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특과 사관후보생, 어떤 게 나은 선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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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3세가 된 학생입니다. 컴퓨터공학과 4학년이고요. 동기들 다 군에 갈 때 전 안 갔는데, 이제 슬슬 동기들이 돌아올 때가 됐는지 연락이 오네요. 그로 인해 저도 무시하고 있었던 병역문제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공군사관후보생 전산특기로 갈 생각을 했습니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군에 있어야 하지만, 경력도 쌓고, 직업군인이니까 퇴근 후에 하고 싶은 공부도 할 수 있을 거고(전공과 다른 공부를 하려 했습니다), 저금도 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게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제가 예전에 작성했던 게임기획서가 어떻게 게임회사에 들어가서, 몇 번 회사 관계자와 이야기하다 병특 제의를 받았습니다. 병특에 대해서는 kldp를 포함한 여러 포럼에서 병특올인이라는 말을 하도 자주 들어서;; 순간 마음이 혹해 이제는 둘 중에 어떤 길을 가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규칙적인 생활, 숙식문제, 학비저축)를 생각해 봐도 군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막상 군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사회에서 병역을 마칠 수 있다는 점이 왠지 더 마음을 끄네요. 주위에 게임 캐릭터 디자이너로 이제 거의 병특기간이 끝나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만 그런지 몰라도 평소 생활을 보면 말 그대로 널널했거든요;; 같이 일하자고 제의받은 게 이번이 처음이고, 게임기획이라는 것도 한 번쯤 해보고 싶긴 한데 더 이상 무턱대고 일을 벌이기엔 저도 적지 않은 나이이고 상황인 것 같아 불안합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컴퓨터공학을 공부했지만 다른 방향으로 더 공부를 하고 싶고, 군에서 3년 동안 컴퓨터를 만지거나 병특으로 게임을 개발하거나,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과는 둘 다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컴퓨터를 만지는 일은 익숙하고, 게임을 제작하는 일은 한 번 해봤으면 하는 일입니다.
나중에 후회가 되고 문제가 생기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간과했던 것들이어서, 저보다 넓고 긴 길을 지난 분들께 조언을 얻고 싶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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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병특 갔다온 사람으로서 이야기하자면
병특 좋죠. 남들 군대가서 조종받는 저글링 신세 되는 사이에
회사에서 일하면서 경력쌓고, 월급도 수십배씩 받고, 퇴근하면 자기 원하는거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단, 사장 잘 만났을 때 이야기입니다. 잘못 만난다면, 퇴근없고 맨냘 야근에 월화수목금금금(군대도 토/일은 쉬죠)...

윷놀이판 비유로 하자면 군대 갔다오는거는 '걸'만 나오는거고, 병특은 '모' 아니면 '도'가 나온다고 보심 됩니다.

가 봤을 때 회사 분위기가 어떠했는지 궁금하네요.
사장이 사람 도구취급하는 곳은 직원들 표정이나 대화하는 투 보면
어느정도 대강 가늠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걸로 100% 맞출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물론 회사 내부에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을 통해서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역이라면 가기가 빡셀 것 같은데 그 회사가 T/O 여유가 있나 보죠.
지금 병특 T/O가 다해서 200명입니다. 그리고 한 회사에 잘나와봐야 한명밖에 없죠. T/O 배정 안된데도 많고요.
제가 병특 들어갔던 때(2002년이었죠)에 편입인원이 회사당 평균 3명,
전체 4000명이었는데, 들어간 다음해에 군 자원 모자란다 병특 폐지해야 한다는 뉴스가 흐르더니
이후 T/O가 확 잘려버렸습니다. 그나마 그 200명도 IT분야가 아니라 다른 제조분야까지 다 합한 수입니다.

Written By the Black Knight of Destruction

Written By the Black Knight of Destruction

김일영의 이미지

장교를 가신다면 전역할 생각이시더라도 진급이나 이런쪽을 보셔야 할겁니다. 짐작하시다시피...;;;
그리고 일반 공공분야나 이런데서 보는 것과는 거의 무관한 특정 시스템 그것도 거의 하나만 내내 보시게 될겁니다.
남는 시간에 공부한다는 것은 일반 회사 직원이 남는 시간에 공부한다는 것과 똑같이 보시면 되고요.
영어 공부 같은 쪽은 오히려 좋은 듯... 공군은 미군하고 만날 일도 많고 하니...
도움은 못 드렸지만... 여하튼 잘 되시길 바랍니다.

