁜것은 아닙니다만...
물론 저도 추구하던 분야긴 하지만

전공하나 알기도 바쁜게 사실이라... 부질없는 짓이라고도 생각되더군요.
제대로 다안다면 좋지만... 그러한 선례가 부족한 관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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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pesoul wrote:
대학교육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기에는 힘든점이 많습니다.
일단 강의실이 비좁은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학교의 경우에는 그렇거든요.
기타 강의분위기를 흐린다던지...(고등학교 교실에 어른이 들어와있는
것과 똑같죠) 문제는 많습니다.

대학의 교과 과정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건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일반인도 들을 수 있는 공개 강좌를 따로 개설하면 될 겁니다. 실제로 공개 강좌를 개설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별로 활성화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니면 대학(원)에 등록하고 수업을 들어야겠죠.
dopesoul wrote:
hybrid 한 영역이 나쁜것은 아닙니다만...
물론 저도 추구하던 분야긴 하지만

전공하나 알기도 바쁜게 사실이라... 부질없는 짓이라고도 생각되더군요.
제대로 다안다면 좋지만... 그러한 선례가 부족한 관계로.


흠.. 어떤 경우라야 선례라고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수학 교수면서 TeX 시스템을 만들고 TAOCP를 쓰고 있는 Knuth 교수,
컴파일러, 데이타베이스, 운영체제 등 손 안대는 곳이 없어 보이는 Ullman 교수,
수학자이면서 글을 썼던 루이스 캐롤,
법률가이면서 취미로 수학을 했던 페르마,
안과 의사면서 세벌식 타자기를 개발한 공병우 박사님 정도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천재라고 불리울 만한 사람 투성이군요. 오히려 역효과가 나려나요? :))

확실히, hybrid 해지는 것도 한 분야에 정통하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굳이 hybrid하지 말라고 할 필요는 없겠지요. hybrid하다는 것은 남들보다 관심의 폭이 좀 더 넓다는 정도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수박 겉핥기가 되면 대략 낭패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