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 제외된 이용 불가능자

차리서의 이미지

저는 현재 공인 인증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장 필수적이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용하고자 해도 (완전히 불가능한건 아니더라도) 남들만큼 간단한 방법으로는 이용할 수 없어서 지레 포기하고 살고있는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평소 가입해있던 여론 조사 기관에서 여느 때처럼 조사 공지 메일이 왔는데, 내용인 즉 전자 서명 (공인 인증서) 이용자 만족도 조사였습니다. 사용해본 일이 없으니 자세한 답은 못하겠지만, 아무튼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고 그 이유가 일종의 접근성 문제 때문이라는 점을 제게 할당된 한 표에서나마 지적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응답을 시작하는 첫 화면에서 "공인 인증서를 이용하지 않음"을 고르고 "다음" 버튼을 누르니, 저는 조사 대상자가 아니라면서 그대로 설문이 종료되더군요. 제게 왔던 메일을 다시 확인해보니 확실히 "현재 공인 인증서를 이용하시는 분들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뭐, 좋습니다. 나름 공신력을 인정받는다는 조사 기관에서 미리 확실하게 조사 대상자를 명시한 상태로 조사하는 것이니 과도하게 생트집 잡을 생각도 없고, 어차피 저는 여론 조사나 통계학 쪽엔 문외한이어서 트집을 잡을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얼핏 다시 생각해보면, 이용자들만을 대상으로 "이용자 만족도"를 조사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하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여전히 뭔가 찜찜하고 불안한 점들은:

  • 현재 이용하지 않는 사람도 '잠재 이용자'로 간주하여 일단 조사에 참여시키고, 나중에 분석 과정에서 이용 여부 응답에 따라 나누어 분석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 같은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점과,
  • 각 개인에게 전달된 메일에는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조사한다"고 명시했지만, 해당 조사 기관 사이트에 방문해서 관련 공지 등을 찾아보면 이 사항이 쏙 빠져있다는 점
등입니다. 부디 지금의 제 찜찜함과 불안감이 단순한 억측과 습관화된 불신 때문이길 바라며, 아울러 향후 누구든 이 조사 결과를 인용할 때마다 "이용자들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였다"고 항상 명시해주기를 희망합니다. 평소에 시사 문제 등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이 건에 대해서만큼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생각입니다.