익명 사용자의 이미지

여기에 마이너스 포인트를 다는 분들은 누구일까..
이분의 성향 때문일까?
앞으로는 포인트 실명제를 해야할까? 흐..흐..흐.

geneven의 이미지

장교로 가더라도 역시 군인이기에 운동하는거 싫어한다면 비추합니다. 사병이야 짬밥되면 잔꾀부리고 도망다녀도 되지만 장교라는게 짬밥먹어도 부대내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가지 않는 이상 도망다니기도 힘든거 같더군요. 병특으로 가면 경력도 되고 좋을거 같긴한데, 장교도 얼추 비슷하게 경력으로 쳐 주지 않나요? 대기업만 경력으로 쳐줄라나.. 여하튼 둘다 일반 사병으로 가는거보다는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익명 사용자의 이미지

다 좋은 선택인데...장교라고하더라도..퇴근후 공부는 많이 힘듭니다...

그리고 자신이 리더쉽이 있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면 병특 추천합니다.

익명 사용자의 이미지

간부 중에도 관심병사 같은게 있죠.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다들 알듯염...

nainu의 이미지

병특이 아무리 좋아도, IT 업계가(어디나 마찬가지입니다)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만만한 곳은 아닙니다.
게임쪽은 특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쉽게 해낼 수 없는 분야입니다.

전 원래 계획 하셨던 군 추천 드립니다.

nainu in wonderland.

익명 사용자의 이미지

잘만된다면 역시 산업기능요원쪽이 좋아보이네요.(병특이란 말 좀 하지 맙시다) 일단 그 널럴한 친구분에게 진짜 널럴했는지 함 물어보시고(보는거랑 직접 체감은 또 다르니) 근데 글을 보니 그 널럴한 친구분이 다닌 그 회사에 가게되는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또 모르겠네요-_-... 맨위에 쓴분 말씀대로 관상을 잘 봐보세요 일단...

경력은 공식적으론 둘다 쳐줍니다(기술사 같은 자격증 딸때). 비공식적으론 둘다 잘 안쳐주고(호봉이라든가)... 근데 딴길을 가고 싶으시다니 또 경력도 별로 필요없으실테고-_-...

근데 군대는 어차피 안가는 방법이 없는 이상 가긴 가는거니까 일벌인다든가 그런 부담은 안가지셔도 될 것 같습니다.

뭐..암튼 관상을 잘보세요; 회사도 사람 잘못만나면 꼬이지만 그건 군대도 마찬가지니까... 뭐 저도 별 도움은 못드렸네요; 안꼬인다 보장되면 회사를 추천하긴 합니다

idoun의 이미지

다른 분들도 말씀하셨지만,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장교도 일이 많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구요.

병특 역시 100%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요즘같이 현역 특례 자리가 없고, 제가 알기로는 게임쪽은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요... 정말 줄 수 있는지 확답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좋다고 들어갔는데,

"좀 기다려라, 꼭 준다."

이런거 나중에 소용없죠. 현명한 선택 하세요^^

oldbell의 이미지


1. 먼 미래를 생각할 때
전산이 아닌 다른 분야를 생각하신다면 장교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10년 지나서 같은 조건에 병특 출신과 장교출신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2. 단지 3년만 볼 때~
군대라면 장교라고 해서 시간이 더 특별히 남거나 늦게 까지 뭘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대마다 다르겠지요)
병특도 위에 다른 분들이 쓰셨던 것과 마찬가지로 회사 업무 환경에 따라서 개인이 사용 가능한 시간이 다르겠지요.

3. 그래서...
1번 추천입니다.

인생의 무게를 느껴라. 아는 만큼 보이는게다.

keedi의 이미지

IT 쪽으로 계속하실 것 아니라면 장교 복무가 낫겠네요.
부대마다 다르겠지만 IT 관련 공군 장교일 경우 교육도 국비로 시켜주고,
1년 정도지나서 익숙해지면, 자기 시간도 제법 나고 괜찮은 것 같더군요.

그리고 기능요원 및 연구요원으로의 대체 복무는 회사마다 천차 만별입니다.
기능요원 및 연구요원이 아니더라도 여유가 있는 곳은 복무하는 사람도 마찬가지고
일반 직원들도 바쁜곳은 복무하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로 바쁩니다.

IT 쪽으로 일을 계속하고 특정 분야의 포텐셜을 더 향상시키겠다는 생각이 있으시면,
좀 힘들어도 기능요원이나 연구요원이 좋을 것 같군요.
대신 그럴러면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의 회사로 가야할텐데,
흥미있는 분야를 고르면서, 회사 복지도 따지기는 생각보다 만만찮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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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shing Watermelons~!!
Whatever Nevermind~!!

Keedi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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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 perl;

Keedi Kim

daybreak의 이미지

1. 졸업을 안하고 병특을 하면...

많은 분들이 착각을 하는 부분이 이 부분인데, 이 때 생기는 경력은 "고졸" 경력입니다.
"대졸" 경력이 아니란 말이죠.

