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기...

28일...힘들게 얻은 휴가의 첫날을 제주도에서 보내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출발할 때부터 비행기가 연착해서 40분 늦게 도착
했고 제주 공항에 내리자 기대와는 달리 앞에 나와 있는 분이 아무도
안계시더군요. 제주 리눅스 사용자 모임 분들이 저를 돌봐 주시기로
했는데 못찾은 겁니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면서 나오는데 갑자기
머리를 뒤로 묶은 분이 저를 반갑게 맞이하시더라구요. 제리모의
수우님이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공항으로 나가니 제리모의 다른
회원님(나몽 형님)께서 차를 가지고 오셨더군요.
그래서 그 차를 타고 제주 시내로 들어가서 일단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저의 제주 방문 기념(?)을 빙자한 제리모 모임이 그날 저녁에 있을
예정이라 낮에 우선 팥빙수나 먹으면서 시원한 카페에서 시간을 죽일
작정이었던 거지요. 오....제주도 팥빙수....정말 엄청난 크기였습니다.
그릇이 제 머리보다 더 크더라구요. 팥빙수 하나 시켜서 네명이서
먹었지요.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습니다.
아차차...그 전에 용두암에 갔던 얘기를 빼먹었군요.
사진으로만 보던 용두암을 직접 눈앞에서 봤습니다. 제주 공항에서
가깝더라구요. 거기서 바닷바람을 좀 쐬다가 팥빙수를 먹으러 간겁니다.
하여간 팥빙수는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구요.
팥빙수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더라구요.
저녁 7시 정도가 되어서 제리모의 사무실(?)인 나몽 형님의 게임방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다른 분들 몇분과 함께 근처의 중국식 레스토랑
(그냥 중국집이 아닙니다. 카페 분위기가 나는 곳으로서 중국음식을
안주로 술을 먹을수 있는 곳이었지요.)에 가서 술을 마셨습니다.
오....제주도에서 만든다는 소주 한라산....
그날따라 소주가 입에 짝짝 붙더라구요. 저는 사실 평소엔 소주를
거의 마시지 않는데 한라산 소주가 맛이 괜찮더라구요. 안주가 좋아서
그랬나 하여간 꽤 맛이 있었습니다. 나몽 형님께서 "오늘은 간단히"
마신다고 공언을 하시고는 술잔을 돌리시는 바람에 좀 많이 마셨지요.
한참 술을 마시고 있자니 제리모 분들께서 슬슬 나타나기 시작....
온라인 상으로만 뵙던 분들을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점점 술자리가
무르익어 갔습니다. 우리의 폐인 1호 자룡님도 회사일을 마치고 일찍
오셨구요. 저를 구경(!)하겠다고 꽤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볼게 뭐가 있다고.... -_-;;) 원래 4-5분 정도로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
10여분 넘게 모였더라구요.(정확하지는 않음)
하여간에 1차에서 그렇게 잘 놀면서 소주를 좀 마셨구요....
2차에서는 맥주로 주종을 바꾸었습니다. 역시 섞어 마시니까 좀
맛이 가더군요.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덧 새벽....저도 정신이 별로 없었는데 일단은 술집을 나왔습니다.
수우님이 운전을 하고 저와 자룡님, SOr님 이렇게 넷이서 집에 가는 길에
바닷가에 잠시 들렀습니다. 술을 깨기 위해서 캔커피를 한잔씩 마셨는데
너무 시원하더라구요. 바닷가 방파제에 누워서 노래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이런저런 얘기도 좀 하고....멀리 오징어잡이 배가 환한 불빛을
밝혀두고 있는 바닷가 방파제에 누워서 커피 한잔과 함께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던 그때. 자룡님이 갑자기 앉아 있다가 일어서더니 슈퍼맨처럼
두손을 위로 올리고 휘잉~ 하더니 옆걸음질을 치더군요. 그 옆에는
방파제와 돌들이 섞여서 푹 파여 있었는데 결국 그 사이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술이 확 깨더군요. 제가 자룡님이 떨어지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봤기 때문에 더 놀랬습니다. 그런데 더 놀랜건
다친곳이 별로 없다는 거지요. -_-;;; 돌 사이로 1미터 넘게 거꾸로
처박혔는데 팔이 좀 긁힌 것 빼고는 전혀 상처가 없더라 이겁니다.
자룡님은 거기 처박힌 후 일어나서도 계속 해롱거리더군요.
그 후 저는 자룡님 집에 가서 잤습니다.
날씨가 꽤 더웠지만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자룡님 방에 들어오니
그냥 잠이 들어 버리더군요. 하긴 새벽 3시 정도에 들어왔으니
바로 잠들만도 하지요? -)
29일
아침에 일어나서 쓰린 속을 붙잡고 샤워랑 양치질을 한 후 자룡님
집에서 차려주신 아침을 느지막히 먹었습니다.
원래 자룡님은 이날 아침 9시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지만 일어난
시간이 아침 9시였지요. 후후
아침을 다 먹고난 후 수우님에게 전화를 걸어보고 제리모 사무실로
갔습니다. 일단 29일은 하루종일 낮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제주도 구경을 좀 하기로 했기 때문에 코스를 정하는게 쉽지 않더군요....
아고...피곤해서 그런지 너무너무 졸리네요.
1편은 일단 이정도로 하고 2편에서 마무리를 짓지요. -)
그럼 이만...
어떤 투쟁가가 내린 제주도의 정의
장년의 그분은 고향이 제주도 였습니다.
변해가는 제주도에 대하여 아쉬움도 많았었지만
애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제법 술 기운이 따뜻하게 돌자
제주도에 대한 정의를 시로 내리더군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대충 이랬습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은 제주도의 뼈 아픈 역사를 압도하고
제주도의 자본은 다시 그 자연을 압도한다'
그때 저는 첫번째 구절난 자꾸 생각나 얼마나 제주도가 아름다우면
저럴까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역사와 자연과 자본이 다양한 모습으로 어떻게 공존하는지 궁금하네요.
'kldp가 보증하는 휴가지'로 나도 휴가지를 바꾸어 볼까요?
가을의 한라산도 좋겠죠?
Re^2: 어떤 투쟁가가 내린 제주도의 정의
제 고향이 제주인데... (태어나서 20년을 살았습니다.)
가을의 한라산도 정말 좋습니다. 좀 선선할때는
등산도 할만하구요.. 우도도 꼭 빼지말고 들르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