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HWP 소스코드까지 MS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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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WP 소스코드까지 MS에 넘겼다.

[한글] 한글 소스코드까지 넘겼다

한글과컴퓨터가 지난 98년 국산 워드프로세서의 대표격인 `아래아 한글'(이하 한글)
프로그램의 핵심 소스코드를 마이크로소프트쪽에 넘겨줬던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스코드에서 한글의 장점과 단점을 자세히 분석해 자신의 경쟁제품
워드의 개발에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16일 “지난 98년 경영난에 처한 한글과컴퓨터에
2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한 뒤 워드 개발팀에서 한글의 소스코드를 넘겨받아
분석했다”며 “그러나 한 달 뒤 국내 한글 사용자들의 반발로 투자 합의가 깨지자 바로
돌려줬다”고 밝혔다.

한글과컴퓨터는 당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마이크로소프트쪽에서 2천만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한글 후속 제품 개발을 포기하는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한글을
살리자는 국민적 움직임에 부닥쳐 이를 포기했다.

이 관계자는 “소스코드를 넘겨받은 뒤 개발자 출신인 김재민 전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을 포함한 워드 개발팀이 한글 소스코드를 자세히 살펴보고 분석을 진행했다”며
“그때까지 한글은 3년이상 정리를 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한글과컴퓨터에 근무했던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한글 후속 제품을 개발하지
않기로 했었던 만큼, 한글 소스코드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넘겨줬을 수 있다”고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한글 소스코드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상태라
마이크로소프트쪽에서 꼼꼼히 살펴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는 건물의 설계도와 같은 것으로 간주된다. 한글과컴퓨터가
넘겨준 소스코드에는 한글의 프로그램 구조에 대한 기초자료가 거의 완벽하게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글과컴퓨터와 마이크로소프트는 투자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다시 국내 한글문서편집기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글의 소스코드를 본 반면, 한글과컴퓨터는 워드의
소스코드를 보지 못했다”며 “이는 한글과컴퓨터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jskim@hani.co.kr

[한글] 깨어라 '한글'

“한글과컴퓨터는 왜 소식이 없는거야?” 한글과 컴퓨터 `아래아 한글'(이하
한글) 담당자들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97년 `한글97'을
발표한 뒤 지금까지 신제품이라고 할 만한 것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농담 삼아
던져진 말도 비수처럼 느껴진다. 경쟁사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글 워드2000을 지난해
벌써 내놓았음을 지적할 때는 더욱 그렇다.

“2년전 회사와 한글의 운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맡겨야 할 처지로 몰린 적이 있는데,
소비자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났어요. 소비자들이 한글살리기운동본부를 결성해
한글을 100만개나 사줬어요. 그런데 3년이 지나도록 아무 것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한글과컴퓨터 민성희 과장의 말이다. 그는 “최근 들어서는 한글 개발을 포기한 것
아니냐고 물어오는 이도 있다”며 “소비자 100만명이 100억원이나 모아줬는데, 한글
개발은 안하고 어디다 다 썼느냐는 추궁을 받을까봐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100만 국민 100억 몰아줬는데 3년 지나도록 후속제품 '감감'

한글과컴퓨터는 한글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개발자와 마케팅 담당자 모두 초조해 한다. 전하진 사장은 “개발실 들어가 컴퓨터를
열어볼 수도 없고…”라는 말로 속타는 심정을 드러냈다.

한글과컴퓨터는 한글 후속 제품인 `한글워디안' 시험판을 이달말, 정품은 6월말께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정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가 없지 않다. 직원들도
“시험판이라도 제때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시한다.

이달말 '워디안'발표 의욕보이나 기능향상 내세울것 없어 고민

한글워디안을 내놓으면서 내세울 것을 찾아야 하는 점도 경영진과 마케팅 담당자들의
고민이다. 자칫 워드2000을 따라가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은 다르다. 한글워디안의 성공을 확신한다. 양왕성 개발실장은 “한글워디안은
이전 한글과 완전히 다르다”며 “과거 1.5판에서 2.0판으로 바뀔 때이상의 기능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3년째 후속 제품을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제품을 개발하려다 보니
늦어졌다”고 말했다. 한두가지 기능을 추가해 업그레이드판이라고 내놨다가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을 것 같아 충분한 시간을 갖기로 했다는 것이다. 개발실 직원은 “한글과
함께 토종 문서편집기 시장을 지켜가던 일본의 `이치따로'가 97년 갑자기 워드 앞에
고꾸라지는 것을 보고 비장한 각오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도 워드2000과의 경쟁을 자신할 수 있는가 하는 데 대해서는 말문을 닫았다.
민성희 과장은 “워드2000과 비교해 특별히 뛰어난 기능은 없으나, 한국 사람들의 손에
익숙하고 한글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 등은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용 컴퓨터 운영체제로 도스를 사용하던 시절, 아래아 한글은 한글 표현 능력과
사용의 편리함 등에서 워드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글 일부를 표현하지
못하는 워드와 달리 고어(옛글자)까지 쓸 수 있게 해 소프트웨어이상의 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어쩌다 워드를 따라가는 처지로 몰렸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예상됐던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98년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글과컴퓨터 투자협상을 벌일 때
한글과컴퓨터에 근무했던 ㄱ씨는 “이찬진 당시 사장은 인터넷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인터넷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100개이상의 인터넷업체가
연합한 거대 허브 `예카'를 구축했다. 한글 개발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 같은 느낌은
당연한 것. 한때 100명 가까이 되던 개발자는 30명을 밑돈다. 한글과컴퓨터는 이를
“소수정예”라고 표현한다.

전하진 사장은 기술을 외부에서 조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개발을 아웃소싱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워드의 성능과 기능을 계속 개선했다. 유니코드를 채택해
한글의 모든 글자를 표현할 수 있게 했고, 워드2000은 고어도 160만자까지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점을 들어 “이제부터는 워드”라는 말을 한다.

전문가들은 “워드의 가장 큰 약점은 많은 양의 문서를 한꺼번에 편집해 출판하는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이 점을 한글워디안 마케팅에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고
했다.

한글과컴퓨터 홍보팀장으로 근무했던 드림위즈 김정수 홍보팀장은 “토종
문서편집기로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워드에 맞서고 있는 게 한글”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한글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한글을 선택하는 것은 단순한 문서편집기에 대한 선택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김재섭 기자jskim@hani.co.kr

3월 20일 한겨레신문

-적수네 동네에서 퍼왔음다-

from. J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