이게, 나중에 이걸 인정해주는 회사에 가시면 다행인데, 안타깝게도 그런 회사가 별로 없습니다.

2. 공군사관후보생...

이게 현실적으로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병특만큼 되기가 어렵습니다.

3. 왠만하면 그냥 군대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차피 군대 안가도, 나이가 먹음에 따라서 단기기억, 장기기억 능력이 퇴화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괜히 그것을 군대에 핑계를 돌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군대 다녀오면 머리 굳는다 어쩐다 말들이 많지만
하던 가락이 있으므로, 제대 후에 금방 적응합니다.

이게 전자공학이나 전기공학이면 적응기간이 좀 길어질 수 있는데,
학부 수준의 컴퓨터 계통이면 그다지 문제 안된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복학 후 4학년인데, 솔직히 4학년 과목 요즘같은 점수 퍼주기 세상에 전혀 빡세지 않습니다.

junilove의 이미지

03년도에 공군부사관후보생으로 임관하여 전산특기로 4년 의무복무하고 07년도에 제대했습니다.
저도 비슷한 고민을 같은 나이때 했었는데요. 24살에 군대에 갔습니다.
결과로 따지고 본다면 공군부사관으로 근무했던 시간이 저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자평합니다.
저는 대학교 졸업을 하지 않아서 아직 고졸입니다만, 여지껀 대졸이 아니라고 무시 받은적은 없습니다.
(그래 봤자 사회 생활은 회사 1번, 군생활 1번입니다.)
만약 기획쪽으로 생각을 하신다면 장교로 다녀오시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됩니다.
장교라는 직업 자체가, 리더쉽을 요구하고, 실무보다는 관리자 입장에 있습니다. (물론 공군 조종사는 예외지만)
처음 1년은 힘들겠지만(어쩔수 없이 생기는 사회 초년생의 어려움과 군대 계급 사회의 특수성) 어린 나이에 (25-26세) 자기가
이끌어나가야할 조직을 만나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일이 잘 풀려서 공군 전산장교로 가시고 그중에서도 개발담당부서에 근무하신다면 정말 큰 발전의 기회가 될것입니다.
선택은 결국 자기의 몫이니 심사숙고 한후 결정하세요.

novice의 이미지

공군은 대부분 기술직이라 최전방 실무에서 일하는 부사관들이 공군을 움직인다고들 하더군요. 1학년 마치기 전에 집안 문제로, 혹은 자기 의지로 공군부사관에 지원하는 친구들이 몇 있었는데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프로그래밍은 잘 하지 못해서, 아마 갈 수 있다면 솔라리스 서버 같은 정보 운영을 다루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생각에는요^^;
공군에서 근무하신 분을 만나서 반갑고, 조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I don't belong here..

novice의 이미지

댓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부모님께서도 군에 가는 걸 더 바라시고, 전역 후에 다른 공부를 하는 게 일차 목표인 만큼 처음 계획대로 사관후보생으로 마음을 잡았습니다. 나중에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지금 결심에 후회가 생기지 않도록 열심히 해봐야겠습니다.
주위에 늦게 군대 가면 후회한다고 말하는 예비역 병장밖에 조언 상대가 없어서 참 막막했는데, 여러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시고 조언해 주신 글을 읽어보면서 마음을 다시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I don't belong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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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잘 하신 것 같네요. 그냥 장교가 아니고 공군사관학교에서 복무하는 장교라면 아마도 군대 내에서도 엘리트급 환경이 이미 조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능하다면 열심히 해서 복무기간동안 요직을 담당하는 성과를 이룰수 있으면 좋겠네요. 조금 다른 예지만 개인적으로 육사를 졸업하고 국비로 유학 나와 있는 사람들을 보는데 개인적으로 군대서 경험한 무식한(?) 군발이들과는 격이 틀립니다. 조직의 경직성이 좀 답답하기는 하지만 육군에서 엘리트 장교를 육성하기 위해 진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상당히 마음에 들어 보이구요.

게다가 한국은 여전히 어느 회사를 가든 군대식 상명하복 조직이 기본입니다. 군대식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제대를 하는 관계로 군대식 작업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소위 군대식 리더쉽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나중에 어떤 일을 하든 실무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잡설이지만 한국을 움직이는 진짜 시스템은 사격할 때 사수/부사수 체계라고 봅니다만...

하나 걸리는 것은 전역후 다른 전공을 할 계획이라고 그러시는데 생각보다 전공 바꾸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군대에 복무하는 동안 이 점은 신경을 쓰셔야 할 건데 이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주말 중 반나절을 빼 놓는것과 같은 방법으로 전공 변경 준비를 미리미리 하시는 게 제대 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