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직장인 신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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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 직장인 신기도문(딴지일보) *********

바라옵건대...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오늘은 회사 가기 싫다"는 유혹이 저
를 미혹치 않게 해주소서. 오늘도 피로가 저의 영혼을 잠식하오
나, 지각의 두려움이 이부자리에서 떨쳐나게 하였나이다.

대신, 어젯밤 술안주로 씹어 돌린 상사와 선배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할 얍실한 웃음의 은총과 경쟁대상인 동료와 치고 올라오는
후배 얼굴을 여유있는 척 마주할 수 있는 후까시의 은혜를 오늘
도 허락하여 주소서.

또한, 술값의 환란을 피해 화장실에 머무르는 잔대가리 지혜의
샘이 마르지 않게 해주시옵시며, 직장내 성희롱으로 찍힐 것을
무릅쓰고 미스 김의 엉덩이를 슬쩍 칠 강고한 배짱을 허락해 주
시옵시며, 내가 찍은 박대리를 넘보는 동료, 선후배 뇬들의 마빡
에 벼락을 쳐내려주시옵소서.

스스로는 사내 인트라넷 접속조차 두려워하면서 하급자들에게는
"엑셀은 기본, 파워뽀인트 프레젠테이션 정도는 마스터해야 한
다"는 택도없는 훈시를 내리는 중간 관리자들의 조디를 무지 엄
하게 쎄려주시옵소시며, 또한 저의 이 미미한 힘으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사의 어떠한 잔소리에도 무릎꿇지 아니할 강건
한 '완전 딴생각'의 은총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자신의 생각은 진리, 타인의 생각은 궤변으로 간주하면서도 유
독 '사장님 앞에서의 "NO"는 곧 죽음'이라 의심치 않는 그의 철
학을 저도 내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시며, 명퇴나 조퇴에
대해 병적인 공포감을 가지고 있는 상사가 내는 변태적 짜증을
넓은 아량으로 대할 수 있도록 '개무시'의 배포를 기르게 해주소
서. 그가 나의 10년 후 모습임을 잘 알겠사오니, 어쩌다 복도에
서 마주쳤을 때, 속으로 '십세이...'라는 따듯한 애정의 구호를
되뇌일 수 있는 내공을 허락해 주소서.

내 책상 없어지지 않기만을 바라면 되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회사가 사라지지 않도록 빌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나이다. 또
한, 회사가 요구하던 '주인의식'이 사기극임을 깨달았나이다. 주
인이 짤리는 거 없는 줄로 알고 있나이다. 어흑.

그러면서도 회사의 발전이 내 발전과 '무관'했던 지난 날의 관성
에서 벗어나, 회사는 내 비즈니스의 파트너임을 깨닫고 늘 자기
계발에 용맹정진할 줄 알게 해주소서. 회사에 충성하는 동안에
도 돈 되는 건 뭐든지 다 하겠나이다.

또한, 하루에 한 번쯤은 인터넷의 드넓은 정보바다에서, Adult
Hardcore XXX site에 밀착하여 글로벌 에로산업을 탐방할 수 있
는 정력을 허해 주시며, 더불어 이를 탐닉해 점심을 걸르는 불상
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제력과 상사에게 들키지 않는 은폐, 엄
폐의 생존술 또한 하사해 주시옵소서.

골프나 스키 같은 건 멀리한 지 이미 오래되었나이다. 운동은 피
티 체조와 숨쉬기로, 레저는 등산으로, 문화생활은 비됴로 바꾸
었으니, 이들 저예산 취미생활로도 저의 정신세계가 충만하도록
저를 심히 쪼잔하게 만들어 주시며, 오직 휴가와 보너스를 위해
서는 한 없이 열정적일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무임금이면 무노동인줄 알고 있사오며, 일한 만큼 받지 못한다
면, 받은 만큼은 일할 수 있나이다. 플랙시블 타임제가 빤스고무
줄 근무시간이 되지 말며, 사원명부에서 제 이름이 지워지는 그
날까지 칼 출근 칼 퇴근할 수 있는 축복을 허락하여 주소서.

회사 떠난 동료들이 남겨놓은 일로 실직사 대신 과로사를 택한
셈이 되었나이다. 천수를 다하다 안락사하는 길을 열어주시고,
?세에 죽고 70세에 매장당한다" 는 경구가 꿈이 없는 사람을
두고 한 말임을 가슴에 새기며, 내 운명의 주인이 더 이상 회사
가 아닌 나 자신일 수 있도록 지헤와 창의를 내려주시고, 그래
서 마침내 회사 그만두는 것에 두려움이 없게 하여주시며, 마침
내 생을 마감하는 날에 "내 청춘을 월급과 바꾸었구나!"하고 한
탄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여 주소서.

오늘도 아내 몰래 자존심과 인격을 집에 두고 나왔나이다. 내일
도 몰래 두고 온 구져진 자존심이 쓰레기통에 쳐박히지 않도록
거듭 바라오며 기도를 마치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또한,

부처님, 공자님, 모세님, 마호메드님, 조로아스터님, 월급수호신
님 등...

그 모든 위대하신 님들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하옵나이다.

졸라.

아 참... 한 가지 더 있사옵니다.

쿠오바디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좋은 데 있음, 저도 델꼬 가줘여

망치의 이미지

재밌근영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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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cluster의 이미지

10년이 지나도 유효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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